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많은 트로피를 원한다면 (3)
기억을 더듬어 보면, 짐의 경우 숫자가 흐려 보이는 게 시작이었다. 다음엔 먹칠을 한 것처럼 숫자를 알아볼 수 없게 변해 버렸고, 최종적으로 가치가 바뀌었다. 따라서 짐과 같은 순서대로 진행된다면, 잭 또한 조만간 이마의 숫자가 뭉개져 보이게 될 것이다.
먼저 각성한 짐의 사례에서 미루어 보면 이 과정에서도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된다. 대략 반 시즌에서 한 시즌 사이의 시간이.
물론 잭의 가치가 오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쁘고 반가운 일이지만, 기왕이면 살짝 더 앞당겨 주고 싶다는 욕심도 든다.
올 시즌은 트레블을 목표로 삼고 있다. 만일 잭이 지금보다 더 대단한 선수가 되어 준다면 트레블 경쟁에도 힘이 실릴 것이고, 무엇보다 구단주로서 더할 나위 없이 든든할 것이다.
잭의 각성은 새로운 영입과도 같다, 뭐 그런 거지. 물론 영입은 영입대로 할 거지만.
그나저나 짐과 잭이라.
둘은 공통점이 많은 선수긴 하다. 둘 다 큰 대회에서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으며, 선덜랜드의 주장이고, 팀에 헌신하는 인물들이다.
다만 정말로 그게 조건의 전부라면, 짐보다 잭의 각성이 늦게 시작된 이유가 설명이 안 된다.
일단 트로피는 조건이 아닐 것 같다. 짐이 해낸 U-15. U-18 유스컵 연속 제패도 대단한 업적이지만, 잭은 클럽 축구에서 차지할 수 있는 모든 트로피를 싹 쓸어모은 선수이며, 심지어 그 트로피 전부를 주장으로서 들어 올렸다.
“설마, 진짜 연애가 원인인가?”
무심코 혼잣말을 했지만, 잘 생각해 보면 그럴 리는 없다. 잭과 에이미에게서는 아직, 짐과 클라라 사이에서 보여지는 연애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다.
게다가, 사실 연애가 선수의 경기력을 드라마틱하게 끌어올릴 것 같지도 않다. 페르난데스는 ‘지킬 게 있는 선수가 강해진다.’고 했다지만, 잭은 이미 많은 것을 지키고 있다.
잭은 이미 스타디움 오브 라이트 칠만 명의 관중과, 엠블럼에 담긴 백 년 넘는 역사를 짊어진 선수다. 이제 와서 누군가 한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감정을 더한다 해서 달라질 것은 없으리라.
그렇다고 마냥 기다리기만 하는 것도 내 방식은 아니다.
“뭔가 도와줄 방법이 없으려나.”
내 혼잣말에, 옆에서 희주가 반응했다.
“그럼 내가 살짝, 사알짝 도와줄까?”
“네가 무슨 재주로···?”
미심쩍은 시선을 보내자, 희주가 웃으며 가슴을 폈다.
“맡겨 둬.”
* * *
브리핑 룸에는 구단주 비서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오늘은 아주 중요한 이유로 여러분을 소집하게 되었어요. 여러분을 불러모은 이유는··· 우리 주장에 대한 건데요.”
앨리스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확실히 해명이 필요한 일이었고, 구단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선수를 흔드는 찌라시는 단호하게 응징해야지!’
보아하니 프레스팀의 표정도 의욕적이다. 구단 차원에서 제대로 갚아주려는 모양이라고 기대하는 찰나, 이희주의 입술 사이에서 엉뚱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주장과 에이미 씨가 참 잘 어울리지 않나요?”
가벼운 두통을 느낀 앨리스가 고운 손을 관자놀이에 가져가는 사이, CS팀 멤버 사이에서 환호성이 울렸다.
“부팀장님이 캡틴에게 마음을 두고 있다는 건 전부터 명백했습니다!”
“맞습니다. 이번 프리시즌 신상 모니터링한다고 둘이 같이 움직였습니다. 제가 봤습니다!”
“그렇습니다. 예전에는 풋볼존에 같이 가는 걸 목격했습니다!”
“3연전 당시, 돌아오는 길의 멘트가 결정적이었습니다! 완벽한 삼단 논법 아닙니까? 선덜랜드 팬이라면 캡틴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에이미 부팀장님은 팬이다. 자 그러면 나머지 문장은?”
브리핑 룸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에이미는 캡틴을 사랑한다.]는 명제를 완성시켰다. 결국 보다 못한 앨리스가 살짝 항의했다.
“아니, 그 논리대로라면 저도 캡틴을 사랑해야 한다는 건데···.”
