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84 - 284. 지수 (1)
아파트 7층 복도.
지금 나는 지수가 있는 방으로 가고 있었다.
나, 한세아, 예린, 칼카타, 최미소. 이렇게 다섯 명이서 아기를 정신없이 보고 있는 와중에 칼카타가 갑자기 고개를 휙 들더니 나를 보며 영문 모를 소리를 했기 때문이었다.
'···너는 오늘 대전사가 된다니. 그건 또 뭔 소리야?'
그가 눈물 콧물을 급하게 닦아내며 말을 하는 것과 동시에 나는 어어 하는 사이에 복도로 나와져 있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 손에는 무언가가 들어 있는 검은 비닐 봉투가 들린 상태였고.
뒤늦게 분만실로 되돌아가려고 했으나 이번에는 예린이 나를 밀어냈었다. 여긴 이제 자신이 돌볼 테니 나는 지수 간호하러 가라나.
그렇게 다시 복도로 내쫓긴 나는 하는 수없이 몸을 돌려 지수가 있는 방으로 가는 수밖에 없었다. 한세아에게 무어라 말도 못했는데 말이다.
그래도 현재 대부분의 인원이 방금 막 출산을 마친 최미소에게 달라붙어 정신없이 케어를 하는 중이니 누군가는 지수를 돌볼 사람이 필요하긴 했기에 큰 불만은 없었다.
오히려 지금까지 지수를 혼자 내버려 둬서 미안했다.
현관문을 닫기 전, 예린이 말해주기를 지수는 얼추 다 나아서 괜찮아지고 있다고 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 말은 여전히 몸이 좋지 않은 부분이 있다는 말이기도 하지 않은가.
아픈 와중에 혼자 있는 것만큼 서러운 일도 없으니 서두르는 게 좋겠지.
그리 생각하며 나는 꾸준히 발을 놀렸다.
이윽고.
끼이익···
구석에 있는 방 앞에 도착했다. 곧장 방문을 열고 조심스레 들어갔다. 노크를 할지 말지 고민했으나 그냥 열기로 마음먹었다. 만에 하나 자는데 괜히 깨울 수도 있었으니까.
"······왜 이렇게 어두워?"
실제로 방은 그다지 어둡지 않았지만, 괜히 혼잣말을 작게 내뱉어 보았다. 지수가 놀라지 않게 내가 왔다는 걸 알려주기 위함이었다.
'이럴 거면 그냥 노크하고 들어올 걸 그랬네.'
참 바보 같은 행동이었다며 머리를 긁적이자,
부스럭!
손에 들린 검은 비닐 봉지가 요란한 소리를 냈다.
들어오기 전에 뭐가 들어 있는 건지 확인했어야 했는데, 지수가 워낙 걱정되다 보니 확인도 하지 못하고 들고 오고 말았다.
'···쓰읍, 근데 뭔가 분위기가 좀 이상한데. 묘한 냄새도 나는 것 같고······.'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느낌에 속으로 한숨을 푹 쉰 내가 침대에 가까이 다가간 것과 동시에.
"···아저씨?"
인기척을 느껴 잠에서 깬 것처럼 보이는 지수가 이불을 내리며 나를 불렀다. 살짝 물기가 섞인 목소리였다.
"아저씨네. 진짜 아저씨야. ······아저씨. 나 많이 참았는데. 잘했지. 응?"
그녀는 풀린 동공으로 나를 연달아 불렀다. 마치 타워에서 내가 그녀를 찾아갔을 때와 비슷한 반응이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것처럼.
지수가 푹 뒤집어쓴 이불을 들추며 얼굴을 드러내자 열기가 화악 느껴진다. 보지 않아도 그녀가 매우 달아올라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뭐야. 아니, 예린이가 분명 지수 거의 다 나았다고 했는━!?'
무언가 일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에 내가 순간 멈칫한 찰나,
-휙!
지수가 손을 빠르게 뻗어 나를 침대 위로 끌어당겼다. 그 바람에 내 생각은 끝까지 이어지지도 못했다. 대신 양팔과 양다리로 나를 끌어안은 지수와 이어졌을 따름이었다.
