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라포밍-285화 (286/497)

Chapter 285 - 285. 지수 (2)

"아, 흐읏━?!"

나와 숨결을 서로 주고 받으며 질척거리는 혀를 섞고 있던 지수. 그녀가 품고 있었던 숨이 모조리 내게로 넘어왔다.

그 뒤로, 지수는 내가 넘기는 숨을 받을 생각도 하지 못한 채 몸을 바싹 굳혔다.

눈을 질끈 감은 그녀가 고통과 쾌감이 섞인 신음을 흘리면서 몸을 파들파들 떨고 있을 때.

"큭···."

나 또한 그녀와 별반 다를 것도 없었다. 지수에게 괜찮냐고 물어볼 정도의 여유조차 없었다.

한계까지 팽창한 자지는 얇디 얇은 막을 젖히고, 절반 이상 들어가 있는 상태. 질벽을 따라 들어간 귀두를 통해서 느껴지는 감각이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밀어 넣었으면 큰일 날 뻔했다. 잔뜩 달아오른 지수의 질벽이 주는 쾌감이 문제이기도 했으나, 가장 큰 이유는 지수가 물기 어린 눈으로 애원했던 까닭이었다. 고통이 많이 심한 모양이다.

"자, 잠깐만··· 이렇게 있어···주세요···."

그런 지수의 애원에 나는 몸을 뒤로 물리지도, 좀 더 밀어붙이지도 못한 채 가만히 버틸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꽉 조여든 질벽이 자지를 잡고 있어서 움직일 수도 없었다.

절반까지는 비좁은 틈새를 어찌어찌 억지로 비집고 들어갈 수 있었으나, 거기까지가 한계였다.

나머지를 넣는 것은 지수의 몸을 잠식한 긴장이 풀리기 전까지는 무리였다.

스윽- 슥-

나는 그녀의 긴장을 풀어 주기 위해 몸처럼 바싹 굳은 귀를 손가락으로 쓸어 올려주었다.

"헤엑···. 흐읏······."

요란한 신음이 나오지는 않았다. 그 대신 내가 귀를 조물거리며 반쯤 접힌 귀를 곧게 필 때마다 지수의 가슴팍이 숨을 들이키느라 올라갔다 내려왔다. 오르락내리락하는 움직임에 부푼 가슴이 흔들리며 제 존재감을 알렸다.

그리고 눈이 풀린 지수는 눈으로 볼 수 없는 곳에서, 지금 나와 연결된 부위에서, 귀가 만져지는 것과 동시에 무의식적으로 질벽을 살짝 조였다가 풀기를 반복하는 중이었다.

빳빳하게 굳은 질벽이 조금씩 기둥을 품을 수 있게 길을 넓혀가는 건 당연한 수순. 점막이 귀두에 끈적하게 달라붙는 자극에 자지가 터질 것 같았다.

"···아프면 말해."

이제 더 넣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든 나는 최대한 여유를 가장한 채 그녀에게 속삭였다. 여기서 약한 모습을 보이면 그 즉시 지수가 날 역으로 덮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금도 간당간당했다.

언뜻언뜻 드러나는 그녀의 눈동자에 음험한 빛이 맴돌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그 자취를 감추었으니까.

꾸욱-

지수는 말없이 이제 괜찮다는 듯 다리를 들어 역으로 나를 옭아맸다. 내가 천천히 허리를 미는 힘과 지수가 다리로 나를 끌어안으면서 생기는 힘으로 귀두는 점점 더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다.

"하···으······."

이내 거의 끝까지 파고들어간 자지에 지수는 숨 쉬기가 버거운지 숨을 헐떡거리기 시작했다.

"안, 아주세요···."

미열로 달아오른 지수의 몸이 끈적하게 내게 달라붙었다. 이미 완전히 하나가 되었건만. 그녀는 그래도 모자라다는 듯 나를 끌어안으며 입을 맞췄다.

"하읍-, 쪽···."

질벽을 따라 들어간 귀두에게 쏠리는 감각, 길을 만들어가며 안을 파고들어가는 감각에 괜히 이를 악물고 있던 나도 지수의 몸짓에 간신히 호응하며 입을 맞췄다.

