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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빨-538화 (533/1,794)

템빨 33권 - 14화

무패왕의 검술 교본을 얻고 고양된 그리드!

그는 <십만대적검>이 무려 레전드리 등급의 스킬로 분류되는 점에 감탄하고 있었다.

‘열화판인데도 불구하고 레전드리라니....’

심지어 십만대적검은 무패왕 마드라의 ‘기초 검술’이다. 브라함은 최소 오십만대적검에서부터 마드라의 진가가 발휘된다고 말했던 바 있다.

‘전성기 시절의 전대 전설들은 알면 알수록 대단하네.’

그리드는 브라함과 처음 동화되었을 때를 회상했다.

적해 상공에서, <마나 드레인>이라는 기초 마법을 전개하여 대자연의 모든 마나를 강제적으로 흡수했던 브라함이다.

그때부터 깨달은 것이지만, 당대 전설들은 전대 전설들과 비할 바가 못 된다.

현존 최강자 중 하나인 피아로조차도 전성기 시절 브라함의 파이어 볼 한 방을 견디지 못할 것 같았다.

“....그래서 재밌단 말이지.”

아직 Satisfy 진행 스토리는 초반부에 불과하며, 자신은 더욱더 성장할 여지가 남아 있다는 뜻이니까.

그리드의 의욕이 끓어올랐다.

‘전대 전설들을 따라잡자.’

아니, 넘어서자.

크라우젤의 목표 또한 같을 터.

지체할 필요가 없다.

큰 야망을 품은 그리드가 십만대적검의 검술 교본을 펼쳤다.

동시에.

[새로운 검술 <십만대적검(열화판)>의 습득을 시도합니다.]

[당신은 무패왕의 인정을 받은 인물입니다. 십만대적검의 습득 조건을 이미 달성하고 있습니다.]

[축하합니다! <십만대군 봉쇄검(열화판)>과 <십만대군 학살검(열화판)>의 습득에 성공하였습니다!]

[새로운 스킬 정보는 스킬 목록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좋아!!”

벅차오른 그리드가 곧바로 스킬 창을 열었다.

광범위에 초당 40회 검격을 날리던 십만대군 학살검.

명백히 연(聯)의 상위 호환이었던 그 검술을 그리드는 어서 빨리 사용해 보고 싶었다.

한데.

<십만대군 봉쇄검(열화판)>Lv.1

‘시야’에 보이는 모든 적에게 공격력의 20퍼센트 피해를 입히며 3초 동안 ‘봉쇄’ 효과를 줍니다. 봉쇄에 걸린 대상은 이동이 불가능하며 스킬과 마법 사용이 차단됩니다.

스킬 자원 소모:마나 5,000, 검기 20.

스킬 재사용 대기 시간:30분

*스킬이 활성화되지 않았습니다. 스킬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검기 자원을 획득해야 합니다.

<십만대군 학살검(열화판)>Lv.1

공격 대상의 반경 10미터에 있는 모든 존재(피아 구분 불가)에게 공격력의 60퍼센트에 해당하는 피해를 총 30회 입힙니다.

스킬 자원 소모:마나 8,000, 검기 50.

스킬 재사용 대기 시간:10분

*스킬이 활성화되지 않았습니다. 스킬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검기 자원을 획득해야 합니다.

“검기는 또 뭐야?”

습득 가능하다고 했지, 사용 가능 하다고는 말한 적 없다.

라는 시스템 메시지가 눈앞에 아른거리는 듯한 착각이 든다.

“....아니, 장난하냐?”

정당한 승부에서 싸워 이기고, 상대에게 인정받은 덕분에 습득한 스킬을 정작 써먹을 수 없다니?

“농담이겠지?”

그리드가 현실을 부정했다.

벌떡, 자리에서 일어난 그가 곧장 서재를 뛰쳐나갔다. 그리고 넓은 복도를 가로질러 궁전 정원으로 향했다.

“꺄악! 템빨왕 전하!!”

“오오....! 템빨왕 전하시여!”

정원 곳곳에서 일하고 있던 시녀들과 정원사들이 그리드를 발견하고 환호했다.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국왕전하의 용안을 영접하는 행운을 얻었으니 기쁜 것이다.

그들은 멋들어진 붉은 장검을 뽑아 쥐고 호흡을 가다듬는 그리드의 진중한 모습에 완전히 반해 버렸다. 남녀 불문하고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초롱초롱한 두 눈으로 그리드를 주시했다.

그리고 그리드는.

“십만대군.”

철컥!

정원 한쪽.

덩그러니 서 있는 나무를 겨냥하고 스킬을 전개한다.

“학살검!!”

“....!”

그리드를 주시하고 있던 수십 명의 시녀들과 정원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경악했다.

우리의 위대하신 국왕전하께서 단 일검에 십만대군 학살을 논하시는 것이다.

과연 어떤 위력의 검술이 전개될지 모두가 긴장하며 기대했다.

결과는?

