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482 - 완결 후기 및 Q&A
완결 후기라···. 제가 이런 걸 쓰게 되는 순간이 오리라고 전혀 생각도 못하고 있었는데, 이런 순간이 오네요.
신기하게도 제 생일에 후기를 딱 쓰게 되었어요.
완결 후기, 뚜둥! 제목에 이렇게 쓴 주제에 무슨 말을 해야할지. 솔직히 말하자면 막막한 심정이에요. 무슨 말부터 해야 할까요.
어쩌다 글을 쓰게 됐는지? 아니면 글을 쓰면서 힘들었던 부분이 언제였는지?
처음부터 말해 볼까요.
우선 이건 제 첫 작품이에요. 어쩌면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높은 작품이구요.
저는 제 작품이 좋아요. 더 나아가면 사랑한다고까지 말할 수 있어요.
그동안 머리 속에서만 맴돌던 파편들이 모여서 글자가 되고, 이야기가 되는 과정들은 제게 정말로 묘한 기분을 선사해주었어요.
희미했던 상상이 뚜렷한 이야기로 바뀌는 걸 보는 건, 심지어 그걸 제가 직접 써 나간다는 건 제 인생에서 가장 강렬한 경험으로 남을 것 같아요. 앞으로도 그건 변함이 없을 거에요.
아쉬움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많습니다.
조금만 더 좋게 표현할 수는 없었을까, 좀 더 납득이 가도록 이야기를 전개할 수는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이요.
하지만 그 아쉬움이 싫은 건 아니에요. 저는 그 아쉬움들마저 좋아요. 어쨌든 제가 걸어간 길이고, 남은 발자국이니까. 그 아쉬움마저 저니까.
초반에 글이 엉망이라고 느끼셨다면 죄송해요! 그래도 나중 갈수록 조금 나아지지 않았나요? 저는 그렇게 믿고 있어요.
작가 후기로도 몇 번 말했던 것 같은데, 저는 글을 배운 적이 없어요. 기껏 글을 쓴 경험이라고 해봤자 초등학생 때 방학 숙제로 일기를 쓴 일이라던가, 교수님 과제로 레포트 몇 장 끄적거린 일 정도일까요? 손에 꼽을 정도로 경험이 없습니다.
애초에 저는 제가 무려 481편에 달하는 소설을 쓰는 순간이 올 거라고 생각도 안하고 살았던 걸요.
그런 제가 글을 쓴 건 자급자족을 하기 위해서였어요.
세상에 읽을 건 많은데, 정작 제 취향인 소설을 찾기가 하늘에 별따기인거 있죠? 그래서 저는 제가 직접 써보기로 결심했습니다.
글을 써본 적이 없던 저는 제 자신에게 한가지 시험을 내렸어요.
자급자족이라고 해도 사이트에 올리는 거라면, 결국 누군가 한번쯤은 내가 쓴 글을 볼 수 있다는 소리다. 만약 그런 사람이 생겼을 때, 혹은 아무도 보지 않을 때, 나는 이 작품을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쓸 수 있겠는가?
이에 대한 답으로 저는 작품에 자물쇠를 걸었어요. 아무런 반응없이 1권 분량이라 할 수 있는 25화까지 연재한다면 완결까지 쓸 수 있으리라 믿었으니까.
연중하지 않는 것. 이건 작가 기본 소양이잖아요. 이왕 시작한 거 중간에 도망치고 싶지 않았어요. 시작한 이상 끝을 보고 싶었어요.
혹 누군가는 그럴 바에는 그냥 메모장 키고 쓰면 되는 거 아니냐? 라고 말하실 수도 있겠지만, 굳이 변명을 하자면 제 노트북이 지금 10살 가까이 됐거든요. 노트북에 파일 보관하고 있다가 괜히 파일이 다 날아가기라도 한다면 시작도 전에 무너질 것 같았어요.
메일로 백업본을 만들어 놓는다는 방법도 있으나, 그건 너무 번거롭잖아요. 사이트는 한번만 올리면 바로바로 저장이 되는데 말이에요.
실제로 중간에 블루 스크린이 떠서 전체 플롯 파일이 날아간 일이 있었기도 했구요. 이때 정말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었어요.
말하다 보니까 이야기가 많이 샜네요. 다시 본래 주제로 돌아와서 말하자면, 초반에 자물쇠 걸고 연재한 건 어그로를 끌기 위함이 아니었습니다.
