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투자의 신이 키우는 축구단-417화 (417/422)

우리에겐 축구가 있다 (4)

이만 석 경기장, 로커 파크는 모든 면에서 스타디움 오브 라이트에 비해 아담했다. 덕분에 장점도 있었는데, 관중석과 피치가 아주 가깝다는 것이었다.

그 외의 특징이라면, 역시 좌석 등급이 한 종류뿐임을 들 수 있었다. 별도의 특별석을 만들지는 않았고, 따라서 익스클루시브 박스도 없다. 구단주 비서 이희주가 일반석에서 경기를 지켜보는 이유였다.

그 옆자리에, 축구의 신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

“로커 파크 운영으로는 큰돈 벌 생각이 없다는 뜻이군요.”

“그렇죠, 그렇죠.”

무심하게 대답하면서, 구단주 비서 이희주가 점보 크레이프를 크게 한 입 베어 물었다.

얼마 전 단종된 제품인데, 어디 노점에서 최대한 비슷한 카피 상품을 찾아온 모양이었다. 이것도 나름 수완이지만, 구단 관계자··· 그것도 구단주 여동생이 대놓고 카피 상품을 구입해도 괜찮은지는 살짝 미심쩍었다.

그래서 메시는, 크레이프에 대해서는 무시하기로 했다.

이희주 또한 무심한 태도로, 줄곧 경기장에 시선 고정한 채 대답했다.

“생각해 보세요. 솔직히 큰돈이 목적이었으면, 우리 오빠가 애초에 축구단 운영 같은 거 하겠어요?”

메시가 무언가 말하려는 찰나, 핸드폰 소리가 났다. 이희주의 것이었다.

한 손에 크레이프를 들고 있던 그녀는 재주 좋게 왼손으로만 핸드백을 열어서 스마트폰을 꺼내는 데 성공했지만, 몸을 기울이는 바람에 이번에는 크레이프가 반쯤 무너져 쏟아지기 직전이었다.

원래 크레이프에 대해서는 무시하려던 메시였지만, 이 지경에 와서도 못 본 체할 수는 없었다. 잠깐 들어주겠다는 의사를 담아 신사답게 손을 내밀자, 명랑한 목소리가 돌아왔다.

“고마워요. 그럼 전화 좀 받아 줄래요? 스피커폰으로.”

대답하면서 이희주는 허리를 굽혀, 크레이프가 완전히 무너지기 직전에 멋지게 깨물었다. 쓴웃음을 지으며, 축구의 신은 이희주의 전화를 대신 받아 스피커폰으로 돌렸다.

[비서님, 영상 준비는 끝났습니다만.]

“알았어요. 그럼 벤치에서 신호 보내면 바로 트는 거 잊지 말고요.”

[네. 그런데 신호가 안 와서 여쭤보는 건데요. 구단주님은 지금 경기 뛰는 중이라 연락도 안 되시고···.]

“그럼 플랜 B긴 한데, 굳이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조금만··· 한 1분만 기다려 봐요. 오빠 예상은 별로 빗나간 적 없거든요.”

그때였다. 원정 팀 벤치에서 전자식 교체 팻말을 사이드라인 앞에 세웠다. 선명하게 드러난 문구, [인, 22]가 보였다.

후반부터는 크리그가 들어온다는 사인이었다.

[비서님 말씀대로, 구단주님 예상은 빗나가지 않네요. 플랜 A로 진행하겠습니다.]

“네, 수고하세요.”

그리고 마침내, 로커 파크의 스크린에 영상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크리그의 은퇴 기념 인터뷰였는데, 리포터 역할은 앨리스가 맡았다.

[오늘, 드디어 오랜 현역 생활에 마침표를 찍게 되었습니다. 그동안의 헌신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팬들에게,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어렵네요. 참 어려운 질문인데요.]

너스레를 떠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영상 속의 크리그는 정말로 난처한 표정이었고, 신중하게 말을 고르면서도 좀처럼 답을 찾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저니맨은 아니면 좋겠습니다. 골 못 넣고 놓치는 장면들은 기억에서 좀 지워 주셨으면 좋겠고··· 음.]

