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빨 22권 - 2화
[<장검>의 제작을 완료합니다!]
[<고급 대장장이 기술>레벨 6이 아이템의 능력치를 9퍼센트 상승시킵니다!]
[<중급 드워프 기술>레벨 1이 아이템의 능력치를 3.2퍼센트 상승시킵니다!]
[<중급 드워프 기술>레벨 1이 아이템에 미약한 자아를 심으려고 시도합니다!]
[성공하였습니다!]
[<중급 드워프 기술>레벨 1이 아이템에 변화기능(小)을 심으려고 시도합니다!]
[성공하였습니다!]
[유니크 등급의 아이템을 제작하여 모든 능력치가 12씩 상승합니다!]
띠링~
<강력하고 고귀한 장검>
등급:유니크
내구력:450/450 공격력:451
*공격 시 매우 희박한 확률로 검의 길이가 변화합니다.
*일반 공격 데미지 15퍼센트 추가.
*명중률 7퍼센트 추가.
*내구력이 쉽게 손상되지 않습니다.
탈리마에서 수련을 쌓은 명성 높은 대장장이 판미르가 섬세한 솜씨로 제작한 장검입니다.
장검 고유의 장점이 부각되었으므로 무척 안정적인 위력을 발휘하며, 변화의 특성으로 인해서 변칙적인 면모 또한 갖췄습니다.
<드워프의 기술>이 제작자의 심경을 반영하여 검에 높은 긍지를 심어놓았습니다. 쉽게 망가지지 않으며 선택받은 자만이 이 검을 사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용 조건:레벨 300 이상. 중급 소드 마스터리 7레벨. 근력 1,500. 검의 선택을 받은 자.
‘이럴 수가!’
대장장이 경력 3년 반!
Satisfy시간으로 따지면 무려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판미르가 제작해온 아이템의 개수는 최소 2만 단위였다.
그중에서도 6시간 이상을 투자해서 수작업한 아이템의 개수가 또 5백 개 이상이다.
하지만 그렇게 많은 아이템을 제작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판미르가 ‘회심의 역작’이라고 자부할만한 작품은 몇 개 안 됐다.
효율적인 옵션이 추가 된 상위 등급의 아이템을 제작할 확률이 그만큼 낮다는 뜻이다.
한데 오늘!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명예를 걸고 임한 승부에서 회심의 역작이 탄생하고 말았다!
한 마디로 오지는 타이밍이었다. 영화 속 주인공이라도 된 심정이다.
판미르가 50년 이상 살면서 이토록 거대한 희열을 느껴본 경험은 처음이었다.
“좋았어!!”
나이와 장소를 잊은 판미르가 환호하며 만세를 외쳤다.
단지 운 좋게 전설의 대장장이로 전직했을 뿐인 그리드를 상대로 진정한 최고의 대장장이가 누구인지 증명할 수 있게 되었으니 그는 너무 기뻤다. 지나온 세월이 헛되지 않았음에 전율했다.
‘내가 이겼다!’
판미르는 믿어 의심치 않았다.
설령 그리드가 레전드리 등급의 장검을 제작하였을지언정 본인이 패배할 리 없다고 그는 확신했다.
강력하고, 고귀한.
대장장이의 기술과 드워프의 기술이 결합되어 무려 2개의 칭호를 달고 탄생한 이 장검이야말로 300레벨 제한 제작 무기 중 최상급일 테니까!
때마침 진행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전설의 대장장이 그리드만이 유일하게 노말 등급의 장검을 만들었습니다…?』
“……!”
참가자들이 제작한 아이템을 일일이 확인한 후 선언하는 진행자.
멍한 표정을 짓는 그의 충격적인 발언에 판미르는 물론이고 다른 대장장이들 또한 전원 깜짝 놀랐다.
전설의 대장장이 그리드가 노말 등급의 아이템을 만들다니?
