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48 - 248. 타워 (3) -지수
"으앗! 추워···!"
"조용히 하고 가만히 있어, 예린아. 자꾸 움직이면 물기가 안 닦이잖아."
나는 동생의 머리를 수건으로 문지르며 말했다.
물에 젖어 반짝거리던 예린의 회색 머리칼은 수건이 지나갈 때마다 점차 빛을 잃어갔다. 대신 그만큼 수건이 젖었다.
"언니는 안 추워? 어떻게 이 물을 마구 끼얹을 수가 있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차가운 물이 담긴 말통을 노려보는 예린.
"응, 언니는 안 추워. 언니니까. 원래 언니는 무적이야."
"그게 뭐야! 불공평해···!"
"언니가 조용히 하랬지."
"그것도 불공평해···!"
"쓰읍!"
"······!"
입을 다물어도 들리는 것 같은 소리에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최대한 태연하게 행동하고 있었지만, 슬슬 한계였다. 손이 달달 떨리는 게 그 증거. 추워서 그런 건 아니었다.
'···진짜 미치겠네.'
원인 모를 열기가 자꾸만 몸을 달구고 있었다. 기껏 찬물을 몸에 끼얹어 진정을 시켜 보아도 오래가지 못했다.
멍한 정신 속에 어떤 사람이 불쑥 떠오르는 순간, 몸은 언제 진정했냐는 듯 다시 뜨거워졌으니까.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몸이 이런 상태가 되었던 탓에 정확히 언제라고 특정지을 수가 없었다.
그냥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냥 아저씨 생각만 났다.
'아저씨···.'
타월로 몸을 문지를 때 입 밖으로 새어 나가는 신음을 참는 것이 고역이었다. 다행히 예린은 눈치채지 못한 듯했지만.
"하아···. 자, 다 됐다. 이제 아, 아저씨랑 세아 언니한테 가."
"응? 언니는?"
"언니는 가방 좀, 흣, 빨고 갈게. 먼지가 잔뜩 묻었거든. 그러니까 흐으···, 먼저 가 있어. 어서."
"알았어! 나 배고프니까 얼른 와야 해?"
간편한 복장으로 갈아입은 예린은 재빠르게 뛰어 방 밖으로 나갔다.
그와 동시에.
"흐읏···!"
나는 예린이 사라지자마자 주저앉았다. 앉을 수밖에 없었다. 부드러운 수건이 손을 스칠 때마다 피부가 점점 예민해졌기 때문이었다.
겨우 손.
고작 손만 스쳤을 뿐인데.
"왜, 아흑··· 왜 이러는 거야···."
천장을 향한 손전등 빛을 반사시키는 물웅덩이. 그 웅덩이에 한껏 달아오른 표정을 지은 내가 보였다. 주변에 눈치볼 사람이 사라지니 한껏 달뜬 숨을 내뱉고 있는 모습은 누가 보아도 암캐처럼 보였다.
말을 듣지 않는 꼬리가 안달이 난 것처럼 바닥을 비비적거리는 모습도 그렇게 보이는데 한몫하고 있었다.
촤아악!
나는 기껏 갈아입은 옷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찬물을 머리에 끼얹었다. 새 옷이 다시 물에 젖어 물방울을 뚝뚝 떨어트린다.
그리고 그것은 옷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었다.
또옥- 또옥-
"미쳤나 봐, 진짜······."
찬물에도 기세가 가라앉지 않은 하복부가,
기껏 갈아입은 깨끗한 바지의 밑쪽을 끈적한 액체로 적시면서, 일반적인 습기와 다른 좀 더 끈적한 습기를 만들어내 속옷을 잡아먹고 있었다.
분명 머리는 이 방이 춥다고 하는데, 이상하게도 몸은 덥다고, 이 열기 좀 해소시켜 달라고 울부짖고 있었다.
아저씨와 거리를 벌리면 열기가 진정이 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하읏, 왜 안 가라앉아···! 흐윽···."
괜히 혼잣말을 입 밖으로 꺼내보기도 했지만,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오히려 귓가를 자극하는 암캐 같은 신음에 몸만 더 달아올랐을 뿐이었다.