보다 못한 앨리스가 끼어들었다.

[크리그 선수는 구단에서 어느 누구보다 성실하게 훈련해온 선수로 알려져 있는데요. 코칭스태프나 메디컬 팀에서 제발 좀 그만 훈련하라고 할 정도로요. 그런 모습은 어떨까요?]

[그건··· 휘슬이 울리기 전, 사이드라인 밖의 일이니까요. 팬들께는 보여드린 적 없는 모습이니, 기억에 남길 수도 없겠지요.]

[하지만 팬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포함해서 축구 아닐까요? 어, 오해 마세요. 제가 원래는 팬분들 앞에 얼굴 드러낼 일 없는 스태프라서 이런 말씀 드리는 건 아니니까요.]

로커 파크에 모인 팬들 사이에 부드러운 웃음소리가 번지기 시작했다. 영상 속 크리그의 표정도 꽤 누그러졌다.

[그렇군요. 그것들까지 전부 포함해서 축구라고 한다면···.]

영상의 멘트에 맞춰, 선덜랜드 리타이어즈 벤치가 분주히 움직였다. 아직 하프타임이 온전히 끝나지 않았는데, 후반전이 시작하지도 않았는데도.

사이드라인에서 크리그가 몸을 풀기 시작했고, 그 옆에선 구단주 이희성이 손수 교체 팻말을 들어 올렸다.

[인, No 22. 크리그]

스탠드의 팬들이 하나둘씩 일어나기 시작했다. 잠시 후 박수가 쏟아졌다. 기립박수, 팬이 경기장의 선수에게 보낼 수 있는 최고의 예우다.

그 풍경을 지켜보던 축구의 신은, 눈을 살짝 감았다.

이미 수도 없는 기립박수를 받았던 그에게도, 오늘의 풍경은 생소한 감정을 끓어오르게 했다. 자신이 이 피치 위에서 다른 누군가를 부러워할 날이 오리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웠지만···.

“비서님? 만약에··· 제가 이 팀에서 은퇴한다면, 그때도 구단에서 비슷한 대우를 받을 수 있겠습니까?”

그러자 구단주 비서가 차분히 대답했다.

“어··· 예전에 비슷한 질문을 받은 적이 있어요. 다른 선수가 물어봤을 때, 오빠는 정확히 이렇게 대답했었죠. 그건 선수 본인에게 달린 거라고요.”

“···정론이군요. 그럼, 저도 더 노력해야겠는데요.”

그때 박수 소리가 정점에 달했다. 경기장의 크리그가 마침내 사이드라인을 넘어 들어온 것이다. 대형 스크린에서 퍼져 나오는 자신의 목소리를 입장 신호 삼아서.

[재능이 부족해도, 지독한 부진에 시달렸어도, 그래도··· 도전을 포기한 적은 없었던 선수로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 *

후반을 맞이한 선덜랜드 리타이어즈의 기세는 전반보다 활기찼다. 선수들의 활동량이 늘었고, 경기의 템포는 더 빨라진 것만 같았다.

무엇보다 전술이 다시 공격적이 되었다.

“나는 오히려 후반에 더 밀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여기는 이제 다 비실비실한 나이잖아? 쟤들은 기운찬 틴에이저고··· 그런데 왜 후반전이 더 할만한 것 같지?”

그렇게 농담하자, 옆에서 브라이언이 무덤덤하게 받아쳤다.

“브로, 이게 다 촛불은 꺼지기 직전 가장 밝다는 느낌 아닐까?”

회광반조냐, 불길하게.

그러고 보니 브라이언만은 딱 보기에도 체력 상태가 영 별로다. 은퇴 시점이 가장 빠르기도 했고, 이후엔 구단 스태프나 전력분석관을 거치며 운동과는 영 거리가 먼 삶을 살았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입맛을 다시는 사이, 옆에선 부심 에디가 혼잣말처럼 ‘꺼진 불도 다시 보자’ 같은 소리나 하고 있다.

