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템빨-199화 (194/1,794)

템빨 19권 - 4화

“파그마의 검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마기를 전신에 휘두른 채, 혈빛의 검광을 그리며 춤사위를 펼치는 그리드.

Satisfy 최초의 레전드리 클래스 전직자가 절대적인 위용을 드러낸다.

“초연(超聯).”

쿠콰콰콰콰콰콰쾅!!

여태껏 무수한 강적들을 쓰러뜨려왔던 흑적색의 검기 수십 줄기가 크라우젤을 향해서 쇄도했다.

영상을 시청하는 수십 억 인구가 그 광경에 숨을 죽였고,

스르륵-

크라우젤은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검기다발을 회피하더니 그리드의 지척까지 도달, 은백색의 곡도를 꺼내 호선을 그렸다.

쩌엉!!

기다렸다는 듯이 방어하는 그리드.

두 자루 검이 맞부딪치며 폭발하는 기파에 카메라가 흔들린다.

이어 흑백으로 변하는 영상에 2XX3. 10. 27이라는 숫자가 필기체로 휘갈겨졌다.

제2회 국가대항전의 개최 일시를 알리며 종료되는 오프닝 영상이었다.

-소오름.

-오글거리긴 한데 멋지네.

-원래 게임 오프닝은 중2 중2한 맛이 있어야하는 거임.

-오글거리기는 뭐가 오글거려요. 마들 히어로 시리즈 영화들이 훨씬 더 오글거리는구만.

-사람마다 취향이 다른 법이니까요.^^ 전 국가대항전 오프닝이랑 마들 히어로 시리즈 영화들 다 멋지네요.

제2회 국가대항전 오프닝 영상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과 호감이 뜨거웠다.

그중에서도 대한민국 국민들을 열광시키는 부분은 유라와 극검의 존재였다.

-유라랑 극검 위치 빼박 템빨단이네.

-저님들 언제부터 템빨단 가입한 거임?

-계속 속보 뜨고 난리도 아니네요.

-와… 유라랑 극검이 템빨단에 가입하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었음. 그리드 세력 진짜 독보적인 듯.

-이제 Satisfy 길드계는 8강 체제가 아니라 1강 7중이라고 보는 게 정확할 것 같음. 기존 7대 길드 위에 템빨단ㅋ

-근데 극검은 은기사 길드 마스터였잖아요? 은기사 길드도 템빨단에 합병된 건가?

-그럴 가능성이 높겠죠.

-템빨단은 그냥 한국 길드라고 봐도 되겠네. 마스터도 한국인이고 길드원 대부분이 한국인이니까.

-캬~~! 두 유 노우 템빨단?

-하… 이 와중에 유라랑 지슈카 겁나 예쁨. 실제로 한 번만 만나 봐도 평생소원이 없겠다.

-아니, 그리든 뭔데 지 혼자만 저런 미인들을 독차지하냐고ㅡㅡ 둘 중 한 명만 선택 하던가, 어이없음.ㅡㅡ

-심지어 게임 속에선 아이린이랑 부부임ㅋㅋ아, 개부럽다.

-사람은 자기 분야에서 성공하면 모든 걸 얻을 수 있는 법입니다. 님들도 인터넷에 댓글 쓸 시간에 열심히 노력하셈.^^

-그럼 저도 오늘부터 밥 먹고 Satisfy만 해야겠네요. 그리드처럼 성공해서 8억짜리 차부터 사고 여자들 꼬시고 다녀야지.ㅎㅎ

-님, 제가 Satisfy 오픈한 이후 지금까지 밥 먹고 Satisfy만 하고 있는데 저 아직도 250레벨임.ㅎㅎㅎ 님은 그리드처럼 못 됨.

-구라 즐. 250레벨 넘는 고레벨 유저가 여기서 댓글이나 쓰고 있을 리가ㅋ

그리드와 템빨단의 위엄, 대한민국 국민들에게는 확실하게 전달되었다.

