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투자의 신이 키우는 축구단-407화 (407/422)

빛의 경기장에서 (2)

한편, 철야 업무에 돌입한 분석실의 분위기는 침중하게 가라앉은 상태였다.

야근 자체야 늘 하는 일이라지만, 구단주 없는 철야는 이 멤버들에게도 퍽 생소한 것이었다. 그래서일까. 기분 탓인지 브라이언과 샐리의 모습이 축 늘어져 보인다.

“감독님, 우리 정말로 이길 수 있을까요.”

“지지야 않겠지만··· 오늘따라 이상하게 수가 안 보이는 느낌인데, 뭐지?”

그래서 루벤은 살짝 입맛을 다셨다.

‘나는 몰라도 우리 감독님이나 수석코치에게는 코리안 핫치킨이라도 좀 조달해 줬어야 했나.’

조용히 눈짓을 보내자, 토마스가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서 에너지 드링크 더 사올까요?”

“그래.”

입으로는 그렇게 대답하면서, 루벤은 따로 메시지를 보냈다.

[코리안 핫치킨, 구단주님이 늘 사오시던 걸로.]

[노력하겠습니다.]

토마스가 분석실을 빠져나간 직후, 약 10분 정도 지나 문 앞에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문이 열리자마자 사람의 모습보다 먼저 한국식 양념치킨의 냄새가 밀려들었다.

“생각보다 일찍 왔···.”

“아뇨. 조금 늦었습니다.”

문 앞에 구단주 이희성이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루벤은 황급히 자세를 고쳤다. 기분 탓인지, 그의 부하들, 그러니까 분석팀원들도 일제히 고쳐 앉는 것만 같았다.

브라이언과 샐리의 얼굴 또한 변했다.

“브로, 뭐 하러 왔어. 혹시 톰슨에게 이야기 못 들었어?”

“톰슨 선수, 아니 톰슨 씨도 이제 유소년 코치였죠? 겨우 B급 따리고요. A급 라이센스 보유자이자 팀의 수석코치로서 제가 따끔하게 한번 훈육을···.”

눈빛이나 음성만 보면 정말로 ‘뭐 하러 왔냐. 오늘은 안 와도 되는데.’ 같은 의도가 느껴졌지만, 둘의 본심은 조금 달랐을 것이다.

자세히 보면 두 사람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음을 루벤은 쉽게 눈치챌 수 있었다. 아무튼 그는 감독과 코치를 매일같이 보는 사람이다··· 그런데 그건 구단주 이희성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희성은, 마치 감독과 코치의 핀잔은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것처럼 태연하게 밀고 들어왔고, 마치 제집처럼 자리를 잡았으며, 손에 싸들고 온 치킨을 테이블에 펼쳤다.

언제나처럼 치킨은 넉넉했다. 토마스가 돌아와도 다 먹지 못할 정도로. 그래서 루벤은 재빨리 토마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코리안 핫치킨 사지 말고 그냥 와. 구단주님 오셨다.]

루벤이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는 사이, 분석실 테이블에는 치킨이 펼쳐졌다. 구단주 이희성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코치 사이의 위계질서는 알아서 잡으시고, 어떻게 전술 준비는 잘되어 갑니까?”

루벤은 대답하지 못했다. 조금 전까지 감독과 수석코치가 아주 앓는 소리를 했었음을 알기에.

잠시 후, 샐리와 브라이언이 차례로 대답했다.

“자신이 없어요, 구단주님. 질 자신이.”

“수가 안 보여, 브로. 우승 못 하는 경우의 수가 안 보인다고.”

“믿음직스럽네.”

야식으로 가져온 치킨,

그리고 구단주가 보여준 미소에 자신을 되찾은 감독과 수석코치가 빠르게 이야기를 주고받기 시작했다.

“이번 경기는 특히 단단하게 지키도록 하죠. 우리는 연장전도, 승부차기도 무섭지 않으니까요.”

“맞아. 하지만 레알은 그렇지 않겠지. 단단하게 지키면 상대가 먼저 조바심을 내게 되고···.”

“우리는 그 빈틈을 사정없이 후벼파는 거죠!”

조금 전까지 비실거리던 사람들이 보여줄 만한 텐션이 아니었기 때문에, 루벤은 속으로 고소를 금치 못했다.

‘우리 구단주님이 그렇게 반가운 건가.’

축구 유망주들 사이에 메시나 마르틴 같은 스타를 풀어도 이렇게까지 열렬한 반응이 나오지는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작 루벤은, 자신의 입꼬리도 잔뜩 올라갔다는 사실을 눈치채지는 못했다.

그사이, 구단주까지 감독과 수석코치의 대화에 끼어들며 이야기는 한창 열기를 띄었다.

