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투자의 신이 키우는 축구단-375화 (375/422)

역사를 만들기 위해 (5)

나는 스코어보드와 경기장을 몇 번이고 번갈아 바라보았다.

고쳐 보고 다시 봐도 스코어는 변함이 없었다. 4-3 선덜랜드 승리. 그리고 경기장의 풍경 또한 바뀌지 않았다.

고개를 살짝 떨어뜨린 채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바르샤 선수들과, 고개를 빳빳하게 세운 채 스탠드의 팬들에게 손을 흔드는 우리 선수들의 대조적인 모습으로.

감회가 새로웠다.

챔스 우승 시즌, 우리는 그야말로 이름 있는 강팀들을 모조리 잡아냈었다. 뮌헨, 유베, 레알, 그리고 파리까지. 그렇게 선덜랜드가 유럽의 왕임을 이미 입증했지만··· 그래도 역시 바르샤를 꺾는다는 건 조금 특별하다.

희주도 마찬가지 생각인지, 마치 갑자기 생각났다는 것처럼 이야기를 툭 하고 꺼냈다.

“그러고 보니, 오빠가 팀을 사고 첫 상대가 바르샤였지?”

“그랬지.”

당시 우리는 3부 리그에 있었고, 바르샤를 부르기 위해서는 그들이 거절하지 못할 돈을 쌓아야 했다. 그렇게 바르샤를 겨우 초청했던 날, 선덜랜드는 내 눈앞에서 다섯 골을 내주며 무너졌다.

그들과의 재회까지는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4시즌을 기다린 프리시즌 컵에서는 2-2 동점이었고, 다음 라운드 진출권은 승부차기로 가려졌었다.

그리고 세 번째 대결이자, 처음으로 공식전에서 만난 바르샤와의 스코어가 4-3. 이제 우리가 그들보다 강한 팀이다. 적어도 오늘 하루는.

그렇게 나는, 경기장에 흩날리는 색종이 꽃가루와, 일제히 일어나 노래하는 팬들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Wise man say, only fools rush in.

But I can’t help falling in love with you.

마냥, 웃음이 나왔다.

* * *

하지만 믹스드 존에 모습을 드러낸 브라이언의 얼굴은 무척이나 어두웠다.

“기대하신 팬들 앞에서 좋지 못한 경기를 치렀습니다.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습니다만, 결과가 따르지 않았습니다. 전술적으로 미스가 컸던 것 같습니다.”

뜻밖의 인터뷰에 기자들이 서로 눈을 마주 봤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는데, 오죽하면 희주도 고개를 갸웃거릴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뭐, 나로서는 브라이언의 반응도 이해는 가지만.

잠시 후, 기자가 조심스럽게 되물었다.

[선덜랜드의 브라이언 감독님, 지금 챔스 조별 2경기 대해 인터뷰하는 중입니다. 조금 전 끝난 경기요.]

차마 ‘이겨 놓고 왜 이러세요.’라고 말할 수 없었던 기자의 고충이 전해지는 질문이었다. 승장의 인터뷰라고는 도저히 믿기 어렵다는 반응이겠지만, 브라이언의 답변엔 변함이 없다.

“선덜랜드는 홈에서 3점씩이나 내줬는데도, 그저 이겼다는 이유로 기뻐해야 하는 그런 팀이 아닙니다. 아무리 상대가 바르샤라도요."

모든 의미에서 브라이언다운 반응이었다. 그는 6-1로 이기는 경기보다 1점 차이의 클린시트 승리를 훨씬 선호하는 감독이고, 지금의 선덜랜드는 진지하게 트레블에 도전하는 팀이다.

무심코, 또 웃음이 나왔다. 옆에서 희주가 슬쩍 물어본다.

“오빠, 갑자기 왜?”

“그냥.”

문득, 또 옛날 생각이 난다.

바르샤를 처음 상대하던 날, 다섯 골을 내주고도 헤실헤실 웃으며 유니폼을 얻으러 줄을 서던 모습은 이제 어디에도 없다. 이기고도 세 골을 내줬다는 이유로 반성하는 팀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기자들 또한 브라이언의 진지한 답변에 하나둘씩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한다. 어디선가 누군가가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트레블을 노리는 팀이라면, 이 정도 패기는 있어야지.”

* * *

앨리스가 힘차게 선언했다.

“그래서 브라이언 감독님은 마침내 말씀하셨죠. 다음 경기에서는 단 1점도 내주지 말아야 한다고요.”

마치 중세 음유시인을 연상케 하는 그녀의 유창한 언변에 축구 펍이 순간적으로 조용해졌다.