"헉! 지, 지수야! 잠깐만! 왜, 왜 이래! 일단 진정하고···!"
나를 잡아당긴 건 분명 지수이건만. 어째서인지 내가 역으로 그녀를 짓누르는 듯한 자세를 취하게 되었다. 나와 지수 사이에는 거리감이 하나도 존재하지 않았다.
한없이 0에 가까운 거리. 서로 맞닿은 살결이 뜨겁고, 끈적했다. 대부분은 지수가 흘린 땀 때문이었다. 이렇게 더워 하는데 이불을 푹 뒤집어쓰고 있었다니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아무 데도 못 가. 여기 있어. 나 잘 기다렸잖아. 상 줘야 되잖아."
다리로 내 허리를 강하게 묶은 지수가 내 쇄골에 코를 파묻어 숨을 들이키기 시작한 것이다. 워낙 딱 붙은 터라 손으로 그녀를 밀어낼 수도 없었다. 정확히는 그럴 수 있긴 하겠으나, 강제로 밀어내면 지수가 다칠 것만 같았다.
"스읍··· 하아······, 스으읍- 하아···."
이러다가 과호흡이 오는 게 아닐까 걱정될 정도로 숨을 크게 들이키고 내쉬는 지수. 그녀는 시간이 지날수록 몸을 점점 바들바들 떨었다.
"왜 이제 와···. 내가 얼마나 기다렸는데. 흑! 얼마나 계속 찾았는데···!"
갑작스레 울음을 터트리며 내뱉은 지수의 말에 나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최대한 빨리 돌아온다고 한 건데. 그녀에게는 많이 길었던 모양이다.
그래도 이런 반응은 좀 당황스러웠다. 아무리 이틀이 지났다고는 해도 그날 아침에 보았던 지수와 지금 밤에 보고 있는 지수는 서로 다른 사람처럼 느껴졌다.
"어··· 미안. 진짜 미안한데, 이것 좀 풀어 줄래? 슬슬 참기 힘들어서···. 일단 이것 좀 풀고 이야기하자. 응?"
"스읍- 하···. 안 참으면 되잖아."
"뭐?"
"왜 참아? 내가 싫어? 내가 이러는 이유 아저씨도 알고 있잖아. 몰라도 괜찮아. 내가 알게 하면 되니까."
나는 다시 한번 입을 꾹 다물었다. 싫을 리가 없지 않은가. 바보 같은 질문이었다.
갑작스럽게 벌어진 상황과 뜬금없이 묻는 질문. 어찌 보면 맥락 없는 일이 연달아 벌어졌다고 할 수 있으나, 나는, 지수는, 우리는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지수가 나를 원하고 있다고.
자신이 그를 원하고 있다고.
멍청한 표정으로 그녀의 금안을 직시하고 있자니, 뭔가 신기한 기분이 들었다. 마치 그녀가 느끼고 있는 감정이 내게 직접 꽂히는 느낌이었다.
말하지 않아도 서로 알 수밖에 없게 교감이 된 것 같았다. 온몸으로 전해지는 체온에 나는 꼼짝도 할 수 없었다.
-키우던 암컷 강아지에게 발정기가 왔을 때는 짧은 산책이나 노즈워크를 하는 것이 좋다!
지금 이 순간, 동물 병원에서 날아온 종이에 적혀 있던 문구가 생각나는 건 왜일까.
진짜 설마 설마 했는데, 강아지와 합쳐진 지수에게 발정기가 온 모양이다.
너무 믿기지 않는 추측이라 그동안 억지로 외면해왔는데, 이제는 인정해야 할 순간이 찾아왔나 보다. 지금 내게 닥친 건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었으니까.
그리고 애원하는 듯한 눈빛 사이에 날카롭게 존재감을 드러내는 음험한 눈빛이 그러한 생각을 확신으로 만들어주었다.
여기서 대처를 잘못하게 된다면, 나는 다시는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할 것 같았다. 그만큼 지수가 보내는 신호가 강렬하다는 말이었다.
