소설리스트

투자의 신이 키우는 축구단-360화 (360/422)

더 많은 트로피를 원한다면 (2)

내 암시를 알아들은 우리 코치진은 대만족 상태가 되었다. 두 사람 모두 퍽, 아주, 무척 행복해 보인다.

“풀백은 좀 비싸더라도 유망주가 좋겠어요. 베넷과 나이 차이가 좀 나서 자연스럽게 후계자가 될 선수로요.”

“음, 그렇지. 너무 어린 선수일 필요는 없지만.”

“네, 듣자니 우리 유스팀 풀백 자원도 꽤 괜찮다고 하니까요.”

“필 말이지? 아직 어리지만 꽤 영리해 보이더라고.”

브라이언과 샐리가 화기애애하게 이야기를 주고받는 옆에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필은 우리 유소년으로 이마에는 숫자 200이 선명한 풀백 자원이다. 언젠가 로커 파크의 아이들이라 불리게 될, 선덜랜드 유스 황금세대의 일원이기도 하다.

희주가 기막히다는 표정을 지었다.

“샐리 씨는 조금 전까지 미드필더 사야 한다고 하지 않았어?”

“그야, 선수 한 명만 데려와야 한다고 생각했을 때 이야기고. 너도 맨날 가방 산다고 가서 다른 것도 지르고 다니잖아. 지갑 같은 거.”

“그건 원래 사려던 거···.”

“비슷해.”

샐리와 브라이언은 서로 비슷한 수준의 축잘알이다. 비록 근본적인 축구관 자체는 다르기 때문에 항상 결론은 서로 다르지만, 팀에 필요한 포지션이 무엇인지 어떤 영입이 필요한지 착각하지는 않을 사람들이다.

이번 사례는 그저 우선순위가 달랐을 뿐인 거지. 같은 맥락에서 브라이언도 미드필더를 탐내기 시작했다.

“톰슨이 빠졌고, 네 말대로 미드필드진이 너무 어리니 기왕이면 노련미가 있는 선수가 좋겠지.”

“인정. 나이 많은 선수가 좋죠. 클래스 있는, 하지만 이제 전성기는 아닌 선수가 딱 좋아요.”

“그렇다고 아예 은퇴를 앞둔 노장은 곤란해. 매년 은퇴식을 치를 수도 없잖아?”

“맞아요. 매번 이번처럼 행사를 여시려면 구단주님도 부담스럽겠죠.”

둘의 눈동자가 슬쩍 내 쪽을 향했다.

“아무래도 내 핑계를 대려는 거 같아서 확인차 말씀드리자면, 노장 선수를 원하지 않는 이유는 어디까지나 여러분이 미드필더의 활동량을 중시하기 때문 아닙니까?”

뜨끔한 표정으로, 브라이언과 샐리가 자기들끼리 시선을 맞추기 시작했다.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니즈는 파악했습니다. 혹시라도 특정한 선수를 염두에 두고 있으면 언제든지 이야기해도 됩니다.”

* * *

보통 프리시즌의 꽃으로, 이적 시장을 언급하는 경우가 많다. 이적 시장을 얼마나 알차게 보냈느냐로 구단의 흥망이 정해지고, 다가올 시즌 성적도 자연히 점쳐지게 된다.

올해도 또 영입이 없는 거냐는 푸념으로 끝나면 양반이다. 팀에 따라서는 주전 선수를 대바겐세일로 내주는 경우도 있다. 주로 재정적으로 어려운 팀일수록 영입보다는 방출 루머가 먼저 나온다.

다행히 선덜랜드의 경우, 그 부분에서 굉장히 단호한 팀이었다. 굳이 이적료로 예산을 충당할 필요가 없을 만큼 빵빵한 재정이 있기 때문이다.

올해도 선덜랜드 팬들은 비교적 행복한 이적 시장을 보내는 중이었는데, 해외 팬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한국에 사는 선덜랜드 팬, ‘@선덜랜드_명예시민’의 얼굴에는 함박웃음이 번졌다.

“삼촌, 어떡하죠? 우리 팀 이적 예산이 없다는데요?”

그러자 ‘@이스탄불_이전부터’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20년 넘게 리버풀을 응원해온 역사 덕분에 이적 시장의 고통에도 제법 면역이 생겼지만, 그래도 조카한테 놀림당하는 건 아직 익숙하지 않다.

하물며 그 조카와의 나이 차이가 고작 열세 살이고, 어릴 때부터 직접 축구장에 데리고 다닌 과거가 있다면 더욱 그렇다.

“너희는 예산 ‘제한’이 없는 거잖아. 우린 진짜 부족해.”

투덜거리는 자기 삼촌을 흘끗거리며, ‘@선덜랜드_명예시민’이 히죽 웃었다.

