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템빨-102화 (97/1,794)

템빨 15권 - 7화

[하급 뱀파이어를 해치웠습니다.]

[경험치 4,901,000을 획득하였습니다.]

[경험치 4,855,000을 획득하였습니다.]

[중급 뱀파이어를 해치웠습니다.]

[경험치 6,954,300을 획득하였습니다.]

[경험치 6,899,000을 획득하였습니다.]

뱀파이어들이 주는 경험치가 기대 이상으로 컸다.

사막의 몬스터들보다 최대 3배 가까이 더 주는 수준이었다.

뱀파이어들의 생명력을 깎아놓은 템빨단원들과 경험치를 분배하고 있음을 감안해 봤을 때 이는 상당한 수치였다.

경험치 버프 물약의 힘이었다.

‘명성 쓴 보람이 있군!’

뽑기로 증발한 2만 5천의 명성이 전혀 아깝지 않게 되는 순간이었다.

그렇다고 또 다시 뽑기에 도전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지만 말이다.

‘내가 또 한 번이라도 뽑기를 했다가는 고추를 뗀다.’

재차 다짐하는 그리드.

그의 전황은 사실 썩 좋지 않았다.

생존한 뱀파이어들의 저항이 매서운 까닭이었다.

“고통의 수혈!!”

“다크 미사일!!”

근접전으로는 그리드를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한 뱀파이어들이 최대한 거리를 벌리며 마법을 날렸다.

그 탓에 그리드의 몸도 상처투성이였다.

일정 확률로 암흑 마법을 완전히 저항하는 <성스러운 빛의 갑옷>과 뱀파이어들의 회피기를 무력화시키는 <리파엘의 창날>.

둘 중 하나라도 없었더라면, 지금쯤 그리드는 싸늘한 주검이 되었을 수도 있다.

그만큼 뱀파이어들은 강했다. 개체마다 차이는 있지만 흑기사보다 몇 배씩 강한 수준이었다.

특히 흡혈 스킬이 문제였다. 피를 깎아놔도 계속 회복하니 까다로웠다. 일격에 박살내는 것이 해답이었다.

“파그마의 검무, 연(聯)!”

융합스킬인 연살(聯殺)과 초연(超聯)은 레벨이 오를수록 기능이 대폭 상승한다. 예를 들어 초연(超聯)은 3레벨이 되면서 관통 효과가 추가됐다.

반면 살(殺), 연(聯), 파(派)등의 기본 스킬들은 레벨이 올라도 피해량만 상승할 뿐이었다.

연(聯)의 레벨이 어느덧 5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융합스킬들과 비교하면 그 위력이 많이 약했다.

뱀파이어들이 온전한 상태였다면 연(聯)을 버텨냈을 공산이 컸다.

하지만 지금의 뱀파이어들은 죄다 중상을 입은 상태였다.

신속의 검술에 항거하지 못하고 차례대로 산산이 찢겨나갔다.

번쩍!

200마리 뱀파이어 중 50여 마리가 죽어나갔을 쯤, 그리드의 몸 위로 빛의 기둥이 떨어졌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능력치 포인트 10개를 획득하였습니다.]

건물에 입장하기 전부터 이미 297레벨 직전이었던 그리드의 레벨이 오른 것이다.

300레벨까지 이제 3레벨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능력치 분배.”

그리드는 새로이 획득한 스탯 포인트 10개를 평소처럼 모조리 민첩성에 투자했다.

그의 스탯 분배 방식은 검호 피아로의 스탯을 참고하고 있었다.

근력1:민첩성1:체력0.7

검성을 노리는 피아로가 스탯을 엉망으로 육성했을 가능성은 없다.

피아로의 스탯 비율이야말로 완벽한 황금 비율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그리드의 추측이었다.

그리고 그 추측은 정확하게 맞아 떨어졌다.

그리드의 민첩성이 근력에 근접해질수록 검술의 위력이 조금씩 증가하고 있었다.

서걱! 푹!