옆에서는 톰슨이 끼어든다.

“내 생각인데, 우리가 쟤들보다 휴식의 영향을 크게 받는 거야. 배터리 맛 간 기기들 보면 잠깐만 꽂아놔도 완충된 것처럼 보이잖아? 그러다 좀 지나면 다시 방전되고.”

“에라이.”

선수 시절에는 이렇지 않았는데, 톰슨은 은퇴 후 많이 바뀌었다. 몸도 마음도 둥글어졌고, 유머도 조금 늘었다··· 대부분 자학 개그인 건 좀 그렇긴 하지만.

은퇴는 이렇게 사람을 바꿔 놓는 법인가 보다.

그래도 변함이 없는 것도 있다. 예를 들면, 등 뒤에서 전해지는 페르난데스의 리더십 같은 것.

“이봐, 톰슨. 빈말로라도 은퇴하는 크리그를 위해 텐션 끌어올렸다고 이야기할 생각은 없는 거야?”

현역 시절을 방불케 하는 페르난데스의 서슬 푸른 질책에도, 톰슨은 유들유들하게 대꾸했다.

“단장님, 그랬다간 크리그 저 친구 울 텐데요. 지금도 감격해서 눈물이 그렁그렁하잖습니까.”

“뭐, 은퇴하는 선수는 다 그런 거지.”

“그렇겠죠. 천하의 ‘세인트’ 페르난데스도 은퇴 경기에선 우셨으니까요.”

“시끄러워··· 등 뒤에 내가 있다, 올라가!”

5분 후, 나는 공과 함께 왼쪽 측면을 질주했고, 코너플래그를 불과 몇 미터 앞에 남겨둔 위치에서 유소년 풀백, 필에게 가로막혔다.

대치하면서, 나는 곁눈질로 유스팀의 골마우스를 살폈다.

아크 정면에 꽤 넓은 공간이 보인다. 스루패스를 넣으면 곧바로 찬스가 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저 자리는 함정이다. 짐의 수비 범위는 아주 넓으니까.

페르난데스를 롤모델로 삼아 성장한 소년 골키퍼는 대담무쌍하기 짝이 없고, 하퍼가 그랬던 것처럼 과감한 허슬 플레이도 주저 없이 해낸다. 어설픈 스루패스는 짐의 먹잇감이다. 그렇다면···.

“생각하실 여유가 있으세요, 구단주님?”

어느새 필이 바짝 다가온 상태였다. 서로의 발과 발이 맞닿을 만큼. 아직 공의 소유권이 넘어가지는 않았지만, 이대로라면 시간문제처럼 보였다.

공격수로서는 버티기 힘든 압박이었지만, 구단주로서는 키우는 유소년의 성장이 흐뭇하다. 미소를 지으며, 나는 몸을 반쯤 돌렸다. 축구 기술은 진작에 다 따라잡혔지만, 그래도 아직 어른들이 앞서는 게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체격, 축구선수치고는 딱히 거대하지 않은 나라도, 필 상대로 포스트플레이 경합을 벌이면 반드시 승리할 수 있다.

그래서 필은 내가 자신을 등지기 전에 공을 뺏으려 했다··· 예상대로다. 접근하는 필을 피해, 나는 발뒤꿈치 패스를 보냈다.

“어···?”

“어른은 노련하단다··· 죽은 척도 잘한다는 뜻이지.”

“나이스 패스, 브로!”

당장에라도 숨이 넘어갈 것처럼 헐떡이면서, 브라이언이 죽기 살기로 뛰어 올라왔다. 그리고는 내 패스를 그대로 다이렉트 크로스로 바꿔 놓았다.

목적지는 페널티 박스 모서리, 아무리 짐이라도 쉽게 달려 나오기 어려운 코스다.

그곳에서 기다리던 크리그가, 멋진 발리슛을 시도했다.

잠시 후 로커 파크가 환호에 뒤덮였다.