이래서야 아저씨를 일부러 외면한 이유가 없지 않은가.
이래서야 마지막에 씻겠다고 나선 이유가 없지 않은가.
괜히 내 것을 걱정만 시킨 셈이었다. 그냥 걱정도 받으면서, 한세아 그 여자랑 예린이를 먼저 보내고 나랑 아저씨랑 단둘이만 남았을 때 뭐라도 해볼 걸.
그 눈이 나만을 바라보게 할걸.
차라리 업혔을 때 놓아주지 말걸.
계속 업혀서 어리광 한번 부려 볼걸.
그러다가······.
자꾸만 뜨거워지는 하복부는 자꾸만 그런 후회를 들게 하였다.
"아···."
물웅덩이가 이번에는 다른 모습을 비췄다. 바로 내 목에 걸려 있는 초커였다. 수면에 비친 빛을 버클이 다시 한번 반사시켜 내 눈을 자극했다.
무슨 생각이었을까.
아마 목걸이를 풀면 몸에 갇힌 열기가 빠져나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 아니, 목을 더 조여서 몸을 달구는 열기를 억누를 생각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조금만···."
눈치볼 사람이 없어진 나는 버클을 살짝 풀고, 줄을 앞으로 잡아당겨 숨통을 조금 조여보았다.
지금 잡아당기는 손이 내 손이 아닌 아저씨의 손이라는 상상을 하면서.
어차피 이 꼴로는 방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와 동시에.
"케헥! 하앙···! 흐윽- 흐으윽···."
전기가 오른 것처럼 찌릿한 감각과 함께 완전히 톤이 달라진 목소리가 귀를 자극했다. 눈치 없이 쫑긋거리는 귀는 그 소리를 여과 없이 내 머리로 전달했다.
본래 조금만 움직여 열기를 해소시켜 보려던 어설픈 몸짓은 머리를 징징 울리는 약한 절정을 맛보자 어느새 거친 몸짓으로 변하고 말았다. 그나마 머리에 남아 있던 이성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교성을 크게 지르려는 입을 이를 악물어 간신히 틀어막았다. 본능에 잡아 먹히고 있는 이성이, 쫑긋거리는 귀가 복도 끝 방에 있는 여자들을 상기시켜 주었으니까.
"흥읏···, 헤에엑···. 하윽-!"
입을 꾹 다물어도 콧소리는 막을 수 없었다. 평소와는 다른, 명백하게 달라진 애달픈 숨소리가 내가 내는 소리라는 걸 인정할 수 없었다. 정확히는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내 몸이 이상해진 것 같아서 두려웠던 까닭이었다.
'···아니.'
사실 두렵지는 않았다. 그도 그럴게, 내가 반응하는 건 아저씨 냄새뿐이었으니까.
다른 이상한 사람이나 세아 언니 같은 사람에게 반응했으면 정말로 몸이 이상해진 것 같아서 무서웠겠지.
하지만 그 누구도 아니고 아저씨이지 않은가.
"아저씨이···."
원래는 그냥 오빠라고 불러 주고 싶었는데, 아저씨라는 말이 입에 착 달라붙은 건지 호칭을 바꾸는 게 쉽지 않았다.
정신이 없는 와중에 그를 찾기 위해 손을 이리저리 뻗어 보았지만, 잡히는 건 없었다.
······정확히는 잡히는 게 있기는 했다. 다만 그것이 진짜가 아닌 냄새만 간신히 남아 있는 천 조각이었을 따름이지.
그래도 아무것도 없는 것보다는 나았다.
"스으읍··· 하······."
나는 황급히 천 조각에 얼굴을 파묻었다. 폐부를 가득 채우는 그의 냄새에 정신이 혼미해진다. 끈적한 액체가 가랑이를 완전히 적신다.
"아흑-, 이제 그만, 하악, 해야 하는데엣···! 하앙···!"
어느새 나는 나도 모르게 손을 꼼지락거리고 있었다. 아니, 꼼지락거리는 수준이 아니었다.
