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투자의 신이 키우는 축구단-363화 (363/422)

더 많은 트로피를 원한다면 (5)

메디컬 체크를 마친 선덜랜드는, 곧바로 곤잘로의 오피셜 영입을 발표했다. 축구 팬들 사이에서는 흔히 ‘옷피셜’이라고 부르는, 유니폼 입고 찍는 공식 입단 발표다.

뒤이어 선덜랜드는 곧바로 서른두 살의 영국산 미드필더, 그레이엄 “레이” 브라운을 영입했음을 함께 발표했다.

“절대로 나쁜 영입은 아니고 다들 알짜인 것 같긴 한데··· 사실 좀 수수하긴 하네요.”

런던 튜브의 선덜랜드 담당 기자, 엘렌이 한숨을 내쉬었다. 스스로 말한 것처럼 영입 자체는 괜찮게 한 것 같지만, 아무래도 특종이 될 만한 소재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프리시즌에선 다른 팀들이 역대급으로 돈을 풀어 제낀 영향이 컸다.

“맨시티는 선덜랜드 두세 배는 쓴 것 같지? 뭐, 소스 특성상 숫자가 정확하다는 보장은 없겠지만.”

“뉴캐슬은 다섯 배 넘게 질렀을 것 같고요. 그런데 선덜랜드 이번 영입은.”

선배 기자 렌던을 향해, 엘렌이 살짝 푸념했다. 그러자 렌던이 곧바로 명단을 줄줄 읊었다.

“워크퍼밋 때문에 2년간 밖에서 돌았던 신인 최새벽, 아직 검증 안 된 윙포워드 곤잘로. 그리고 전성기가 지난 레이 브라운이 고작이라는 거지?”

“네, 레이 브라운 정도면 전성기 기량으로는 선덜랜드에서 뛰기 충분해 보이지만, 지금은 서른둘이라 기대감이 덜하죠. 좋은 의미로도 나쁜 의미로도, 순혈 영국산 미드필더니까요.”

열심히 뛰는 하드워커 타입으로, 활동량이 무기이며 워크에씩도 뛰어나지만, 발재간은 다소 투박하다는 이미지를 짧게 줄이면, 순혈 영국산 미드필더라는 단어가 된다. 굳이 따지자면 기존 선덜랜드 미드필더진에서는 주장 잭과 가장 비슷한 타입이다.

렌던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잭에 대한 루머가 더 판치겠군.”

“구단에서 잭의 비중을 줄이려는 포석으로, 올 시즌에는 출전 수를 줄일 거라고 하는 이야기 말이죠? 그건 또 무슨 참신한 헛소리인지···.”

사실 잭에 대한 비판이 전부터 살살 커뮤니티에 나돌기는 했다. 재작년에는 ‘저렇게 투박한 선수 데리고는 절대 리그 우승 못 한다.’ 고 조롱했고, 지난 시즌에는 ‘저 선수 데리고는 절대 챔스 우승 못 한다’며 패악질을 부렸다.

요약하면 더 많은 트로피를 원한다면 돈을 써야 하며, 미드필더를 더 좋은 선수로 바꿔야 한다는 이야기다.

물론, 어그로성 발언이었다. 선덜랜드 팬들이 가장 사랑하는 선수를 흠집 내고 조롱함으로써 팬들에게 상처를 주려는 의도임을, 언론은 물론 선덜랜드 팬들도 전부 알고 있었다.

다만, 일부 선덜랜드 팬들은 그런 어그로들 때문에 구단이 정말로 잭의 비중을 줄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꼈다. 그리고 언제나 기레기들은 그런 불안을 절묘하게 이용하곤 한다.

조회수를 뽑아먹기 위한 수작으로.

렌던이 고개를 흔들었다.

“잭은 지난 시즌 활동량이 너무 많았어. 조금 줄여 줘야지. 안 그러면 선수가 망가져. 다행히 잭은 철강왕 타입이라 아직 버티고는 있지만···.”

“네, 결국 지속적인 오버워크는 선수를 반드시 망가뜨리니까요.”

“차라리 잔부상으로 드러누우면 낫지. 철강왕 타입이 무리하다 무너지면··· 진짜 한 번에 훅 가는 경우가 나오거든.”