다음은 시간이 좀 더 지난 때입니다.
60화까지 연재하기 전까지 저는 노트북 앞에 5~10시간은 앉아 있었어요. 단순히 3000자 분량을 쓰기 위해서요.
매일 글을 쓰면 쓸수록 1화를 쓰기 위해서 쓰는 시간은 10시간에서 5시간으로, 5시간에서 3시간으로, 3시간에서 2시간으로 줄긴 했지만, 상상을 문장으로 만들어내는 일이 쉽지가 않더라구요.
단순한, 아주 단순한 문장을 쓰는 것뿐인데도, 몇십분씩 걸렸어요.
글 쓰는 법을 몰라 힘겹게 연재하던 어느 날, 한 독자님이 댓글을 다셨습니다. 이모티콘 하나에 불과했지만, 매일 꾸준히 달아주시는 분이었어요.
오늘도 왔다며 인사해주셨고, 크리스마스라며, 눈이 왔다며,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댓글도 남겨주셨어요.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한 거 있죠? 처음에는 나만 이 소설을 읽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는데, 매일 찾아와 주시는 독자님이 생기니까 어느새 그분을 기다리는 제가 있었어요.
그때부터였어요. 소설 스토리를 전부 갈아 엎은 게.
원래 계획했던 스토리는 지금과 같은 스토리가 아니었거든요.
세계수에 의해 이미 테라포밍이 완료된 지구에서 극소수만 남은 인간들 중 하나인 주인공이 발버둥치는 이야기. 당연히 엔딩은 베드 엔딩. 이미 뒤바뀐 지구에서 인간들은 살 수 없고, 터전을 내어주게 되는 엔딩이었어요.
나오는 캐릭터들을 족족 죽일 생각도 하고 있어서 초반에 약피폐 태그도 달아두었어요. 뭔가 약피폐 태그가 멋있어 보이기도 했지만요.
아무튼 그랬던 스토리가 이렇게 바뀐 건 매일 찾아와주시는 독자님이 계시고, 글을 쓰면서 제가 캐릭터에게 정이 들기 시작한 때였죠.
작품에 몰입이 되어서 죽일 수가 없더라고요. 어느새부턴가 저는 위에서 내려다보는 위치가 아니라 등장 인물들을 옆에서 바라보는 위치에 있었어요.
제가 만든 캐릭터들이 움직이고, 온기를 나누며, 힘들지만 이겨내는 상황이, 그렇게 쌓인 이야기를 단순한 문장 한 마디로 죽일 수가 없었어요.
중간보스로 등장한 각 지역별 악역인 김태진이나, 박현일. 그리고 소방관. 이 캐릭터들이 죽을 때 솔직히 울면서 글 썼어요.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것들이 쌓여서 그게 해당 캐릭터들을 어긋나게 만들었고, 끝내는 비극으로 이야기가 끝났으니까요.
참 부끄럽고 말도 안되는 말이라는 거 저도 잘 아는데, 저는 그랬어요. 저도 몰랐는데 생각보다 감수성이 풍부한가 봐요.
그래서 초중반 플롯을 전부 지웠습니다. 중간부터 끝까지 새롭게 썼어요. 적어도 주인공만큼은 해피 엔딩으로 끝났으면 했으니까.
완결을 정하고, 지역을 나눠서 이야기를 구성하고.
거기에서 만난 인연과 힘을 합치고, 주인공을 비롯한 캐릭터들이 성장을 하고.
주인공 일행은 판타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용사 파티를 베이스로 삼았습니다. 용사는 처음부터 완전하지 않죠. 개인적으로 그렇게 생각해요.
사실 처음부터 완벽한 사람은 거의 없어요. 초반 주인공이 망가진 상태에서 시작한 건 그런 까닭이고, 그게 각 중간보스들이 주인공이 갈 수 있었던 분기점인 이유였습니다.
호불호가 갈릴 거라는 건 알았어요. 모를 수가 없죠. 저도 독자 생활을 얼마나 했는데요.
욕을 좀 많이 먹은 초중반이지만, 이건 제가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요즘 대세가 완벽한 혹은 완벽에 가까운 주인공이라는 건 알아요. 그래도 그 주인공들은 제 취향이 아닌 걸요.