천 조각에 코를 묻은 채로 숨을 크게 들이키면서 목걸이를 세게 잡아당기거나, 봉긋한 가슴을, 그 끝에 있는 돌기를 요령이 없는 손길로 주무르거나 손가락으로 콱 비틀었으니까.
열기는 조금씩 빠져나갔지만, 빠져나가는 것보다 더 많은 열기가 몸을 채우고 있었다.
마치 발정이 난 것 같은 몸. 이런 느낌은 처음이라 몸을 어떻게 달래야 하는지도 몰랐다.
본능이 시키는 대로 몸을 이곳저곳 쥐어뜯고 감각이 잔뜩 몰린 곳을 세게 꼬집기도 해봤지만 모자랐다.
모자라도 너무 모자랐다. 조금 더 큰 자극이 필요했다.
지금 나를 만지는 게 큰 손이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내 몸을 험하게 다루고 있는 이 손이 그 사람 손이면 진짜 좋을 텐데···.
"이, 이제 헤엑- 가야 하, 는데엣···! 후우··· 흐웃···!"
지금 상황도 모르고 자꾸만 채워지는 열기가, 뜨겁게 몸을 달구는 열기가 만족을 모르고 날뛰고 있는 것이 나를 미치게 했다.
속옷과 바지 너머로 전해지는 애매한 감촉이 나를 미치게 했다. 배가 자꾸 울려서 옷이고 뭐고 전부 다 벗어 던지고 싶었다.
그러나 애처롭게 떨리는 손은 속옷 속으로 손가락을 집어넣을 생각도 못했다.
"하앙···!"
대신 티가 걷어 올려져 훤히 드러난 가슴을 강하게 움켜잡았다.
탄력 있는 가슴을, 전보다 조금 더 커진 부드러운 살덩이를 손자국이 남을 정도로 꽉 잡을 때마다 기분 좋은 쾌감이 느껴졌다. 특히 연분홍빛 젖꼭지가 비틀어지면 하복부가 징징 울리기도 했다.
하지만 끝까지 오르지 못하고, 어중간하게 몸에 전해지는 쾌감은 열기의 해소가 아닌 축적을 가져왔다.
주체할 수 없는 꼬리가 돌아가면서 바닥을 찰박찰박 문지른다.
조금만 더하면 정말 기분 좋을 것 같은데. 그 조금이 대체 뭔지. 아주 좁은 그 간격이 쉽게 채워지지 않고 있었다.
"모자라··· 아저씨이··· 흑, 흐윽···."
기어코 눈물을 터트리는 눈. 눈꺼풀 사이로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손을 잡아먹고 꽉 닫힌 내 다리 사이에서도 물이 뚝뚝 떨어졌다.
눈을 감으면 환상이라도 그를 볼까 싶어서 눈을 감았다.
"스읍··· 하······."
하지만 그는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그의 냄새가 배인 천 조각을 꼭 쥐는 것뿐. 냄새는 이제 희미해졌지만, 아직 남아 있는 그의 체향이 가까스로 나를 진정시켜 주고 있었다.
찰박- 찰박-
고작 냄새에 만족하지 못하는 꼬리가 재차 바닥을 긁어댄다. 찰박거리는 웅덩이에 고인 것이 그냥 물인지 아니면 내게 나온 물인지 모르겠다.
고장 난 몸은 탈수가 올 정도로 물을 뿜어냈으니까.
그것이 땀이든 무엇이든. 전부.
"흑··· 이제 시러··· 그마안···, 헤엑-. 그마안······."
나는 이렇게 힘든데, 나도 만족 못하는데. 하얬던 피부가 잔뜩 붉어질 정도로 만졌는데. 내 가슴에는 손자국이 그대로 남았는데. 숨을 잔뜩 죽인 교성을 토해내며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도 모르는 말들을 중얼거렸다.
어떻게든 하복부의 열기를 죽이기 위해 몸을 웅크렸다.
그러나 마음대로 되지 않는 몸은 엉덩이를 파들파들 떨다가 골반을 위로 들어 올리는 반응을 보여 주었다. 무언가를 받아 내기 위한 애처로운 몸짓이었다.
