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템빨-556화 (551/1,794)

템빨 34권 - 11화

뱀파이어의 도시는 총 15개다. 그리고 이중 15번부터 10번까지의 도시는 템빨단이 이미 정벌한 바 있다.

“각 도시를 지키는 보스는 진혈족 뱀파이어, 혹은 직계 뱀파이어입니다. 진혈족 뱀파이어는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이 이미 수차례 상대해보셨겠죠?”

개미지옥을 연상시키는 9번 도시의 입구.

입장하기에 앞서서 라우엘의 브리핑이 진행되는 중이다.

“직계는 초네임드급 보스로서, 한 번 레이드하면 두 번 다시는 리젠 되지 않습니다. 대신 그다음부터 진혈족 뱀파이어가 보스로 등장하게 되죠.”

크리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레이단의 영주로 취임한 이후 진혈족 뱀파이어는 이미 53회 사냥해 보았다. 놈들만 해도 네임드 보스급이니 직계는 엄청나겠지.”

“53회...? 고작 세 달 동안 도시를 53회나 공략했다고?”

크리스의 말을 듣고 경악하는 폰이었다.

뱀파이어 도시의 난이도가 얼마나 높은지 그는 잘 알고 있었던 까닭이다.

그리드가 아닌 이상에야, 도시를 한 번 공략하는데 소요하는 시간은 최소 3일 이상이었다. 물론 이것도 최상위 멤버들이 파티를 꾸렸을 때의 이야기다.

폰의 격한 반응에 크리스가 겸손하게 대처했다.

“우리 칠대장들이 활약해 준 덕분이다.”

자이언트 길드 출신의 칠대장!

전 검사 랭킹 1위 지르칸을 비롯해서 하나같이 뛰어난 실력자들이다. 체다카 길드 출신 최상위 실력자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그들과 파티를 맺고 사냥했다면 도시 정벌이 수월할 수도 있었겠군...’

납득한 폰이 고개를 끄덕이는 그때.

“전에 보니까 크리스 혼자서 사냥하고 있던데?”

“.....”

눈치 없는 그리드가 초를 쳤다.

충격 받는 폰이었다.

험험, 헛기침한 크리스가 에둘러서 설명했다.

“그날만 특별히 혼자 도전했던 거다. 그 전까지는 늘 칠대장들과 함께하면서 노하우를 쌓았고 그 덕에 혼자 도전해 볼 수 있었던 거야.”

“아니, 그만. 그렇게까지 배려해 줄 필요 없어.”

크리스의 말을 끊은 폰이 투지를 불태웠다.

“못 본 새 우리들의 격차가 많이 벌어진 듯한데, 이번 레이드에서 그 격차를 좁힐 수 있게끔 노력하마.”

크리스가 통합 랭킹 1위라고는 하나 폰 또한 이제는 7위였다. 자신이 크게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의 도발적인 승부욕이 크리스를 자극했다.

“...기대하도록 하지.”

크리스는 자신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새삼 실감났다.

L.T.S 시절에는 저 폰과 레가스, 그리고 지슈카를 단 한 번도 이겨 본 적이 없지 않던가?

한데 입장이 반대가 된 것이다.

활활 타오르는 두 사람을 곁에서 지켜보는 레가스의 눈은 초롱초롱 빛나고 있었다.

“가는 곳마다 직계 뱀파이어가 나타난다면 좋겠군요. 아주 재미있을 거예요.”

언제나 강적과의 싸움을 갈망하는 레가스!

“...재미있긴 개뿔. 끔찍하겠지.”

반트너가 혀를 내둘렀다.

직계 뱀파이어를 직접 상대해본 경험이 있는 그였기에 긴장될 수밖에 없었다.

“지금 시점에서 엘핀스톤급의 직계는 벨리알과 비견될 거야.”

몬스터 또한 성장한다.

Satisfy의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플레이어들의 레벨이 오르면 오를수록 몬스터의 레벨 또한 크게 올랐다.

과거에 레이드했던 엘핀스톤의 존재감을 상기해 보면, 현재 백작급 직계는 수개월 전 벨리알 수준의 강함을 뽐내도 이상한 게 아니었다.

라우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합당한 추론입니다. 오늘부터 우리가 만나게 될 직계들과 그의 권속들은 만만치 않을 거예요. 하지만.”

스윽.

말을 멈춘 라우엘이 동료들의 면면을 살폈다.

템빨왕 그리드, 통합 랭킹 1위 크리스, 신궁 지슈카, 살신 페이커, 아수라 레가스, 백마기사 폰, 블러드 워리어 카츠, 조건부 최강자 유페미나, 발도술사 극검, 성기사 토반, 대머리 반트너, 패드리퍼 후로이 등등.

어디 내놓아도 최고라는 찬사를 들어 마땅한 최강자들이 한데 모였다.

