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해지는 순간 (3)
“자, 그럼 확인할게. ‘그 팀’만 너무 신경 쓰지 말고, 보로도 확실히 모니터링하라는 거지? 프리미어랑 타 리그 빅클럽들 살피는 것도 잊지 말고.”
“그렇지.”
나와 달리 메모조차 하지 않는 타입이지만, 희주는 이런 식의 일 처리는 꽤 정확하게 한다. 암기력이 좋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희주 암기력의 비결은 암송이다.
잠시 후 여동생이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기존 빅클럽··· 기존 빅클럽··· 바르샤는 빼고.”
너어는 정말.
뭐, 요즘 돌아가는 모양으로 보면, 그 팀은 빼도 될 것 같긴 하지만··· 이렇게 노골적으로 까면 좀 그렇지. 가뜩이나 우리 팀엔 아직 메시도 있는데 말이지.
그래서 나는 이야기를 살짝 돌렸다.
“아, 그래도 지역 언론에 기사는 띄워. 파퓰러스를 이용해 주신 고객님께 정말 감사드린다고.”
지시를 들은 희주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좀 전에는 ‘그 팀’은 신경 쓰지 말라더니?”
나는 차분히 응수했다.
“그건 그거고, 기사는 기사지.”
아니, 세상에 더비 라이벌을 놀려먹을 찬스를, 도대체 어떻게 참으라는 거지?
“오빠는 정말···.”
얼마간 말을 잇지 못하던 희주는 잠시 후 차분함을 되찾았다.
“하긴, 내가 누구 닮았겠어.”
그렇게 말하니 할 말이 없다. 따지고 보면 쟤는 당연히 부모님 닮았겠지만, 그렇게 받아치자니 왠지 불효하는 느낌이 들어서 입이 움직이지 않는단 말이지.
“가서 일이나 해.”
그래서 나는, 그렇게만 말했다.
실제로 희주는 SNS 여론전에서는 나보다 훨씬 뛰어난 소질을 발휘했다. 나 같으면 이 정도로 매콤하게는 못 때렸을 텐데.
[뉴캐슬도 이용하는 바로 그 건설회사, 믿음과 신뢰의 파퓰러스!]
이후 뉴캐슬 팬들 사이에서 ‘야 니네 회사 쩔더라’로 받아치려 노력했지만, 증축도 우리가 더 크게 짓는 상황이라 타격감이 별로 없다.
이후 희주는 아드리안과 손잡고, 곧바로 다음 행보에 나섰다. 그러니까, ‘니네 공항 쩔더라’ 말이지.
[뉴캐슬도 이용하는 바로 그 공항, 믿음과 신뢰의 리미트리스 국제공항!]
[죄송합니다. 확인 결과 뉴캐슬은 리미트리스 국제공항의 국제선 항공편을 이용하지 못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당사는 잘못된 정보로 과장광고를 한 점을 깊이 반성하며···.]
유럽대회 못 나간다는 통렬한 비아냥에, 더비 라이벌 놀리는 게 인생의 낙이던 나조차 말을 잇지 못했다.
애들 울겠네.
* * *
타인위어, 그리고 노스이스트의 패권을 다투는 라이벌 선덜랜드와 뉴캐슬은, 그렇게 프리시즌에도 팽팽하게 격돌했다.
시즌 중이 아니기에 잔디 위에서 맞붙지는 못했지만, 대신 언론 지면 위에서 공 대신 언플을 무기로 삼았다.
어떤 의미로는 본 시즌보다도 치열한 승부라는 게, 언론사 관계자의 평가였다.
“스쿼드 퀄리티나 팀 커리어는 격차가 크지만, 자본력 자체는 그렇게까지 차이 나지 않으니까요··· 꽤 팽팽한데요?”
런던 튜브의 기자, 엘렌의 평가에 그녀의 선배 랜던이 인상을 썼다.
“팽팽하다고? 이 정도면 선덜랜드의 판정승 같은데?”
경기장 증축 싸움은 선덜랜드의 압승이라는 게 랜던의 평가였다.
발표도 더 빨랐고, 진행도 훨씬 매끄러우며, 뉴캐슬과 달리 시즌 일정에 차질도 주지 않겠다고 발표했고, 유사시의 대책까지 완벽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스탠드 이름이 ‘트레블’이니까, 뉴캐슬로서는 당분간 이길 도리가 없다.
게다가 여론전은 말할 필요도 없을 정도다. 뉴캐슬도 이번엔 좀 치나 싶었더니, 선덜랜드가 아주 일방적으로 두들겨 패버렸다.
하지만 엘렌의 감상은 조금 달랐다.
