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494 - 494. 외전 - 설 (12)
"흡-, 하웁···."
메이벨은 내 입술을 탐하는 과정에서 숨을 최소한으로 쉬었다. 힘에 부치고 있다는 것이 보이는데도, 한시라도 떨어지기 싫다는 듯 계속 달라붙어 왔다.
"으응···, 떨어지는 건, 흐읏- 싫어···."
내가 조금이라도 밀어내려는 낌새가 보이면 그녀는 더욱 달라붙었다. 달뜬 호흡, 흐트러진 어깨 끈, 풀린 눈, 나를 쫓는 동공, 애달프게 보는 눈빛. 충동에 잡아먹힌 몸짓이 나를 붙잡았다.
오늘 하나로 이어질 것이라는 상황이 그녀의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는 듯했다. 나는 진정하라는 뜻으로 메이벨의 아랫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읏···!"
그녀가 몸을 굳히며 내 깨물거림에 잠시 멈칫한 사이, 나는 그녀의 입을 살짝 벌렸다. 그렇게 드러난 메이벨의 바깥쪽 치열을 혀로, 입술 사이를 맴돌았던 혀 끝으로 훑었다.
"푸하-, 읍! 자, 잠깐- 흐읍-."
내가 떨어질 것이라는 생각은 아예 하지 못하도록 나는 집요하게 그녀를 탐했다. 메이벨이 숨은 쉴 수 있게 중간중간 틈은 주었지만, 그 시간은 매우 짧았다. 모자란 숨에 메이벨의 눈이 점점 더 풀리고, 몸이 늘어지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풀썩-
나는 그 상태를 유지하는 한편, 그녀를 앞으로 밀어 침대에 눕혔다. 달아오른 피부가 하얀 이불과 대비되어 보이고, 금발이 주변으로 확 퍼진 모습이 보였다.
"하아···, 하아···. 현우야···."
가쁜 숨을 내쉬며 나를 부르는 메이벨. 질척하게 섞인 타액을 삼킨 그녀는 흐트러진 자신의 모습을 감출 생각도 하지 못한 채 그저 무언가를 기다렸다.
다음 단계로 나아가자는 신호로 받아들인 나는 옷을 고정시켜주는 어깨 끈을 완전히 내리기 위해 손을 뻗었다. 그와 동시에 화들짝 놀란 메이벨이 내 손을 붙들었다. 손은 이미 힘이 잔뜩 빠져 그저 손을 밀어내기는커녕 간신히 잡고 있을 수만 있었다.
"그, 그냥 이대로 하면 안돼···? 너무 부끄러운데···."
지금 자신이 입고 있는 옷이 최후의 보루라는 듯이 누나는 눈을 질끈 감은 채 말했다. 눈물이 떨어질 것처럼 아슬아슬하게 눈꼬리에 맺힌다. 정신을 조금 차린 것일까. 몸을 바들바들 떨기도 했다.
"어차피 입고 있는 건 이게 끝이니까··· 이, 이대로 해도 될 것 같아서."
"······."
누나의 말대로 지금 그녀가 걸치고 있는 건 속이 비치는 하늘하늘한 옷 한벌 뿐이었다. 속살을 더 감추는 속옷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옷을 제대로 갖춰 입은 것도, 중요 부위만큼은 제대로 가린 것도 아닌 그 애매한 상태가 내 눈에 빠짐없이 들어왔다.
메이벨은 부끄러워서 몸을 어떻게든 가리려고 하는 것 같았지만, 사실 그 애매한 몸짓이, 언뜻언뜻 드러나는 하얀 살결이 남자를 더 안달이 나게 만든다는 건 모르나 보다.
"흣···!"
질끈 감았던 눈을 살짝 떠서 나를 바라보려던 메이벨은 나와 눈이 마주치자 짧은 신음을 내뱉으며 눈을 더 강하게 질끈 감았다. 내 손을 잡고 있는 손도 좀 더 떨렸다.
나는 대답 대신 아래에 깔려있는 그녀의 몸 위를 덮쳤다. 내 무게가 메이벨을 너무 압박하지 않도록 힘 조절을 하면서.
내 몸이 그녀의 몸에 겹쳐지는 것과 함께 나는 누나의 쇄골에 얼굴을 묻었다. 은은하게 퍼지던 꽃 향기가 나고 있는 곳이었다.
"으, 아앗···."
천천히 숨을 들이켜 살 내음을 맡자, 누나는 순간 간지러움을 느꼈는지 몸을 살짝 뒤틀었다. 하지만 그건 시도에 불과했다. 이미 내 몸이 그녀의 몸을 뒤덮고 있는 중이었으니까.