“맨시티 3연전에서 살짝 조짐이 보였죠? 3경기의 잭은 평소보다 훨씬 몸이 무거워 보였어요.”

잭의 경우 오히려 출전을 조금 줄이는 게 선수를 더 중용하겠다는 제스처가 될 것이다. 일단 잭이 출전한 경기에서 그의 활동량을 줄이기는 어려울 테니.

“축구 잘 아는 코어 팬들은 이번 레이 영입이 오히려 잭을 소중하게 여기려는 것임을 알겠지. 하지만 라이트 팬들은 그런 걸 몰라. 그냥 자기가 좋아하는 선수가 많이 뛰는 게 최고인 줄 알지. 아, 그 사람들이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네, 진짜 악질은 그런 라이트 팬을 부추기는 기레기들이죠. 같은 기자 신분인 게 부끄러워요. 다행히 선덜랜드에서 열심히 때려잡는 모양이지만요.”

엘렌의 이야기에, 렌던의 눈이 이채를 발했다.

“그러고 보니 이번엔 평소보다 대응이 유독 빠르던데.”

선덜랜드 프레스팀이 일 잘하는 건 정평이 나 있지만, 프레스팀의 ‘협조 요청’ 공문에 순순히 꼬리를 내릴 것 같았으면 애초에 기레기 짓은 시작도 안 했을 것이다.

선덜랜드가 기레기를 박멸하는 방식이 궁금해진 렌던에게, 엘렌이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목소리를 낮췄다.

“노스이스트 저널 분들한테 오프 더 레코드 조건으로 들은 정보인데요.”

잠시 후, 엘렌의 입술 사이에서 무시무시한 단어가 흘러나왔다.

‘무서운 누님.’이 영국에 오셨다고.

* * *

영국에 날아온 지 며칠도 안 되어, 다미는 꽤 많은 전리품을 확보했다. 종류는 신문 원고부터 영상 필름까지 다양했고, 양도 제법 많아 보인다. 각종 기레기들로부터 몰수해온 모양인데, 자세한 방법은 묻지 않기로 했다.

한편, 다미는 마냥 행복해 보였다. 아마 원인은 무릎 위에 올려둔 상자 때문일 것이다. 금고처럼, 혹은 방호 케이스처럼 보이는 물건이었는데, 손글씨로 쓴 라벨이 붙어 있었다.

[FA컵 준결승]

보아하니 기레기 퇴치하는 김에 겸사겸사 자료도 수집한 모양이다. 방송국부터 축협까지 두루 연락해, 준결승 영상 소스를 모조리 확보했다는 것 같다.

하긴, 지난 FA컵 준결승은 제법 명경기였지. 다만, 다미가 그 경기 영상을 밥 먹을 때도 떼어놓지 못할 정도인지는 사실 잘 모르겠지만.

“웸블리의 특정 지점만 찍었을걸.”

스테이크를 썰다 말고 희주가 중얼거린 말에, 가볍게 응수했다.

“나도 알아. 그라운드겠지.”

“거기가 아니라 믹···.”

“희주 씨.”

다미의 목소리는 언제나처럼 상냥함 함유량이 높았지만, 어째서인지 희주의 몸은 굳었다.

“다미 언니? 저는 아무 말도 안 했어요.”

“네.”

다미가 배시시 웃었고, 옆에서 희주는 티가 나게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했다.

잠시 후, 다미는 옆 테이블에 앉은 최새벽 쪽에 시선을 돌렸다.

“참, 들었어요. 최새벽 선수! 다음 주 연습경기가 선덜랜드 데뷔전이 된다죠? 축하해요.”

“감사합니다.”

조금 쑥스러운 듯 인사를 받는 최새벽의 모습에서, 나는 새삼 다미와 최새벽이 서로 안면이 있는 사이임을 깨달았다.

“감개무량하네요. 제가 직접 영국까지 데려온 선수가 드디어 프리미어리그에 데뷔하게 되다니··· 그래서 오늘 점심은 제 선물이니까, 맘껏 들어요.”