“왜요? 이번에 살라 팔아버리면 삼촌네 팀도 돈 많이 쓸 수 있··· 죄송해요. 농담이니까 울지 마세요.”

“아니. 괜찮아. 내가 널 업어 키웠는데 새삼 네 앞에서 울겠냐? 근데 드라이브는 좀 가자. 영월 어때. 영월.”

“영월이요?”

뜬금없는 삼촌의 요구에 ‘@선덜랜드_명예시민’이 당황하는 사이, ‘@이스탄불_이전부터’가 투덜거렸다.

“단종 유배지 가 봐야지. 그럼 못돼먹은 우리 조카님도 느끼는 바가 있지 않을까?”

“괜찮아요. 삼촌은 왕이 될 상이 아니니까.”

“흠흠, 그나저나 선덜랜드는 이적 루머 엄청 많네. 이야, 죄다 영입 루머야?”

“그야 방출 루머 나올 분위기가 아니니까요.”

사실, 며칠 전에 한 번, 맨유가 마르틴을 노린다는 루머가 나오긴 했다. 선덜랜드에서 곧바로 언플로 맞대응하며 없던 이야기가 되어버렸을 뿐이다.

[세상에는 물론 거절하기에 너무 많은 돈이 존재하죠. 다만, 저희 사장님 상대로 그럴 재산이 있는 사람의 이름을, 적어도 저는 모르겠네요.]

예능 프로에 모습을 드러낸 최다미의 코멘트, 아주 명확한 선전 포고가 한국은 물론, 서양까지 두루 퍼졌다.

덕분에 이제 선덜랜드 선수가 옮길 거라는 루머는 싹 사라졌지만, 대신 다른 루머에 본격적으로 불이 붙었다. 선덜랜드가 누구를 살 거라는 둥, 브라이언이 누구를 노린다는 둥, 이희성 앞에서는 비매품도 안 통한다는 둥···.

“다 사진 않겠죠? 우리 구단주는 돈은 많아도 알뜰하고 규모 있게 쓰는 타입인 것 같으니까요.”

머릿속이 온통 꽃밭이 되어버린 ‘@선덜랜드_명예시민’을 흘끗 바라보며, ‘@이스탄불_이전부터’가 한숨을 쉬었다.

“야, 리버풀 팬이 선덜랜드 구단주가 어떤 타입인지 어떻게 알아. 나하고는 상관없으니까, 이야기도 하지 마.”

짐짓 그렇게 투덜거리자, 생글거리는 미소가 돌아왔다.

“상관이 있을 것 같아서 드리는 말씀인데요.”

“왜, 선덜랜드가 살라 산대? 그럴 일 없을 거야. 선덜랜드는 미드필더나 풀백이 필요하면 필요했지, 공격진은 안 급해. 그리고 거기 구단주는 선수가 가장 비쌀 때 사는 타입이 아니야. 유망주 시절 미리 데려오거나, 전성기가 지난··· 선수를···.”

‘@이스탄불_이전부터’는 말을 잇지 못했다. 이야기하는 와중에, 눈치챘기 때문이다.

그가 방금 스스로 이야기한 조건에 딱 들어맞는 선수가 있었다. 미드필더이며, 이제 전성기는 지났지만, 클래스는 분명한 선수가. 마침 그 선수는 선덜랜드 출신으로, 구단주 이희성과는 어릴 때부터 친분을 자랑하던 사이이기도 하다.

“제발, 우리 킹장님은 안 돼!”

선덜랜드와 링크가 난 선수 중에는, 리버풀의 현 주장 헨도의 이름이 실려 있었다.

* * *

기사에 대한 내 소감은, 헛소리도 이 정도로 정성 들여 쓰면 예술이라는 것이었다.

[선덜랜드는 노련한 미드필더가 필요할 것이다. 그렇다면 헨도가 적임자다. 마침 그는 빅클럽 주장이었고, 선덜랜드 주장단에 관록을 더해줄 선수다.]

[헨도의 경우 별도의 적응 기간도 필요 없다. 선덜랜드는 그의 고향이니까. 선덜랜드와의 관계도 양호해 보인다. 톰슨의 은퇴 경기에 초청되어 뛰었을 정도로.]

기사를 가만 보니 꽤 설득력이 있다. 나에겐 헨도를 데려올 마음이 없고, 헨도에겐 우리에게 옮겨올 마음이 없다는 것만 빼면 말이지.

우리가 프리미어리그에 복귀한 직후, 헨도는 나와 사적인 연락을 자제할 정도로 조심하는 타입이었다. 80년 만의 우승 같은 빅 이벤트 아니면 평소에는 문자도 안 보낸다.