라우엘의 의도대로였다.

하지만 그 외 국가 국민들이 집중하는 부분은 라우엘의 의도와 상반된다는 게 문제다.

-와… 크라우젤이 이런 대회에 출전하는 날이 오다니.

-그러게요. 앞으로 평생 동안 신비주의 컨셉 고수할 줄 알았는데.

-신비주의 컨셉이 아니라, 그냥 렙업밖에 모르는 게임폐인이라서 언론에 모습을 안 드러냈던 거라던데요.

-그런 크라우젤이 이번 대회에는 참가한 이유가 뭘까?

-당연히 상품이 탐나서겠지.

-ㄴㄴ요즘 그리드 명성이 자길 위협할 수준까지 성장하니까 자존심 상해서 실력 차이 보여주러 나온 거임.

-하긴… 크라우젤이랑 그리든 클라스가 다르죠.

-뭔 소리임ㅡㅡ 그리드가 여태까지 개쩌는 모습을 몇 번이나 보여줬는데 뭔 크라우젤이랑 클래스가 다름;; 최소 동급이지.

-겜알못은 쉿. 당장 크라우젤이 그리드 스킬 쉽게 피하는 것만 봐도 모르겠나요? 크라우젤은 그냥 넘사벽입니다. 그리드를 무시하는 게 아니라 크라우젤이 너무 대단하다는 말이에요.

-뭐라는 겁니까. 크라우젤이 그리드 스킬 피한 거 저게 실력인 줄 아시나요? 연출과 현실을 구분 못하시네.

-크라우젤 실력 진짠데요? 옛날에 랭커들이 몰래 촬영해서 올린 크라우젤 사냥 영상 보면, 크라우젤의 컨트롤 실력은 상식을 초월합니다. 미튜브에 검색해 보셈.

-아, 그 영상… 조회수가 10억을 넘었던데.

“이런 제길.”

여론 반응을 확인하는 라우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대중의 관심이 그리드와 템빨단에게 집중되지 않고 그리드와 크라우젤에게 집중 되고 있었으니, 템빨단의 존재를 극대화시키겠다던 최초의 의도가 무너진 셈이다. 기분이 나쁠 만도 했다.

‘설마 크라우젤이 출전할 줄이야.’

S.A그룹측이 웬일로 순순히 우리의 요구를 들어줬나 싶더니, 적절한 노림수를 가지고 있어서였다.

‘이거 안 좋은데.’

오프닝은 2차적인 문제다.

라우엘이 바란 전개는, 각국에 소속 된 템빨단원들이 각 종목에서 메달리스트가 되는 활약을 펼침으로서 대중에게 템빨단의 힘을 각인시키는 것이었다.

한데 크라우젤이라는 변수 탓에 전개가 어긋나게 생겼다.

‘크라우젤의 성향을 고려해 본다면 PvP와 레이드, 그리고 국가단위 공성전에 참여할 확률이 높은데.’

국가대항전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그 세 개 종목의 금메달은 가치가 매우 크다.

하지만 크라우젤이 존재하는 이상, 템빨단원들은 금메달을 포기하는 게 현실적인 방안일 터였다.

‘…아니, 그리드님이라면.’

그리드의 말에 따르면, 본인이 크라우젤과의 대결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는 크라우젤이 온전한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라우엘은 믿었다.

‘하늘이 괜히 하늘이 아니지.’

눈과 비가 쏟아지고, 천둥과 태풍이 휘몰아치며 대지와 바다가 개벽할지언정 하늘은 무너지지 않는 법이다.

크라우젤의 상태가 온전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를 무너뜨릴 수 있는 존재, 최소한 라우엘이 아는 선에선 없었다.

그리드가 하늘을 무너뜨릴 수 있었던 것, 결코 우연과 기적이 아닌…

‘실력이다.’

꽈악!

