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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빨-241화 (236/1,794)

템빨 20권 - 23화

<나선의 속사궁>

등급:에픽

공격력:215~249 연사속도:+17%

명중률:-30%

*화살을 한 번 쏠 때마다 연사 속도가 1%씩 상승합니다. 이 효과는 최대 50%까지만 적용됩니다.

*화살의 궤도를 제어하기 어렵습니다.

*‘원하는 대상’에게 공격을 적중시킬 경우, 보우 마스터리 스킬 경험치를 추가로 획득합니다.

전설의 대장장이 그리드가 제작한 활입니다.

활의 구조가 특이하여 화살이 회전하며 날아갑니다. 사용자조차도 화살의 궤도를 예측하기 어렵고 명중률이 매우 떨어집니다.

끼릭-!

고생 끝에 제작했던 활을 꺼낸 그리드.

신중하게 시위를 당기는 그의 시야로 알림창이 떠올랐다.

[초급 웨폰 마스터리Lv.8의 효과가 초급 보우 마스터리Lv.3의 효과보다 높습니다.]

[<패시브>웨폰 마스터리 스킬이 적용됩니다.]

그리드는 웨폰 마스터리보다 보우 마스터리 스킬을 훨씬 더 빨리 습득했었다.

하지만 웨폰 마스터리의 레벨이 보우 마스터리의 레벨보다 월등히 높은 이유는 그리드의 주무기가 도검류라는 점에 있었다.

웨폰 마스터리는 ‘어떤 종류의 무기’를 사용하더라도 경험치가 누적되는 반면, 보우 마스터리는 활을 무기로 사용할 경우에만 경험치가 올랐으므로 웨폰 마스터리의 레벨 오르는 속도가 빠른 건 지극히 당연한 이치였다.

‘활을 사용하면 웨폰 마스터리와 보우 마스터리 레벨이 둘 다 오르니까 좋아. 언젠가 두 개 마스터리의 레벨이 비슷해진다면, 그때부터는 보우 마스터의 덕을 크게 볼 수 있겠지.’

파앙-!

일부 전투 특화 클래스 플레이어가 아닌 이상, 대부분의 평범한 플레이어들은 한 가지 종류의 마스터리만을 습득하고 있다.

하물며 대장장이는 마스터리 스킬이 아예 없었다.

한데 그리드는 대장장이이면서 웨폰 마스터리, 보우 마스터리, 매직 마스터리를 보유하고 있었으니 어지간한 전투 특화 클래스는 쌈 싸먹는 수준이었다.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지닌 것이다.

『저, 정말로 활을 쏘다니!』

그리드가 놓은 시위로부터 떠나가는 한 자루의 화살.

지그재그, 예측하기 어려운 움직임으로 하늘을 향해 솟구치는 그것을 목도한 해설진이 질색했다.

레전드리 클래스 <파그마의 후예>의 저력이 또 한 번 세상에 위엄을 뽐내는 순간이었다.

그리드는 전율하고 있었다.

‘더 이상 그 누구도 나를 무시하지 않을 거야.’

평생을 살아오면서, 그리드는 그 어떤 일을 할지라도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했었다. 부족한 재능에 늘 발목을 붙잡혀 멸시를 당했고 늘 서러움에 사무치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Satisfy.

결국은 게임에 불과하지 않느냐는, 일부 고지식한 사람들의 편견을 깨부수고 결국 지상 최고의 콘텐츠로 자리 잡은 이 가상의 공간에서 그리드는 비상했다.

쩌어어어어어엉!!

『명주웅!! 그리드의 화살이 정확히 표적에 명중하였습니다!!!』

[연사 속도가 1퍼센트 상승합니다.]

[원하는 대상에게 화살을 명중시켰습니다. 보우 마스터리 경험치를 추가로 획득합니다.]

끼릭-!

침착한 눈빛으로 재차 시위를 당기는 그리드.

정체되어 있던 한국의 점수판이 그로 인해서 다시금 움직이기 시작하…

[화살이 빗나갑니다.]

[화살이 빗나갑니다.]

[화살이…]

“…기는 개뿔.”

역시, 운 한 번 더럽게 없다.

연달아 의도치 않은 방향으로 날아가는 화살들을 확인한 그리드가 치를 떠는 그때였다.

『형세가 뒤집어졌습니다! 미국의 점수가 한국의 점수를 넘어서기 시작합니다!』

『러시아와 캐나다도 한국의 점수를 바짝 뒤쫓고 있습니다!』

『주변 정리를 끝낸 다른 국가들은 이제 드디어 표적 처리에 열중하고 있습니다만, 한국은 생존자가 세 명밖에 되지 않는지라 역시 한계가 있군요. 계속 뒤쳐집니다.』

『허… 레가스와 수에론은 여전히 전투 중이군요. 영국과 아르헨티나의 국민 여러분들께 심심찮은 위로의 말씀 전합니다.』

『일본과 중국의 국민들께도…』

‘결국 난 안 되는 건가?’

그리드의 마음이 오래간만에 나약해졌다.

