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템빨-11화 (7/1,794)

제2장

템빨

“뒈져라! 존슨의 원수!”

부웅!

청각에 고통이 느껴질 정도로 거대한 파공성을 터뜨리는 적들의 공격이 식은땀 흐르게 만든다.

쾅! 콰자작!

건물 벽면을 일격에 깨부숴 버리는 위력이 담긴 공격들!

속도가 느리고 궤도가 단순해서 몇 차례 공격은 어찌 피할 수 있었지만, 언제까지고 집중력이 유지될지 의문이다.

그리고 적들이 머리까지 쓰기 시작했다.

“동시에 공격해!”

“우오오오오!!”

각기 다른 방향에서부터 각기 다른 종류의 무기들이 일시에 덮쳐 온다.

[150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163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으으윽…….”

단 두 방 얻어맞은 것만으로 생명력 게이지가 바닥을 긴다.

이제 남은 생명력은 고작 23!

‘미친, 크리티컬이라도 맞았다간 한 방에 골로 가겠네.’

나는 인벤토리에서 물약을 꺼내 마셨다. 한 번에 1,500의 생명력을 채워 주는 중급 물약이다.

‘만피가 1,500에 훨씬 못 미치는데 중급 물약을 먹어 버리다니. 하급 물약을 미리 구비해 두면 좋았을 것을…….’

물약의 재사용 대기 시간은 20초.

최소한 20초 동안은 공격을 허용하지 말아야 안전하다.

하지만 이제 적들은 체계적인 연계 공격까지 시작했다. 버티기가 더 어려워졌다.

“우리가 함께 싸워 온 세월이 10년이다! 네깟 놈이 아무리 발악해 봤자 결국 뒈지게 되어 있어!”

나를 양단하기 위해 어깻죽지부터 찍혀 오는 대검을 피하고자 몸을 옆으로 날리자, 내 경로를 미리 예측했다는 듯이 내 무릎을 향해서 철퇴가 내리꽂혔다.

순간, 전사 시절 갈아 놓았던 내 전투 감각이 위험을 경고했다.

이건 피할 수 없다!

“큭!”

나는 화살을 아래로 찔러 넣었다.

까앙!

특급 야파 화살이 적의 철퇴를 정확하게 가격하면서 철퇴의 궤도를 비스듬히 비틀었다.

하지만 화살은 매우 가벼운 무기다. 무게가 수십 킬로그램은 족히 나갈 대형 철퇴의 궤도를 화살같이 가벼운 무기로 크게 바꿔 놓는다는 건 애초부터 불가능했다.

콰작!

“크아아악!!”

철퇴가 내 무릎을 반쯤 스쳐 지나가면서 나는 치명적인 일격을 당하고 말았다.

[200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왼쪽 다리가 심각한 손상을 입었습니다. 이동속도가 40퍼센트 하락합니다. 신체 제어 능력이 떨어집니다.]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으며 신음하는 사이, 소름 돋는 굉음을 터뜨리는 플레일이 벼락처럼 날아들었다.

가만히 있다간 두개골이 작살나게 생겼다.

“흡!”

이를 악물고 고통을 참아 낸 나는 몸을 뒤로 굴려 피했다.

콰카카카칵!!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내가 있던 위치로 꽂힌 플레일이 지면을 산산조각 냈다.

비산하는 돌덩이들 사이로 적들을 노려보면서 결단을 내렸다.

‘오늘 사치 좀 부리자.’

마음을 단단히 먹은 나는 인벤토리에서 중급 힘의 물약과 중급 민첩의 물약을 꺼내 들었다.

개당 가격이 무려 10골드를 호가하는 버프 물약들이다.

10골드를 현금으로 환산하면 무려 12,000원!

‘아깝지만 어쩔 수 없지!’

나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20골드, 즉 24,000원어치의 물약을 한입에 털어 넣었다.

꿀꺽꿀꺽!

버프 물약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갈 때마다 두 눈에서는 피눈물이 쏟아져 나온다.

‘아아! 탕수육 세트 가격보다 비싼 물약을 처먹게 되는 날이 오다니!’

아슈르 백작 놈의 퀘스트를 진행할 당시, 위기의 순간에 대비해서 구비해 놓았지만 너무 아까워서 끝까지 복용하지 못했던 버프 물약들!

그것을 무슨 보스 몹 잡는 것도 아니고 고작 B급 퀘스트 진행하는 데 쓰게 될 줄이야!

[중급 힘의 물약을 복용하였습니다. 5분 동안 근력이 50 상승합니다.]