혀 끝과 끝이 얽히고, 서로 맞대어진 허벅지를 비벼 보이지 않는 곳의 끝과 끝을 맞췄다.

그 상태에서 조금씩 허리를 움직였다. 찌덕찌덕하는 소리와 함께 끈적한 액체가 피부에 길게 늘어지다가 끊어진다.

"흐읏-! 앗, 하으···. 오, 빠···. 조금 더 빨, 리··· 움직여도 괜, 흣-찮아요···."

격한 입맞춤에 눈가에는 눈물이 고이고,

보지에서 전해지는 강한 자극에 눈을 찡그리고,

지금도 살짝 버거운 주제에 싫어하기는커녕 내 행동을 전부 받아주겠다며 애써 웃는 지수.

평소에는 보여 주지 않는 한없이 약한 모습과 한없이 순종적인 얼굴. 이런 표정을 오직 나 혼자만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숨이 거칠어졌다.

처음과 달리 확실하게 풀어진 질벽에 나는 그녀가 원하는 대로, 내가 원하는 대로 자지를 천천히 빼냈다. 그리고 망설이지 않고 한 번에 집어넣었다.

"아, 흐으으읏-!"

순간 허리를 크게 띄우며 지수는 신음을 토해냈다. 발작하듯 위로 올라간 허리에 가슴이 한차례 출렁였다.

"진짜 괜찮아? 이렇게 움직여도."

정말로 마지막 물음이었다. 이번에도 지수가 나를 미치게 만든다면 그녀가 애원해도 멈추지 못할 것 같았다.

"···사랑해요······."

그러나 그녀는 내 물음에 답하는 대신 헤헤 웃으며 엉뚱한 답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한쪽으로 치워진 자기 목줄을 내 손에 쥐여주었다. 그것도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히."

그녀는 내 손에 들려지게 된 목줄을 보며 다시 한번 웃었다. 갸르릉거리는 숨소리와 함께.

"···너. 후우···."

그 미약한 웃음은 내 이성의 끈을 끊어 버리는데 충분한 대답이었고, 몸짓이었다. 내게 온몸을 맡긴다는 교감이었으니.

그 뒤로, 나는 참지 않았다.

귀두에 얽혀 오는 질벽이 주는 감촉에 숨이 턱 막히는 신음을 토해내고, 일정한 간격으로 울려 퍼지는 살갗 부딪치는 소리에 귀가 멍해져도 피스톤을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더 강한 자극을 받기 위해 속도를 올렸다.

"하읏! 앗, 흣-, 흐읏···. 하으윽-!"

지수는 어떻게든 움직이지 않기 위해 두 손으로 이불보를 잡아 버텼다. 서로의 치골이 부딪힐 때마다 그녀는 눈을 질끈 감아 눈물을 한 방울 흘리거나 고개를 돌려 베개에 얼굴을 묻어 눈을 가렸다.

하지만 결국 그 끝에는 나를 바라보았다. 내가 있었다.

하얀 벽지가 아닌,

정적인 테이블이 아닌,

잔뜩 구겨진 이불보가 아닌,

눈물에 젖어 축축한 베갯잇이 아닌,

오직 서로만 눈에 담았다.

서로가 서로를 채웠고, 품었다.

육체적인 쾌락뿐만 아니라 감정적인 쾌락 또한 만만치 않았다. 그녀는 내게 온몸으로, 온마음으로 부딪치고 있었으니까. 지수를 만족하게 해주기 위해서는 나도 노력해야 했다.

"흡-, 하웁···. 쪼옥···."

내가 허리를 올릴 때마다 맞대고 있는 입술에서 공기가 나왔다가 다시 들어갔다. 그리고 질벽의 주름을 귀두가 긁을 때, 지수가 보이는 반응이 다르다는 걸 알게 되었다.

허리를 위에서 아래로 강하게 찍을 때, 짓눌리는 감각이 좋다는 듯 혀를 살짝 빼물고 가지고 있던 숨을 모조리 토해낸다던가.

살짝 빼문 혀를 손으로 잡았을 때, 본능적인 행동인지 의식적인 행동인지 몰라도 입 안으로 들어온 손가락을 쪽쪽 빤다던가.