앨리스도 잭을 사랑하긴 한다. 연애 감정은 절대 아니지만. 그리고 앨리스는 선덜랜드 주장을 사랑하는 팬의 이름을 수십 명은 댈 수 있었다. 그중에는 아랫배에 인덕이 쌓이기 시작한 중년 남성은 물론, 유부녀나 이제 갓 걸음마를 뗀 어린아이도 섞여 있다.
그 사랑과 이 사랑은 다른 것인데, 분위기는 막무가내다. 앨리스가 말을 잇지 못하는 사이, 참고인 자격으로 호출된 요니가 곧바로 끼어들었다.
“사실 잭 그놈이 워낙 연애 문제에 관심이 없는 놈이라 확신하긴 어렵지만, 부팀장님 놓치면 잭은 은퇴할 때까지 솔로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연애 이야기만 나오면 그놈이 입버릇처럼 뭐라고 하는지 아시잖아요.”
“자기는 팬을 너무 사랑한다. 그런데 세상에 어느 여자가 그걸 이해해주겠냐는 그 이야기 말이지?”
“참고로 어느 여자라는 문구를 남자로 바꾸면 에이미 부팀장님 입버릇과도 완벽하게 일치해요. 천생연분이네!”
스태프들이 신나서 떠드는 모습을 응시하던 앨리스는, 전략을 조금 바꾸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어떻게 이어주려고요?”
“응?”
“아시다시피 캡틴은 연애에 별 관심이 없는데요. 그리고 에이미 부팀장님은···.”
브리핑 룸이 고요해졌다.
에이미는 표정만 봐도 고객의 마음을 완벽하게 읽어낸다고 할 정도로 눈치가 비상한 사람이다. 괜히 옆에서 수작질을 부리다가는, 오히려 역효과가 날 가능성이 높았다.
몰려든 스태프가 일제히 고민에 빠졌다.
* * *
구단주실에서, 나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희주 이 인간을 어떻게 처리할까 싶어서.
역시 다미에게 맡기는 게 제일 무난한 선택 같다. 희주는 다미를 무척 따르고, 말도 잘 듣는다. 다미라면 앙금은 안 남게, 하지만 눈물 쏙 뺄 만큼 혼내줄 수 있을 것이다.
내 불편한 심기를 알아차린 희주는 곧바로 꼬리를 내리고 살살 기면서도, 한편으로는 억울하다는 반응이었다.
“오빠, 그럼 대체 뭘 도와주려고 했던 건데?”
어, 그렇게 물어보니 할 말이 없다.
[실은 모든 사람의 이마에는 숫자가 있어. 자기 직업에서 얼마만큼의 가치가 있느냐를 표시하는 숫자야. 이번에 잭의 숫자가 올라갈 것 같아서, 도와주려고 했어.]
··· 라고 말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죽어도 말 못 한다. 솔직히 내가 들어도 로열 병원 정신과를 찾아가기 충분한 사유가 될 것 같으니까.
희주 성격이면 그럼 자기와 다미는 숫자가 얼마냐는 것부터 물어볼 것 같긴 한데, 그건 그것대로 대답이 곤란하다··· 쟤하고 다미는 몸값 차이가 너무 많이 나거든.
결국 지금은 희주가 추진하던 프로젝트, 잭과 에이미를 어떻게 엮어주려는 계획을 백지화하는 정도로 마무리하게 되었다.
희주는 눈에 띄게 안도했지만, 어림도 없다. 조만간 다미를 부르긴 할 거니까.
올 시즌은 스타디움 오브 라이트에서 챔스 결승전을 치르게 된다. 그에 맞춰, 작년부터 풋볼스퀘어 주변을 랜드마크로 만들기 위해 각종 프로젝트를 추진했었다.
프로젝트 마무리 때문에라도 다미는 영국에 한 번 와야 한다··· 기왕이면 커뮤니티 실드 일정에 맞춰서 부를 생각이다.
나는 머리를 흔들어 고민을 털어냈다. 업무가 쌓여 있었다. 이럴 때는 처리할 수 있는 것부터 먼저 진행하면서, 고민을 덜어내는 게 내 스타일이다.
잭의 가치를 어떻게 올려줄 것인가? 그건 시간을 두고 답을 구할 문제다. 따라서, 지금은 잠시 보류.
스타디움 오브 라이트를 관광객에게 더 매력적인 도시로 만드는 방법? 그건 프리시즌 막바지에 다미를 불러 보고를 받으면 된다. 패스.
그러면, 일단 영입 건을 계속 진행해야겠지.
생각을 마무리하고 희주를 바라보자, 내 눈치를 살살 살피던 희주가 절묘한 타이밍으로 보고서를 가져왔다. 평소와 달리 오늘은 결재판 사이에 서류를 끼웠다. 자료도 오늘따라 유독 성의 있게 만든 것 같다.