“판정승 정도면 팽팽한 거죠. 아직 축구로 붙으면 KO 당할 격차가 나잖아요.”
“흠.”
할 말이 없어진 랜던이, 살짝 화제를 돌렸다.
“그나저나, 이러니까 미들즈브러가 살짝 소외받는 느낌인데?”
타인 - 위어 - 티스, 세 개의 강이 흐르는 노스이스트에는, 지역을 대표하는 축구단도 세 개 존재했다. 뉴캐슬과 선덜랜드, 그리고 미들즈브러는 오랜 기간 서로 엎치락뒤치락하며 경쟁해온 사이다.
단, 현시점에서는 선덜랜드의 명백한 독주와 뉴캐슬의 추격 국면으로, 미들즈브러가 조금 처지는 편이었다.
엘렌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별수 있나요? 보로에는 갑부 구단주가 없으니까요. 그러니 증축은 꿈도 못 꾸겠죠.”
“그렇긴 한데···.”
랜던이 말꼬리를 흐렸다. 노스이스트 팀들의 라이벌리티를 잘 아는 그로서는, 돈이 없다는 이유로 미들즈브러가 이대로 가만히 보고만 있는 게 이상했던 것이다.
일부 언론 사이에서, 묘한 기사가 돌기 시작한 건, 그 무렵의 일이었다.
[이적 시장, 이대로 괜찮은가?]
* * *
여름 이적시장 돌입 직전, 갑자기 꽤 흥미로운 언플이 자꾸만 눈에 띄었다.
문장도 메신저도 다양했지만, 메시지는 일관적이었다. ‘클래스는 돈으로 살 수 없다.’는 아스널 서포터즈의 오랜 명언부터, ‘돈으로 챔피언이 될 수 없다’고 하는 무리뉴의 이야기까지 끌어다 썼다.
이적 시장 무렵에는 꽤 흔한 화두다. 재력이 있는 팀이 좋은 선수를 싹쓸이하는 게 옳은 일인지, 갑부 구단주가 축구계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것은 아닌지··· 다음 수순은 뻔하다. 공놀이에 이렇게 흥청망청 돈 쓰는 게 맞느냐는 비난으로 이어질 빌드업이겠지.
우리로서는 결코 달갑지 않은 언플인데, 하필이면 우리와 뉴캐슬을 쌍으로 엮었다는 점이 더욱 불쾌하다.
희주도 가슴을 탕탕 치기 시작했다.
“아니, 축구판에 자본 논리 들어온 게 어제오늘 일도 아니고··· 이 분야에는 첼시와 맨시티라는 좋은 선례도 있잖아? 왜 우리만 까는데!?”
사실 리그 밖에 눈을 돌리면, 파리라는 이 분야 끝판왕이 기다린다. 그런데 굳이 타인위어 한정으로, 우리와 뉴캐슬을 묶어서 거론하는 의도가 아주 투명하고 선명하다.
보로겠지.
이를 갈던 희주가, 자기 스마트폰을 들여다본 다음 보고했다.
“오빠 예상대로네. 미들즈브러 쪽 기자들이 나섰다는 거 같아.”
너무 예상대로라 별다른 감흥이 없다. 그리고 사실, 타격감도 별로 없다··· 유에파가 우릴 FFP로 털던 무렵이었으면 느낌이 아주 각별했을 텐데.
그때 고생한 덕분에, 선덜랜드가 FFP를 전혀 위반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완벽하게 입증된 상태다.
그리고 돈을 투자한다고 빅 이어가 저절로 따라오지 않는다는 건, 파리와 시티가 이미 보여준 일이기도 하다.
덕분에, 적어도 우리는 아무것도 부끄러운 게 없다.
실제로 미들즈브러 역시 굳이 우리를 흠집 내려는 의도로 언플을 시도한 것 같지는 않았다. 그저 이적 시장에서 이웃 축구단에 자본력이 밀릴 수밖에 없는 현실을 어떻게든 타개하려고···.
좀 더 정확히는 자기네 팬들을 결속하고 결집시키려는 시도일 것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이번 건에 대해서는···.”
희주가 냉큼 대답했다.
“반격 준비 끝났어. 프레스팀도, CS팀도, 시설관리팀과 분석팀, 영상제작팀까지 아주 제대로 칼 갈았어. 눈물 쏙 뽑아줄 테니까, 오빠는 조금만 기다리고 있어.”
“···굳이 대꾸할 필요 없으니까 무시하라고 전해.”
“어째서!?”
희주의 비명 같은 절규를 들으며, 나는 소파에 깊이 몸을 파묻었다.