* * *

환호는 두 번 연속으로 흘러나왔다. 그래서 크리그는, 자신의 킥이 막혔음을 곧바로 직감했다.

실제로 두 번째 환호에는, 두 가지 의미가 담겨 있었다. 그만큼 멋진 세이빙이기도 했고, 막아낸 짐이 장차 선덜랜드를 짊어질 유망주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실리적으로 따지면 이제 곧 은퇴할 자신보다, 머지않아 데뷔할 짐의 활약이 팬들에게는 더 기쁜 일일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내 업무가 바뀌지는 않겠지만.’

공은 아크 정면에 높이 떠오른 상태였다. 즉, 짐은 크리그의 슛을 막아냈지만, 세컨볼의 안전까지 책임지지는 못했던 것이다.

유소년 무대에서는 무적으로 칭송받는 짐이지만, 성인 공격수가 오픈 찬스에서 날린 발리슛을 잡아낼 수는 없었다. 심지어 쳐내는 각도조차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저 공과 골라인 사이에, 자신의 몸을 가져다 둔 것만으로도 칭찬받아야 할 플레이였다.

크리그의 시야 한구석에서, 짐이 필사적으로 자세를 고쳐 일어나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완만한 포물선을 그리며 하강하는 축구공의 모습도.

마치 무엇인가에 홀린 것처럼, 크리그는 공을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몸을 날렸다.

크리그에게는 스티븐 같은 운동능력도, 바스티아노의 탁월한 균형 감각도 없었다. 그래도 그들과 매일, 함께 훈련해온 선수였기에, 어떤 식으로 뛰어오르는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크리그의 점프는 바스티아노만큼 높지는 않았지만, 타이밍은 완벽했다.

허공에 비스듬히 날아오른 몸, 끌어당기는 왼발의 반동을 살려 공을 걷어차는 오른발까지.

[고오오올! 시저스, 시저스 킥입니다! 선수 생활 마지막 경기에서, 크리그가 다시 한번 불붙었습니다!

몸을 일으킬 기회도 주지 않고, 동료들이 달려들었다. 잠시 후, 그라운드에는 은퇴한 선수들이 몸으로 만든 조형물, 인간 피라미드가 세워졌다.

본의 아니게 주춧돌 역할을 하게 된 크리그의 앞에, 짐이 다가왔다.

“나이스 슛.”

실점의 분함 약간에, 감탄을 잔뜩 섞으면 저런 표정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크리그는 씩 웃으며 대답했다.

“골키퍼가 상대 팀 공격수를 칭찬해도 괜찮겠어?”

그러자 곧바로 대답이 돌아왔다.

“저도, 그리고 크리그 선수도 선덜랜드니까요.”

그들의 위에, 팬들의 목소리가 내려앉기 시작했다.

Sunderland ’til I die. I'm Sunderland ’til I die.

아직 은퇴 후의 진로를 정하지는 않았다. 코치일지, 아니면 스카우터일지··· 그래도 한 가지는 확실했다.

이 팀 이외의 다른 곳에서 활동하고 싶지는 않았다. 절대 그러지 않을 것이다.

* * *

그날 아이반은 친구 제이슨이나 우드 일가와는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경기를 관람하는 중이었는데, 당연하게도 그의 옆에는 주디의 모습이 보였다.

그의 심정은 살짝 복잡했다. 아무래도 아이반으로서는, 첼시 출신이던 톰슨을 볼 때마다 마음이 편치는 않았던 것이다.

옆자리에서 주디의 목소리가 명랑하게 울렸다.

“왜, 신경 쓰여?”

속내를 들킨 아이반은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대답했다.

“그냥, 경기장에서 같이 축구를 보는 건 처음이구나 싶어서.”

“그렇게 되는구나. 하긴, 그동안은 계속 풋볼 스퀘어에서 봤으니까.”

“물론 풋볼 스퀘어가 나쁘다는 뜻은 아니야. 그냥, 생소해서 그래.”