[중급 민첩의 물약을 복용하였습니다. 5분 동안 민첩이 50 상승합니다.]

알림창이 막 떠오르고 있는데 두 방향에서부터 동시에 공격이 쇄도해 왔다.

“이 개자식들아! 밥 먹을 땐 개도 안 건드리는 법이다!”

급격히 상승한 민첩성 덕분에 2개의 공격을 아슬아슬하게나마 피할 수 있게 된 나는, 그대로 반격에 나서기 위해 화살을 불끈 쥐었다.

하지만 다른 두 방향에서 재차 꽂혀 오는 공격을 확인하고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헉헉… 와, 리얼 소름.”

중급 민첩의 물약이 아니었다면 이번에야말로 진짜로 죽게 됐을 거다.

극도의 긴장감으로 인해서 당장이라도 터져 버릴 듯한 심장의 고동 소리를 느끼면서 한숨 돌리는 사이, 자신들의 공격이 모두 수포로 돌아가자 분노한 건달들이 마구 욕설을 내뱉었다.

“이 쥐새끼 같은 놈! 언제까지 요리조리 도망만 다닐 거냐!”

“처음에 나설 때의 기세는 어디에 갖다 버리고 비겁하게 도망만 다니는 거야? 이 고추도 없는 새끼야! 남자답게 당당히 싸워라!”

넷이서 다구리 넣는 주제에 혼자 싸우는 나에게 비겁을 운운해?

“에라이, 양심도 없는 새끼들아! 너네부터 일대일로 덤비든가!”

“일대일로 싸워 봤자 우리가 이기거든?”

“그러니까 일대일로 덤비라고!”

“지랄! 우리 같은 건달들에게는 패싸움과 다구리가 미덕이라는 사실 몰랐냐?!”

촤르르르륵!

마치 채찍처럼 뻗어 오는 플레일!

타탕! 탕!

화살로 간신히 쳐 내고 한 바퀴 몸을 회전시켰다. 옆구리로 대검이 스쳐 지나가면서 뜨거운 통증을 느꼈다.

[30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다행히 회피에 성공해서 스쳤기에 망정이다.

다시 한 번 위기를 넘긴 나는 체력 회복 물약의 재사용 대기 시간을 벌기 위해서 대화를 시도했다.

“어이, 이봐들, 솔직히 툭 까놓고 말하자. 내가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이제는 충분히 알고 있지?”

“…….”

건달들은 인정하고 싶지 않은 눈치였지만, 딱히 반박하지는 않았다.

놈들에게 나는 제안했다.

“계약서를 넘겨. 그러면 더 이상 죽는 사람은 나오지 않을 테니까.”

“뭐?”

건달들이 광분했다.

“개수작 부리지 마라! 존슨을 죽여 놓고 네놈이 이곳에서 살아나갈 수 있을 줄 알았어? 계약서고 나발이고, 넌 여기서 반드시 죽는다!”

“어쭈? 세게 나오는데? 후회 안 하냐? 계약서만 넘기면 너희들 진짜 다 살아 나갈 수 있다니까?”

“하핫! 개소리! 어차피 다리도 못쓰게 된 놈이 주둥이를 잘도 놀리는구나! 애초부터 우린 다 살아 나갈 수 있다! 여기서 죽는 건 네놈뿐이야!”

“글쎄, 과연 어떻게 될까?”

대화를 나누는 사이 체력 회복 물약의 재사용 대기 시간이 초기화됐다.

나는 건달 놈들에게 티가 나지 않도록 고개를 돌려서 물약을 마셨다. 그와 동시에 생명력과 다리의 상처가 치유됐다.

‘지금이다.’

내가 여전히 중상을 입고 있다고 생각해서 방심하고 있는 건달들!

나는 놈들 중 하나에게 기습을 가했다.

“아, 아니?!”

내가 다리 한쪽이 박살 난 놈이라고는 믿기지 않게 빠르게 접근하자 당황한 나머지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는 건달 놈.

나는 녀석의 미간을 정확히 화살로 꿰뚫어 버렸다.

[크리티컬!]

[특급 야파 화살의 옵션 효과가 발동하여 적의 방어력을 완전히 무시합니다.]

“꺼윽……!”

[윈스톤의 무법자 ‘니엘’을 해치웠습니다.]

[윈스톤 마을 내에서 명성이 60 상승하였습니다.]

[경험치 4,300을 획득하였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좋았어!’

제대로 급소를 찔린 건달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빛으로 화했다.

두 눈 뜬 채 동료 하나를 더 잃어버린 건달들이 치를 떨었다.