다미는 영국에 올 때 종종 그러는 것처럼, 이번에도 대량의 한우 도가니를 조달했다.

마침 우리 선수들에게도 코리안 비프 니 수프··· 그러니까 도가니탕이 호평이라는 이야기를 했더니, 다미는 레스토랑을 대절해 선수단 전원에게 식사 대접을 하겠다고 나섰다.

기본적으로는 양식 코스였는데, 중간에 도가니탕을 곁들이는 식이었다. 우리 선수들은 대체로 호평이었지만, 정작 한국인 최새벽만은 살짝 미묘한 반응이었다.

“감사합니다. 오랜만에 한식을 먹어서 반갑네요···. 그런데 부사장님 같은 분도 푸드 패디즘을 믿으실 줄은 몰랐습니다.”

최새벽의 지적에 다미가 배시시 웃었다.

“아이참, 저도 알아요. 도가니가 무릎에 좋다는 속설에는 사실 과학적 근거가 별로 없다는 것 정도는요.”

다행히 둘은 한국어로 이야기를 나누었기에, 그동안 도가니가 무릎에 좋다는 말을 믿고 신나게 퍼먹은 잭이나 톰슨이 정신적 충격을 받지는 않았지만···.

최다미 씨? 그럼 그동안 나한테 퍼먹인 도가니는 다 뭡니까?

그사이, 다미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다만, 저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어서, 무릎 건강에 좋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시도하지 않을 수 없어요. 이해해 줬으면 좋겠네요.”

그러자 최새벽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합니다. 조금 부럽기도 하고요.”

최새벽은 내 쪽에 의미심장한 시선을 돌린 다음, 자기 그릇을 알뜰하게 비웠다.

그리고 나도.

“아 맞다. 모처럼 온 거니까 경기 좀 보고 가.”

그러자 다미의 눈이 잠깐 동그랗게 변했다가, 다시 가늘게 휘었다.

“언제까지요?”

“기왕이면 개막전··· 아니, 커뮤니티 실드까지 보고 가면 좋겠네.”

트레블과는 관련이 없지만, 그래도 트로피가 걸린 대회고, 가져올 자신도 있었으니까.

“네!”

다미는 퍽 행복해 보였다.

* * *

같은 시각, 뉴캐슬 회장 사무실.

“역시 오일머니가 월가 자본보다 훨씬 낫다고 하는데요? 돈 쓰는 게 화끈하다고요. 역시 더 많은 트로피를 원하면 돈을 써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아요.”

무심코 SNS 반응을 전하는 사만다의 이야기에, 나지프의 얼굴이 구겨졌다.

“정말로 우리 팬 맞습니까? 우리 팬이면 제발 입방정 떨지 말고 가만있어 달라고 전해 주세요.”

나지프의 반응은 살짝 신경질적일 정도였다. 그동안 보드진끼리의 싸움에서 살짝 트라우마가 생길 정도로 얻어맞았기 때문이다.

나지프가 타인위어의 팬심을 붙잡기 위한 수단을 준비할 때마다, 선덜랜드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 즉시 카운터를 때렸다. 결국 나지프는 회장 사무실에 도청기가 붙은 건 아닌지 조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사실, 애초에 나지프가 이기기 힘든 상대긴 했다. 끌어다 쓸 수 있는 자금력부터 차이가 여실했으니. 물론 자금력 문제는 리미트리스와 사우디 국부펀드의 재력 격차라기보다는, 오너 본인과 대리인 사이의 권한 차이에 가까웠지만···.

‘당분간 보드진 차이는 메우기 어렵겠지.’

회장 사무실이 조용해졌다. 본의 아니게 나지프를 ‘긁은’ 셈이 된 사만다는 물론, 감독 시어러도 나지프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이봐, 회장. 자네는 정말 잘해줬어. 이번 프리시즌에는 선수단 보강도 신경 써줬지. 그러니 이제부터는 내 몫이야.”

시어러가 짚은 ‘자신의 몫’은 사실, 전술이나 경기력의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보다는 선수단을 든든하게 장악하는 임무다. 많은 선수를 한 번에 바꾸게 되면 반드시 트러블이 생기기 때문이다.