그런데 이적이라니.

지금쯤 아마 헨도 본인도 기사를 보고 실소하는 중일 것 같고 생각하는 찰나, 헨도에게서 먼저 연락이 왔다.

[저기, 너희 쪽 소스는 아니지?]

“당연히 아니지.”

전화기 너머에서 한숨 소리가 났다.

[아쉽네. 너희 쪽이었으면 그냥 조용히 내리라고 부탁하려던 참인데.]

“아, 내려줄 수는 있어.”

[그렇겠네. 신문사 간판 내린다는 소리지?]

농담을 주고받던 헨도의 목소리가 진지하게 변했다.

[실은 우리도 슬슬 재계약 시즌이라 말이지. 괜히 이적 이야기를 무기로 삼아 구단을 압박하는 것처럼 보이고 싶지 않아. 부탁 좀 하자.]

“알았어. 기사는 책임지고 내려 줄게.”

다미한테 부탁하면 간단하겠지. 며칠 안으로 기사는 세상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

“필요하면 너희 보드진에게도 연락 넣어 줄까? 이적 시장에 흔한 찌라시일 뿐이고, 나는 아무 생각 없다고.”

[굳이 그럴 필요는 없어. 우리 보드진하고는 내가 알아서 풀게. 그보다 썬, 너는 너희 팀부터 신경 써.]

“우리 팀?”

[아무래도 이적 루머에는 선수들이 훨씬 민감하게 반응하니까. 자기가 팔려나갈 거라는 이야기도 그렇지만, 자기 대체자가 온다고 하면 아무래도 신경 쓰이거든.]

“충고 고맙다.”

대답하면서도 나는 그 부분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다. 지금의 헨도가 우리 미드필더 중 누군가에게 위협이 될 선수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시점에서, 오히려 내 관심사는 다른 쪽이었다.

“그래서 혹시 좋은 미드필더 어디 없냐?”

[글쎄? 있으면 리버풀에 데려왔겠지?]

“이거 봐. 이런 놈을 내가 뭐 하러 도로 데려오겠어.”

* * *

선덜랜드 구단 관계자는 헨도 영입설을 대체로 가볍게 웃어넘겼지만, 두 사람은 비교적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다름 아닌 잭과 에이미였다.

프리시즌 신상품 모니터링 때문에 따로 만난 두 사람은,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헨도의 이적 루머를 화제로 꺼냈다.

“헨도 선수가 이제 와서 우리 팀에 도움이 될까요?”

에이미의 질문에, 잭이 담담하게 대답했다.

“도움은 될 검다. 원래 클래스 있는 선수임다. 붙어도 보고, 같이 뛰어도 봐서 잘 암다.”

“같이요? 아, 월드컵 때.”

고개를 끄덕이는 에이미의 곁에서, 잭이 재빨리 덧붙였다.

“톰슨 씨 은퇴 경기 때 보니까, 헨도 씨는 아직도 잘 뛰시는 것 같았슴다. 앞으로 1, 2년은 더 뛸 수 있을 검다. 그 정도면 와도 되지 않겠슴까?”

“어···.”

살짝 당황하는 에이미를 향해, 잭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헨도 씨가 돌아오게 되면, 정말로 멋진 일이라고 생각함다. 톰슨 씨가 은퇴해서 중원에 베테랑이 없어졌슴다. 게다가··· 이 엠블럼을 다시 가슴에 달 수 있다는 건, 정말로 멋지고 행복한 일임다.”

잭은, 자신의 트레이닝복 가슴팍에 로고처럼 달린 팀 엠블럼을 오른손으로 다정하게 쓰다듬었다.

“제가 헨도 씨 입장이었으면 매일 밤 돌아오고 싶다고 생각했을 검다. 정말로 온다면 환영함다.”

에이미가 입을 삐죽거렸다.

“하지만, 헨도 선수 생각은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떠났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나요?”

“빅클럽의 제안을 무시하는 건 선수에게 힘든 일임다.”

사실이었지만, 에이미는 그 힘든 일을 해낸 선수를 이미 알고 있었다. 이미 잭은 빅클럽의 제안을 딱 잘라 거절한 적이 있다. 심지어 당시 선덜랜드는 3부 리그에서 몇 년간 구르던 팀이었다.

에이미가 한숨을 쉬었다.

“찌라시에서 뭐라고 떠드는 줄 알아요? 헨도 선수는 리버풀의 클럽 캡틴이고, 잉글랜드 대표팀에서도 주장단 역할을 하는 선수니까, 주장으로서는 우리 주장단보다 나은 선수래요. 캡틴의 주장 완장을 넘겨줘야 한다는 소리도 나온다니까요?”