지수가 나를 꼬옥 붙잡으며 말을 이었다. 거리가 워낙 가까운 탓일까. 지수의 뜨거운 숨결이 내 목에 닿아 간지러웠다.
"아저씨, 나, 나 몸이 이상해···. 너무 더운데 이게 해소가 안 돼. 자꾸 아저씨만 생각나서 미칠 것 같아. 몸이 너무 뜨거워···. 흑."
"······."
"가, 가만히 있을게···. 움직이지도 않고··· 응? 아저씨가 막 움직여도 난 가만히 있을 테니까아··· 나 좀 어떻게 해 줘···. 제발···, 나 힘들어······. 배가 너무 고파. 배 좀 채워줘···."
열기가 몰린 금안이 투명한 눈물을 뚝뚝 떨어트린다. 간혹 코를 훌쩍이면서 하는 말에 그녀가 얼마나 몰려 있는 상황인지 확 와 닿았다. 그러면서 뜨거운 숨을 내뱉는 모습은 심하게 자극적이었다.
특히 내 상체가 지수의 가슴을 짓뭉개고 있다는 사실이 자극적이었다.
누워서도 형체를 유지하는 그 살덩어리가 내 몸에 의해 뭉개지는 느낌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나라도 괜찮아?"
일이 이렇게까지 진행된 이상, 더 물러날 곳은 없었다. 나는 마지막으로 지수에게 물었다. 여기서 그녀가 괜찮다고 한다면 나도 더 도망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나도 더 참기 힘든 상황이었다.
여체가 주는 자극을 받아 이미 한계까지 커진 그것이 내 이성을 흐리게 만들었으니까.
어쩌면 지수의 금안이 나를 매혹시킨 것일 수도 있었고, 그녀가 만들어 내는 분위기가 나를 움직이게 하는 것일 수도 있었다.
"괜찮은 게 아니야. 아저씨가 아니면 안 돼. 아저씨가 아니면 싫어···."
내 품에 묻은 얼굴을 비비적거리며 말하는 지수.
"···지수야, 네가 하자고 한 거 아니야. 내가 너에게 넘어간 거야. 그러니까 너는 잘못 없어. 내가 책임질게."
나는 누구에게 변명하는지도 모르는 말들을 내뱉은 다음에 지수가 나를 안은 것보다 강하게 끌어안았다.
그녀의 몸이 살짝 들렸다. 그러자 탄탄하면서도 부드러운 여체가 내 품을 가득 채웠다. 진작에 맞닿아 있던 아랫배의 말랑함이 한층 진해진다.
"응, 앗···! 흣-, 흐읏···."
순간 놀란 지수가 탄성을 토해냈다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으나, 그 말이 세상 밖으로 나오는 일은 없었다.
그녀가 내 쇄골에 얼굴을 묻었던 것처럼 이번에는 내가 지수의 쇄골에 얼굴을 묻은 탓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많이 당황한 모양새다.
자꾸만 몸을 움찔움찔 떨며 나를 밀어 내려는 듯 몸부림을 치길래, 나는 지수의 머리맡에 있던 손을 그녀의 어깨 뒤로 집어넣어 움직임을 봉쇄했다. 푹 젖어 있는 상의를 밀어내는 건 쉽지 않았지만 멈추지는 않았다. 멈출 수도 없었다.
맞닿은 모든 부분에서 전해지는 지수의 열기가 어느새 나한테도 전염된 모양이다. 이제 다른 건 신경 쓰이지도 않게 되었으니.
그녀가 현재 입고 있는 상의가 저번에 내가 벗어 주었던 상의라는 사실도 신경 쓰이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 금안만 보였다. 예전부터 느껴 왔던 그녀의 눈동자가 주었던 신비함. 이번에는 외면하지 않고 그 신비한 매력을 만끽했다.
"가만히 있어."
"······네."
순종적으로 대답한 지수는 부끄러운지 나를 묶고 있던 팔을 풀어 자기 얼굴 위로 올렸다. 눈은 가려졌으나 미처 가려지지 않은 입꼬리는 슬쩍 올라가 있어 그녀가 기뻐하고 있다는 걸 알려주었다.