* * *
보로에서 시도한 언플은, 담당자의 예상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번졌다.
선덜랜드는 아예 대응하지 않았지만, 뉴캐슬이 곧바로 발끈해서 맞불을 지르면서 세간의 관심이 온통 타인위어에 쏠리고 만 것이다.
덕분에, 여름 이적시장을 앞둔 축구계는 예년처럼 이적 루머에 휩싸이는 대신, 축구단 구단주의 개인적 돈지랄 이야기에 집중되었다.
- 선덜랜드 구단주는 1군 선수단 전원에게 로드스터 전부 돌렸다는데? 통 크네.
다른 팀도 벤츠나 아우디 같은 거 준다는 누군가의 반론이 이어졌지만, 곧 묻히고 말았다.
그렇게 시작된 ‘돈지랄’ 자료 중 가장 압권은 역시 이적료였다.
- 선덜랜드 넷 스펜딩 어마어마하네.
* * *
“뭐 해?”
“반박 자료 만들어요. 이것들이 진짜···!”
앨리스의 눈에서는 불꽃이 튀는 것 같았다.
사실 선덜랜드가 선수 한 명에게 쓰는 이적료는, 기껏해야 프리미어리그 중위권 팀 수준이다. 갑부 구단주를 만난 팀치고는 지나치게 알뜰할 정도다.
하지만 이적 시장에서의 넷 스펜딩, 그러니까 순수 지출액이라는 잣대를 가져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구체적으로는, 선덜랜드가 꽤 사치스러운 팀처럼 보이는 효과가 생긴다.
구단주 이희성이 선수 장사에 별 관심이 없기에, 선덜랜드는 선수를 사오기는 해도 팔지는 않는 팀이기 때문이다.
대신 선덜랜드는 주로 입장료와 굿즈 같은 운영 수익으로 경비와 이적료를 충당하고 있기에 문제가 없다. 그 부분을 쏙 빼놓은 채 ‘넷 스펜딩’이라는 불리한 기준을 내세운 편집이 매우 악의적이었다.
선덜랜드 스태프들이 분개한 것도 당연했고, 특히 종합적 지식으로는 구단에서 제일간다는 앨리스가 대응에 나선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평소였으면 같이 눈에서 불꽃을 쏘아냈을 애니가 슬픈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안 해도 돼.”
“네? 하지만···.”
“썬이 말했잖아? 이번 일은 굳이 대응할 필요 없다고, 우리는 우리 일만 잘하고 있으면 저절로 사그러들 떡밥에 괜히 먹이 주지 말라고. 팬들의 대응까진 못 막아도, 스태프들은 자중하라고 했잖아.”
“···그러면 스태프가 아니면 되는 건가요?”
“응?”
애니의 반문에, 앨리스가 목에 힘을 주어 또박또박 말했다.
“퇴근 이후, 개인 아이디로 반박하는 건 아무 상관 없는 건가요?”
그러자 애니가 피식 웃었다.
“마음만 받을게. 다른 스태프는 그래도 되지만, 앨리스 너하고 아벨, 그리고 미정 씨는 안 돼. 너무 유명하거든.”
‘@축잘알’ 아벨이나 ‘@선덜랜드_명예시민’ 미정은 말할 것도 없고, 앨리스의 아이디 ‘@이상한_나라의_블랙캣츠’ 역시 축구판 관계자 중에서는 가장 유명한 편에 속한다. 거의 인플루언서 수준의 인지도라, 반박글을 올리면 선덜랜드 관계자가 나섰음을 모두가 알게 된다.
“···그치만, 팀장님은 그래도 괜찮으세요? 분하지 않으세요?”
“당연히 화나지. 썬이 다른 팀들과 다른 방식으로 돈 쓰려고 얼마나 노력하는지, 너도 알잖아?”
“그런데도 가만히 계시는 거군요··· 구단주님 지시라서.”
시무룩하게 말하는 앨리스를 향해, 애니가 차분하게 고개를 저어 보였다.
“아니, 때를 기다리는 거야. 나도 팬이니까.”
앨리스가 애니의 대답에 담긴 진의를 파악하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참다못한 선덜랜드 팬들이 맹폭격을 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프리미어리그 구단의 수익에서, 이적료 수입이 차지하는 비율]
구단에서 공시하는 회계 보고서를 전부 뒤졌는지, 아주 자세한 데이터가 실린 자료였다. 입장료와 중계권료, 상금은 물론, 초상권 판매와 스폰서 로열티, 굿즈 판매량 같은 세세한 항목을 구단별로 파이 그래프로 예쁘게 만들어 냈다.