지난 1년, 그토록 노력하고 또 노력해왔으나 원하는 결실을 맺지 못하게 생겼으니 초조했고 자괴감이 밀려왔다.

‘…아니, 아직 끝나지 않았다.’

마음을 굳게 먹고자 입술을 꽉 깨문 그리드가 붉은 피를 흘린다. 입술에 밀착시키고 있는 활의 시위가 붉게 물들었다.

그리드가 극도로 집중하는 이때, 전장에는 새로운 이변이 발생하고 있었다.

미국과 러시아의 점수판이 멈춘 것이다.

***

{제길! 동쪽 벼랑이다!! 견제해!}

{어, 어라? 뭐야? 왜 마법이 안 맞아?}

{새삼스럽게 굴기는. 논타켓 스킬로 저자를 맞추는 건 불가능한 영역이라는 소문 못 들어봤어?}

{당연히 과장 된 소문인줄 알았지!}

{과장? 저자를 표현하는데 과장이 있을 수 있나. 오히려 부족해서 문제지.}

경제, 산업, 과학, 문화, 예술, 군사, 자원, 학문, 스포츠 등등.

미국은 실로 모든 분야에서 늘 최고의 자리를 지켜왔다. 막말로 지구 최대, 최강의 국가라고 표현해도 손색이 없었다.

미국이 Satisfy 최강국이라는 칭호를 거머쥔 것 또한 지극히 당연한 섭리였다.

한데 그 최강의 미국이 현재 혼란을 겪고 있었다.

오로지 한 명의 사내 때문이다.

하늘 위의 하늘,

‘크라우젤…!’

산 정상에 오른 채 전장을 살피는 라우엘의 얼굴이 종잇장처럼 구겨졌다.

‘순전히 내 실수다.’

크라우젤이 한국의 유라를 표적으로 삼으리라고 확신했던 순간부터 일이 꼬였다.

‘크라우젤이 한국과 직접적인 충돌을 일으키기 전까지, 우리는 점수를 올리는 속도를 조율했어야만 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급기야 미국은 한국의 점수를 역전해버렸고, 이로 인해서 크라우젤의 표적이 되고 말았다.

크라우젤이 원하는 것은 오로지 금메달인 바.

그의 입장에서는 가장 위협적인 국가부터 표적으로 삼아 처단하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크윽… 아직 생명력이…”

제2회 국가대항전 PvP분야에는 몇 가지 규칙이 있다.

첫째, 데미지 적용률이 50퍼센트 하락한다.

둘째, 각종 회복 물약과 버프 물약을 복용할 수 없다.

셋째, 펫을 소환할 수 없다.

국가대항전 참가자들의 순수한 전투능력을 보다 긴박하게, 또한 장시간 동안 시청자들에게 제공하기 위한 조치였다.

그 탓에 폰의 레일 스피어에 치명상을 입었던 지발은 여전히 생명력이 완전치 못했다. 3분의 2를 조금 넘기는 수준에 불과했다.

이 상태로 저 괴물 크라우젤을 상대한다?

지발로서는 심히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손 놓고 있을 수도 없는 법이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려는 지발을 라우엘이 제지했다.

“당신은 조금 더 회복하도록 하세요. 섣부르게 굴어봤자 괜한 화를 자처할 뿐입니다.”

이렇게까지 힐러가 귀한 게임이 세상에 있었던가?

단언컨대 없다.

그렇기에 힐러를 양성할 수 있는 레베카교의 교황 데미안의 가치가 더욱 중요한 것이다. 그를 반드시 완전한 아군으로 회유해야만 한다.

이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템빨단을 위한 생각을 하면서, 라우엘은 전장을 이끌었다.

{서쪽 경로를 통해서 러시아 본대가 접근해오고 있습니다. 스컬님을 제외한 모든 인원은 방진을 형성, 적군을 맞이할 준비를 하세요. 동쪽의 크라우젤은 저와 스컬님 둘이서 막겠습니다.}

미국의 전력은 가히 독보적이다. 7강에 포함되는 스페인조차도 압도했던 수준이다.

크라우젤의 발을 묶을 수만 있다면 러시아도 비교적 쉽게 처리할 것이 분명했다.

판단한 라우엘이 산사태를 일으키기 위해서 <지룡의 기지개>를 캐스팅하는 순간이었다.

고지로부터 자신에게 폭격을 날리던 미국팀 랭커 대부분이 자리를 이탈하는 광경을 확인한 크라우젤, 통합랭킹 8위 스컬을 <백광보>로 피해서 지나치더니 도약, 라우엘과 시선을 마주쳐온다.

‘그렇죠. 표적은 늘 머리여야만 하죠.’

영리한 인물들이 애용하는 전법이다.

크라우젤이 자신을 노릴 것이라는 사실, 라우엘은 미리 예측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회복을 명목으로 지발을 계속 자신의 곁에 대기시켜놓은 이유가 여기서 증명됐다.

“지발! 당신의 손이 과연 하늘에게 닿을 수 있을지 지켜보겠습니다!”