주먹을 불끈 말아 쥔 라우엘이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최악의 사태마저 기회로 바꾸고자 노력하는 그였다.

***

전투의 귀재 하오.

제1회 국가대항전에는 참가하지 않았던 그가 제2회 국가대항전에 참가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였을 당시, 수십 억 중국 인민들은 전율하고 열광했다.

하오만 있다면, 우리 중국 또한 국가대항전에서 종합순위 1위를 노려볼 수 있지 않을까 중국 인민들은 예측하고 기대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정작 하오 본인은 자신이 없었다.

‘…크라우젤.’

내 유일한 경외의 대상.

‘설마 당신이 이번 대회에 참가할 줄이야.’

벌써부터 긴장되어 식은땀이 흘러내린다.

‘과연 내가, 크라우젤을 상대로 활약할 수 있을까?’

없다.

하오는 확신했다.

그에게 있어서 크라우젤이란, 결코 도달할 수 없는 머나먼 하늘이었으니까.

부담감에 휩싸여있는 그에게 한 마리 전서구가 날아왔다.

발신자는 라우엘.

템빨단의 빌어먹을 참모놈의 편지였다.

<친구 신청을 안 받아주기에 귓속말 못 하고 편지 보냅니다.

10인의 루키 중 최고이자 템빨단의 브레인을 담당하고 있는 바로 이 몸,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천재인 라우엘의 친추를 안 받아주다니 당신 같이 도도한 사내는 처음이로군요.

그 도발적인 태도가 가상하여 내 마음 속 봉인 된 타천사의 영혼이 미소를…>

중략.

헛소리만 늘어놓는 편지 내용을 빠르게 넘긴 하오가 본론을 확인했다.

<당신이 과거에 했던 약속을 기억하십니까? 나의 주군 그리드님께서 하늘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하늘에 오르게 되신다면, 당신은 두 날개를 펼치고 날아올라 그리드님의 품에 안겨야할 겁니다.>

“…”

하오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7대 길드 연합이 레이단을 침공하였다가 농부들에게 박살나고 퇴각하던 길.

하오는 템빨단에게 목숨을 연명하는 대가로 그리드를 섬기라는 제의를 받았었다.

그때 하오가 했던 말이, 용을 품을 수 있는 건 하늘이 유일하다는 것이었고 여기서 말하는 하늘이란 당연히 천외천 크라우젤이었다.

그리드가 크라우젤을 무너뜨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콰작!

콧방귀 뀐 하오가 편지를 구겨버렸다.

그리드의 실력, 하오 또한 인정하는 바이다.

적절한 컨트롤 솜씨에 뛰어난 템빨.

현재의 그리드는 필시 최상위권 랭커급의 전투력을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크라우젤과 비교하면 발톱의 때다.

‘나조차도 넘어서지 못할 자가 어찌 크라우젤을 이길 수 있을까.’

생각하면 할수록 괘씸하다.

크라우젤을 생각하며 위축되어있던 하오의 가슴이 뜨겁게 불타올랐다.

‘이참에 주제파악을 시켜주는 것도 좋겠지.’

템빨단.

너희가 알고 있는 세상은 무척 좁다.

그 사실을 내가 증명해주리라, 다짐하는 하오의 금빛 눈동자가 번들거렸다.

***

현자 스틱세이의 도움을 받아서 뱀파이어의 아홉 번째 도시로부터 탈출한 그리드와 템빨단원들.

국가대항전 오프닝 촬영을 마치고 각종 언론매체와 인터뷰하는 등 바쁜 나날을 보냈던 그들이 오래간만에 레이단에 집결했다.

“아바! 바바!”

“헉.”

아장아장 다가온 로드가 꾸벅, 인사를 해온다.

못 본 새 많이 큰 아들의 모습에 감격한 그리드가 눈시울을 붉혔다.

“지금 얘가 나한테 아빠라고 하는 거 들었어? 들었냐고!”

흥분해서 떠드는 그리드였지만 다른 템빨단원들은 별 감흥을 보이지 않았다.