종말이 진행된 상황에서 일반인이 깨어나면 어떤 행동을 할까?
주변이 정말로 위험하다는 걸 인지하고는 있으나, 몸이 생각대로 따라줄까?
사람에게는 원래대로 돌아가려는 관성이 있는데, 사람이 하루아침에 바뀌는 게 말이 되는 걸까?
사방에서 근거가 주어지더라도 아무것도 모르는 일반인이 알아챌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담아서 쓴 게 초중반이네요. 저와 독자님들은 돌아가는 상황을 인지하고 있으니, 어리바리한 주인공을 답답해하는 게 맞아요.
그래도 우리 주인공... 사랑하시죠?
다음은 소설 제목에 대해서 말해볼까요.
소설 제목인 테라포밍. 저는 이것만큼 소설 내용을 잘 드러내는 제목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요즘 메타인 나 혼자 수인 취향, 집에 수인을 숨김, 아포칼립스 생존마. 이런 류의 제목을 생각해보지 않은 건 아니지만, '테라포밍'이라는 건 환경을 자기 입맛에 맞게 바꾸는 것이잖아요?
인간이 지구를 정화하고, 화성을 자신들이 살 수 있는 환경으로 바꾸려 한 것, 다른 별에서 넘어온 세계수가 지구를 자신에게 유리한 환경으로 만든 것, 인간들이 변한 세상을 다시 한차례 변화시키기 위해 발버둥치는 것.
이 전부가 테라포밍이라는 단어에 맞는 것 같더라구요. 마지막엔 난쟁이 칸, 엘프리데, 칼카타가 잃어버린 고향에도 생명이 태어나는 봄이 찾아왔으니 더욱이.
뭔가 말하다 보니 자꾸 길어지고 두서가 없어지네요. 나머지는 독자님들이 주신 질문의 답으로 말하겠습니다!
Q. If로라도예린이키잡/역키잡은예정에없나요???
→ 의향은 있습니다. 성인이 된 예린이 일러도 예약했는데, 없을 리가 없죠. 하지만 확답은 드리지 못할 것 같아요···. 일단은 쓰더라도 저 혼자 보는 방향으로 갈 것 같습니다.
Q. 외전은 어느 정도 쓰실 예정인가요?
→ 확실한 건 설 외전 하나에요. 한복 지수도 보여드려야 하니까요.
Q. 세아 유정란 출산은 따로 없나요?
→ 산란씬을 보고 싶으신 걸까요? 일단 플롯을 짜고 있기는 해요. 이건 쓰게 된다면 올리겠습니다.
Q. 메이벨 한국식 이름도 있을까요?
→ 설정상 은세화라는 한국식 이름이 있습니다. 세상의 꽃이라는 의미에요.
Q. 검은 입자는 왜 생기게 된 건가요?
→ 칼카타, 칸, 엘프리데가 사는 고향에서 넘어왔습니다. 그들이 사는 고향에서는 탈출을 위한 문을 여러 개 만들었는데, 그 중 하나가 화성 근처에 형성되었습니다.
졸린사의 탐사선이 우연찮게 그 문을 통과하고 빠져나오는 과정에서 세계수의 씨앗이 선체에 붙었습니다. 이 씨앗은 이미 오염된 상태였구요.
전염이라는 특성을 가진 검은 입자가 잠복기를 거쳐 씨앗 파편을 폭주시킨 결과, 지구가 검은 입자에 오염되고 말았습니다. 검은 입자에 침식된 사물들은 또 다른 검은 입자를 생성하는 요인이 되었구요.
Q. 칼카타의 고향에서는 검은 입자가 왜 생긴 건가요?
→ 칼카타의 고향, 세계수를 어머니라 부르며 따르는 자들은 별들의 흐름을 읽을 수 있었으며, 별의 운행에 간섭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세계수가 오염되고 세상이 검게 물든다는 예언을 읽어내린 사람이 나타났습니다. 당연히 처음에는 누구 하나 믿는 이가 없었으나, 하루가 지날수록 별의 흐름이 심상치 않다는 걸 느끼는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했죠.
그리고 그들은 마침내, 어느 불타는 별 하나가 자신들이 사는 별에 접근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다가오는 종말. 심해보다 더 어두운 검은 불이 휘감긴 별의 조각이었습니다.