“갑부 오라버님, 레프트백 영입 리스트입니다만. 분석팀 도움을 받아 스무 살에서 스물세 살 사이의 레프트백을 필터링해서 가져왔습니다.”
“수고했어.”
희주가 준비한 자료를 술술 넘기며, 나는 주로 선수 사진의 이마와 예상 이적료에 주목했다.
가치는 들쭉날쭉했지만, 대체로 이적료는 몇백억 정도로 통일감이 있었다. 아무래도 이십 대 초반의 선수는 가격이 대체로 높게 잡히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른 나이부터 주목받는 선수는 장차 언제 어떻게 터질지 모른다는 기대감이 있기에 가격에 거품이 끼는 한편, 아직 검증이 끝나지 않았으니 이적료의 상한선도 명확하다.
물론 나는, 선수가 얼마나 클지 파악할 수 있는 구단주다. 이적료와 이마의 숫자를 비교하면 선수의 가성비도 대체로 알 수 있다. 그러니 나로서는 예상 이적료와 이마의 숫자를 비교해, 잠재가치 대비 싼 선수와 협상하면 된다.
서류를 주르륵 넘기며, 이마의 숫자가 너무 낮거나 가치 대비 이적료가 비싼 선수는 오른쪽으로, 나머지는 왼쪽으로 착착 분류해 나갔다.
옆에선 희주가 ‘오빠가 또 관상 보기 시작했어.’ 같은 소리를 하다가, 내 시선에 곧바로 입을 다물고 물러났다.
그때 서류 하나가 눈에 띄었다.
곤잘로 톨레도, 국적은 스페인.
나이는 스물둘로 흠잡을 데 없었고, 이마의 숫자도 준수하다. 250, 베넷을 밀어내고 주전을 차지할 만큼은 아니지만, 로테이션으로 돌리기엔 살짝 과분할 정도다.
예상 이적료는 대략 천만 유로, 협상 과정에서 프리미엄을 조금 얹어 주더라도 선수의 가치에 대비하면 꽤 저렴하다.
다만···.
“지금까지 계속 윙어로 뛰던 선수인데?”
혹시 착오가 있나 싶어 희주를 슬쩍 바라봤지만, 평온해 보인다. 선수 본인의 마음은 어떻든, 일단 우리 분석팀은 풀백 후보로 이 선수를 올렸다는 뜻이 된다.
잠시 생각한 다음, 나는 곤잘로의 서류를 왼쪽에 올렸다.
* * *
한편, 바 블랙캣츠에서는 잭과 크리그가 따로 만나는 중이었다. 크리그의 면담 신청에, 잭이 블랙캣츠를 지정했기 때문이었다.
잭이 먼저, 크리그가 조금 늦게 도착했다. 자리에 앉으며 크리그가 곧바로 주문했다.
“우유 부탁합니다··· 왜, 뭐?”
자신을 빠안히 바라보는 잭의 시선에, 크리그가 인상을 썼다. 그러자 잭이 곧바로 떠들었다.
“예전에 들은 적 있슴다. 우유처럼 생긴 칵테일이 있다고 했슴다. 얼핏 보기엔 똑같았슴다. 우리 마스터라면 완벽하게 만들 수 있을 검다.”
그러자 바텐더가 친절한 미소를 지었다.
“카이칸 피즈 말씀이시군요. 물론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크리그 선수는 그걸 드시지 않으셔서요.”
“진짜 우유야. 나 술 안 마시는 거 알잖아.”
“알겠슴다. 그래도 바에서 진짜 우유 드시는 건 좀···.”
그러자 이번엔 크리그의 시선이 잭에게, 정확히는 잭의 앞에 놓인 칵테일 잔에 향했다.
“아니, 제 블러디 메리가 어디가 어때서 그러심까?”
“보드카가 빠진 블러디 메리··· 우리는 그걸 토마토 주스라고 부르기로 합의한 것 같은데.”
잠시 후 선덜랜드의 18번과 22번이 알콜이라고는 조금도 들어 있지 않은 토마토 주스와 우유로 건배했다. 잭의 표정은 명랑했지만, 크리그는 영 어색했다. 아무래도 내공 차이 때문이었다.
잭의 경우 어릴 때부터 요니라는 단짝과 주스나 우유로 건배하며 어른들 흉내를 내곤 했지만, 크리그는 아무래도 어색했던 것이다.
“바에서 음료 시키려니 기분이 이상하군.”
“어쩔 수 없슴다. 클럽하우스 로비는 보는 눈이 많슴다. 상담은 바 블랙캣츠에서 하는 검다. 이곳에서 나눈 이야기는 밖에 새지 않슴다. 그래서 무슨 고민 있으심까?”