“크아악!!”

바로 몇 초 전보다 빠르고 강력해진 검격이 뱀파이어들의 몸을 베고, 또 베었다.

뱀파이어들이 죽어나가는 속도가 차츰 빨라졌다.

[최고급 연미복을 획득하였습니다.]

[최하급 흡혈의 반지를 획득하였습니다.]

<최고급 연미복>

등급:에픽

내구력:120/120 방어력:301

매력:+50

품격 있는 뱀파이어들의 필수 아이템입니다.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을 만큼 멋진 이 예복은 방어력도 뛰어나 호신용으로도 손색이 없습니다.

사용 조건:레벨 300 이상. 남성.

무게:120

<최하급 흡혈의 반지>

등급:에픽

*일반 공격 시, 대상에게 입힌 피해의 5퍼센트를 자신의 생명력으로 회복합니다.

*이 효과는 15초에 한 번만 발동합니다.

뱀파이어의 고유 마력이 깃든 반지입니다.

하급 뱀파이어가 사용하던 반지인지라 등급은 낮지만 착용자의 생존에 큰 도움을 줍니다.

사용 조건:레벨 280 이상.

무게:1

뱀파이어들의 아이템 드롭 확률은 매우 낮았다.

30~40마리를 해치우면 그중 1마리만이 아이템을 드롭 하는 수준이었으니 가히 최악이었다.

하지만 드롭 하는 아이템의 가치가 훌륭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했다.

‘흡혈 악세!’

흡혈 아이템은 전투 지속력과 생존력을 비약적으로 상승시켜준다.

무척 진귀한 것으로서, Satisfy가 출시 된 이래 쭉 플레이해온 그리드조차도 실제로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효과를 체험해 보실까.’

[최하급 흡혈의 반지를 착용하였습니다.]

푹! 푹푹!

“크아악!”

“내가…! 내가 인간 따위에게…!”

리파엘의 창날에 찔린 후 실패작과 도플갱어의 대검에 양단 당하는 뱀파이어들!

그들을 베어나가는 그리드의 상처가 서서히 회복되어갔다.

성스러운 빛의 갑옷과 결합된 흡혈 반지의 위용이었다.

[크리티컬!!]

[대상에게 9,300의 피해를 입혔습니다.]

[최하급 흡혈 반지의 옵션 효과로 인하여 피해량 중 5퍼센트를 흡수합니다.]

[성스러운 빛의 갑옷의 옵션 효과로 인하여 회복량이 300퍼센트 상승 적용됩니다.]

[1,350의 생명력이 회복되었습니다.]

15초에 한 번밖에 발동하지 않는 효과라고는 하지만 그리드에게 충분한 힘을 실어주었다.

간혹 <성스러운 빛의 장갑>에 귀속 된 5연격 스킬이라도 터졌다가는 그리드의 생명력 게이지가 눈에 띄게 차올랐다.

템빨과 스킬빨 덕분에 기본 공격력이 독보적으로 높은 그리드의 등에 날개가 달린 셈이었다.

“크크큭! 크하하하하핫!!”

“히익!”

“배, 뱀파이어 살려!”

기괴한 가면과 안대를 뒤집어 쓴 채 광소를 터뜨리는 그리드의 모습은 상위포식자인 뱀파이어들에게도 공포로 다가왔다.

이제 전황은 완전히 기울었다.

1층의 뱀파이어들은 레벨이 오르고 새로운 아이템을 획득함으로서 한층 더 강력해진 그리드에게 모조리 도륙 당했다.

그리드의 경험치 게이지는 어느덧 20퍼센트를 초과하고 있었다.

하지만 마냥 기뻐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엘핀스톤이 언제 등장해도 이상하지 않았을 뿐더러 상층부의 뱀파이어들이 몰려오기 시작한 까닭이었다.

상층부의 뱀파이어들은 1층의 뱀파이어들보다 평균 레벨이 높았다.

“막아!”