그 별이 이 땅에 도달하지 못하게 저지하려는 시도가 수없이 이행되었습니다. 시도는 성공적이었습니다. 별의 파편이 부서졌거든요.
하지만 문제는 부서진 그 수천개의 파편을 전부 요격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아스트라 전역에 흩뿌려진 그 파편들은 별을 좀먹었습니다.
전염이라는 특성을 가진 검은 입자는 끝내 세계수에 닿았고, 세계수는 저항했습니다.
전염병과 함께 창궐한 괴물들의 떼가 세계수와 그녀의 자식들을 덮쳤으며, 온천지에 죽음이 가득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세계수는 결단을 내렸습니다.
새로운 고향을 찾자고.
이 뒤부터는 제가 위에 달았던 내용과 이어집니다.
Q. 수상할 정도로 귀여운 돌고래 수인 나오나요?
→ 외전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에필로그에 언급되었던 것처럼 돌고래는 아니고 범고래 수인이 있기는 합니다. 허나, 따로 외전을 쓸지는···.
Q. 세아가 유정란으로 아이를 낳는다면 지수는 아이를 한번에 여럿 임신하나요?
→ 첫째는 하나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첫 임신인데 바로 여럿 임신하는 건 너무 가혹한 것 같아서요. 아가방이 익숙해질 시간을 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Q. 소설의 분량이 늘어났다고 하셨는데 추가되거나 바뀐 내용들이 있나요?
→ 완결까지 이어지는 전체 플롯을 짜놓은 상태라 큰 흐름은 그대로 따라갔지만, 세부 흐름은 쓰면서 계속 바뀌었어요.
우선 지수와 예린이 죽지 않았고, 누나가 살았습니다. 4부 카멜레온 변종의 습격 에피소드도 원래는 약간 추리물로 가려고 했습니다. 그러다가 너무너무 늘어지는 것 같아서 다 덜어냈지만요.
4부가 짧을 거라 생각했던 건 실수였어요. 벙커와 연구소. 나오는 배경은 둘이 끝이었으나, 그 안에서 다뤄지는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감안하지 못했거든요.
억지로 늘리려고 한 건 아닌데, 쓰다보니 늘어났네요.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크게 변한 점은 외국의 이야기가 거의 전부 배제된 점이네요.
스케일이 커지면 커질수록 재미 요소가 늘긴 하겠지만, 그만큼 완결을 내기 힘들어지니 배경을 딱 우리나라로만 한정지었습니다.
제가 뿌린 떡밥을 수습할 수 있을 정도인 경기도 일부에 말이죠.
Q. 외전 히로인 중 작가님은 없나요?
→ 저요?? 저를 말씀하시는 거라면 없습니다···. 빌드업 없이 4의 벽을 깨는 건 좋아하지 않아요.
Q. 소설의 집필 동기가? 그리고 첫작이신지?
→ 집필 동기는 자급자족입니다. 첫작이구요. 뭔가 이렇게 말하니까 저 좀 대단한 것 같네요.
글 써본 적도 없으면서 481화짜리 소설을 쓰다니? 그것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연재를 하다니?
Q. 자식들과 일상을 다룬 외전도 나오나요? 개인적으로 쌍둥이도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 아이들이 나오는 외전은 있을 겁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일상만 나오는 외전은 없어요. 저도 쌍둥이 좋아해서 둘째부터는 쌍둥이로 생각 중이에요. 물론, 설정상 그렇다는 말이고 둘째 쌍둥이 외전은 없을 것 같네요···.
Q. 준비하고 있는 차기작이 있나요? 있다면 여러 개 중에 고민중이신가요?
→ 후기로 썼던 흡혈귀 순애 아포물이나 수인 아카데미, 혹은 재앙이 다크 판타지 세계관에서 살아남는 이야기같은 쓰고 싶은 소재는 많지만 차기작은··· 없을 가능성이 커요. 쓴다고 해도 시간이 많이 지나서야 써볼 염두를 내보지 않을까 싶어요.
하루 정산금이 2998원이 찍혔을 때, 저는 깨달았거든요.
'아, 나는 글 쓰는 걸로는 벌어먹고 살 수 없겠구나.'
2월 24일에 딱 한 분만 더 봐주셨으면 3000원은 찍었을 텐데···. 여기서 작가의 꿈이 꺾였어요. 하루 정산금이 만원 언저리는 나왔던 시기라 받은 충격이 컸나 봐요.