“너… 너 이 새끼! 다리의 상처가 어떻게 순식간에 나은 거지? 서, 설마 물약을 먹은 거냐!”

“여태까지 계속 먹고 있었는데?”

“이런 양아치 같은 새끼! 치사하게 약빨로 싸우다니!”

“지랄! 지들은 다구리 넣는 주제에 누구를 비난하냐! 그리고 건달 주제에 선량한 시민을 양아치라고 모함하지 마!”

“이이익……! 죽여! 저 약쟁이 새끼를 한시라도 빨리 황천길로 보내라! 조금이라도 시간을 끌었다간 계속 약 퍼먹으면서 바퀴벌레처럼 연명할 치사한 새끼다!”

“양아치 다음은 약쟁이냐? 이런 우라질!”

극도로 분노한 베일이 부하들에게 무조건적인 공격을 명령했다.

“‘너 죽고 우리도 죽자’ 포메이션을 갖춰라!”

작명 센스는 최악.

어쨌든, 베일의 명령을 받든 건달들이 공격 일변도의 공세를 취했다.

콰콰콰콰쾅!!

츠칵! 퍽!

방어 따윈 전혀 고려치 않은 살인 기술들이 난무하기 시작했다.

내 화살이 저들의 심장을 노리고 꽂히든 말든, 전혀 회피하지 않고 방어하려고도 않는다.

내가 공격하는 틈을 노려서 오히려 공격, 또 공격!

“큭!”

설사 화살에 찔려도 개의치 않고 공격을 멈추지 않는 건달들에게 나는 순식간에 수세에 몰렸다.

[203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180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촤르륵! 부웅! 콰앙!

뱀처럼 집요하게 쫓아오는 플레일이 이동 경로를 제약하고, 공격 범위가 큰 대검은 항시 큰 위기를 선사한다. 그리고 철퇴는 설사 피할지라도 지면이나 벽을 때려 부수면서 균형 감각을 무너뜨린다.

아직 체력 회복 물약의 재사용 대기 시간이 13초나 남아 있는 상태에서 내 생명력은 또다시 바닥을 기었다.

‘이제 한계다. 더 이상은 못 버텨.’

전설적 대장장이의 인내심 스킬이 발동돼서 방어력과 생명력이 강해졌다면 또 모를까, 도저히 이 위기를 극복할 도리가 없다.

‘끝인가…….’

퀘스트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을 내리게 된 그때였다.

문득 뇌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내가 왜 물약과 스킬 따위에 의존했던 거지?’

내가 전사이던가?

아니다. 나는 파그마의 후예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이 어디지?’

이곳은 대장간이다.

‘이런 멍청한……. 어째서 여태까지 그 방법을 생각하지 못했던 거야?’

나는 실내 곳곳에 진열되어 있는 각종 무기와 방어구들을 주목했다.

순간 회심의 한 수가 떠올랐다.

“칸!”

구석에 서서 열심히 응원의 눈빛을 보내고 있던 대장장이 노인, 칸이 내 부름에 즉각 응답했다.

“말하시게!”

나는 그에게 물었다.

“대장간을 지키고 싶습니까!”

“당연! 이미 한 번 포기했지만, 자네를 보고서 생각이 바뀌었네! 자네가 도와만 준다면, 나는 이번에야말로 결사코 이곳을 지킬 걸세!”

시원시원한 대답이 마음에 든다.

“어이, 뭐 하자는 거야. 싸우다 말고 저 늙은이랑 수다를 떠는 건 좀 아니잖아? 설마 무슨 꿍꿍이속이 있는 거냐?”

콰콰쾅!

건달들이 공세를 멈추지 않으며 묻는다.

공격을 피한 나는 그들 중 가장 큰 상처를 입고 있는 프라가를 노리고 힘껏 화살을 집어 던졌다.

쐐엑!

빠르게 쇄도하는 특급 야파 화살!

위기를 감지한 것인지, 아니면 이미 승기를 잡았다고 확신해서 여유를 부리는 것인지, 프라가는 공격 일변도의 태도를 바꾸고 철퇴를 들어 방어에 나섰다.

[크리티컬!]

쩌엉!

“우왓!”

화살이 철퇴와 충돌하는 순간 크리티컬을 터뜨렸고, 그 묵직한 위력이 프라가를 순간적으로 뒤로 물러나게끔 만들었다. 하지만 다른 2명의 건달들은 개의치 않으며 공격을 연계했다.

나는 그들에게 완전히 등을 보이고 도망쳤다.

“크하하하하!! 멍청한 놈! 무기를 버리다니!”