대답하면서, 아이반은 애써 태연하려 노력했다.

사실, 오늘 톰슨이 ‘선덜랜드 리타이어즈’로 뛰는 자체는 전혀 이상하게 볼 일이 아니었다. 톰슨은 은퇴할 때까지 선덜랜드에서 뛰었던 선수고, 지금은 선덜랜드 유소년의 코치로 활약 중이다.

‘오히려, 구단이 톰슨을 리타이어즈로 취급하지 않았다면 문제겠지만.’

오늘 은퇴하는 크리그도 마찬가지다. 이곳에 오기까지 여러 팀을 오가며 저니맨 취급받은 선수지만, 그래도 은퇴 직전까지 팀을 위해 헌신했기에 선덜랜드는 최대한의 예우를 다하고 있다.

주디가 노래하듯 경쾌한 목소리로 혼잣말했다.

“우리는, 어떤 팀을 거쳐 왔는지는 신경 쓰지 않아. 지금 우리 팀을 사랑하고 있으면··· 우리가 마지막이기만 하면 충분해.”

“혹시 나 들으라고 하는 소리야?”

“글쎄.”

마음이 살짝 흔들리는 걸 느끼며, 아이반은 배시시 웃는 주디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경기는 치열했다.

크리그의 선제골로 리타이어즈가 앞서갔지만, 이후 유스의 노도와 같은 반격에 두 골을 뺏겼다. 테오와 바르카에게 각각 한 골씩을 내주며 위기에 몰린 것이다.

“은퇴식이라고 살살 할 생각은 전혀 없는 거 맞지? 진짜 인정사정없네.”

“이벤트성이라고 살살 하다가, 은퇴하는 선수에게 몇 골쯤 거저 넣게 해주는 그런 경기는 선덜랜드의 방식이 아니거든.”

유소년 선수들도 오늘의 크리그의 은퇴식임을 잊지는 않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굳이 승패에 연연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적당히 뛰는 일은 죽어도 없다.

리타이어즈도 마찬가지다. 동료의 마지막 경기를, 원점으로 돌리기 위해 최선을 다해 뛰고 있었다.

후반 89분, 톰슨의 전진 패스를 아크 정면에서 크리그가 수비를 등진 채 받아냈다.

상대가 유소년이기에, 크리그의 등지는 플레이는 퍽 강력했다. 단, 원래 크리그는 포스트플레이에 능한 선수는 아니었다.

유소년의 수비가 그만큼 필사적인 것도 있어서, 크리그는 그만 몸을 제대로 돌리지 못한 채 넘어지고 말았다.

“아···!”

팬들의, 그리고 주디의 탄식이 울렸다.

모두들 직감한 상태였다. 이벤트 경기이니 인저리 타임은 길지 않을 것이고, 크리그의 마지막 경기는 이대로 막을 내리게 되는 것임을.

하지만, 잔디 위에는 아직 포기하지 않은 사내들이 있었다. 크리그가 넘어진 자세 그대로, 필사적으로 발을 뻗어 공을 옆으로 굴린다.

“어···!?”

흘러나온 공을 따라 달리는 리타이어즈의 9번, 구단주 이희성을 보며 아이반은 그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고 말았다.

[선덜랜드 유스 2 - 2 선덜랜드 리타이어즈]

경기를 원점으로 되돌리는 일격에, 옆에서 주디가 팔짝팔짝 뛰었다.

“봤어? 봤지!? 진짜 멋있었지? 은퇴할 선수에게 득점에 어시스트까지 만들어준 거잖아. 그것도 대충 먹혀준 게 아니라, 최선을 다한 플레이 끝에 만들어 준 거잖아!”

아이반도 동의했다.

“그러게. 멋지네. 너무나도 선덜랜드다운 경기였어.”

“선덜랜드다운?”

주디의 질문에, 아이반은 곧바로 대답했다.

“이제 곧 은퇴할 선수에게도, 찾아온 팬들에게도··· 그리고 축구라는 스포츠에 대해서도 진심 그 자체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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