그리고 부끄러워하는 태도와 다르게, 지수는 은근슬쩍 내가 자기 냄새를 맡기 편하도록 고개를 살짝 들어 틈을 내주기까지 했다.
"흥읏···, 하앗-."
귓가로 곧장 꽂히는 지수의 신음 소리. 그녀에게서는 여자만이 가지고 있는 달큰한 살 내음이 났다. 나를 다시 끌어안고 싶은 듯 손을 파들파들 떤다. 그러나 가만히 있겠다는 약속을 지키려는지 그녀는 계속 참는 모습이었다.
그것도 내가 지수의 귀를 깨물기 전까지의 이야기지만 말이다.
나는 기세 좋게 솟아 있는 지수의 귀를 잘근잘근 씹었다. 평소에는 약간 차가웠던 그녀의 귀는 체온 못지않게 뜨거워진 상태였다.
하웁···
귀가 쫑긋거리지 못하도록 입을 다물었다. 아프지 않게 살짝 물린 귀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바들바들 떨어대기만 했다.
"······흐으읏?!"
원체 예민한 부위인지라 지수도 한껏 당황해서 가만히 있지 못하고 애원하는 신음을 토해냈다. 그 신음이 더 듣고 싶어서 한층 강하게 잘근잘근 씹었다.
"히이······."
잔뜩 몰린 열기를 배출하기 위해서 곤두서 있는 솜털이 있는 귀에 바람을 훅 불어도 보았다. 지수는 힘 빠지는 숨을 간신히 내쉬었다.
어두워도 똑똑히 보이는 솜털의 움직임이 흥미로웠다. 지수의 하얀 피부에 오소소 돋은 닭살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냥 지수가 보이는 반응 자체가 내 관심을 끌었다.
"아, 아저씨···."
많이 무서워하는 느낌에 치아에 잡혀 있던 귀를 풀어 줄 수밖에 없었다. 아쉽지만 오늘은 이 정도에서 만족해야 할 듯싶었다.
스윽- 스윽-
사과의 의미로 말없이 그녀의 귀를 쓸어 올려주었다. 귀에 닿는 지문에 부드러운 솜털이 지나간다. 여전히 뜨거운 체온을 간직하고 있는 얇은 피부도 같이.
그리고 예전 무궁화호에서 그랬듯이 그녀의 두 귀를 양손으로 막아주었다.
그때처럼 나만 보이게 하기 위함이었다. 다만 한 가지 차이가 있다면, 그때와 달리 이번에는 내 욕망이 진득하게 묻어 있다는 것일까.
"헥···, 헤엑······."
혀를 살짝 빼물고 가쁜 숨을 내뱉는 지수. 안정은커녕 오히려 더 흥분 상태가 된 그녀는 자연스럽게 숨을 들이켜는 만큼 내 체향을 들이키고 있는 중이었다.
내 손에 막힌 두 귀는 내 맥박을 듣기에 바쁘고, 팔다리는 나를 끌어안느라 정신이 없으며, 감각이 좋은 코는 서로에게서 풍기는 냄새를 맡기에 여념이 없었다.
나는 잠시 고개를 들어 서로의 얼굴을 마주 봤다. 아니, 마주 본다는 건 어폐가 있었다. 그녀의 눈은 초점이 풀려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찌덕··· 찌덕···
지수가 단단해진 내 하반신에 본능적으로 엉덩이를 들었다가 내리기를 반복하는 느낌이 전해진다.
단순히 서로의 냄새만 공유하고, 귀 좀 만졌을 뿐인데.
"더-, 더어··· 세게 눌러 주세요···."
지속적으로 그녀에게 가해진 자극이 지수를 좀 더 발정나게 만든 것 같았다.
어쩌다 이런 지경까지 왔는지. 이왕 이렇게 된 거 평소에 하고 싶은걸 다 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어차피 이제 와서 멈출 수도 없었다. 이제는 그녀가 멈춰 달라고 해도 내가 멈추고 싶지 않았다.
스륵-
아직 그녀의 귀를 봉하고 있던 두 손을 회수해 지수의 티셔츠를 들어 올렸다. 완전히 벗기지는 않았다. 그냥 그러지 않는 편이 더 자극적이었으니까. 다른 이유는 없었다.