도망치는 나를 보고 기고만장해진 건달들이 이번에야말로 완벽하게 비무장 상태가 된 내 뒤를 끝까지 쫓아왔다.

날아온 화살을 방어함으로써 위기를 넘기고 안도의 한숨을 내쉰 프라가도 뒤늦게 눈을 까뒤집고 포효하며 덤벼 온다.

나는 그들을 돌아보지도 않았다. 그저 전력으로 질주했다. 그리고 계단을 뛰어올라 2층에 도달했다.

그곳에는 찬란하게 빛나는 풀 플레이트 아머와 함께, 길이가 무려 3미터를 초과하는 초대형 대검이 진열되어 있었다.

나는 1층의 칸을 향해 소리쳤다.

“칸, 이것들을 빌려 줘요!”

“하, 하지만…….”

“싸움이 끝나면 돌려줄 겁니다! 대장간을 지키고 싶다면 어서 허가를 내려 줘요!”

주인의 동의 없이 함부로 물건을 취했다가는 악명 수치가 생기면서 범죄자로 수배를 당하게 된다. 나는 그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 칸의 허가를 기다렸지만, 그는 답답하게도 뜸을 들였다.

“그건 아무나 사용할 수 있는 장비가 아닐세! 차라리 여기 있는 레더 아머와 대장장이용 해머를 빌려 주겠네! 이것들이야말로 자네가 사용하기에 적합한 무기들일세!”

“아니, 그냥 좀 시키는 대로 하쇼!”

“하, 하지만 그 무구는……!”

“키하하하! 이 새끼 드디어 잡았다! 죽어라!”

어느새 적들이 바로 뒤까지 근접해 왔다.

초조해진 나는 버럭 성을 냈고, 사태의 긴박함을 깨달은 칸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래! 만약에 사용할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사용해도 좋다네!”

“좋아! 진작 그렇게 나오셨어야지!”

[직업 특성의 효과로 <다인슬레프(모작)>을 장착하였습니다.]

[아이템 사용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여 페널티가 적용됩니다.]

[<다인슬레프(모작)>의 공격력이 45퍼센트 하락합니다. 옵션 효과가 절반만 적용됩니다.]

[<다인슬레프(모작)>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면 페널티가 줄어듭니다.]

[직업 특성의 효과로 <발할라>를 장착하였습니다.]

[아이템 사용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여 페널티가 적용됩니다.]

[<발할라>의 방어력이 45퍼센트 하락합니다. 옵션 효과가 절반만 적용됩니다.]

[<발할라>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면 페널티가 줄어듭니다.]

금색 갑주를 무장하자 마치 내가 태산 그 자체가 된 듯한 감각에 휩싸였다.

거대한 검을 손에 쥐자 설사 드래곤일지라도 베어 버릴 수 있다는 용기가 들끓었다.

때마침 지척까지 다가온 건달들이 내 등에 무기를 꽂아 넣는다.

굳이 피할 필요 없다.

쾅! 콰자작!

[적의 피해를 무력화시킵니다.]

적들의 공격은 기세 좋은 타격음을 발생시켰지만, 정작 내가 무장한 갑옷에는 작은 흠집조차 내지 못했다. 그리고 나의 육체는 미세한 흔들림조차 느끼지 않았다.

오히려 건달들의 무기가 손상됐을 지경이다.

“뭐, 뭐야?”

“이게 무슨……!”

약육강식의 세계를 살아가는 무법자들은 강자를 알아보는 본능이 탁월하다고 들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건달들은 나로부터 재앙급의 절망을 느꼈다.

“마, 말도 안 돼…….”

나는 혼란에 빠진 녀석들에게 최대한 상큼한 미소를 지어 주었다.

“템빨이라고 들어는 봤니?”

약? 스킬?

나는 처음부터 그딴 허접한 것들에 의존할 필요가 없었다.

이곳은 온갖 무구가 쌓여 있는 대장간!

그리고 나는 모든 무구를 사용할 수 있는 파그마의 후예다!

철컥!

대검의 긴 손잡이를 두 손으로 꽉 움켜쥐고 허리를 최대한 크게 비튼다. 그리고 일격에 전심전력을 담아 휘두른다.

기교 따위 섞지 않아도 좋다.

그저 올곧은 경로야말로 대검의 기세와 위력을 극한까지 끌어 올릴 수 있음이다.

서걱!

가슴까지 시원해지는 파공음을 터뜨리면서 깔끔한 횡베기가 들어갔다.