마침 시어러에게 잘 어울리는 역할이었다. 그는 구단의 레전드 출신이자, 영국 축구계에서 전설로 꼽히는 스트라이커였기에. 혹자는 리더십 원툴이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했지만, 그 리더십이야말로 기반을 다져야 할 신생 빅클럽에 가장 필요한 요소다.

선덜랜드가 지난 몇 년간 로저스와 함께 증명했던 것처럼.

나지프가 한숨을 쉬었다.

“갑자기 ‘그 팀’이 부럽군요. 임대 나갔던 신인 복귀시키고, 로테이션 돌아 줄 젊은 선수와 베테랑 한 명 영입으로 프리시즌을 끝낸다는 게 얼마나 대단한 건데···.”

축구계의 모두가 아는 것처럼, 이희성의 선덜랜드는 돈이라면 얼마든지 찍어낼 수 있는 팀이다. 보드진의 의욕도 철철 넘친다. 그만큼 구단 덕질에 진심인 사내가, 빅네임 영입 대신 로테이션급 셋으로 만족하는 이유는 당연하게도···.

“딱 세 명만 보강하면 모든 대회를 노릴 수 있다고 선언하는 거겠지. 분하게도 그만한 전력을 갖췄고.”

더 많은 트로피를 원한다면 돈을 써야 한다. 최근의 축구계에서는 상식처럼 통하는 명제였다.

이번 이적시장에서, 프리미어리그 팀들은 전부 그 상식에 따라 움직였다. 빅클럽은 돈으로 중하위권 팀의 에이스를 쓸어 담았고, 중하위권 팀은 그 돈으로 해외 리그 선수를 잔뜩 사들였다.

그 흐름에서, 유일하게 선덜랜드만이 예외였다.

“그 팀은 지금까지 적지 않은 돈을 쓰긴 했지만··· 이번 영입시장에서는 제일 돈을 안 썼지.”

“사실 평소에도 대부분 인프라 투자였습니다. 얄밉게도요.”

이야기를 나누는 나지프와 시어러 사이에, 사만다가 슬쩍 끼어들었다.

“회장님.”

“왜 그러시죠?”

“죄송합니다만, 얄미울 일이 더 생기셨는데요.”

사만다가 곧바로 기사를 내밀었다. 선덜랜드가 자랑하던 풋볼 스퀘어가, 1년간의 공사 끝에 마침내 종합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바뀌었다는 내용이었다.

[FC 선덜랜드는 스타디움 오브 라이트에서 열리는 이번 챔스 결승전에 대비해, 시티 오브 선덜랜드를 매력적인 관광지로 탈바꿈하겠다는 비전을 시즌 초반부터···.]

뉴캐슬 회장실이 조용해진 와중, 나지프의 목소리만이 서글프게 울렸다.

“왜 돈도 저 팀이 더 많이 쓰는 건데···.”

* * *

한편, 프리시즌 내내 선덜랜드는 아주 위협적인 경기력을 보였다.

빌레펠트와의 프리시즌 첫 경기를 새로 입단한 최새벽과 레이 브라운의 데뷔전으로 만든 선덜랜드는, 상대에게 유효슈팅조차 허용하지 않고 완봉한 것이다.

덕분에 프레스 관계자 사이에서도 호평이 많았다.

“레이 브라운은 원래 프리미어리그의 베테랑이니 당연한 활약이지만, 최새벽이 정말 놀랍군요.”

“이고르만큼 단단한 철벽같은 느낌은 아니지만, 기동성과 위치선정은 압도적이었죠.”

런던 튜브의 엘렌이 감탄했고, 선덜랜드 데일리의 리타가 동조했다. 그리고 다른 기자들도 대체로 둘의 의견을 수긍했다.

물론 애써 깎아내리려는 의견도 없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동양인 센터백에 대해서 다소의 편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풀백까지는 그렇다 쳐도 센터백을 볼 수 있는 체격인가?”

“이고르보다 빠르긴 해도, 힘과 높이가 달리는 것도 꽤 불안한데.”

일부 기자들의 이야기에, 엘렌과 리타가 쌍으로 한숨을 쉬었다.