그들로서는 전혀 염두에 두지 못한 사태였다.
‘고급 대장장이만 되도 수작업을 하면 노말 등급의 아이템을 만드는 경우가 드문데…’
‘전설의 대장장이라면 제작 버튼만 눌러놔도 레어쯤은 기본으로 뜨는 게 아닌가?’
그리드는 당최 무슨 미친 짓을 했기에 고작 노말 등급의 아이템을 띄운 걸까?
더럽게 운이 없어서?
단지 그 이유 하나만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
‘깜빡하고 재료 몇 개를 빼먹었나?’
‘제련 과정까지는 완벽해 보였다만… 단조 과정에서 뭔가 큰 실수를 저질렀나보군.’
대장장이들의 추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판미르와 똑같이 유니크 등급의 장검을 제작하고 만족해하고 있던 스텡은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리드님께서 고작 노말 등급의 아이템을 제작했을 리 없습니다!”
스텡은 그리드의 실력과 집중력을 바로 곁에서 실시간으로 목격했다.
“제가 강철을 한 번 때릴 동안 그리드님은 세 번을 때렸고, 제가 지쳐서 호흡을 고를 동안에도 그리드님의 자세는 조금도 흐트러짐이 없었다고요!”
조금의 과장도 섞이지 않은 진실이다.
만약, 그리드가 전생에 은하계를 말아먹은 범우주적 악당이 아닌 이상에야 노말 등급의 아이템이 탄생했을 리 없다고 믿는 스텡이었다.
“아이템 정보를 다시 한 번 확인해 보십시오! 이건 분명히 착오가…!”
그리드를 대변한 스텡이 계속해서 따지고 드는 그때였다.
“…씨벌.”
잔뜩 눈살을 찌푸리고 있던 그리드가 욕설을 지껄였다.
강력한 분노가 느껴졌다. 눈치를 보아하니, 놀랍게도 그리드는 정말로 노말 아이템을 만든 것 같았다!
“어, 어떻게 이럴 수가…”
그리드의 실력과 노력을 완전히 부정해버리는 결과물이 탄생했다고?
이게 바로 루머로만 돌던 운영자의 조작인가?
잠시 벙쪘던 스텡이 이내 정신을 차리더니 그리드에게 측은하다는 시선을 보냈다.
‘그리드님 당신은 정말로 재수가 없는 사람이군요…’
그리드를 알게 된지 불과 몇 시간 만에 그리드라는 인물을 완전히 파악한 스텡이었다.
그에게 그리드가 질문했다.
“여기서 만든 아이템의 소유권… 우리한테 없는 거 맞지?”
그리드의 목소리는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그가 얼마나 분노하고 있는지 절실히 느낄 수 있었던 스텡이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국가대항전 명예의 전당으로 옮겨져서 영구히 전시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전설의 대장장이가 제작한 노말 등급의 아이템이 앞으로 영구히, 전 세계인들을 대상으로 공개된다는 뜻이다.
그리드의 입장에선 개망신이었다. 더 없는 치욕일 터였다.
‘부끄러워서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으시겠지…’
스텡은 안타까웠다. 그리드가 혹시라도 좌절하고 게임을 접는 건 아닐까 걱정이 들 정도였다.
깊은 한숨을 내쉰 그리드가 투덜거렸다.
“하, 이걸 반납해야 하다니. 이건 말도 안 돼.”
“…?”
스텡은 분위기가 조금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드가 분노하고 있는 포인트를 잘못 짚은 듯한?
진행자가 연신 떠들고 있었다.
『전설의 대장장이가 노말 아이템을 제작하리라고 예상하신 분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네, 그렇습니다! 저조차도 예상 못했습니다!!』
참가자들이 제작한 장검들을 수거해서 한곳으로 모아간 진행자가 그리드가 제작한 장검을 쥐어 들어보였다.
그를 본 스텡과 판미르의 두 눈이 커졌다.