그 단 일격으로, 건달 잔당들은 몸이 두 동강 나서 회색빛으로 화해 버렸다.

[윈스톤의 무법자 ‘프라가’를 해치웠습니다.]

[윈스톤 마을 내에서 명성이 60 상승하였습니다.]

[경험치 4,300을 획득하였습니다.]

[윈스톤의 무법자 ‘움’을 해치웠습니다.]

[윈스톤 마을 내에서 명성이 60 상승하였습니다.]

[경험치 4,300을 획득하였습니다.]

[윈스톤의 무법자 ‘베일’을 해치웠습니다.]

[윈스톤 마을 내에서 명성이 100 상승하였습니다.]

[경험치 6,600을 획득하였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퀘스트 성공!]

[칸과의 호감도가 최대치가 되었습니다.]

계속해서 떠오르는 어마어마한 보상 문구들!

나는 그에 대한 기쁨을 누릴 새가 없었다.

“이 무기와 갑옷은 대체…….”

건달들이 죽으면서 떨어뜨린 계약서를 주워 찢어 버린 나는 곧바로 전설적 대장장이의 감정 스킬을 사용했다.

[전설이 된 대장장이가 범인을 초월하는 뛰어난 안목으로 물품을 감정합니다. 대상 물품에 숨겨진 기능이 존재할 경우 숨겨진 기능을 발견합니다.]

<다인슬레프(모작)>

등급:유니크

내구력:500/500 공격력:451~635 공격 속도:-8%

*대상의 현재 방어력의 10퍼센트에 해당하는 수치만큼 추가 피해.

*적의 숫자가 많을수록 공격력 증가.

*스킬 ‘금빛 섬광’ 생성.

아직 파그마가 등장하기 이전의 시대, 인류 최초로 ‘대장장이 장인’의 호칭을 얻었던 알바티노가 신화 속 무기인 다인슬레프를 재현하고자 만든 작품입니다.

결과적으로 다인슬레프에는 한참 못 미치는 작품이지만 다인슬레프의 특징 중 일부를 복원하는 것에는 성공하여, 다인슬레프 모작은 이미 그 자체로도 뛰어난 명품입니다.

에트날 왕국의 시조, 북방의 패왕 로란으로부터 ‘인류 역사상 최고의 걸작’이라는 찬사를 받았을 정도입니다.

전설의 대장장이 파그마도 이 작품에서 큰 영감을 얻었다고 전해집니다.

사용 조건:레벨 250 이상. 근력 1,800 이상.

고급 소드마스터리.

무게:1,580

[숨겨진 기능이 존재하지 않는 아이템입니다.]

[다인슬레프(모작)을 구성하고 있는 재료와 제작법, 제작자의 의도를 파악하기에는 아직 당신의 지식과 경험이 부족합니다.]

[다인슬레프(모작)에 대한 이해도가 오르지 않습니다.]

<발할라>

등급:유니크

내구력:701/701 방어력:872 이동속도:-5%

*생명력 회복 속도 20퍼센트 증가.

*생명력이 10퍼센트 이하로 떨어질 경우 3,000의 데미지를 흡수하는 방어막을 5초 동안 생성.

*베기와 찌르기 공격에 대해 방어력 10퍼센트 증가.

*마법 저항력 +180

아직 파그마가 등장하기 이전의 시대, 인류 최초로 ‘대장장이 장인’의 호칭을 얻었던 알바티노가 ‘걸어 다니는 요새’를 목표로 제작한 작품입니다.

에트날 왕국의 시조, 북방의 패왕 로란으로부터 ‘인류 역사상 최고의 걸작’이라는 찬사를 받았을 정도입니다.

전설의 대장장이 파그마도 이 작품에서 큰 영감을 얻었다고 전해집니다.

사용 조건:레벨 250 이상. 근력 800 이상. 체력 1,000 이상.

고급 헤비 아머 마스터리.

무게:1,712

[숨겨진 기능이 존재하지 않는 아이템입니다.]

[발할라를 구성하고 있는 재료와 제작법, 제작자의 의도를 파악하기에는 아직 당신의 지식과 경험이 부족합니다.]

[발할라에 대한 이해도가 오르지 않습니다.]

“커, 커억…….”

뭐, 뭐야, 이 어마어마한 물건들은?

이런 대박 아이템들이 어떻게 이런 촌구석 대장간에 전시되어 있던 거지?

내가 할 말을 잃은 채 두 아이템을 살펴보는 사이, 어느새 다가온 칸이 내 양쪽 어깨를 힘껏 부여잡았다.

그리고 두 눈을 휘둥그레 뜬 채 떨리는 음성으로 물었다.