“그게 뭐가 문제임까?”

되묻는 잭의 얼굴이 무척이나 진지해서, 에이미는 말을 잇지 못했다.

“만일 팀에 도움이 되기만 한다면, 주장 완장이 뭐가 대수임까? 넘겨줄 수 있슴다. 어차피 교체로 불려 나갈 때마다 매번 하는 검다. 제 손으로 완장을 풀어서, 누군가에게 채워 줌다.”

“······.”

“제 관심은 누가 주장이 되느냐가 아님다. 지난 시즌, 에티하드 원정에서 울었던 우리 팬들이··· 올해는 울지 않게 하는 검다.”

잭이 고개를 돌려,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스타디움 오브 라이트를 응시했다.

“필요하다면 18번 유니폼도, 주전 자리도 전부 다 양보할 수 있슴다. 팀이 이기기만 한다면, 팬들에게 더 많은 트로피를 안겨줄 수 있으면.”

순간, 에이미는 가슴이 시큰거림을 느꼈다.

눈앞의 청년이 선덜랜드의 주장 완장을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는지, 선덜랜드 관계자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톰슨의 표현을 빌리자면, 나중에 제 애인 손도 그렇게까지 소중하게 만지지는 않을 거라며.

그리고 CS팀의 에이스, 에이미는 남들보다 좀 더 많은 정보를 안다.

페르난데스에게서 처음으로 주장 완장을 물려받은 날, 첫눈 오는 날의 강아지처럼 스타디움 오브 라이트를 뛰어다니던 모습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팀을 위해서라면 주장 자리를 내줄 수도 있다는 이야기에, 에이미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러니까 팬들이 캡틴을 사랑하는 거겠죠.’

그렇기에 정말로 밖에서 굴러온 돌이 이 청년의 주장 완장을 빼앗는 일이 일어난다면···.

‘구단주님이 그런 최악의 선택을 하실 리는 없지만요.’

혹시라도 그런 일이 생기면 모든 블랙캣츠가 들고일어날 것이다. 설령 상대가 같은 유소년 출신 헨도라 하더라도.

* * *

옆에서 희주가 숨넘어가는 소리를 냈다. 슬쩍 시선을 돌리니, 두 손으로 자기 입을 틀어막은 상태였다.

이해한다. 어쩌다 보니 잭과 에이미의 대화를 엿듣는 모양새가 되었거든. 그러니 둘에게 들키지 않는 게 여러모로 이롭겠지.

잠시 후, 둘과 거리가 조금 벌어지자 희주가 조심스럽게 입에서 손을 뗐다.

“오빠, 들었지?”

“응. 잘 들었지.”

명치 부근이 시큰거린다. 잠깐이지만, 기레기 박멸 특별행사, 원 플러스 원 이벤트라도 벌여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 기사도 내리고, 신문사 간판도 내리는 이벤트지.

사실 이적 시장마다 루머가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 그때마다 언론과 전쟁을 벌이는 것은 별로 현실적인 대책은 아니지만··· 그러고 싶을 정도로 가슴이 욱신거렸다.

옆에서 희주가 낮게, 하지만 빠르게 속삭였다.

“내가 뭐랬어. 저 둘 수상하다고 했지? 이렇게 된 이상 구단 차원에서 팍팍 밀어···.”

“가만 좀 있어. 농담할 기분 아니니까.”

나는 희주를 제지했고, 심각한 분위기를 감지한 희주가 곧바로 입을 다물었다.

잭에게 무언가 더 해줄 수 있는 건 없을까?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잭은 개인 커리어에도 썩 관심이 없는 선수고, 주급에도, 보너스에도 열성적이지 않다. 심지어 예전에 선물한 스포츠카는 아직도 구단 주차장에 처박혀 있을 정도다.

그의 관심사는 방금 스스로 말한 것처럼 팀의 승리밖에 없다. 좀 더 정확히는, 팀이 이겨나가야 팬이 기뻐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니까 팬들에게 사랑받는 거겠지만, 저런 선수에게 대체 뭘 해줄 수 있을지 생각하면 쉽게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멀찍이 떨어진 잭과 에이미를 한참 동안 응시했다.

“응?”

그리고 무심코 손으로 눈을 비볐다.

예전에 짐이 그랬었던 것처럼, 잭의 이마에서도 숫자가 흐릿하게 보였다. 지금처럼 멀리 떨어진 위치에서는 알아보기도 힘들 정도로.

비록 약간의 시간이 흐른 후 숫자는 다시 원래의 선명함을 되찾았지만··· 그래도, 내가 잘못 본 것 같지는 않았다. 이미 한 번 경험했던 일이기에 확신할 수 있다.

뭔가가, 틀림없이 변하려고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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