귀두가 아래쪽이 아닌 위쪽 주름을 타고 지나갈 때, 무심코 신음이 커지는 부위가 따로 있다던가.

그녀의 질벽이 주는 자극을 참다못한 내가 지수의 하얀 목덜미를 살짝 깨물었을 때, 내게도 자국을 남겨 복수하겠다는 것처럼 같이 목을 깨문다던가.

물론, 나를 깨무는 건 내가 지수의 귀를 깨물기 직전까지의 이야기였다. 내가 하지 말라며 귀를 살짝 깨물면 지수는 잘못했다며 혀로 깨문 부위를 할짝거렸으니까.

그렇게 나는 허리를 움직이면서 지수에 대해 하나하나 알아갔다.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당당한 지수의 표정이 아닌 끝없이 약해져 내게 기대고 있는 그녀의 행동.

그리고 내 앞에서는 자기 약점을 숨길 필요도 없다는 것처럼 반응 하나하나를 전부 솔직하게 드러내는 암컷의 태도.

그러한 모습에 내 성욕은 한껏 자극받아 그 욕심을 키워나갔다. 발정기가 지수에게만 온 것이 아닌 마치 나도 발정기가 왔다는 것처럼 말이다.

서서히 밀려오는 사정감에 피스톤 속도를 올리다가 뒤늦게 피임에 대한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지수에게 무어라 말할 수도 없이 격해진 숨소리는 단어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이대로 물러서지 않고, 끝까지 박아 넣어 정을 전부 토해내고 싶었지만 그래서는 안 되었다. 콘돔이라도 끼고 했어야 하는데.

이런 후회를 하기에도 너무 늦은 상황.

자지의 뿌리에서부터 시작된 진동이 곧 이어질 사정을 알리는 것과 동시에 나는 허리를 뒤로 내빼려고 했다.

그 순간.

"···안 돼, 요! 흐읏! 하앗-! 내 거야아···!"

지수가 전례없이 강한 힘으로 나를 옭아매 빠져나가지 못하게 만들었다.

"잠···!"

두 팔과 두 다리로 내게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모양새에 허리를 빼는 타이밍이 늦고 말았다. 아니, 늦는다는 말에는 어폐가 있었다. 이미 사정이 시작되었던 까닭이다.

"큭···."

결국 바깥으로 빠져나가지 못한 귀두는 화를 내듯이 지수의 가장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고, 안에 품고 있던 정액을 전부 쏟아 냈다. 이렇게나 많이 쌓였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뭉텅이로 쏟아 부어지고 있었다. 기력이 쭉 빠지는 느낌이었다.

"하아앙···!"

사람의 체온만큼이나 뜨거운 정액이 그녀의 내부를 채우자 지수는 눈을 질끈 감으면서 발가락에 힘을 줘 꽉 오므렸다. 신음을 억지로 억누르려는 그녀의 숨소리가, 성대를 조여 긁는 듯한 숨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헉··· 허억···."

"헤엑··· 헥···흣···."

나와 지수는 사정과 절정이 주는 여운에 빠진 채 숨을 골랐다. 온몸에 도는 탈력감에 숨을 고르는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히···, 받았다···."

무엇이 그리도 만족스러운지 말랑한 아랫배를 쓰다듬으며 웃는 지수. 그녀의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웃음이 깃들었다.

"···지수야."

그녀의 모습에 나는 애써 표정을 굳힌 채로 지수를 불렀지만, 아이가 생기려면 어쩌려고 하는 말은 잇지 못했다. 그도 그럴게, 1차적으로 콘돔을 끼지 않은 내 잘못이니까. 그런 내가 피임 걱정을 하는 건 너무 쓰레기 같은 반응이 아닌가.

"아, 움직여 버렸다···. 벌···줄 거예요?"

지수는 내 부름을 어떻게 이해했는지 몸을 돌려 엎드렸고, 엉덩이를 내밀어 살랑살랑 흔들었다. 정확히는 꼬리가 살랑거렸다.

"저 아직 모자란데···."

사람 속도 모르고 더 혼내 달라는 그녀의 음부에서는 흰색의 덩어리가 붉은 기를 띠며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이전까지 외부의 침입을 허용한 적이 없었던 보지는 좀 더 받아 낼 수 있다며 입구를 조금씩 뻐끔거렸다.