“자, 자네… 자네가 어떻게 다인슬레프와 발할라를 사용할 수 있는 거지?”

난 지금 칸의 질문에 대답해 줄 여유가 없다. 오히려 질문을 할 사람은 나다.

“칸, 어떻게 이런 대단한 물건이 이런 곳에 있는 겁니까? 네? 이거 어디서 났어요?”

“허억!!”

까, 깜짝야.

내 질문을 듣고 기겁하는 칸을 보고 나도 기겁했다.

대체 얼마나 놀란 건지, 칸의 두 눈알이 튀어나올 지경으로 보였던 탓이다.

‘와, 이 양반, 무슨 개구리도 아니고 어떻게 눈이 저렇게까지 튀어나와?’

눈이 반쯤 튀어나온 칸이 내 몸을 마구 흔들어 댔다.

“자네! 설마 그 물건들의 가치를 알아본 겐가?!”

“그야 딱 봐도 대단한 물건들이잖아요? 알바티노라는 양반, 참 대단하군요.”

“허, 허억! 제작자가 누구인지까지 파악했다고? 서, 설마 자네는……?”

얼굴을 시뻘겋게 붉힌 칸이 급기야 뒷목을 잡아 쥐었다. 그리고 쓰러질 듯이 휘청거린다.

‘뭐지? 이 양반 상태가 왜 이래? 설마 고혈압?’

기껏 살려 놨더니 혈압 올라서 죽는다고?! 안 돼! 그렇게 놔둘 순 없다!

“이, 이봐요, 영감님! 진정해요, 진정해! 그러다 큰일 나겠수!”

“아! 끄으윽…….”

“헉?! 게, 게거품?! 이봐! 영감님! 어이! 왜 이래, 진짜! 죽지 마! 나 퀘스트 깼잖아? 그런데 당신이 죽으면 어쩌라는 거야! 갈 땐 가더라도 퀘스트는 주고 가야지!”

아니, 잠깐. 만약에 칸이 이대로 죽으면 다인슬레프와 발할라는 자연히 내 것이 되는 건가?

“…에이, 염병! 일이 그렇게 잘 풀릴 리가 있냐! 젠장! 살려야 돼! 살려야 된다고!!”

다인슬레프와 발할라를 제자리에 돌려놓은 나는 영감을 등에 업고 진료소까지 달려갔다.

***

한낱 오지마을에 불과하던 윈스톤!

하지만 도로가 들어서고 교통편이 보완되기 시작하자 마을은 급속도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다양한 레벨대의 사냥터가 도처에 즐비하며, 양질의 특산품과 개성 있는 퀘스트가 넘쳐 나는 윈스톤이었기 때문에 애초부터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했던 것이다.

지금에 이르러서는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대세 중의 대세!

한 방송국에서 신규 유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시작의 도시(마을)로 삼고 싶은 곳’ 베스트 10의 반열에 당당히 등극했을 정도!

사람들은 나날이 발전하는 윈스톤을 보면서 윈스톤의 주민들을 부러워했다.

땅 시세만 해도 최소 20배 이상 폭등한 윈스톤이니만큼, 그곳 주민들의 삶이 부유해졌으리라 예상한 것이다.

하나 속사정 모르는 자들의 착각일 뿐, 실상은 전혀 달랐다. 윈스톤 주민들의 생활은 전보다 나아진 게 없었다.

바로 메로 상단 때문이다.

오래전부터 에트날 왕국 북부의 상권을 장악하고 있던 메로 상단. 그 상단을 이끄는 ‘발몽’이라는 인물은 어느 누구보다 빠르게 윈스톤의 발전 가능성을 예측했었다. 그리고 아직 오지마을에 불과하던 윈스톤의 토지와 상권들을 주민들로부터 헐값에 매입했었다.

그러다 보니 현재 윈스톤의 대부분 땅과 상권은 메로 상단이 독점하고 있었다.

아직 정식으로 도시로 승격되지는 않았지만, 그 규모만큼은 대도시 못지않게 성장한 윈스톤의 수많은 상가들 간판에 거의 다 ‘메로’라는 이름이 걸려 있을 지경이다. 반면 주민들은 일터와 밭을 잃고 가난에 허덕였다.

윈스턴의 부를 독점하게 된 메로 상단!

메로 상단은 그야말로 초대박이 터졌다. 어마어마한 부를 축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영주에게는 자처해서 더 높은 세금을 바치고 뇌물을 먹임으로써 완벽하게 회유했으니 무서울 것도 없었다.