[선덜랜드 - 이적료 수입 : 0%.]
- 넷 스펜딩으로 따지면 당연히 선덜랜드가 높게 나오지! 그 팀은 이적료로는 돈을 안 버니까!
다른 자료도 뒤따랐다.
[프리미어리그 각 팀별 베스트 11의 이적료 총액]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선덜랜드가 꽤 낮게 나왔다. 메시는 명백히 전성기가 지난 다음 합류했고, 나머지 선수들은 전성기를 맞이하기 전, 저렴한 가격에 데려왔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영국에서 제일 비싼 듀오로 평가되는 잭과 요니가 이적료 ‘0원’으로 잡힌 게 컸다.
- 누가 돈으로 축구판을 교란한다고?
하지만 그런 자료들은 축잘알 앨리스의 속을 후련하게 만들기는 했지만, 여론에 결정타를 먹이지는 못했다. 원래 군중은, 저런 보고 자료를 꼼꼼하게 살피지 않기 때문이다.
분위기를 한 방에 반전시킨 건, 한 편의 팬메이드 영상이었다.
* * *
소문의 영상은, 나도 접했다.
스마트폰으로 직접 찍은 영상 같은데, 아무래도 기기가 구형인지 화질이 영 별로였다. 게다가 자꾸 영상이 떨리고 흔들렸다. 기기만 나쁜 게 아니라, 찍은 사람도 경험과 기술이 부족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오히려 더 메시지가 진솔하게 느껴진다.
[전, 축구선수가 꿈이었어요. 공을 차는 대신, 농장에서 일해야 했지만요··· 리미트리스에서 우리 나라에 와주기 전까지는 그랬다는 뜻이에요.]
우리가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주최해온, 리미트리스 유소년 리그 이야기를 꺼내며, 소년이라기엔 성숙하고 청년이라기엔 살짝 앳된 남자가,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였다.
[그런데 대회에서 떨어졌어요. 그것도 2회전에서요. 아무래도 전, 프로가 될 재능은 없었던 모양이죠. 그래도··· 후회는 없습니다. 속상하지도 않고요. 도전할 기회를 잡을 수 있었고, 제 재능의 크기도 확인했으니까요.]
[리미트리스가, 썬이 없었다면 저는 평생··· 재능을 펴지 못했다는 아쉬움 속에서 살아야 했겠죠. 감사합니다. 그 말씀을 꼭 전해드리고 싶었습니다.]
이후 사내는 축구 선수의 길은 포기했어도 축구를 포기하지는 않기로 했다며, 앞으로 열심히 공부해서 브라이언이나 샐리 같은 코칭스태프가 되고 싶다고 영상을 마무리했다.
밑에 댓글이 어지럽게 달렸다.
- 참고로 저 소년을 비롯한 많은 제3세계 아이들이, 선덜랜드 구단주가 쏴준 위성으로 경기 시청 중임.
- 솔직히 위성이 선수보다 훨씬 비싸긴 한데··· 그래도 이적료에 몇억 유로씩 태우는 것보다는 선덜랜드 구단주가 훨씬 값지게 돈 쓰는 듯.
ㄴ 아니, 위성 쏴서 경기 틀어 주면 저런 애들이 축구 볼 수 있다고? 시청료는 땅 파면 나옴? 매일 20시간씩 카카오 따야 일주일에 축구 두 시간 보는 거 아님?
ㄴ 무상 지원임. 그렇다고 저작권 무시한 건 아니고, 선덜랜드가 대신 중계권료 지불한 다음 제3세계에 무료로 뿌리는 거임.
ㄴ 솔직히 다른 팀들이 선덜랜드 구단주처럼만 돈지랄했으면, 세상은 지금보다 삼백 배는 살기 좋아졌을 듯.
베댓을 확인한 나는, 살짝 눈을 감았다.
“이래서 가만있으라고 했구나. 다 오빠가 예상했던 대로의 흐름 안에서의 일이었으니까.”
희주의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부터 감정을 읽어내기는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이런 반응을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고 말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괜히 구단에서 궁색하게 변명하느니, 팬과 관계자들이 나서 주기를 기대했었다. 그동안 내가, 쓸데없는 돈지랄을 하지는 않았음을 증언해줄 거라고 믿었다.
다만··· 이번에는 훨씬 더한 것을 받아버렸다. 그래서 얼마간은 눈을 뜨기 어려울 것 같았다. 하물며 여동생이 옆에서 보는 중이라면 더욱 그렇다.
훌쩍거리는 희주의 목소리를 배경 삼아, 나는 소파에 몸을 깊이 파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