“그럼 선제골을 우리가 넣느냐, 아니면 레알이 넣느냐가 관건이 되겠네.”

* * *

같은 시각, 한국은 아침이었다. 여의도의 리미트리스 본사에서는, 부사장 다미가 열렬히 특강을 듣는 중이었다.

“선제골이 가장 중요해요. 왜냐면 스타디움 오브 라이트의 선덜랜드는 쉽게 실점하지 않기 때문이죠. 원래 단단한 팀이기도 하고, 경기장의 분위기도 영향이 있어요. 결승은 선덜랜드 홈에서 열리니까요. 축구는 원래 홈팀이 유리해요.”

특강을 위한 강사로는 SNS에서 이름 높은 열성팬 겸 현직 선덜랜드 스태프, ‘@선덜랜드_명예시민’ 미정이 나섰다.

[블랙캣츠처럼 행동하고 대화하는 법 - 이대로 따라 하면 당신도 진정한 열성팬이다!]

마침 미정과 다미는 둘 다 여성으로, 나이도 비슷했기에 가깝게 지내기 쉬운 조건이었다.

“홈팬들의 열렬한 함성은 원정 온 선수들을 위축시키고 홈팀을 격려하는 효과가 있거든요. 자, 그럼 부사장님. 홈에서 선덜랜드의 득점은 어떤 양상으로 흘러가게 될까요?”

다미가 빙긋 웃으며 자신 있게 대답했다.

“기록을 보면 일단 선덜랜드는 홈에서 골이 터지면 빠른 간격으로 멀티골을 넣는 경향이 있던데, 이것도 관중의 영향이겠죠?”

“네. 스타디움 오브 라이트의 팬들이 아주 미쳐 날뛰거든요. 그러면 실점한 상대가 당황하고, 흐트러지고, 그러다가 추가골 헌납하는 거죠.”

설명을 마친 미정이 호흡을 가다듬었다.

“부사장님은 굳이 특강 같은 거 따로 들으실 필요도 없으시겠는데요?”

“그렇지도 않아요. 사장님 생각을 따라가려면 공부 많이 해야 하거든요. 게다가 그··· 축알못 판별기 점수도 잘 안 나오고요.”

다미가 시무룩하게 중얼거렸다.

선덜랜드 스태프의 역작, 축알못 판별기에 따르면 다미의 시선은, 브라이언이나 샐리는 물론 구단주 이희성과도 전혀 들어맞지 않았다. 숫자만 보면 세상에 축알못도 이런 축알못이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미정이 보기엔 그 정도로 심각하지는 않았다.

‘벤치에서는 보라는 경기는 안 보고 자꾸 익스클루시브 박스를 흘끔거리는 게 문제란 말이지. 익스클루시브 박스에서는 자꾸 옆에만 보고··· 그러니 일치율이 높게 나올 리 있겠어?’

그렇다고 원인을 지적할 수도 없어서 미정은 그냥 웃기만 했다. 그러자 다미도 표정을 고치며 배시시 웃었다.

“아무튼 오늘도 고마웠어요, 미정 씨.”

“별말씀을요. 그럼 선덜랜드에서 뵐게요!”

미정은 챔스 결승전과 트레블 도전이라는 역사적 순간을, 스타디움 오브 라이트에서 직접 지켜볼 생각이었다. 그녀처럼 해외에 머무르는 직원에게는 항공권과 티켓, 숙소까지 제공되기 때문에 경제적으로는 아무 부담도 없었다.

단, 미정의 숙소나 티켓은 다미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다미는 리미트리스에서 운영하는 전용기로 이동할 것이고, 로열 스위트룸을 이용할 것이며, 구단주용 익스클루시브 박스에서 결승을 지켜볼 예정이었다.

물론 미정은 자신의 대우에 매우 만족하는 중이었고, 언감생심 리미트리스의 넘버 투와 자신의 대우를 비교하는 짓은 하지 않았다. 미정이 조용히 부사장실을 빠져나가려는 찰나, 다미가 미정을 불러 세웠다.

“아 맞다, 미정 씨. 이 배치 어때 보여요?”

다미가 부사장실 한쪽 벽을 가득 메운 스크린에 사진을 띄웠다. 그러자 세련된 레스토랑의 내부가 모습을 드러냈다.

물론 미정은, 그 레스토랑의 이름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선덜랜드의 리버뷰 브래서리군요. 그런데 테이블 배치가 꼭 웨딩홀 스타일이네요?”

“네. 저희 사장님께서 결혼식용으로 이런 배치가 어떤 것 같냐고 물어보셔서요.”

“진짜요!? 정말 축하드려요!”

미정은 부사장실에 설치된 최고급 흑단 책상에 바짝 다가가 다미의 손을 덥썩 붙잡았다. 그러자 다미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네? 뭘 축하한다는 건가요?”