이 작품은 순전히 제 취미로 시작했던 거라 조회수가 0이었더라도 완결을 냈을 거에요. 애초에 이 소설을 연재하면서 받은 정산금, 후원금들 전부 일러에 쏟아부었는걸요. 제 사비도 많이 들어갔어요.
하지만 다음작부터는 조회수없이 이만한 시간을 쏟을 수가 없을 것 같아서 차기작은 힘들 것 같다고 말씀드리는 수밖에 없네요.
현생을 생각해야 하는데, 충분한 조회수가 나온다는 보장이 없으니까···.
그러니 차기작을 쓴다면 제 현생이 안정된 이후에요.
죄송해요!
Q. 이종족과 수인의 합체 생명체는 없나용?
→ 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를 말하시는 걸까요? 아니면 검은 입자에 의해 변형된 괴물을 말하시는 걸까요?
전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차차 태어날 것이고, 후자는 없습니다. 이종족들은 체내에 보유하고 있는 푸른 입자가 지구인보다 많아서 죽었으면 죽었지 몸이 변형되지는 않기 때문이에요.
Q. 지각없이 휴재없이 성실히 연재해 주셨는데 지각하거나 휴재하고 싶었던 경험이 있을까요?
→ 우선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다는 말부터 드리겠습니다. 지각하거나 휴재하고 싶었던 경험은 없어요!
60화가 연재되었을 무렵, 저는 비축분이라는 걸 만들었거든요. 초기에 2화 분량 있었던 비축분은 점차 10화 분량의 비축분으로 성장했습니다.
비축분이 있는데 '아, 지각하고 싶다···.' '아, 휴재하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든다고 연재를 쉬는 건 이상하잖아요?
제가 연참을 했던 날은 비축분을 풀었던 날이에요. 루즈한 부분은 연참으로 넘겨야 그나마 이탈하시는 분들이 적을 것 같았으니까요.
휴재 대신 비축분을 만들지 못할 것 같은 날은 있었어요.
댓글로 장문이 달리고, 그게 비판이 아닌 비난이었을 때 속이 많이 상했거든요. 작가는 지가 쓰는 설정도 까먹고 글 쓰나? 이런 댓글이 보일 때마다 마음이 참 아팠어요. 저는 제가 쓰는 세계관의 설정을 까먹은 적이 없고, 틀리게 서술한 부분도 없는데.
소설을 읽지 않고 그냥 비난 댓글만 다시는 분들도 계시더라구요. 심지어 저만 볼 수 있게 댓글을 썼다가 바로 지우는 사람도 봤어요.
제 멘탈이 생각보다 약하구나, 라는 걸 연재하면서 깨달았네요. 제가 의도하지 않은 부분에서 욕하는 댓글이 달리면 한숨만 푹푹 나오고 그랬어요.
그런 한숨은 얼음 동동 띄운 콜라 한잔으로 털어냈습니다. 독자님들이 주신 칭찬의 댓글과 팬아트를 보면서 마음을 달래기도 했구요.
그렇게 무조건 매일 1화 이상씩 쓰는 것에 성공했죠. 하루 1만자까지 써봤는데, 그 이상은 뭔가 뇌가 방전되는 느낌이 들어서 도저히 못 쓰겠더라구요.
말하다 보니까 또 말이 길어졌는데, 결론은 그거에요.
재밌게 읽었다고 말해주시는 독자님들이 있어서 제가 매일 글을 쓸 수 있었다는 것.
감사합니다.
Q. 테라포밍의 소재와 아이디어, 스토리는 어떻게 만드신 건가요?
→ 여러 소설에 세계수가 나옵니다. 그리고 세계수는 불에 탄 세계수와 불에 타지 않은 세계수로 나뉘어요.
거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엘프 같은 이종족들이 세계수를 신이라 칭하고, 어머니라 따르는데 이렇게 쉽게 불에 타는 게 말이 되는 걸까?
신이라면 적어도 자신의 가장 취약점인 불에 어느 정도 대항할 수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일반 나무처럼 불 붙였다고, 파이어볼을 좀 쐈다고, 화르륵 타는 건 너무 허무하지 않나?