‘얼핏 보면 특별한 곳 없는 평범한 장검 같지만…’
‘어마어마한 예기를 품고 있다!’
저게 정녕 노말 등급의 장검이라고?
스텡과 판미르에 이어서 다른 대장장이들 또한 슬슬 그리드가 만든 장검이 범상치 않음을 깨닫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들은 뛰어난 대장장이로서의 안목이 있기에 특별함을 간파할 수 있었던 것이고 일반인들은 사정이 달랐다.
-뭔 전설의 대장장이가 노말 아이템을 만드냐? 10분 만에 뚝딱하고 만들어낸 것도 아니고 8시간 내내 집중해서 망치질 하더만 어떻게 저딴 결과물을 탄생시키지?
-망치질을 허공에 한 게 아닐까요?
-졸았다거나…?ㅋㅋㅋ
-제가 아직은 비록 초급 대장장이에 불과하지만 머잖아 장인이 될 몸으로서 분석해보자면, 그리드는 손재주 스탯이 매우 낮은 것 같습니다. 직업빨로 아이템을 쉽게 찍어내다 보니 수작업을 거의 해본 경험이 없고, 그 때문에 손재주 스탯이 육성이 안 된 듯하군요.
-그로 인해서 결과물이 저렇게 형편없게 나온 거라고? 아니, 어이가 없네. 아무리 손재주가 낮아도 그렇지 전설의 대장장이라면 시스템적으로 보정 효과가 붙을 거 아닙니까? 근데 어떻게 노말 등급 템을 만든다는 겁니까?
-부족한 실력+최악의 운이 결합 된 결과인 듯.
-부족한 실력ㅋㅋㅋ 작년하고 비교하면 전투능력이 터무니없이 올랐다 싶더니만, 대장장이가 대장일은 안 하고 맨날 칼질 연습만 했나보네.
-님들 헛소리 좀 작작하세요. 그리드의 대장장이 솜씨가 부족하다는 게 정황상 말이나 됩니까?
-맞아. 그리드가 무장하고 있는 아이템들을 봐라. 저거 다 자기가 직접 만든 걸 텐데 그리드 실력이 형편없다는 건 말이 안 되지. 이번엔 단지 운이 없던 것뿐임.
-그리드가 착용하고 있는 아이템들이 그리드가 만든 거라는 근거는 있고? 레이드로 얻었을 수도 있잖음?
그리드의 대장장이 솜씨를 놓고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솔직히 비난과 조롱의 여론이 훨씬 더 많았다.
그리드가 유라와 지슈카라는 세계 최고의 미녀 둘을 동시에 거느리고 밤을 지새웠단 사실을 사람들은 아직 잊지 않은 것이다.
지금 이 순간 그리드 안티팬들의 활동이 왕성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한편 한국은 난리가 났다.
<속보>충격! 전설의 대장장이 그리드가 노말 아이템을 제작하다!
<속보>당연한 줄 알았던 금메달을 놓친 한국… 종합 순위 1위 사실상 불가능!
그리드, 문란한 사생활을 즐기느라 본분을 망각했고 솜씨가 형편없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유감이다.
Satisfy 약소국인 한국이 잠시나마 종합 순위 1위를 꿈꿔볼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그리드의 공로였다.
하지만 언론은 그에 대한 감사함도 잊고 이제 와서 그리드를 비난하는 듯한 기사를 쏟아냈다.
그리드, 즉 신영우의 가족들은 가슴이 찢어질 듯이 아팠고 분했다.
“이런 괘씸한…! 하여간 기레기 새끼들이란!”
“아이고, 여보. 아무리 화가 나도 그렇지 세희 앞에서 그런 상스러운 말을 쓰면 어떡해요!”
“험험.”
영우의 부모님은 TV화면에 클로즈업되고 있는 아들이 너무나도 안쓰러웠다.