“그야 부사장님 결혼식···.”

“아··· 저 아니에요. 선덜랜드 주장하고 CS팀 부팀장 결혼식이라서, 사장님께서 직접 챙겨 주시는 거죠. 그런데 아무래도 결혼식 테이블 배치 같은 건 남자들보다 여자들 의견이 낫지 않겠냐고 물어보셔서···.”

김이 샌 미정의 목소리가 미적지근해졌고, 눈도 살짝 죽었다.

“아 네. 그런 거는 그냥 신부 의견대로 하면 되지 않나요? 굳이 부사장님까지···.”

“미정 씨?”

“···부사장님까지 배려하고 의견을 경청하시는 저희 구단주님이 최고라는 뜻이었어요. 그러니까 그런 눈 하지 마세요.”

미정은 황급히 얼버무렸다.

아무튼 몇 달간 어울리면서, 그녀는 다미에 대해 꽤 많은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다미 앞에서 이희성의 험담을 시도하느니 차라리 사자 우리에 맨몸으로 들어가는 게 훨씬 낫다는 것을.

한편으로, 미정은 그런 생각도 했다.

‘그나저나, 우리 구단주님이 정말로 그런 눈치 없는 짓을 하셨을까?’

구단 스태프니까 확신할 수 있다. 선덜랜드 구단주 이희성의 시선은 구단 전체를 세심하게 커버한다. 스태프들이 최고의 사기로 근무하고, 선수들이 최상의 컨디션으로 경기에 임할 수 있는 것도 전부 이희성의 작품이다.

그러니, 자신의 오른팔로 통하는 최다미에게 소홀할 가능성은···.

‘아하.’

“미정 씨, 왜 갑자기 웃어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소중한 의견, 잘 전해 드리세요. 구단주님은 유능하신 분이지만, 그래도 결혼식장 테이블 배치 같은 건, 부사장님 판단이 나을 테니까요.”

기관총처럼 떠들며, 미정은 재빨리 부사장실을 빠져 나왔다. 어차피 그녀의 짐작을 확인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챔스 결승전이 끝나고 나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 일이다.

* * *

챔스 결승까지는 며칠의 말미가 있었기에, 선수들은 철저하게 훈련하면서도 각자 컨디션을 가다듬을 여유를 얻을 수 있었다.

누군가는 이 시기를 전사의 휴식이라 평했고, 누군가는 폭풍 전의 고요라고 지칭했다··· 구체적으로는 에디 작품이었는데, 이고르의 방해로 말을 마치지는 못했다.

[우리가 허접한지 레알이 허접한지는 결과가 말해줄 것··· 아니, 왜 끝까지 말을 못 하게 하는데!]

한편 요니에게 있어서 결승 직전의 휴식은, 몸보다도 마음을 갈고닦는 시간이었다.

FA컵 결승전을 계기로, 요니의 눈에는 경기의 흐름이나 잔디의 움직임, 상대 선수의 행동 같은 많은 정보들이 아주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축구 선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상황이겠지만, 특히 공간지능을 무기로 삼는 요니에게는 정말로 꿈만 같은 일이었다. 이런 좋은 흐름을 깨고 싶지 않았기에, 요니는 개인 훈련의 강도를 가벼운 몸풀기 정도로 제한하고, 대신 조깅으로 컨디션을 관리했다.

자꾸만 빨라지는 발걸음을 억제하기 위해, 축구공까지 하나 꺼내 몰면서, 요니는 시티 오브 선덜랜드 곳곳을 누볐다.

‘아무튼, 요즘은 뭐든지 잘 보인단 말이지.’

예를 들면, 지금 시장 노점 아주머니가 등 뒤에서 던져 주는 사과 같은 것. 요니는 곧바로 공을 발로 끌어당기며 몸을 빙글 돌렸다.

마르세유 룰렛.

프로 선수라면 경기장 밖에서는 누구나 밥 먹듯이 할 수 있는 개인기이지만, 요니의 이번 룰렛은 조금 특별했다. 회전하는 도중, 느닷없이 등 뒤에서 날아든 사과를 깔끔하게 손으로 받아냈기 때문에.

주위의 열렬한 환호 속에서 요니는 의기양양하게 사과를 깨물었다.

최근 마르틴이 종종 사 먹는 사과와는 품종이 달랐는데, 듣자니 마르틴이 먹는 게 훨씬 고급품이라는 모양이었다. 상대적으로 요니가 먹는 사과는 조금 푸석하고 물기가 적은 느낌이었다.

그래도 요니의 식성에는, 어떤 고급 사과보다도 지금 사과가 맛있게 느껴졌다. 아주 어릴 때부터 매일 한 알씩 얻어먹으며 입맛이 맞춰졌기 때문일 것이다.