휘이이잉~~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드 앞에 선 나무는 상처 하나 없이 멀쩡했다.

[<십만대군 학살검(열화판)>은 활성화되지 않은 스킬입니다. 발동하지 않습니다.]

“.....”

그리드도, 시녀들도, 정원사들도 침묵했다.

이날 이후.

템빨국 내에 그리드가 중2병에 걸렸다는 소문이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십만대군 학살검.

이름부터 다소(?) 튀는 그 최강 스킬의 데뷔는 최악이었다.

***

“아오, 진심 개빡치네.”

파그마의 검무는 비활성화 시 공격력과 치명타율 등을 상승시켜 주는 기능을 지녔다. 그래서 그리드의 평타가 강한 것이다.

그리드는 파그마의 검무 패시브 기능에 결합될 십만대적검의 위력을 진심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한데 사용조차 못하다니?

‘마나 소모량도 더럽게 높은 주제에, 도대체 검기는 뭐야?’

강제적으로 지력에 스탯을 투자해온 그리드라고는 하지만 마나 총량은 14,000 미만이다.

5천, 8천의 마나를 소모하는 십만대적검은 그 자체로 부담이 컸다.

한데 한술 더 떠서 정체불명의 자원까지 필요로 하고 있었으니 난감할 뿐이다.

‘와, 씨.... 60퍼센트 공격력으로 30회나 공격하는 개사기 광역기를 기껏 얻어 놓고도 사용을 못하다니....’

심리적으로 고통스럽다.

신종 고문을 당하는 기분이다.

좌절하던 그리드가 문득 크리스를 떠올렸다.

“크리스라면 검기에 대해서 알지 않을까?”

영웅왕이라는 최상위 칭호를 얻은 뒤에 그리드는 투기라는 새로운 자원을 개방했다.

정황상, 검기라는 자원은 검술에 특화된 클래스에게 개방되는 자원일 공산이 컸다.

그리고 현 통합 랭킹 1위인 크리스는 대검의 달인이다.

자이언트 길드원들을 데리고 템빨단에 가입한 이후, 템빨국 공작의 작위를 얻은 그는 현재 그리드가 가장 크게 의지하는 대상이었다.

그리드는 망설이지 않고 곧장 크리스를 찾아갔다.

***

레이단.

한때 템빨단의 본거지였던 대도시로써, 현재는 템빨국 제2의 수도라고 불러도 손색없는 발전을 이룬 도시이다.

그곳의 영주가 바로 크리스였다.

천부적인 재능을 지녔으면서 지르칸이라는 좋은 스승까지 둔 플레이어.

한때 7대 길드의 일각을 담당했던 자이언트 길드를 세워 Satisfy를 호령했던 그는 강하다. 특히 근력하나만큼은 그리드를 압도할 정도로 높았다.

유니크 세컨드 클래스 <폭군>을 얻은 뒤로는 주변 대상의 근력을 빼앗는 스킬까지 갖췄으므로, 순간 발휘하는 파괴력만 놓고 보면 열망의 무아지경의 검을 만든 그리드보다 높을 수도 있었다.

Satisfy강대국으로 분류되는 캐나다를 대표하는 인물인 그가 그리드 산하로 들어가게 되는 날이 올 줄이야, 그 누가 상상이나 해 봤을까.

크리스가 그리드 앞에 고개를 숙였던 건국식 날, 경악한 세상은 의심했다. 크리스가 그리드에게 약점을 잡히고 협박받는 것이라고 외치는 목소리가 많았다.

하지만 실상은 완전히 달랐다.

그리드를 인정한 크리스는 자처해서 그리드를 섬겼던 것이다. 그리드와 함께해야 비로소 자신이 비상하리라는 확신이 크리스에게는 있었다.

어쨌든 결론은, 크리스는 그리드를 좋아했다.

이럴 때만 빼고.

“나도 검기 쓸 수 있게 해 줘.”

“.....”

아니, 대관절 찾아와서는 무슨 헛소리란 말인가?

뱀파이어의 도시에서 사냥에 열중하고 있던 크리스의 집중력이 산산조각 났다.

“검기는 최소 검호의 칭호를 얻은 검사들 고유의 자원이다. 그걸 네가 무슨 수로 얻겠다는 거지?”

서걱-!

진혈족 뱀파이어를 일검에 양단 내는 크리스였다.

과연, 그리드에게 영감을 줬을 정도로 뛰어난 대검술이었다.

크리스의 호쾌한 검술을 오래간만에 목도한 그리드는 답답한 가슴이 뻥 뚫리는 시원한 감각을 느꼈다.

“역시 너는 검기에 대해서 알고 있었구나. 내가 검기가 필요해져서 말이야. 어떻게 얻는 법 없을까?”

푹-!

푸푸푸푹!!

콰아아아아앙!!

기습해 오는 진혈족 뱀파이를 초당 4회 베어 버린 후, 폭발하는 검은 불꽃으로 산화시켜 버리는 그리드였다.

크리스가 잠시 말문을 닫았다.