“또한, 스타디움 오브 라이트에서의 패배를 우리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것처럼, 칠만 팬들이 보고 있는 이곳에서의 실점 또한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사실 브라이언은 그렇게 말재주가 출중한 감독은 아니고, 따라서 선수들 앞에서 저렇게까지 매끄럽게 말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브라이언의 멘트에 담긴 진심과 단호함에, 한때 언론사 인턴으로 일했던 앨리스의 편집이 더해지자 효과는 굉장했다.

가장 오래 고생했던 마일즈는 눈시울을 붉혔으며, 수잔은 당장이라도 메신저 엘리스를 끌어안을 것처럼 정열적인 시선을 보냈다.

“새삼 느끼는 거지만, 선덜랜드가 진짜 세지긴 세졌네.”

브렌든이 고개를 끄덕거리는 옆에서는, 핫도그 사내가 미소를 지었다.

“이럴 때 Ju-Mo라고 외치면 되는 건가?”

그러자 맥주집 사장이 재빨리 반응했다. 전략 칵테일, ‘국뽕’을 내오는 덩치 큰 사내의 입은 진작부터 귀에 걸려 있었다. 그가 경영하는 [죽어도 맥켐즈]가 개업 이래 최대 대목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이번 바르샤전을 맞아, 시티 오브 선덜랜드를 찾은 팬들의 수는 역대급이었고, 미처 표를 구하지 못한 축구팬들이 풋볼 스퀘어와 축구 펍에 몰려들었다.

그것만으로도 매상 대폭발인데, 심지어 바르샤를 꺾어버리기까지 했다. 덕분에 승리의 축배를 들려는 사람들까지 몰려들며 역대급 매상을 찍어버렸다.

“자, Kuk-pong 나왔습니다!”

맥주집 사장이 가져온 막걸리 칵테일을 빤히 바라보던 크리스가 눈을 빛냈다.

“우유야?”

맥주집 사장이 난처하다는 표정을 지었고, 앨리스가 재빨리 칵테일 잔과 크리스 사이를 가로막았다.

“아니, 저거 우유 아니야. 우리 크리스는 마시면 큰일 나. 누나랑 주스 마시자, 알았지?”

“사과 주스!”

크리스의 외침에, 어른들 사이엔 잠시 안도의 기색이 번졌다. 원래는 맥주 전문 펍에서 사과 주스를 내놓지는 않지만, 요즘 [죽어도 맥켐즈]는 칵테일도 취급하는 중이라 과일 주스도 준비되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크리스의 요구는 좀 더 복잡했다.

“젤리 든 걸로!”

앨리스가 난처해하는 사이, 맥주집 사장이 곧바로 고개를 끄덕여 ‘외부 음식 반입’을 허용했고, 마일즈가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났다.

문을 열자 밖에서 함성이 일제히 쏟아져 들어왔다. 온 거리에, 풋볼 스퀘어의 목소리가 아직도 메아리치고 곳곳에서 선덜랜드를 외치는 목소리가 들렸다.

정말로, 행복한 밤이었다.

그리고 행복은, 그날 밤 이후에도 계속 이어졌다.

리그에 복귀한 선덜랜드는, 바르샤와의 난타전이 정말로 꿈이었던 것처럼 깔끔한 클린시트를 이어 나갔다.

영원처럼 거듭되는 1-0의 행진에 SNS도 또다시 달아올랐다.

- 선덜랜드 정도면 다득점 노려도 괜찮지 않나? 트레블 팀이잖음.

ㄴ 트레블 팀이라 더 저러는 거임. 그냥 딱 한 골만 넣고 게임 끝내버리는 거지. 설마 선덜랜드가 팰리스나 소튼 상대로 다득점 못 해서 저런 운영 하겠음?

- 근데 중하위권들 상대로 괜히 실점 줄인다고 하다가 무재배 들어가는 거 아니냐?

ㄴ 그건 무재배가 뜨고 나서 걱정하면 될 듯.

다득점 경기는 없어졌지만 실점은 확연히 줄었다. 리그에서는 기존 멤버들과 이적생, 그리고 젊은 선수들이 골고루 맹활약하며 무패행진을 이어갔고, 컵 대회도 순항 중이었다.

챔스 조별 3경기, 아약스 원정은 예고한 것처럼 1-0으로 제압했고, EFL컵 16강에서는 맨유를 꺾었다.

그리고 맞이한 11월 가을, 챔스 조별리그 4경기.

선덜랜드는 밀란을 홈에서 잡아내며 4연승을 달렸다. 그리고 같은 날, 아약스와 바르샤가 비기면서 선덜랜드의 16강 조 1위 진출이 확정되었다.