그러자 크리그는 잠시 망설인 다음 대답했다.
“올해 계속 뛰는 게 맞는지 고민스러워서.”
처음 이야기를 꺼내기까지는 망설였지만, 한번 말문이 트이고 나니 이후의 이야기는 술술 쏟아졌다.
“원래는 바스티아노가 합류한 시점에서 떠나려고 했는데, 구단주님께서 서브라도 괜찮다면 계속 기회를 주신다고 하셨지. 그래서 눌러앉았지. 이제 와서 다른 팀 유니폼을 입고 싶진 않았거든.”
“이해함다.”
“그런데 이번에 톰슨 씨가 떠나는 모습을 보니 많은 생각이 들더군. 톰슨 씨는 나보다 기량이 훨씬 나은데도, 아직 아름다울 때 떠나는구나 싶어서···.”
잠시 자신의 칵테일 잔을 내려다보던 크리그가, 침중하게 덧붙였다.
“나도 이제 자리를 비켜줘야 하지 않을까. 나보다 베리와 터너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줘야 하지 않을까. 그러려면 이제 그만 뛰어야 하는 거 아닐까?”
잭의 대답은 단호했다.
“크리그 씨. 그건 우리가 정하는 게 아님다. 팀이 정해 주는 검다.”
“그렇겠지. 그런데 우리 구단주님은··· 그런 분이 아니시잖아··· 그러니까, 팀을 위해서라면 먼저 떠나야 하는 게 아닐까 고민스러워서.”
“크리그 씨. 저는 사랑하니까 떠난다는 말 좋아하지 않슴다. 사랑하면 붙어 있어야 하는 검다.”
목이 타는지, 잭이 자신의 토마토 주스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러고 나서도, 잭은 입술가를 핥고 나서야 이야기를 이어나갈 수 있었다.
“다시 말씀드림다. 언제까지 뛸지 정하려 할 필요는 없슴다. 그건 우리가 정할 문제가 아님다. 우리는 그저, 어떻게 뛸지만 정하면 됨다.”
“어떻게 뛸지만 정하면 된다···?”
“오늘 어떻게 훈련할지. 다음 경기는 어떻게 뛸지, 팬들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뭐 그런 느낌 아니겠슴까? 뭠까, 그 표정은.”
“아, 미안해. 역시 주장이구나.“
스스로는 눈치채지 못했지만, 크리그의 표정은 퍽 미묘하게 바뀌었다. 크리그가 선덜랜드에 합류했을 때, 잭은 유스에서 갓 콜업된 새내기였기 때문이다. 몇 년 전부터 잭이 선덜랜드의 주장이 되었다고 해도, 실감은 나지 않았다.
그래서 크리그는 그동안 개인적 상담은 주로 톰슨에게 의지했었다.
‘이젠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군.’
크리그가 표정을 고치고 미소를 지었다.
“고맙다. 덕분에 후련해졌어.”
‘톰슨 씨는 자리를 비켜준 게 아니었구나.’
마냥 어리게 보았던 이들이, 어느새 나란히 달리고 있었다. 혹은 자신을 앞서 달리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더 분발해야 하는 거였다. 이제 꺾여가는 몸으로는, 모든 걸 끄집어내야 간신히 저들을 따라갈 수 있기에.
일부러 비켜줄 필요는 없었던 것이다. 마지막 열정을 불태우고, 아무것도 남지 않았을 때 자연스레 이별하게 될 테니. 그래서, 크리그는 자문했다.
‘미련이 남아 있는가?’
그렇지는 않다. 크리그는 이 팀에서 스스로 과분하게 느껴질 만큼의 커리어를 쌓았다. 더 이상을 바란다면, 과욕일 것이다. 하지만···.
‘내 안에, 불태울 무언가는 남아 있는가?’
축구에 미쳐 있던 이십 대 시절만큼 열정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아직 뜨거운 감정은 존재한다. 자신을 부활시켜준 팀, 그리고 구단주에게 보답하려는 마음가짐 같은 것들이 남아 있었기에.
‘그렇다면, 팀을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을 것인가?’
선덜랜드는 이미 프로 축구 클럽이 가져올 수 있는 모든 트로피를 확보한 상태였다. 그렇다면 남은 업적은 이제 하나뿐이다.
크리그의 머릿속에서, 선덜랜드가 마땅히 가져야 할, 하지만 아직 해내지 못한 단어가 선명하게 떠올랐다.
“트레블.”
크리그의 혼잣말에, 등 뒤에서 목소리가 따라붙었다.
“멋진 생각이심다. 올 시즌, 우리 팬들에게 가장 좋은 선물이 될 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