누나의 작은 몸짓은 결국 내 품에 더 밀착되는 결과를 가져왔고, 나는 그대로 누나를 압박하며 그녀의 다리 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익숙하지 않은 감각에 그녀의 다리는 근육을 딱딱하게 굳혀 소심한 반항을 했으나, 내가 배를 타고, 갈비뼈 부근과 옆가슴에 손을 대자 저항은 우스울 정도로 단숨에 사라졌다.
"으아, 으아···."
메이벨은 너무 쉽게 함락된 자신을 보면서 M자로 벌어진 다리를 뒤늦게 오므리려고 했다. 물론, 이미 내가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그녀의 몸짓은 되려 내가 도망가지 못하게 잡고 있는 듯한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
그 모습에 내가 킥킥 웃자, 메이벨은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그 상태로 힐끔힐끔. 눈을 마주치기 부끄럽다는 듯한 행동에 나는 그녀의 고개를 붙잡아 살며시 입술을 포갰다.
"흐웁···."
누나의 몸을 잠식하고 있는 긴장을 풀어가면서, 나는 누나에 대해 하나씩 알아갔다. 그동안 익숙함에 넘어갔던 것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것들을 말이다.
이를 테면 손가락의 길이,
맞잡아진 손에서 전해지는 온기,
서로의 손을 쥐는 힘의 세기,
손 끝에서 느껴지는 귀의 모양,
내 혀에 짓눌리는 작은 혀의 감촉,
더 들어오면 안된다며 살짝 깨무는 이의 느낌,
하늘하늘한 옷 너머로 잡히는 부드러운 젖가슴의 말랑함.
느릿한 분위기를 이어가며 천천히 주변부터 자극해주는 것이 싫지는 않은 기색인 누나. 그녀에게서 전해지는 체온은 점점 달아올라 뜨거워지고 있었다.
질척하게 타액을 나누던 입술을 떼고 메이벨의 쇄골에 다시 얼굴을 묻었다. 그리고 입술을 피부에 붙인 채로 빨았다.
"끗···!"
그러자 맞대고 있는 그녀의 허리가 통 튀어 올랐다. 베개를 잡고 있던 손이 어느새 풀리고 내 머리를 끌어안았다. 나는 그 떨리는 포옹에 저항하지 않았다. 살 내음이 더 진하게 맡아진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입술을 대는 부위를 아래로 옮겨갔다. 쇄골부터 시작해서, 윗가슴, 가슴의 첨단, 명치, 배꼽으로.
"하읏! 흐, 아읏···! 아학···!"
세로 배꼽에 입술을 대었을 때는 누나는 더 이상 나를 끌어 안지 못하는 상태였다. 내 입술이 천 너머에 있는 그녀의 피부를 누를 때마다 메이벨은 신음을 터트리며 베개를 쥐어 뜯었으니까. 허벅지를 비비적거리거나 간혹 울먹거리는 신음을 토해 내기도 했다.
오늘이 첫 경험인만큼 나는 그녀의 몸을 최대한 풀어주고 싶었고, 내 노력은 과실이 되어 돌아왔다.
"헥···, 헤윽···."
아직 본방은 시작도 하지 않았건만, 메이벨이 온몸에 힘이 빠져버린 것이었다. 아직도 베개를 괴롭히고 있는 손을 제외한다면, 그녀는 가쁜 숨을 내쉬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밑에서부터 들끓기 시작한 감각을 전부 수용한 그녀의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몸을 달아오르게 만드는 열기가 쏠린 탓이었다. 하얬던 얼굴은 이제 완전히 상기된 낯빛을 띠고 있었다.
"누나, 끈만 살짝 내릴게."
"안대···."
달뜬 숨을 내쉬느라 여념이 없는 입이 제대로 다물리지 않았기 때문일까. 그녀는 몸만큼이나 잔뜩 흐트러진 말투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정말 안돼?"
"아···."
풀린 눈의 초점을 잡기 위해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나를 바라본 누나. 메이벨은 망설이다가 이내 본인이 직접 어깨끈을 풀었다. 애초부터 매우 약하게 묶여 있던 끈은 작은 손짓에도 툭 풀렸다.
하늘하늘한 옷이 고정이 풀려 스륵 내려간다. 그리고 숨기고 있던 것을 내보였다. 옅은 조명 아래에 드러난 가슴. 나는 한눈에 봐도 부드러워 보이는 그것을 보고서 입을 꾹 다물었다.