머나먼 이국땅에서 ‘조국의 명예를 위해서(?)’ 용쓰고 있건만 고작 한 번의 실수로 인하여 역적으로 몰릴 기미가 보이다니!
“얼마나 분할꼬!”
“기껏 빚 다 갚았더니 아버지라는 양반이 새로운 빚을 만들어왔을 때와 비슷한 심정일 것 같아요.”
“아, 아니, 여보… 내 그 은혜는 차차 영우에게 다 갚아나갈 거라고 몇 번이나 말했지 않아? 굳이 이 타이밍에 왜 그런 말을…”
근심하는 부모님의 곁에서 잠자코 TV를 시청 중이던 세희가 미소 지었다.
“오빠는 괜찮아요.”
너무나도 무능한 오빠가 걱정되어, 한평생 오빠를 책임지겠다는 사명을 갖고 살아왔던 세희다.
겉으로는 표현한 적이 없지만 그녀는 정말로 오빠를 좋아했고 유심히 관찰해왔다. 오빠의 표정만 봐도 지금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정도였다.
‘잔뜩 인상을 찌푸리고는 있지만 왼쪽 눈썹이 치켜져 올라가 있어.’
지금의 오빠, 슬픔과 기쁨을 동시에 느끼고 있다는 뜻이다.
최소한 사람들이 생각하는 최악의 사태는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게 세희의 분석이었고 그녀의 안목은 정확했다.
『전설의 대장장이가 노말 아이템을 만들다니? 그 황당무계한 결과에 실망하신 분들이 셀 수 없이 많으리라 봅니다! 하지만 실망은 접어두십시오! 전설이 왜 전설인지! 그리드 선수가 차원이 다른 클래스를 증명해보였으니까요!!』
사회자의 의미심장한 외침과 동시에 그리드가 만든 장검의 옵션이 공개됐다.
<봉인된 초월적인 억제의 장검>
등급:노말(성장형)
내구력:360/360 공격력:401
*등급이 오를 때마다 한 가지 옵션이 추가됩니다.
전설의 대장장이 그리드가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솜씨와 집념으로 제작한 장검입니다.
짧은 시간 동안 4만 5천 번 이상 때린 강철로 구성 된 검신이 이상적임을 넘어서 초월적인 위력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형적인 형태라는 점에 발목이 붙잡혀 위력을 봉인당한 상태입니다.
적을 베고, 부셔지고, 재차 단련되는 과정에서 서서히 적합한 형태를 찾고 진정한 힘을 개방해나갈 것입니다.
사용 조건:레벨 300 이상. 중급 소드 마스터리 7레벨. 근력 1,500.
“헉!”
“등급 성장형 아이템이라고?!”
판미르와 스텡을 비롯한 대장장이들이 일제히 개안했다.
그동안 이상적이라고 믿어왔던 아이템의 전형적인 형태가 도리어 한계를 만드는 경우가 있으며, 자신들의 사명은 그 한계를 깨뜨리는 것에 있음을 깨달았다.
그리드의 솜씨를 운빨, 직업빨, 스킬빨이라는 식으로 비하하거나 질투하는 일은 이제 감히 할 수 없었다.
그리드가 제작한 장검의 결과물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그들은 그리드와 자신들의 확연한 실력 차이를 알아보았으니까!
‘그리드, 내가 당신을 오해하였다.’
나와는 비할 바 없이 노력하고 수련하여 지금의 실력을 쌓았을 터.
‘…존경한다.’
과한 자부심과 편견에 휩싸여서 사람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어리석은 스스로에게 부끄러움을 느끼고 마음 속 깊이 패배를 인정한 판미르가 고개를 숙였다. 다른 대장장이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리드가 세계 최고의 대장장이들 위에 군림하게 된 지금 이 순간.
국가대항전 시청률은 또 다시 신기록을 세우고 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 썩을. 대장장이의 숨결이 터질 때부터 불안하더라니.’
그리드는 슬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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