계단에 버티고 선 템빨단원들이 뱀파이어들의 진로를 차단했다.

바로 맞붙기보다는 방어적인 진형을 짰다.

그리드의 생명력과 마나, 그리고 스태미나가 조금이라도 회복될 시간을 벌어주기 위함이었다.

감사함을 느낀 그리드가 곧장 휴식을 취했다.

그사이 반트너는 또 한 번 지옥을 맛보게 되었다.

“으악! 또 쥐어 터져야 한다니!”

퍽! 퍽퍽!

콰작!!

반트너는 말락서스의 망토가 저주스러웠다. 아니, 탱커라는 신분 자체를 한탄했다. 적성이 아닌 것 같았다. 어차피 잘못 키운 캐릭터이니만큼 지금이라도 삭제하고 새로운 캐릭터를 육성할까 싶었다.

그가 신명나게 얻어터지는 동안 템빨단원들은 뱀파이어들의 생명력을 깎아놓았다.

그리고 적절한 타이밍에 휴식을 끝낸 그리드가 등장, 마무리를 가했다.

반나절이 지나 건물 하나를 통째로 공략했을 때 그리드의 경험치 게이지는 60퍼센트까지 차올라 있었다.

템빨단원들이 297레벨에서 298레벨을 찍는데 소요했던 기간이 평균 보름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말도 안 되는 성장 속도였다.

“와, 예상보다 훨씬 더 빨리 크네.”

“당연한 결과다. 통합 랭킹 20위권 유저 7명에 후로이까지 가세해서 쩔을 해주는데 이 정도도 못 크면 곤란하지.”

“그렇긴 하네. 어쨌든 앞으로 건물 4개만 더 공략하면 299레벨은 찍고도 남겠어.”

“그리고 문제는 299레벨부터지. 레벨 업에 필요한 경험치량이 298레벨과 비교해서 4배나 늘어나니까.”

“그래도 건물 하나 공략하는데 반나절 걸리는 점을 고려해보면… 앞으로 5일 후쯤이면 무난히 300레벨 달성하겠는데?”

“엘핀스톤이 출현하지 않는다고 가정한다면 말이지.”

“…”

재등장할 엘핀스톤이 누구를 노리고 스킬을 사용하는가가 관건이다.

단발 무적 스킬을 보유한 반트너, 후로이를 겨냥할 경우 인명 피해를 피할 수 있었지만 그 외 인원은 사정이 달랐다.

“한 명이라도 죽었다가는 파티의 균형이 깨져서 사냥 속도가 대폭 느려질 거다.”

“쩝… 오로지 운에 맡겨야하는 부분이군. 근데 그놈은 당최 왜 안 나타나는 거야?”

엘핀스톤이 등장하고 벌써 반나절이나 지났다.

잠시 후에 다시 찾아오겠다던 놈이라고 하기에는 시간을 너무 오래 끌었다.

“뭐, 늦으면 늦을수록 우리야 좋지.”

휴식을 끝낸 템빨단원들이 다음 건물로 이동했다.

이번 건물에서는 진혈족 뱀파이어들도 등장했다.

<진혈족 뱀파이어:보라스>

<진혈족 뱀파이어:러즐>

준네임드급 몬스터답게 개체별로 이름까지 보유한 녀석들은 무척이나 강했다.

19번 적기사 플뤼톤을 월등히 상회하는 실력이었고 부하도 수십을 거느렸다.

반트너는 위기를 느꼈다.

어쩔 수 없이 단발 무적 스킬 <수호자의 용력>을 사용하고 말았다.

수호자의 용력은 재사용 대기 시간이 48시간인 바, 엘핀스톤 대비책이 하나 줄어든 셈이었다.

일행의 사기가 대폭 하락했다.

후로이가 그들을 격려하고자 노력했다.

“걱정 마십시오. 다음번에 엘핀스톤이 나타난다면 제가 어떻게든 탱킹을 해보겠습니다.”

물론 불가능한 일이었다.