- 이상하다. 배정받을 때는 분명히 죽음의 조라고 그랬었는데?

ㄴ 죽음의 조 맞음. 선덜랜드 빼고 다른 팀들에게는.

ㄴ 하긴, 지금 선덜랜드 빼고 나머지 세 팀이 전부 1승 라인이지?

선덜랜드 팬들이라면 당연히 발걸음이 씩씩해지고, 가만있어도 어깨가 절로 펴지는 나날이 매일 이어졌다.

마일즈와 브렌든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아침 출근길, 서로의 집 대문 앞에서 딱 마주친 두 이웃이 반갑게 서로 인사를 나누었다. 얼굴을 마주 보며, 평온하게 굿 모닝을 외치는 입술 끝이 웃음을 참지 못해 실룩거렸다.

“마일즈, 자네 혹시 사고 친 건 아니지? 바람을 피웠다거나···.”

“아침부터 무슨 소리야. 재수 없게.”

마일즈가 인상을 쓰며 나무라자, 브렌든이 어깨를 으쓱였다.

“아니, 볼에 손톱자국이 나 있길래 혹시나 했지.”

그러자 마일즈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아··· 수잔은 아니야. 정말로 내가 사고 쳤으면 굳이 꼬집지 않았을걸.”

“하긴, 수잔은 손이 맵지.”

“내가 꼬집은 거야. 요즘 너무 행복해서 오히려 불안하더라고. 이게 다 꿈은 아닐까··· 눈 떠보면 조르디에게 조롱당하는 그런 날들이 이어지는 건 아닌가 싶어서.”

전직 조르디 브렌든의 얼굴에 잠시 쓴웃음이 떠올랐지만, 잠깐이었다. 브렌든이 다시 히죽거리기 시작했다.

마일즈가 브렌든의 얼굴을, 구체적으로는 뺨과 머리 쪽을 흘끔거리며 물었다.

“그나저나 자네는···.”

”자네라니! 이제부터는 선덜랜드 티타늄 시즌권 오너라고 부르도록··· 아, 오래 걸렸어. 5년. 이제 나도 5년이란 말이지!”

브렌든의 얼굴은 의기양양했다. 보아하니 샤워 도중 혼자 계속 거울 보면서 나는 누구를 외쳤을 게 뻔했다. 그게 아니라면, 한쪽만 덜 깎인 수염이나 삐져나온 머리칼을 설명할 길이 없다.

마일즈는 대답 대신 자신의 티타늄 시즌권을 꺼내 보였다. 그러자 브렌든이 눈을 깜빡였다.

“어? 자네 건 왜 나하고 디자인이 다르지?”

“나는 20년 차 시즌티켓 홀더라서 말이지. 자네가 5년을 채우는 동안 나는 놀았겠냐고.”

* * *

한편 11월 중순에 접어들면서, 선덜랜드 CS팀은 약간의 업무 폭주 상태를 겪게 되었다.

주된 원인은, 곧 겨울이 오기 때문이었다··· 정확히는 12월이.

12월, 서구권에서는 크리스마스 시즌으로 통하지만, 축구계에서는 박싱데이로 더욱 유명한 시기다. 선덜랜드 역시 올 시즌에도 꽤 빡빡한 12월을 치른다.

12월 초에는 챔스 조별 6경기가 기다리고 있으며, 크리스마스 직전에는 EFL컵 8강전을 치르게 된다. 이후 전통의 박싱데이 상대는 하필 또 뉴캐슬이다.

충분히 박 터질 일정이었지만, 대부분의 선덜랜드 스태프들은 ‘그래도 작년보단 낫다’며 위안을 삼는 중이었다.

“작년엔 이 스케줄에 추가로, 클럽월드컵 원정을 치렀던 거잖아요? 날씨도 더럽게 안 좋았고.”

“그에 비하면 올해는 무난하죠. 클럽월드컵도 안 나가지. 날씨도 뭐, 이만하면 말끔하지."

평온한 목소리로 잡담을 나누던 선덜랜드 CS팀원 사이에서, 신입의 구슬픈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런데 우리는 왜 이렇게 고생하고 있는 걸까요.”

“그건··· CS팀은 경기 일정에 더해 크리스마스도 챙겨야 하기 때문이죠.”

크리스마스는 축구와는 별 상관이 없다. 오히려 박싱데이가 훨씬 중요하다는 게 축구단 관계자의 공식 입장이지만, CS팀의 업무는 조금 다르다.

크리스마스는 서구권 최대의 명절이고, 특히 선물을 주고받는 풍습이 있다.

따라서 메가스토어는 물론 온라인 샵에서도 각종 굿즈가 불티나게 팔리는 중이었다. 로컬 팬들의 구매량은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올 시즌은 해외 팬들의 주문과 문의가 빗발쳤다.