“난 랭킹 2위다! 세상에서 유일하게 하늘을 부술 자격을 갖춘 인물이 바로 나라고!!”

라우엘의 도발에 자극 받은 지발이 벌떡 일어서더니 크라우젤에게 대항했다.

단체 사냥과 보스 레이드에서는 탁월한 능력을 보여 왔지만 PvP와 관련해서는 아무런 활약이 없었던 지발.

제1회 국가대항전 PvP에도 출전하지 않았던 그는 증명해야할 의무가 있다.

본인이 PvP를 등한시해왔던 이유, 약해서가 아니라 단지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었음을!

“크라우제에에에엘!!”

눈을 부릅뜬 지발이 소리치며 회색의 봉을 꺼내든다.

대장장이 랭킹 1위 판미르가 드워프의 도시 탈리마에서 배워온 기술을 활용하여 제작한 에고 무기의 등장이었다.

퍼엉--!!

길이 1미터에 불과했던 회색 봉이 기성을 토해내더니 하늘을 향해서 솟구쳤다. 길이가 순식간에 3미터까지 늘어나서는 크라우젤의 가슴을 찔렀다.

스윽.

크라우젤이 회피하는 순간,

빠각!!

회색 봉의 끝이 직각으로 꺾이며 크라우젤의 관자놀이를 가격하였고, 그 충격을 이겨내지 못한 크라우젤이 그대로 추락하고 말았다.

쿠우우우웅!!

“…템빨 죽이네요.”

지발이 설마 이 정도까지 활약해 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라우엘의 감상이었다.

한편, 세상은 발칵 뒤집어졌다.

『처, 천외천이…! 하늘 위의 하늘이!!!』

『추락했습니다!!!』

『그것도 지발에게!』

그리드에게 단 3초 만에 로그아웃 당한 타르마에게 암살당했던 전력을 보아 그 실력에 의구심이 들었으나, 지발은 과연 랭킹 2위답게 강했다.

레이단의 미친 농부와 호각을 겨뤘다는 소문이 결코 거짓은 아닌 듯하였다.

“우와아아아아아아!!!”

“지발! 지발!! 지발!!!”

미국인 관중들이 발을 구르며 환호한다.

스타드 드 프랑스 국립경기장이 다시금 격동하기 시작했다.

“내가 바로 지발이다! 세계 최강 미국의 일인자란 말이다!!”

흥분한 지발이 소리쳤다. 그러자 그 소리에 반응한 크라우젤이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한데 상태가 영 좋지 않았다.

지발의 일격에 치명상을 입어서?

아니다. 고작 평타 한 방에 큰 상처를 입을 정도로 현재 크라우젤의 방어력은 빈약하지 않다.

크라우젤은 단지 지쳐있었을 뿐이다.

표적 맞추기 개시 이후 지금까지 약 30분 동안, 그는 티라 섬 전체를 누비면서 홀로 10여 개의 국가를 몰살시켰다.

스태미나가 바닥을 기었고 이에 따라서 집중력이 떨어졌으며 움직임이 둔해졌다.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하늘을 무너뜨릴 기회, 그리드님이 아니라 우리가 잡게 되었음이 심히 아쉽지만…”

지룡의 기지개의 캐스팅을 끝낸 라우엘이 크라우젤을 향해서 손을 뻗었다.

때마침 절벽을 타고 올라온 통합 랭킹 8위 스컬은 크라우젤의 후방을 덮치고 있었다.

“이만 쉬세요.”

라우엘이 제안하였고,

쿠르르르르르르릉!!

지룡의 기지개가 전개되면서 크라우젤이 서있는 지면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팔연참!”

스컬의 연속 강타가 크라우젤의 후방을 때렸으며,

“그간의 오명을 오늘 기필코 씻어내겠다!”

기세를 타더니 잔뜩 들뜬 지발이 회색 봉을 제어, 크라우젤의 정수리를 노리고 꽂았다.

“…”

강력한 스킬 연계와 마주한 크라우젤.

비 오듯 땀을 흘리면서도, 예의 그 무표정을 일관하고 있던 그가 병든 노모를 떠올린다.

심연처럼 깊은 그의 검은 눈동자에 투영되는 것은 유일한 바람에 대한 열망이었다.

오로지 어머니의 쾌유를 바라며, 고통을 인내하고 싸워나간다.

“초감각.”

키잉-!

검호의 칭호를 얻은 자만이 사용할 수 있는 최강의 강화 스킬이 전개되었고, 이어 비산하는 핏줄기의 주인은 지발과 라우엘, 그리고 스컬이었다.

서걱!

퍽!

쾅!!

눈으로는 결코 쫓을 수 없는 빠르기와 인지능력을 초월하는 사각으로부터의 공격, 거기에 견디기 어려운 파괴력이 맞물리면서 미국의 이름난 강자들이 무참하게 박살난다.

지금 이 순간의 크라우젤은 실로 절대무적의 지존이었다.

이는 세상 그 누구도 반론을 제기할 수 없는 진실 그 자체였다.

그리드가 도달하고자 하는 하늘은 끝없이 높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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