“역시 사람은 통찰력이 있어야 해.”

메로 상단의 주인 발몽은 하루하루가 꿈만 같이 행복했다. 도시급 마을에서 벌어들여지는 수익 대부분이 모조리 자신의 주머니로 들어왔으니 어느 영주 부럽지 않은 호사를 누렸다.

하지만 그런 발몽에게도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바로 대장간의 존재다.

국왕령 외의 도시와 마을은 법적으로 한 개의 대장간만을 둘 수 있다. 지방의 권력자가 대량의 무기를 생산하여 군사력을 강화하지 못하도록 방지한 중앙정부의 극단적인 조치 중 하나다.

그래서 윈스톤에도 단 하나의 대장간만이 존재하고 있었는데, 그 대장간의 주인은 메로 상단이 아니라 칸이라는 이름의 대장장이였다.

무기 사업만큼 꾸준하고 큰돈이 되는 사업은 드문 법!

메로 상단은 칸에게 대장간을 넘기라며 천문학적인 금액을 제시했지만 그는 7대째 이어 온 가업을 내려놓을 수 없다며 거절했다. 어르고 달래고 협박해도 소용이 없었다.

발몽은 골치가 아팠다. 대장간을 포기하기에는 너무 아쉬웠다. 그래서 머리를 굴리고 또 굴려 칸을 압박할 묘안을 떠올렸다.

“타지의 대장간들로부터 품질 좋은 무기와 농기구를 대량으로 매입해라. 그리고 윈스톤의 주민들과 여행자들에게 싼값으로 판매해. 이윤? 남기지 않아도 좋다. 무조건 싸게 팔아라!”

발몽의 그 명령으로 인해서 칸의 대장간은 경쟁력을 잃었다. 윈스톤의 주민들도, 여행자들도 그 누구 하나 칸의 대장간을 찾지 않게 됐다.

메로 상단에서 판매하는 무기들은 칸의 대장간에서 판매하는 무기보다 품질이 약간 떨어지긴 했지만, 종류는 더 다양하면서 값은 훨씬 쌌으니 열이면 열 메로 상단의 무기들을 구입했던 것이다.

거기에다가 발몽은 한 가지 수를 더 썼다.

사기꾼을 고용해서 칸을 현혹시키는 작전이었다.

“대장간의 규모를 키우면 고객들에게 큰 신뢰감을 줘서 다시 장사가 잘되지 않겠소? 내가 저금리로 돈을 빌려 줄 테니, 그 돈을 투자해서 대장간 규모를 키우시오. 그리고 반드시 재기에 성공하여 윈스톤 주민들을 대표해 저 메로 상단 놈들에게 본때를 보여 주시오!”

어리석게도 칸은 그 사기꾼을 철석같이 믿고 말았다. 사기꾼의 정체가 칸의 오랜 지기였던 탓이다.

친구가 발몽에게 매수당해서 자신의 뒤통수를 후려칠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한 채, 칸은 조작된 계약서를 제대로 확인도 해 보지 않고서 돈을 빌려왔고, 그 결과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을 감당 못해 결국 쫄딱 망해 버렸다.

발몽은 무너지는 칸을 보면서 앓던 이가 쏙 빠진 기분을 느꼈다.

“후후후, 머지않아 저 대장간도 내 것이 될 테지.”

마지막 쐐기로 실력 좋은 깡패 놈들도 고용했겠다, 발몽은 칸이 곧 두 손 두 발 다 들고 대장간을 넘기리라 철석같이 믿고 기다렸다.

한데 이놈의 영감탱이가 어지간한 황소고집이 아닌가?

아무리 궁지에 몰아넣어도 결코 대장간을 넘기지 않는 칸을 보면서 발몽은 하루하루 더 큰 분노와 오기를 느꼈다.

“그래, 어디 누가 이기나 해보자! 그놈의 깡패 새끼들한테 일처리 똑바로 못하면 단단히 각오하라고 전해라!”

진지하게 경고했으니 깡패 놈들도 똥줄이 타서 열심히 일할 터!

이번에야말로 정말 대장간이 수중에 들어와야 할 시기였건만…….

“뭐라고? 행방불명?”

“예, 그렇습니다.”

“그 개자식들이 어디서 수작질이야!”

콰차차창!

예상치 못한 보고를 접한 발몽은 산해진미가 한가득 차려져 있는 식탁을 신경질적으로 엎어 버렸다. 그리고 최측근 라빗에게 물었다.

“그 깡패 새끼들을 추천했던 게 누구였지?”

“비엘입니다.”