“저 축알못들은 최새벽 선수가 지난 시즌까지 어디서 뛰었는지 잊은 건가?”

유럽 최장신 국가를 거론할 때 빠지지 않는 나라가 바로 크로아티아고, 최새벽은 바로 그 크로아티아 리그를 2년 만에 완벽하게 평정하고 돌아온 선수였다.

피지컬로 크로아티아의 공격수를 찍어누를 정도는 아니었지만, 상대에게 일방적으로 밀리지는 않을 만큼은 힘을 키웠다. 무엇보다, 애초에 피지컬 경합 상황이 오지 않도록 자리를 선점하고 패스를 끊어내는 모습이 일품이다.

“보아하니 축구 지능도 우수해 보이죠?”

엘렌의 평가에, 논리에서 완패한 ‘일부’ 기자들이 투덜거렸다.

“에디가 옆에 붙어 있으면 누군들 축구 지능 나빠 보일까.”

에디는 전형적인 ‘머리 좋은 수비수’의 대명사였다. 페르난데스가 떠난 이후, 선덜랜드 포백라인을 통솔하는 임무는 사실상 에디의 역할로 굳어졌다고 할 정도로. 그러니 ‘에디와 같이 출전했으니 축구 지능을 논하기는 이르다’는 평가 자체는 틀린 말은 아니었다.

다만, 선덜랜드는 마치 그런 평가를 기다렸다는 것처럼 대응했다.

[프리시즌 제 2경기. 선덜랜드 대 카디스]

선덜랜드는 마치 보란 듯 에디를 벤치에 앉혔고, 베넷, 최새벽, 그리고 이고르와 프랭크로 포백라인을 짰다.

그 조합으로도 상대의 공격을 또다시 셧아웃했다. 유효슈팅 두 개를 내줬으며, 그중 한 번은 골키퍼 정면이라 전혀 위협적이지 않았다.

“철의 포백···.”

과거, 지단과 함께 월드컵을 차지했던 프랑스 대표팀 포백라인을 상징하는 이명이 거론될 만큼 압도적인 경기력에, 최새벽 영입을 까던 기자들도 태도를 손바닥 뒤집듯 바꿨다.

“선덜랜드는 원래 수비가 좋은 팀이지. 이번에 영입생들이 똑같은 수준의 수비력을 갖췄음을 입증하기까지 했으니, 약점은 없다고 봐도 되겠네.”

“작년 챔스의 아픔을 딛고, 토너먼트에서 확실히 올라가기 위한 선택인 것 같군. 공격진 보강은 살짝 아쉽지만···."

“마르틴을 가진 팀이, 백업으로 곤잘로 하나 데려오는 건 아무래도 빈약하지.”

신나게 떠드는 기자들은, 선덜랜드의 3경기 선발 라인업 발표와 동시에 침묵했다.

“아니, 곤잘로가 왜 레프트백으로 나와!?”

[프리시즌 제 3경기. 선덜랜드 대 베로나]

그날의 선덜랜드 수비라인은 ‘철의 포백’답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상대에게 유효슈팅을 여러 차례 허용했고, 마침내 점수까지 내줬다.

다만···.

“이것도 나름 철의 포백이긴 하네요.”

“맞아요. 방패로 사람 때리는 느낌이라서 좀 그렇지만.”

엘렌과 리타의 코멘트처럼, 레프트윙 마르틴과 레프트백 곤잘로의 조합은, 경기장 왼쪽 측면을 그야말로 초토화하며 맹폭격을 퍼부었다.

그날 선덜랜드는 5 - 1로 완승했고, 어느새 이적 시장의 행보가 아쉽다는 여론은 완벽하게 사라졌으며···.

[선덜랜드가 정말로 올 시즌 목표를 트레블로 잡았다면, 너무나도 겸손할 정도다··· 이 팀이 EFL컵과 커뮤니티 실드를 놓친다면 오히려 놀라울 것.]

[응원하는 팀이 더 많은 트로피를 들기 원한다면? 지금 즉시 선덜랜드로 갈아타길 권한다. 필자는 조금 전 블랙캣츠 멤버십 신청했다.]

[참고로 멤버십 신청이 밀려서 대기가 오래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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