"후우···."

머리를 혼미하게 만드는 광경에 나는 다시금 차오른 열기를 한숨으로 내뿜었다. 그래, 어차피 이미 싸지른 참이다. 긁어낸다는 것도 말이 안 되고, 이왕 이렇게 된 거 남은 욕망을 털어내야 속이라도 시원할 듯했다.

한 번의 사정에 만족하지 못한 자지가 얼른 박아 넣으라며 재촉하는 것도 이어질 내 행동에 힘을 더해주고 있었다.

"오빠··· 잘못했어요···. 응? 그러니까 빨리··· 혼내 주세요. 빨리···."

온몸에 땀이 맺힌 주제에,

강한 쾌락에 눈이 풀린 주제에,

간신히 두 팔로 몸을 지탱하고 있는 주제에,

주인이 좋다며 꼬리만 살랑거리면 다란 말인가.

혼자 잔뜩 신난 꼬리가 괘씸했다. 우선 시야를 어지럽히는 꼬리를 잡아 둬야 할 것 같았다.

덥석-

그리 생각한 내가 지수의 꼬리를 잡는 것과 동시에 귀두를 긴장이 풀려 눅진눅진해진 구멍으로 밀어 넣었다.

"아···?"

간신히 버티고 있던 지수의 몸이 푹 주저앉았다. 그러면서 의문을 담은 신음을 멍한 얼굴로, 상황 파악하지 못한 표정으로 흘려댔다.

다만, 억지로 감각을 외면하는 뇌와 달리 그녀의 몸은 곧장 반응을 보였고, 꼬리에서부터 시작된 쾌감의 파도를 강제로 올려 보냈다.

"아, 하아앗···! 하아앙-!"

침대보를 찢을 새라 쥐어뜯는 손아귀가 애처롭다. 덜덜 떨리는 손가락으로는 침대보를 쥐어뜯기는커녕 그저 문지르는 것만 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직전까지 보였던 여유를 가장한 억지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 후였다. 그리고 지수에게는 지금의 모습이 어울렸다.

꽈악-

나는 손에 들어온 꼬리에 힘을 주었다. 너무 강하게는 말고, 적당히 지수가 정신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약하게. 그런 다음에 천천히 강도를 올려갔다. 어디까지 버틸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놔아-! 놔 주세요···! 흑-, 꼬리는 안대에···! 잘못, 했, 어요···!"

내게서 도망치려는 듯 다리로 엉금엉금 기어가는 지수는 몸짓만 그러할 뿐, 실제로 이동하지 못했다. 내가 그녀의 꼬리와 골반을 잡고 있고, 도망가지 못하게 목줄 또한 손에 쥐고 있는데. 어디로 움직인다는 말인가.

오히려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그녀는 후방에서 가해지는 쾌감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될 따름이었다. 꼬리를 잡는 손에 힘의 강도를 낮추거나 올릴 때마다 그녀의 질벽이 콱 조여 들었다가 풀렸고, 지수의 발가락이 오므라들었다가 펴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아."

결국 꼬리가 잡힌 지수는 외마디 말을 바보같이 내뱉으면서 실신하고 말았다. 축 늘어진 그녀의 몸과 고개가 그걸 알려주었다.

눈꼬리에 맺힌 눈물이 볼을 타고 흐르는 모습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지만, 여기서 멈출 수는 없었다. 지금 내 눈으로 보이는 상황과 다르게 아직 그녀의 몸이 만족하지 못한 것 같았으니 말이다.

여전히 지수가 품고 있는 내 자지를 압박하는 느낌이 들었다. 질벽의 주름이 귀두에 끈적하게 달라붙어 조였다가 풀기를 반복하며 강한 자극을 주고 있었다. 한차례 받아 낸 씨앗이 부족하다는 움직임이었다.

좀 더, 조금 더.

그렇게 언어없이 요구하는 몸의 대화였다. 짐승의 교감이었다.

이 상황에서 지수가 정신을 차리게 만드는 방법은 간단했다. 그저 허리를 끝까지 밀어붙이면 될 일이었다.

푸욱-!