노점 아주머니가 웃으며 외쳤다.

“선불이야, 요니! 결승전에서 꼭 골 넣어 줘!”

요니는 대답 대신 빙긋 웃기만 했다. 그러자 시장의 다른 상인들이 아우성을 쳤다.

“저 여편네 말하는 것 좀 보게? 고작 사과 한 개 던져 주고 골을 넣으라고 우길 셈인가? 우리 요니는, 선덜랜드의 보물은 그렇게 싸지 않아!”

아주머니도 큰 소리로 응수했다.

“하지만 나는, 벌써 십오 년 동안 요니에게 매일 사과를 주고 있는걸!?”

요니가 재빨리 끼어들었다.

“아주머니는, 올 시즌 결승전은 물론 다음 클월이나 슈퍼컵 결승골도 요구하실 권리가 있으세요.”

그러자 더 큰 환호가 쏟아졌다. 당연하게도, 축구를 정말 좋아하는 선덜랜드 시민들이라면, 요니가 거론한 다음 시즌 클럽월드컵이나 슈퍼컵의 참가 조건이 챔스 우승임을 바로 떠올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잠시 후, 요니에게 사방에서 무수한 시식의 요청이 몰려들었다. 덕분에 요니가 당초 목적지였던 로커 파크 공사 현장에 도착하기까지는, 한 시간이 더 필요했다.

* * *

로커 파크 건설현장에서, 내 시선은 한 사람에게 쏠려 있었다··· 그러니까, 양손 가득 군것질거리를 들고 신나게 베어 무는 선덜랜드 관계자에게.

잠시 후, 볼이 미어질 정도로 간식을 깨문 로드리게스가 뻔뻔하게 대답했다.

“어쩔 수 없습니다. 선덜랜드 음식은 참 맛있으니까요. 사람들은 친절하고요.”

“그렇죠.”

맞는 말이긴 하다. 나도 과거에 경험했으니까.

유소년 시절, 길에서 러닝 하다 보면 과일이며 콜라 캔, 소시지나 고기 파이 같은 걸 건네는 사람들이 참 많았었다.

당시의 선덜랜드는 프리미어리그에서 잔류 싸움조차 힘겹게 벌이는 팀이었고, 나는 프로로 데뷔조차 못 한 상태였는데도 그만큼 따스한 대우를 받았을 정도다. 하물며 요즘처럼 팀이 잘 나갈 시기, 1군 프로라면 아주 뜨거운 성원을 받아 마땅하다.

옆에서는 희주가 명랑하게 목소리를 높였다.

“헤헷, 역시 선덜랜드 인심이 좋지요?”

로드리게스에 뒤지지 않는 기세로, 양손의 간식거리를 볼이 미어터지게 베어 무는 희주를 흘끗거리며,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게, 인심 좋지. 구단주 비서에게도 이렇게 따스하게 대해주니까.”

“헤헷.”

웃음이 나올 때가 아닐 텐데. 로드리게스는 선수니까 저렇게 먹어도 운동량으로 커버할 수 있지만, 희주 얘는 대체 어쩌려고 이러나 모르겠다.

아무튼, 로드리게스는 군살 하나 없는 몸매의 소유자다.

현시점, 우리 1군 중 두 번째로 높은 숫자를 자랑하는 재능인데, 가장 높은 숫자를 기록한 축구의 신은 이미 전성기가 가셨음을 고려한다면, 사실상 현역 중 가장 우수한 가치를 가진 선수였다.

숫자만큼 기량도 굉장하다. 발이 빠르고 체력이 좋으며, 위치 선정과 패스가 뛰어난 선수니까. 강력하다는 레알 중원을 상대로, 우리가 내세울 수 있는 핵심 중의 핵심이었다.

만일 예전이었다면, 잭과 요니의 장점을 합친 것 같은 선수라 불렸겠지만, 현시점에서는 둘을 합쳤다는 평가를 들을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잭이 선수로서 성장했기 때문에, 그리고···.

“어라? 두 분도 노점상분들께 간식 선물 받으신 겁니까?”

멀찍이서, 발걸음은 가볍게··· 하지만 양손은 무겁게 나타나는 요니의 모습을 보며, 나는 살짝 숨을 멈췄다. 시즌 내내 흐려졌던 요니의 이마 숫자에 마침내 변화가 있었기 때문에.

FA컵 결승전 무렵엔 거의 안 보일 정도까지 흐려졌던 숫자가, 이제는 선명하게 드러났다.

525.

“구단주님··· 제 이마에 뭐 묻었습니까?”

되묻는 요니를 바라보며, 나는 속으로만 환호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