‘저게 소문의 신검인가.’

그리드의 쾌검에 실린 위력, 가히 엄청난 것이었다.

크리스는 몇 달 못 본 새 또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 그리드가 그저 감탄스러울 뿐이었다.

“번헨 열도를 공략하고 통합 랭킹 3위가 된 것으로 모자라서 영웅왕의 칭호까지 얻었다지?”

“통합 랭킹 1위님 앞에서 자랑할 거리는 못 되지.”

“....흥.”

크리스는 알고 있다.

통합 랭킹 1위라는 왕좌는 언제든지 그리드에게 빼앗길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하지만 크리스는 기분 나쁘다거나 불안하지는 않다.

이미 자신은 그리드를 인정했으니까. 언제든지 그리드에게 자리를 내어줄 준비가 되어 있었다.

물론 그리드 외의 다른 사람에게는 자리를 빼앗길 생각이 없었지만.

“번헨 열도에서 얻은 검술 스킬이 있나보군?”

영리한 크리스가 그리드의 상황을 바로 추측했다.

영리하지 못한 그리드를 감탄시키는 추리력이었다.

“정답이야. 과연 대단해.”

“결론부터 말하자면, 검기는 검호가 된 후에도 일정 경지에 도달해야만 개방되는 자원이다. 그리고 검호는 단지 검술에 통달해야만 얻을 수 있는 칭호가 아니라, 검사 계열 클래스를 보유했다는 전제 조건이 붙어야만 얻을 수 있는 칭호야. 즉, 그리드 너는 절대로 검기를 얻을 수 없다는 뜻이다.”

“.....”

그리드의 관자놀이가 씰룩거렸다.

차가운 현실을 마주하자 빡친 것이다.

화풀이 하듯이 파그마의 검무, 초(超)를 전개.

어둠 속에서부터 뛰쳐나오는 뱀파이어 무리를 학살한 그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결국 뭐야. 나는 앞으로 평생 검기가 소모되는 스킬을 쓸 수 없다는 거네?”

“원래라면 그렇지. 하지만 가능할 것도 같군.”

스으으윽. 13번 뱀파이어 도시.

한때 엘핀스톤의 도시였던 그곳의 보스는 이제 다른 진혈족으로 대체된 상태이다.

그리드와 크리스.

템빨단 최강의 쌍두마차는 어느새 보스 방까지 도달해 있었고, 숙면을 방해받은 보스는 분노하며 두 사람을 공격했다.

이때 대검을 고쳐 쥐는 크리스의 몸으로부터 푸른색의 기운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이것이 검기다.”

퍼엉-!

호선을 그리는 크리스의 묵색 대검!

종전과 비할 바 없이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며 13번 도시 보스의 상체를 날려 버린다.

“와우....”

그리드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고.

“네 몸에서 피어오르고 있는 붉은 기운, 영웅왕의 칭호를 얻은 뒤로 얻은 투기라고 했지?”

크리스는 그리드의 투기에 주목했다.

“내가 예전에 진행했던 퀘스트 내용에 따르면, 영웅왕은 뮐러의 칭호였다.”

“검성 뮐러....?”

“그래. 뮐러는 검기와 투기 전부를 이용해서 검술을 구사했을 거야. 투기 또한 검술용 자원이 될 수 있다는 뜻이지. 어쩌면 투기가 검기를 대체할 수도 있지 않을까?”

“어떻게?”

“....나는 해답을 줄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답은 네가 스스로 찾아야지.”

쾅-!

쿠콰콰콰콰쾅!!

[13번 도시의 주인, 진혈족 뱀파이어 레이를 해치웠습니다.]

그리드와 크리스는 전투 경험이 무척 많다. 쉬지 않고 대화하면서도 레이드 집중력을 놓치지 않았고, 그 결과는 놀라웠다.

단 둘이서 뱀파이어 도시 최단기록 공략 기록을 세운 것이다.

그리드는 생각했다.

‘슬슬 다음 도시들도 도전할 때가 되긴 했구나.’

뱀파이어 공작 마리로즈를 비롯한 직계들의 힘이 두려워서 아직 새로운 뱀파이어의 도시에는 도전하지 못했었던 그리드와 템빨단이다.

하지만 이제는 시간이 꽤 지났다.

그리드와 템빨단 모두 성장한 상태였다.

마리로즈와 떡하니 만나게 되지 않는 이상, 이제는 어지간한 직계들과 싸워도 비교적 안전하게 승리할 수 있지 않을까?

“음.... 일단은 투기에 대해서 스틱세이와 상의해 봐야겠네. 고마웠어, 크리스. 열렙해라.”

“남의 경험치 다 뺏어 먹어 놓고 이제 와서 그런 말을....”

“하하, 쏘리. 필요한 거 있으면 연락하고!”

투덜거리는 크리스를 뒤로한 그리드가 라인하르트로 귀환했다.

홀로 남은 크리스는 미소 짓고 있었다.

“국가대항전이 기대되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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