그야 그럴 것이…

“아바! 아바바!”

로드는 그리드 뿐만이 아닌 다른 템빨단원들에게도 같은 호칭을 사용하고 있었으니까!

“헉… 설마 너무 오랫동안 못 만난 탓에 이 아빠를 잊은 거냐?”

충격 받은 그리드의 안색이 파랗게 질렸다.

서글픈 마음을 숨기지 못하는 그로부터 시선을 돌린 로드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그렸다.

어둠 속에 숨은 채 그 모습을 지켜본 카심은 정녕 소름이 돋았다.

‘어린 아기가 벌써부터 어른을 상대로 장난을 치다니…’

***

“뭐라고?”

아이린과 재회의 기쁨을 나누고 침실에서부터 빠져나온 그리드.

곤히 잠들어있는 로드를 찾아가 대영주의 검으로 관찰한 그가 경악했다.

이름:로드 스테임

나이:0세 성별:남

직업:공자

칭호:그리드의 아들

*전설적 대장장이의 아들입니다. 부친의 능력을 대부분 물려받았습니다.

칭호:서대륙의 천재

*하나의 대륙을 대표할 만한 천재입니다. 이는 국가적 천재들을 압도한다는 뜻이며 레벨과 능력치 상승 속도가 보통보다 60퍼센트 빠릅니다. 또한 광범위한 분야의 스킬을 습득할 수 있습니다.

단, 15세가 되기 전까지는 올릴 수 있는 레벨과 능력치에 제한이 있습니다.

칭호:전설이 될 자

역사에 이름을 남길 인물이므로 절대적인 가호를 받습니다. 질병에 걸리지 않고 모든 종류의 상태 이상에 80% 확률로 면역합니다. 공격을 받아 생명력이 1이하로 떨어지는 피해를 입을 경우 2.5초 동안 불사 상태에 돌입합니다.

레벨:3

근력:40 체력:45

민첩성:54 지력:47

손재주:90 매력:100

위엄:17 통찰력:80

스킬:[초급 대장장이 기술(F)]/[초급 웨폰 마스터리(C)]/[다루카의 술법(A+)] /[안목(S)]/[압도적인 매력(S)]/[란스티어의 술법(SS)]/[명문과 전설의 혈통(SS)]

모친은 에트날 왕국 최고 명가의 후계자이며 부친은 전설적인 존재입니다.

부모의 장점들을 고스란히 물려받았으므로 잠재력이 독보적인 수준으로 뛰어납니다.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깨우치고도 남습니다.

단, 재능과 환경이 너무 훌륭하다 보니 자칫 오만해질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훈육이 역사를 가를 것입니다.

‘칭호가 변하고 스킬이 2개 더 생겼다?’

아이린의 말에 따르면, 로드는 그리드가 자리를 비운 한 달 여 동안 지속적인 훈육을 받아왔다.

그에 따라서 레벨이 오르고 능력치 일부가 소폭 상승한 것은 당연한 이치라고 치자.

한데 <에트날의 천재>였던 칭호가 <서대륙의 천재>로 바뀌다니?

이는 잠재력의 상승을 뜻한다. 필시 어떤 계기가 있어야 가능한 일일 터였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다루카의 술법과 란스티어의 술법.

새롭게 익힌 고등급의 스킬들 또한 심히 신경 쓰인다.

특히 란스티어의 술법은 무려 SS등급으로서 레전드리급 스킬이었다.

‘훈육 선생이 대체 누구기에…?’

애 예절 교육 시켜달라고 맡겨놨다니, 이런 괴물로 만들어 놓다니?

이건 완전…

‘개이득.’

절로 휘파람을 불게 된 그리드가 행정관 라빗에게 찾아가더니 훈육 교사의 임금을 높여주라고 명령했다.

덕분에 최저임금을 유지하고 있던 훈육 교사의 임금이 1실버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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