"······."
옷 너머로 가슴에 입을 맞출 때 뭔가 이상하다 싶었는데, 그 이유를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옷에 부착된 패드가 있어서 첨단이 느껴지지 않는 줄 알았지만, 이제 보니 그것이 아니었다.
패드가 아니라 유방의 첨단이 움푹 들어가 있었기에 내가 그 첨단의 감촉을 느끼지 못했던 것이었다.
"여, 역시 이상- 흐익!"
나를 불안하게 바라보던 누나는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옷을 위로 올리려고 했으나, 그녀의 손은 원래 노리던 어깨 끈이 아닌 입을 막을 수밖에 없었다. 내가 그녀의 가슴을 움켜잡은 까닭이었다.
밑에서부터 들어올리듯 가슴에 손을 올리니 풍만함과 부드러움이 가득 담긴다. 주물주물 움직이는 손이 젖가슴에 파묻힌다. 벌어진 손가락 사이로 부드러운 유방이 튀어나와 부드러운 감각을 시각적으로도 선사했다.
"흐윽! 혀, 현-아흣···!"
메이벨이 입을 달싹거리며 내게 무슨 말을 하려고 했으나, 그녀는 손으로 자신의 입을 막기에 바빴다. 신음 소리를 내가 입으로 막아주지 않으니 손으로라도 막으려는 시도였다.
그러면서도 메이벨은 나를 밀어내지 않았다. 되려 내가 만지기 쉽게끔 팔을 들어 손으로 입만 막고 있을 뿐이었다. 몸을 온전히 내게 맡긴다는 몸짓에 마른침이 절로 삼켜졌다.
안쪽으로 숨은 돌기는 내가 주변을 지속적으로 자극하자 참다못해 고개를 살짝 내밀었다. 매끄러운 피부만 느껴지던 가슴은 어느새 첨단의 감촉이 더해졌다.
딱딱하게 굳은 젖꼭지가 아니라 약간 흐물흐물하게 느껴지는 젖꼭지. 연분홍의 색깔을 가지고 있는 그 첨단을 바라보자, 누나가 지속적인 자극에 의해 맺힌 눈물을 글썽거리며 말했다.
"거, 거기는 만지면 안대···!"
"···왜?"
"예, 예민하니까아···."
여전히 손으로 입을 틀어막은 채 흔들리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메이벨. 정확히 뭘 걱정하는지는 몰라도 조마조마한 눈치다.
"······한번만 만져볼게."
"···알았어. 딱 한번만이야···."
"알았다니까."
나는 나를 향한 떨리는 그 시선에 자극을 받으며, 두 손가락 사이에 수줍게 고개를 내민 돌기를 끼웠다. 그리고 집듯이 손가락 사이의 거리를 좁혔다.
"끄, 흐읏···!"
이전보다 더 크게 허리를 퉁 튕긴 그녀는 눈을 크게 뜨며 몸부림쳤다. 세게도 아니고 살짝만 집었을 뿐인데, 강한 자극이 그녀의 머리를 강타한 듯 몸을 계속 비틀었다.
나는 홀린듯이 첨단을 자극했다. 주변의 유륜을 긁어 보기도 하고, 점점 단단하게 뭉치는 돌기를 굴려 보기도 하고, 젖을 짜내는 것처럼 주무르기도 했다.
내 품에 잡힌 그녀가 도망가지 못하게 허리를 단단히 끌어안고, 풍만한 가슴을 입으로 물어 부드러움을 입 안에 채워보기도 했다. 젖살을 베어문 채로 혀로 돌기를 굴리면 누나는 비명에 가까운 신음을 내질렀다.
"하악···! 한버언···! 한번, 히읏! 마안-, 만진, 다고오- 했, 자나···! 거짓, 말-헤욱, 쟁이···!"
꼼짝없이 내게 붙들려 집요하게 젖가슴의 첨단이 다양한 방식으로 괴롭혀지니 메이벨은 다리를 도통 가만 놔두지를 못했다.
지금 느끼고 있는 감각에서 도망치려는 듯 발로 침대보를 밀어내거나 상체를 뒤틀고 다리를 어떻게든 오므리려고 했다.
"힉- 히욱···! 하아앙-!"
발을 동동 굴러서 벗어나려고도 했지만, 결국 벗어나지 못한 메이벨은 바들바들 떨면서 애꿎은 이부자리만 쥐어 뜯었다.
통통 튕기는 허리를 억누르지 못하고, 터져 나오는 신음도 더 이상 막지 못하는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