"앗···!"
땀이 가득 배여 질척해진 티셔츠가 위로 밀려나자, 그것이 감추고 있던 말랑한 아랫배와 봉긋한 가슴이 완전히 드러났다.
'목줄은 또 언제 끼워둔 거야?'
잠시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지수의 초커에는 기다란 줄이 하나 묶여 있기까지 했다. 그러나 지금 중요한 것은 목줄이 아니기에 그저 목줄을 걷어 한쪽에 두었다. 아직은 쓸 때가 아니었으니까.
목줄마저 사라져 훤하게 드러난 가슴에 맺힌 땀이 달빛을 반사시켜 번들거린다. 그러는 와중에도 새하얀 덩어리가 가지고 있는 연분홍빛 첨단이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녀는 상체가 드러난 것에 부담을 느낀 듯 어느새 위에 있는 베갯잇을 꽉 잡고 있던 손을 내리려고 했지만,
"······."
어느새 상의를 완전히 벗고, 말없이 바라보는 내 시선에 멈칫하다가 고개를 슬쩍 돌리고 그저 베갯잇을 다시 꽉 잡을 뿐이었다.
약속을 어기고 자꾸만 움직이려는 지수에게 벌을 주듯이 양손을 그녀의 허리에 올렸다. 정확히는 자연스러운 굴곡을 형성한 아랫배였다. 바로 자궁 말이다. 허리가 곧게 펴진 만큼 그 부위는 좀 더 도드라져 있었다. 마치 여성성을 과시하는 것처럼.
꾹-
나는 그것을 강하지 않게 살짝 눌렀다. 말랑하고, 부드러운 피부를 누르면서 귀여운 배꼽도 만져 보았다.
"흐앗! 하으응···!"
지수는 아랫배에서 전해지는 생소한 자극에 허리를 허공에 띄우며 몸부림을 쳤다.
"왜 자꾸 움직이려고 해. 가만히 있겠다고 했잖아."
"으읏···! 아, 저씨···! 잠, 으흐으읏-, 잘못-하앙···!"
마사지하는 것처럼 그녀의 아랫배를 눌렀다가 떼기를 반복하니 지수는 말도 제대로 꺼내지 못하고 그저 신음을 토해낼 수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내 말만큼은 똑똑히 들리는지 움직이려는 손을 손깍지를 껴 막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헤엑···, 헥···."
그렇게 한참을 배를 주물럭거리다가 지수가 기진맥진해졌을 쯤, 손의 위치를 바꿨다. 이번에는 아랫배가 아닌 가슴이었다.
푹 퍼진 지수는 가물가물한 시선으로 내 손을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눈을 크게 뜬 건 내가 부풀어 오른 밑가슴을 지나 단단하게 뭉친 지수의 젖꼭지를 잡았을 때였다.
"흐아···."
묘한 기대감을 가지고 자기 가슴을 짓뭉개는 손을 바라본 지수는,
"하아앙!"
빳빳하게 굳은 첨단이 손가락 사이에 잡혀 비틀리는 순간, 허리를 크게 띄우며 신음을 내질렀다. 그리 세게 잡은 것도 아닌데, 그동안 몸을 풀어 준 덕분일까. 지수는 숨을 헐떡이며 허리를 통통 튕겼다.
퓩- 퓨숙-
아직 입고 있는 상태인 지수의 하의가 실금이라도 한 것처럼 안쪽에서부터 젖어오기 시작했다. 내 하반신과 지수의 하반신은 딱 붙어 있는 상태이였기에 바로 눈치챌 수 있었다.
이제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저 걸리적거리는 옷을 벗겨야겠다는 생각이.
망설이지 않고 바로 행동으로 옮겼다.
철퍽-
지수의 두 다리를 위로 들어 올려 하의와 함께 음부를 가리고 있던 속옷까지 한 번에 벗기는 것과 동시에 애액으로 흥건한 매끈한 보지가 눈에 들어왔다.
"자, 잠깐만요···!"