“당장 놈을 불러와!”

잠시 후.

발몽은 몸을 바들바들 떨면서 나타난 비엘에게 조용히 물었다.

“그 깡패 새끼들을 추천한 게 자네 아니었던가? 놈들이라면 믿고 일을 맡길 수 있다고 했었지? 근데 이게 무슨 사달이야? 놈들은 약속된 기간 내에 칸을 요리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이제는 아예 도망쳐 버렸어. 선수금까지 받아먹은 주제에 말이야. 어떻게 책임질 거지?”

“죄, 죄송합니다! 그들이 근방에서 가장 악명이 높기에 추천을 드렸던 것인데…….”

“사과는 됐고. 내놔.”

“예? 무, 무엇을……?”

비엘은 갑자기 손을 내밀면서 무엇인가를 요구하는 발몽의 의도를 이해할 수 없었다.

어리둥절해하는 비엘에게 답답함을 느낀 발몽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상인의 밑에서 일하면서 상인의 바람을 이해 못하다니, 어리석기 그지없군. 돈. 돈 내놓으라고. 놈들에게 지불했던 선수금과 의뢰 실패 시 받기로 약속됐던 보상금까지 자네가 다 책임져.”

“예, 예에?! 제, 제게는 그런 큰돈이 없습니다! 부디 제게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신다면…….”

비엘이 발몽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애원했다. 하지만 발몽은 가차 없었다.

“돈이 없으면 만들면 되지. 네놈과 네 식솔들을 모조리 노예 시장에 가져다 팔겠다. 그러면 어느 정도 보상이 되겠군. 흐흐흐.”

“주, 주인님! 제발… 제발!!”

“이놈을 끌어내라.”

비엘은 발몽을 10년이나 성심껏 모셔 왔다. 언제나 개처럼 열심히 일했다.

하지만 단 한 번의 실수를 발몽은 용납해 주지 않는 것이다.

그 냉혹한 결정이 다른 부하들의 사기를 저하시킨다는 사실을 알고도 개의치 않는다.

‘오만하고 잔인하다.’

라빗은 발몽의 성품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발몽의 밑에서 일하면 큰돈을 벌 수 있었기 때문에 배신하지 않고 충실히 모시고 있을 뿐이다.

비엘이 끌려 나간 후, 발몽과 단둘이 된 라빗이 입을 열었다.

“비엘이 고용한 깡패들 말입니다만, 그들이 도망쳤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들은 이곳 윈스톤의 터줏대감입니다. 고작 돈 몇 푼 때문에 쉽게 구역을 버릴 리 없습니다.”

“도망친 게 아니라면 뭔데? 한가락 한다던 놈들이 설마 노인네에게 당하기라도 했다는 건가?”

“지금으로서는 그렇게 생각하는 게 가장 타당합니다. 오늘 오전까지만 해도 그들은 정상적으로 칸의 대장간을 방문했다는 보고입니다. 그런데 그 후로 행방불명입니다. 이는 대장간에서 어떠한 변고가 있었던 게 확실합니다.”

설명을 듣고 생각해 본 발몽이 핵심을 물었다.

“칸의 행방은?”

“그 또한 사라졌습니다.”

“이런 우라질! 대장간에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아이들을 풀어 조사 중이니 곧 알 수 있을 겁니다.”

명확한 사정을 알 수가 없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발몽과 라빗이 여러 가지 가정을 세우고 추측하고 있을 때였다.

“칸의 행방을 알아냈습니다!”

급히 달려온 정보원이 보고했다.

“약 두 시간 전, 낯선 청년의 등에 업힌 칸이 사이먼이라는 의원을 찾아갔다는 목격자의 진술이 있습니다.”

“낯선 청년이라……. 이번 사건의 주범이 바로 그놈이군. 라빗, 대장간 사업 건은 이제부터 자네에게 일임하겠다. 상대가 누구라도 봐주지 말고, 자네식대로 처리하도록.”

“예.”

인물평을 즐기는 어떤 이의 평가에 따르면, 발몽은 상인으로서의 재능이 탁월하나 성격이 급하고 난폭한 면이 있어서 수완이 좋지 못하니, 대성하지는 못할 것이라 했다.

한데 어떻게 그런 인물이 메로 상단을 최고로 키울 수 있었을까?

바로 라빗이 있었기 때문이다.

라빗은 발몽의 부족한 점을 채워 줄 수 있는 뛰어난 수완가다.

감정을 억제할 수 있고 냉정한 판단을 내리며 최선의 결과를 도출한다.

지금 그가 그리드와의 만남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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