그래서 나온 설정이 포자 혹은 꽃가루입니다. 소화제 역할을 하는 그것들이 세계수의 영역 내에 흩어져 있어서 불이 제한된다는 설정을 유지시키는 거죠.
화기를 주로 사용하는 군대가 힘을 그다지 쓰지 못한 원인이 되기도 했구요.
결국엔 이 작품의 세계수도 불에 타고 말았지만요.
스토리는 실제로 가본 지역을 떠올리거나 로드맵을 따라가면서 상상했어요.
1부 배경인 수원역 AK플라자.
2부 배경인 의왕시 물류 단지와 수리산 캠핑장.
3부 배경인 안개의 도시.
4부 배경인 벙커와 제 2연구소.
플라자 옥상에 있는 풋살 경기장을 보고 동물 우리를 떠올렸고, 수많은 컨테이너가 쌓인 물류단지를 보고 생존자 캠프로 적합하다 여겼으며, 수리산 캠핑장을 보고 가족과 관련된 스토리를 풀면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슬슬 진원지와 가까워지니 군대가 과한 화력을 쓴 결과물로 안개의 도시가 만들어졌다는 컨셉을 잡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여의도에 있는 세마 벙커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이어진 결과 이 작품의 이야기가 완성되었어요.
지역별 특징을 잡고 각 키워드를 정해서 스토리를 정했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Q. 담요, 컵 등의 굿즈를 만든 이유는 무엇인가요?
→ 완결이 난 제 소설이 독자님들의 기억에 조금 더 오래 남았으면 해서요.
Q. 테라포밍의 인생작 받은 개수는 몇 개인가요?
→ 랭킹에서 확인해보니 20개네요.
Q. 2화에서 현우가 병원에서 무의식적으로 나왔는데, 그때 들리던 목소리는 오염된 세계수의 것인가요?
→ 당시에는 메이벨과 재앙이 서로 신경전을 벌이고 있을 때라 재앙은 현우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가할 수 없었습니다.
그때 현우를 살린 건 모든 생명체가 살아남기 위해서 가지고 있는 본능이에요.
Q. 예전에 언급했었던 현우TS였으면 스토리가 좀 달라졌을까요?
→ 당장 하렘이 아니라 노맨스였을 거에요. 19씬도 없었을 거구요. 세계수를 처리하는데는 성공하지만, 주인공 곁에는 아무도 없었을 것 같아요.
Q. 3P각?
→ 제가 19씬은 잘 못 써서···. 3P는 안될 것 같아요···.
Q. 메이벨콘 나오나요?
→ 이거 비밀인데요. 나옵니다. 아직 제작 중이라 언제라고 확답은 드릴 수 없지만, 나와요. 의기소침 메이벨은 사실 미리보기용콘이었습니다.
Q. 7공화국 수립하나용?
→ 나라를 다시 세운다거나 그런쪽의 이야기가 언급되지는 않을 거에요. 나오는 건 일상 뿐이에요.
독자님들이 주신 질문에 전부 답변을 드렸습니다.
5700자도 받아보고, 일러도 뽑아보고, QnA도 해보고, 이모티콘도 만들어 보고, 후원도 받아보고, 독자님에게 답글도 달아보고, 예약 기능도 써보고, 오타 수정도 해보고, 굿즈도 만들어보고, 두서없는 완결 후기도 써 보고···.
작가로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다 한 것 같아요.
100만 조회수는 찍지 못해서 아쉽지만, 진짜 아쉽지만, 이것도 언젠가는 찍을 수 있겠죠.
2021년 11월 9일 프롤로그를 시작으로, 2023년 2월 14일 에필로그를 끝으로 이야기가 끝났습니다. 하루도 쉬지 않고 연재했는데도 대략 463일이 걸렸네요.
이 긴 기간동안 따라와주신 독자님들, 후원해주신 분들, 칭찬 댓글 남겨주신 분들, 팬아트 그려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려요.
외전은 조금 쉬었다가 올리겠습니다. 금방 돌아올게요.
지금까지 졸린고먐미였습니다.
아, 그래도 소설 하나 완결 냈으니까 이번 한번쯤은 작가라고 칭해도 되지 않을까요?
다시 인사할게요.
지금까지 작가 졸린고먐미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읽어주신 여러분들이 있어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요.
므밍님이 그려주신 완결 축전을 마지막으로 보여드리면서 저는 이제 독자 졸린고먐미로 돌아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