저항이 약해진 틈을 타서 나는 귀두를 자궁구가 있는 위치까지 박아 넣었다. 뿌리까지 모조리 품게 된 지수의 보지는 본능적으로 자궁구를 위로 올리며 나를 환영했다.

"으극?!"

가장 깊숙한 곳에 닿았다는 생각과 함께 풀려 있던 지수의 눈에 순식간에 초점이 잡힌다. 여전히 멍한 눈은 자신이 정신을 잃었었다는 걸 모르고 있는 듯했다.

"아, 오빠···! 잠-!"

뒤늦게 상황 파악을 마친 지수가 내게 고개를 돌리며 무언가를 말하려고 했으나, 그 말은 그대로 다시 지수가 삼키게 되었다.

"끄, 흐으으읏······!"

실상은 받아 낸 씨앗을 제대로 품기 위해 올라간 자궁구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뭇내 괘씸했다. 기껏 서로의 끝과 끝이 닿았었는데. 그리 여긴 나는 치골 사이에 공간이 남지 않도록, 그보다는 그녀를 완전히 짓누를 수 있도록 지수를 뒤에서 깔아뭉갰다.

"아, 아···."

조금 더 깊숙이 파고든 귀두에 순간적으로 그녀의 눈이 위로 올라갔다가 간신히 내려왔다. 그녀의 꼬리가 빳빳해진 것이 느껴진다.

뭔가 나를 밀어 내려는 듯한 꼬리의 움직임에 한층 더 괘씸한 마음이 들었다. 지수가 잘못한 것 없지만, 가만히 있겠다는 약속을 어긴 몸짓이었으니 그 벌은 몸 주인이 받아야 하지 않겠는가.

"하아아앙━!"

그것이 내가 여전히 앞으로 도망가려는 지수의 꼬리를 움직이지 못하게 잡아당기며 든 생각이었다.

"우, 움직여서엇··· 잘못, 해써요···."

지수는 여전히 자신이 가만히 있겠다는 약속을 지켜지 않아서 꼬리가 잡혔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녀는 베개에 얼굴을 묻고, 힘없이 꺾인 두 팔을 머리맡에 둔 채로 무어라 웅얼거리고 있었다.

내가 이러는 건 그런 복잡한 문제가 아니었다.

보다 더, 훨씬 단순한 문제였다.

그저 무방비하게 몸을 전부 내보이는 지수가,

그녀의 등허리를 타고 흐르는 땀이,

칠칠치 못하게 맑은 침을 뚝뚝 흘리는 혀가,

이제는 역으로 내 팔을 감아오는 꼬리가,

빈틈 없이 자지에 딱 달라붙은 질벽이 기둥을 오물거리며 주는 자극이, 하나하나가 전부 야한 탓이었다.

"헥··· 헤엑···, 앗, ···하앗······!"

더 잡지 않아도 손목에 휘감긴 꼬리를 내버려 둔 대신에 매력적인 굴곡을 가진 골반을 양손으로 잡았다. 엉덩이를 살짝 들어 올려 각도를 조금 높인 것과 동시에 팡팡, 소리가 날 정도로 깊숙이 박아 댔다.

이리저리 뭉개지는 자궁구와 형태를 자지의 모양으로 바꾸는 질벽이 주는 쾌락이 강렬했다.

몸에 힘이 풀려 내가 움직이는 대로 밀리는 지수의 몸은 앞으로 나아갔다가 내 손길에 의해 다시 되돌아왔다. 그녀는 여전히 신음을 흘리고 있었지만, 베개가 소리를 먹어 잘 들리지 않았다.

"케헹···!"

혹여 숨이 막힐까 싶어 목줄을 잡아당겨 지수의 고개를 들게 하였다. 그러나 오히려 그런 내 행동이 초커를 조여 숨통을 막는 결과를 가져온 탓에 금세 목줄을 느슨하게 만들어 줄 수밖에 없었다.

내가 목줄을 느슨하게 만들자 힘없이 떨궈지는 지수의 고개. 다만 이번에는 옆으로 돌린 상태였다.

"헤읏···, 헥, 흐읏···, 하읏, 흣···."

베개 따위에게 막히지 않고 제대로 들리기 시작하는 지수의 신음이 그래, 속된 말로 꼴렸다. 할 수 있다면 하루 종일 듣고 싶을 정도로.