엘핀스톤은 기척도 없이 나타나 순식간에 스킬을 사용한다. 누군가가 원한다고 해서 고의적으로 얻어맞을 수 있는 개념의 스킬이 아니었다.

하지만 후로이는 자신의 언어 구사 속도를 믿었다.

“말은 행동보다 빠른 법. 놈이 등장해서 스킬을 사용하기 전에 어떻게든 놈의 어그로를 끌어보겠습니다.”

“…”

조만간 엘핀스톤의 부모님이 언급되겠구나.

후로이의 인성을 잘 알고 있는 템빨단원들이었다. 후로이와 적이 아니라는 사실이 감사할 따름이었다. 적이었다고 상상만 해도 치가 떨렸으니 말이다.

[진혈족 뱀파이어 ‘보라스’를 해치웠습니다.]

[경험치 44,690,500을 획득하였습니다.]

[완전한 루비를 획득하였습니다.]

[진혈족 뱀파이어 ‘러즐’을 해치웠습니다.]

[경험치 45,900,000을 획득하였습니다.]

[???의 3번째 조각을 획득하였습니다.]

<완전한 루비>

최상급 액세서리의 제작 재료로 사용할 수 있는 보석입니다.

무게:2

<???의 3번째 조각>

무엇의 조각인지 아직 유추할 수 없습니다.

최소 3개의 조각을 모아야 이것이 무엇의 조각인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무게:15

이로서 2번째 건물도 공략 완료다.

동료들의 도움으로 약 150마리의 뱀파이어와 진혈족 뱀파이어들까지 해치운 그리드는 298레벨을 달성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다소 아쉬운 감이 있었다.

‘진혈족 뱀파이어는 극악의 확률로 엘릭서를 드롭 한다고 했었다.’

스탯을 영구적으로 상승시켜주는 엘릭서!

아니라면 중급, 상급의 흡혈 액세서리라도 드롭 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의 조각>이라는 것이 설령 유니크급 아이템의 조각이라고 할지언정 엘릭서나 흡혈 액세서리보다는 가치가 낮을 것이 분명했다.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는 그리드의 눈앞으로 알림창이 떠올랐다.

[칭호 스킬 <전설이 된 자>의 재사용 대기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불사 패시브 스킬이 회복된 것이다.

‘이제 조금 더 안심하고 전투에 매진할 수 있겠군.’

아무래도 불사가 없다보니 불안하였던 차다.

그리드가 안도의 한숨을 내뱉는 바로 그때였다.

“다시 찾아오겠다던 나의 말을 잊은 건 아니겠지?”

그리드의 머리 위로부터 오싹한 음성이 들려왔다.

[13번째 도시의 주인, 뱀파이어 백작 엘핀스톤이 출현하였습니다.]

[강력한 사기가 당신의 마력을 혼탁하게 만듭니다. 일부 마법과 스킬을 사용할 수 없게 됩니다.]

[뱀파이어의 시선은 하등한 종족을 굴종시킵니다. 신체에 제법 강한 억압이 가해집니다.]

“엘핀스톤!”

드디어 올 것이 왔다.

후로이가 다급히 주둥이를 놀렸다.

“너희 부…”

하지만 말보다 행동이 더 빠를 때도 있는 법이었다.

후로이가 채 한 마디를 꺼내기도 전에 이미 그리드는 선홍빛 피의 장막에 집어삼켜지고 있었다.

엘핀스톤이 차가운 미소를 흘렸다.

“잠시 후에 다시 찾아오마. 그때 또 한 놈을 죽이고, 그 다음번에도 또 한 놈을 죽이고! 몇 번이고 반복하며 네놈들에게 극한의 공포를 맛보여주마!!”

스륵!

연기로 변한 엘핀스톤이 홀연히 자취를 감췄다.

장막으로부터 벗어난 그리드가 치를 떨었다.

“저 개자식이 미쳤나!”

왜 자꾸 나만 공격하는 거지?

감사한 일이기는 한데 기분이 매우 더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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