"헤엑, 헥, 헤에엑···."
개가 열기를 배출하기 위해 그러는 것처럼 혀를 빼물기도 했다. 내밀어진 혓바닥 끝에서 투명한 침이 방울방울 뭉치다가 떨어진다. 몸으로 들어간 차가운 공기는 이내 뜨거운 한숨으로 내뱉어지고 있었다.
바닥에 고인 물웅덩이가 다시 한번 내 모습을 비췄다. 눈물 범벅된 얼굴과 애액 범벅된 하체. 빛나는 금안과 징징 울리는 하복부.
웅덩이에는 암캐 한 마리가 있었다.
사람이 아닌 암캐가.
"스으읍···케헥! 켁! 헤엑···."
나는 그 모습이 보기가 싫어서 천 조각에 얼굴을 파묻었다. 숨을 너무 많이 들이키면 남은 냄새가 전부 사라질까 목걸이를 잡아당겨 일부러 숨통을 조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아직 쓸 일이 많은데, 더 오래 써야 하는데 벌써 다 써버리면 너무 아깝지 않나. 애써 그렇게 속으로 변명하면서.
이 와중에도 그가 나를 체중을 가득 담아 짓눌러 주었으면 하는 생각하는 자신이 우스웠다.
바로 그때.
끼익!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니, 이제 보니 닫히는 소리였다.
그리고 그 문에는 아저씨가 서 있었다. 잔뜩 당황한 얼굴을 한 채로.
언제 들어온 걸까. 라는 생각에 이어,
······들켰다,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강하게 뇌리를 채운 것은 이런 가짜가 아닌 진짜가 제 발로 찾아왔다는 생각이었다.
그것도 옆에 다른 누군가가 있는 것이 아니라 혼자.
방에 혼자 있는 내가 걱정되어서 온 나만의 아저씨.
그동안 최대한 티 내지 않으려고 애썼는데, 오늘따라 유독 참기가 힘들었다. 미처 삼키지 못한 침 한줄기가 턱을 타고 흘렀다. 꼬리털이 순간적으로 곤두설 정도로 기뻤다.
"······아저씨?"
하지만 나는 일부러 고개를 숙이며 그를 불렀다. 이러면 아저씨가 내게 올 테니까. 내가, 내 상태가 걱정되어서 다가올 테니까.
목을 마구 괴롭힌 탓에 목소리가 조금 잠겨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러니까 이건 연기가 아니다. 그를 속이는 것도 아니었다. 나는 진짜로 아팠으니까.
그리고 내 몸을 고칠 수 있는 건 아저씨밖에 없었다. 지금 내 몸은 그를 간절히 원하고 있었다. 그것 외에는 다 필요 없었다.
현재 내 모습이 매우 이상한 꼴이라는 건 자각하고 있긴 했지만, 안중에도 들지 않았다.
그딴 건 중요하지 않았다.
오직 아저씨가 내게 다가오고 있다는 것만이 중요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그가,
나를 보기 위해,
나에게로,
천천히,
가까이 오고 있다는 사실만이 중요했다는 말이다.
"지수야? 너 왜 그래?"
그래, 이렇게 오잖아. 움직이기 힘든 나를 대신해서 다가와 주잖아.
곁눈질로 살핀 그의 얼굴에는 걱정이 한가득 담겨 있었다. 나를 신경 쓰는 눈빛. 그게 또 다른 쾌감으로 다가왔다.
이래서는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무심코 올라간 입꼬리를 숨기기 위해 고개를 좀 더 숙였다.
"하윽···!"
눈치 없이 움직이는 손은 상의 사이에 숨은 돌기를 찾아 꼬집었다. 딱딱하다고 느낄 정도로 빳빳해진 젖꼭지를 비틀자 숨이 가쁘게 내쉬어진다. 곧 내가 그에게 할 짓을 생각하니 심장이 쿵쿵거렸다.
'조금만 더···.'
"···지수야? 왜 대답을 안 해?"
'조금만 더 가까이···!'
저벅!
아저씨가 나와의 거리를 충분히 좁혔을 때.