공기가 통하는 느낌에 화들짝 놀란 지수가 손깍지를 끼고 있던 손을 풀고 필사적으로 자기 음부를 가렸다. 이번만큼은 그녀의 움직임을 막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기다려주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후우···, 후우···. 나, 난 준비 됐어···. 준비됐어요···."
지수는 천천히 심호흡을 내쉰 뒤, 음부를 가리고 있던 손을 떼어 놓았다. 절정에 달해 한차례 조수를 뿜은 보지는 애액을 뚝뚝 흘려대고 있었다. 가쁜 숨을 내쉬느라 살짝 나온 혀가 칠칠치 못하게 침을 뚝뚝 흘려 대는 것처럼.
하지만 천박한 모습은 아니었다. 그저 내가 가진 성욕에 불을 지피는 모습일 따름이었다.
전희는 더 필요 없을 것 같았다.
끈적하고 질척한 액이 눈을 감았다 뜰수록 더 많이 새어 나오고 있었으니까.
매끈하고 앙다문 일자 형태의 입구가 속이 타는 듯 살짝 벌려졌다가 닫히기를 반복하고 있었으니까.
"···나도."
진정되지 않는 심장을 애써 억누르며 간신히 답했다.
마침내 나도, 지수도 마음의 준비를 마치고, 분위기가 충분히 무르익었을 때. 나는 양손으로 쥐었던 그녀의 골반을 내 쪽으로 가깝게 끌어왔다.
자연스럽게 지수의 허벅지가 좀 더 벌려졌다.
자연스럽게 내 귀두가 지수의 보지에 닿았다.
뚝- 뚝-
그녀의 음부에서 나온 애액이 내 귀두를 적신다. 한껏 팽창한 피부를 간질거리는 자극에 어서 집어넣고 싶었다. 이대로 박아 넣어서 발정기가 온 짐승마냥 뒹굴고 싶었다. 서로 피부를 완전히 맞대 몸을 겹치고 싶었다.
지금까지 참았던 것이 무색할 만큼 강한 욕구였다.
허나, 아직은 때가 아니었다. 조금 더 기다려야 했다. 자기가 먼저 달려들어 애원한 주제에 막상 본방이 닥치자 지수의 몸이 긴장감에 바싹 굳고 말았으니 말이다.
꼴깍-
시선을 아래로 내려 자신을 바라본 지수가 마른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의 귀가 어설프게 쫑긋거린다. 긴장과 기대감이 섞인 숨이 가쁘게 오르락내리락 거린다.
침대 하나, 화장대 하나가 간신히 들어올 수 있는 작은 방이 나와 지수의 체향으로 가득 찬 게 느껴진다.
창문을 열지 않았으니 이성의 성욕을 자극하는 그 살 내음이 빠져나가지도 못하고 다시금 우리의 숨으로 들어오고 있는 것이었다.
"아저씨···. 이 뒤에··· 하는 거지? 아, 아기 만들기···. 근데 그 전에 나한테···."
두 다리 사이로 나를 품은 지수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녀는 뒷말을 잇는 걸 망설였다.
하지만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무슨 말을 듣고 싶은지 나는 알았다.
"지수야, 좋아해. 아니, 사랑해."
"···나도. 나도 사랑해요. 아저씨. 아니, 오빠."
내 말에 순간적으로 커진 지수의 눈동자. 눈초리에 눈물이 방울방울 맺힌 그녀는 이내 헤헤 웃으며 내게 입을 맞췄다.
누가 먼저 키스하자고 하지도 않았다. 지금 이때를 키스할 타이밍으로 정해 놓았으니 당장 입술을 맞대야 한다고 말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우리를 둘러싼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그 행위를 하게 만들었다.
비록 로맨틱한 분위기도, 사랑스러운 형태의 방도 없었지만. 서로를 눈에 담은 사람이 있었다. 그걸로도 남녀 둘이 본능적으로 입을 맞추기에는 충분했다.
"쪼옥-. 후웁-."
서로 입술을 포개며 숨결을 한차례 주고받는 것과 동시에,
푸욱-
나는 허리를 밀어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