하지만 들을 수 있는 시간은 지금뿐이었기에 나는 하반신을 강하게 짓누르며 그녀의 소리를 키웠다.

팡팡, 팡팡.

살갗이 부딪치는 소리가 격한 숨소리가 퍼지고 있는 방 안을 울렸다.

"하앙···! 오빠···, 부, 끄러워···요···. 귀 막, 아 주···세요···."

지수는 찐득하게 달라붙었다가 떨어지는 피부가 내는 소리에 얼굴을 확 붉혔다. 이미 붉어진 얼굴이라 그다지 티는 나지 않았지만 말이다.

점점 간격이 짧아지는 피스톤에 그녀는 무엇을 직감했는지 스스로 손을 올려 귀를 막으려는 움직임을 보였으나,

"···가만히 있어야지."

귓가에 작게 속삭이는 내 말에 몸을 바싹 굳혔다. 귀의 솜털이 오소소 일어나며 질벽을 강하게 조였다.

"아, 아···."

힘없이 떨어지는 지수의 손을 보며 귀를 막아주는 대신 깍지를 껴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내 말 한마디 한마디에 곧장 반응하는 모습에 마음속에서 정복감이 피어올랐다.

침대보가 애액으로 푹 젖을 정도로 자지를 깊숙하게 보지에 넣어 자극을 쌓기를 수차례.

귀두와 자궁구의 만남이 이어지기를 수십 번.

점점 강해지는 쾌감에 교성을 토해내는 지수가 내 음심을 자극하는 것이 수백 번.

단순히 지수를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자극이 쌓였고, 하반신이 단단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큭···."

나는 재차 자지의 뿌리에서 시작되는 진동을 느꼈다. 사정감이 찾아오자마자 지수를 뒤에서 짓뭉개 덮쳤다. 깔아뭉개면서 한 손으로 그녀의 가슴을 주물렀다. 탄력 있는 젖가슴에 내 손자국이 짙게 남는다.

"흥읏-!"

순간적으로 압박감을 느낀 지수가 숨을 토해내는 것과 동시에 이어지는 두 번째 사정이 질 안을 가득 채웠다. 처음만큼이나 길게 지속되는 사정에 땀에 젖은 지수의 몸이 바들바들 떨리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나를 밀어내는 일은 없었다. 단지 땀투성이가 된 얼굴을 간신히 뒤로 돌려 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오빠···."

뜨거운 숨을, 바보 같은 소리를 내뱉는 입을 막아달라는 모양새에 곧장 입을 맞춰 혀를 섞었다. 주인을 마중 나온 개처럼 달라붙는 혀가 말랑하다.

자지를 끝까지 박은 채로 나는 마지막 남은 정액을 지수의 자궁 안에 모조리 쏟아 낸 직후, 그대로 옆으로 쓰러져 몸을 매트 위로 눕혔다. 오랜만에 바깥 공기를 맡은 귀두에 시원함이 느껴진다.

"헥···헤엑···."

체력이 한계에 다다른 지수도 어디 갈 것도 없이 내 옆에 바로 털썩 누웠다. 아직 열기가 전부 사라지지 않은 여체가 주는 느낌이 몸을 빠르게 노곤노곤하게 만들었다.

"이제 그마안···. 졸려요···. 배도 안 고파···."

지수는 간신히 몇 마디만을 내뱉고는 순식간에 곯아떨어졌다. 색색거리는 숨소리에는 목이 쉰 것 같은 숨소리가 섞여 있었다.

그녀처럼 말할 기운도 없는 나도 그저 내 품에 얼굴을 묻은 지수를 한층 더 가깝게 끌어안으며 눈을 감았다. 이불에서 풍기는 체액 냄새에 신경 쓸 기력도 없었다.

일단 자고 싶은 마음만 들었고, 곁에서 느껴지는 여체의 촉감을 마저 즐기기에 바빴다.

그건 지수도 같은 마음이었는지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내 몸을 혀로 몇 번 할짝거리다가 나와 함께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눈을 감기 전 마지막으로 본 지수의 얼굴에는, 감출 수 없는 행복한 웃음이 깃들어 있었다.

나도 마찬가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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