우당탕!
"으헉?!"
나는 그를 덮쳤다. 나한테 깔리자 아저씨가 더 이상 당황할 수 없는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그 와중에 내가 다치지 않게 감싸 안은 팔을 보니 참을 수가 없어졌다.
더 참을 수 없는 건 아저씨의 입술에서 다른 여자의 냄새가 묻어 있다는 것이다. 침 냄새는 아니라서 참작의 여지는 있었지만, 그래도 잘못한 건 잘못한 거였다.
다른 여자의 냄새가 난다는 사실에 기분이 나락까지 떨어졌다가, 코로 맡아지는 그의 냄새에 다시 행복해졌다.
몸이 망가진 것 같았다.
그러니까 이건.
'···아저씨가 잘못한 거야······.'
깔고 앉은 몸이 단단했다. 나도 모르게 들썩이는 허리. 두 손은 아저씨가 일어나지 못하게 억누른다. 온몸에 전해지는 이 감각을 더 즐기고 싶었다.
찌덕··· 찌덕···
그래서 조금씩, 천천히 엉덩이를 비비적거렸다. 그러다가 허리를 들었다가 내렸다가, 다시 올리기를 반복하고 있자니 전해져 오는 쾌감에 몸을 지탱하는 팔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다리는 이미 힘이 풀려 제 기능을 못하고 있었다.
역시 혼자 만지작거릴 때랑은 차원이 다른 감각이었다. 단순히 피부를 맞댄 것뿐인데. 진짜랑 하는 건 이토록 느낌이 달랐던 것이다.
이제 더는 냄새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몸이 되었나 보다. 그래도 나는 얼굴을 그의 쇄골에 입술을 묻어 숨을 크게 들이켰다.
조금 전에 씻은 탓일까. 체향과 함께 다 같이 쓰는 바디 워시 냄새가 코를 가득 채웠다.
다 같이···.
그래, 다 같이 쓰는.
지금 내 몸에서도 나는 냄새.
같은 냄새를 공유하는 나와 내 것.
그리고 앞으로도 쭉 공유할 냄새.
"흐으으-."
직접 맡아지는 체향에 시야가 흐려졌다.
사물의 윤곽선 대부분이 희미하게 보여지는 시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직 하나 뚜렷하게 보이는 것이 있었다.
어찌할 바를 모르고, 나를 밀어낼 생각도 하지 못 하는 아저씨. 나는 넘치는 침을 목구멍으로 넘기고, 이제 내 것이 아닌 침을 넘길 준비를 마쳤다.
짙은 숨소리 사이에 얕은 신음이 섞였고, 그 소리는 방 안을 가득 채웠다.
내게서 나온 물이 곧 아저씨를 물들인다는 생각하니 아랫배가 욱신거렸다.
더 이상 참지 못해서 상체를 그에게 딱 붙였다. 그리고 내 가슴을 비비적거렸다. 봉긋한 가슴이 짓눌려 제 모양을 잃었다.
아저씨가 다급한 목소리로 내게 무어라 말을 하는 듯했지만 모르겠다.
아무것도 안 들려어-.
"헤엑···. 흐읏- 흣···."
빳빳하게 굳은 유두가 그의 옷에 스치는 게 기분 좋았다. 여기서 입까지 맞추면 더 좋겠지. 서로 맨살을 맞대면 느낌도 훨씬 좋을 거야. 그 생각에 벌써 침이 잔뜩 고였다.
내가 그를 담고, 그도 나를 품는.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물들이는 것만큼 행복한 일이 또 있을까.
나는 환희와 쾌감에 젖어 양팔로 그의 머리를 감싸안았다. 내 것, 내 아저씨, 이현우. 그 사람과 얼굴이 점점 가까워진다.
그 순간.
꽈악-
한계까지 예민해진 꼬리가 강하게 쥐어 짜이는 감각과 함께,
"흐아아앙?!"
몸을 덜덜 떨게 만드는 쾌감이 전해지면서 입이 벌려졌고, 자연스럽게 신음을 그의 귓가에 토해냈다.
그리고 거기서부터 기억이 끊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