특히 한국에서의 주문이 쇄도했다. 올 시즌 집중적으로 글로벌 홍보 정책을 펴기도 했고, 한국인 선수가 뛰는 팀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덕분에 CS팀 업무에, 국제 배송 관련 상담까지 추가된 것이다. 결국 온라인 스토어 상담용 PC 앞에 앉아있던 직원이 비명을 질렀다.

“어··· 혹시 한국어 가능자 또 없나요!? 저 혼자서는 감당 안 될 것 같은데요.”

“구단주실에 한 명 있어요. 완전 네이티브 스피커로.”

“아무리 그래도 구단주님을 CS 상담시키기는 좀.”

“비서님 이야기였는데요.”

“······.”

* * *

“피곤해 보이심다.”

등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에이미는 돌아보기도 전에 대답했다.

“전 괜찮아요. 캡틴은 좀 어떠신가요?”

“저야 피곤할 일이 없잖슴까··· 그나저나 목소리만 들어도 알아보시는 검까? 역시 에이미 부팀장님이심다."

그제야 몸을 돌린 에이미가, 감탄하는 잭을 향해 쓴웃음을 지었다.

“캡틴 목소리를 못 알아차리는 쪽이 훨씬 이상하죠. 그나저나 체력은 정말 괜찮은 건가요? 당장 다음 주엔 바르샤 원정이잖아요?”

잭이 미소를 지었다.

“괜찮슴다. 이미 조 1위 확정했슴다. 체력 관리할 여유도 있슴다. 그리고 캄 노우는 좋은 곳이라고 들었슴다. 근처에 맛집도 많다고 함다.”

에이미의 눈썹이 살짝 아래로 쳐졌다.

“메시 선수에게 들은 거죠? 그거··· 썩 객관적 정보는 아닐지도 모르겠는데요.”

“그렇슴까? 하지만 제가 보기에 메시 선수 식성엔 문제없슴다. 감독님과는 많이 다름다.”

“그런 이야기가 아니라···.”

에이미는 잭을 흘끗 응시한 다음, 빠르게 덧붙였다.

“캡틴, 시티 오브 선덜랜드의 맛집을 추천해줄 수 있나요?”

“그야 아무 식당이나 들어가면 됨다. 전부 좋슴다. 친절하고 맛있슴다··· 아.”

“거봐요. 추천의 의미가 없겠죠?”

잭이 머쓱하게 머리를 긁적였다.

“이해했슴다. 아무튼, 메시 선수한테 맛집 리스트 받으면 체크해 두겠슴다.”

“고마워요. 기대되는군요.”

순간 주위가 조용해지는 걸 느낀, 에이미가 빠르게 덧붙였다.

“리스트 나오면 알려주세요. 팬들에게 소개드려야 하니까.”

“물론임다. 그럼, 전 개인 연습하러 가보겠슴다··· 부팀장님, 혹시 공 하나 얻을 수 있겠슴까?”

“물론이죠. 요니 사인볼로 드리면 될까요?”

에이미의 농담을, 잭이 곧바로 받아쳤다.

“이미테이션 에디션으로 부탁드림다. 오른쪽 맨 아랫줄에 하나 있을 검다.”

“기어이 요니 사인 위조에 성공한 거군요··· 경매에 올리면 나름 반응이 괜찮겠는데요?”

농담을 주고받으며, 에이미는 판매용 축구공을 하나 꺼낸 다음, ‘내부 지급용’으로 바코드를 찍어서 잭에게 건넸다. 그리고 잭은, 정말로 축구공이 목적이었던 것처럼 깔끔하게 돌아갔다.

잠시 후 사무실에 소리가 돌아왔다. 잠시 멈췄던 타이핑 소리, 이야기 소리, 상품 카트 끄는 소리, 테이프 떼는 소리··· 잠시 일을 멈추고 잭과 에이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던 CS팀원들이 다시 업무를 재개한 것이다.

‘대체 무슨 생각들을 하는 건지.’

에이미가 쓴웃음을 지었다.

‘우리는 지금 역사를 쓰는 중이잖아. 팀의 성적, 팬서비스, 선수의 컨디션, 그 이외에 대체 신경 쓸 게 뭐가 있다는 거야?

사실은 CS팀도 알고 있을 것이다. 선덜랜드 스태프는 팀의 열세 번째 플레이어니까. 그런데도 그녀들이 잠시 ‘쓸데없는’ 상상을 한 이유는 아마도···.

곧 눈이 내릴 무렵이 다가오기 때문일 거라고, 에이미는 그렇게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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