거기에 더해서 최강 힐러 성녀 루비와 그녀를 지킬 성녀의 기사 섹시여고생도 함께다.

“설령 벨리알을 다시 만나더라도, 지금의 멤버라면 두려워할 필요 없겠죠. 유라 님이 안 계신 것이 많이 아쉽긴 하지만.”

“유라....”

그리드가 유라를 못 본 지 벌써 몇 달이 지났다.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은 마치 마약 같아서, 때때로 떠올리면 사무치게 그리워졌다.

“유라는 여전히 지옥에서 안 돌아온 건가?”

“네, 교신이 안 되는 걸 보면 그런 것 같아요.”

“돌아왔을 때가 기대되네.”

흐뭇하게 웃는 그리드와 달리.

“국가대항전 전에는 돌아와야 되는데.”

극검은 초조해한다.

그리고.

“스태미나가 전부 회복됐어요.”

성녀 루비와 성녀의 기사 섹시여고생이 보고했다.

이제 막 200레벨을 돌파한 그녀들은 이곳 레이단의 사막을 건너는 것만으로도 크게 지쳤던 것이다.

“좋아.”

고개를 끄덕인 그리드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무수히 많은 사람들에게 동경 받는 각 분야 최강의 랭커들을 거느리고 필두에 선다.

“템빨단 출격이다.”

“우오!!”

“가자!!”

하나같이 프라이드 높은 이들.

당장 통합 랭킹 1위인 크리스조차도 그리드를 순순히, 기꺼이, 즐거운 마음으로 따른다.

그들 모두가 그리드를 지존이라 인정하고 있었다.

아직 세상이 그리드를 인정하지 않았을 때부터 계속.

***

9번째 뱀파이어의 도시.

“크레이 백작님은 도대체 언제쯤 돌아오시는 거지?”

“안 돌아오실 것 같은데....”

“.....”

1년 전.

9번째 도시의 주인이며, 시조 베리아체의 직계인 크레이 백작은 도시를 떠났다.

‘잠시’ 회의를 하고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기고서 말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감감무소식이다.

9번째 도시의 뱀파이어들은 이제 반쯤 포기했다.

나태의 저주는 보다 상위의 뱀파이어에게 강하게 작용하는 바.

크레이 백작이 회의 도중에 잠들어버렸고, 앞으로 족히 수십 년은 깨어나지 않을 거라는 것을 9번째 도시의 뱀파이어들은 알고 있었다.

“지금 이 시점에 엘핀스톤 백작님을 해쳤다는 인간들이 쳐들어오면 어떻게 되는 거지?”

“그때는.”

“우리들 진혈족이 출동해야지.”

“진.”

“혈.”

“족!”

진혈족.

직계에 의해 뱀파이어로 만들어진 존재들.

그들은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이 엄청났다.

특히 크레이 백작은 엘핀스톤 백작보다 더 뛰어났기 때문에, 자신들만으로 충분히 적의 침략을 막아 낼 수 있으리라 믿었다.

그리고 그때, 그 믿음을 증명해 보라는 듯이 도시에 침입자가 나타났다.

“이십여 명의 인간이 쳐들어왔다고?”

“훗, 인간 따위가 미쳤군. 고작 그 정도 숫자로 우리의 도시를 침범하다니 말이야.”

9번 도시의 수호신을 자처하는 진혈족 뱀파이어들!

그들 셋이 밀려오는 졸음을 간신히 뿌리치고 관에서 몸을 일으켰다.

쏴아아아아아아-

연기가 되어서 흩어진 진혈족 뱀파이어들의 육신이 햇빛 하나 들어오지 않는 도시의 상공을 비행한다.

그리고.

“저놈들이군.”

“흐아아, 이게 대체 얼마 만에 맡아보는 인간의 피 냄새지?”

“만찬이다, 만찬이야! 키햐하하핫!!”

침입자를 발견한 진혈족 뱀파이어들의 육신이 다시 본래의 형상을 되찾는다.

상공에 떠오른 채 적색의 눈동자를 번뜩이는 그들, 누가 봐도 사냥꾼의 입장이었다. 지상에서 수백 마리의 뱀파이어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인간들은 맛 좋은 사냥감에 불과했고 말이다.

“먼저 먹는 뱀파이어가 임자다!!”

흥분한 진혈족 뱀파이어 셋이 지상으로 하강했다.

사냥감을 낚아채러 하강할 때에 발휘된다는 그리폰의 신속 따위 우습게 초월할 정도의 빠르기였다.

보통 인간은 눈으로 쫓지도 못할 수준이랄까!

스카카칵-!

푸욱-!

퍼엉-!

신속하게 하강한 진혈족 뱀파이어들은 각자 발톱을, 마법을, 무기를 이용해서 인간들을 덮쳤다.

인간들은 스스로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에 차가운 지면에 얼굴을 묻으리라.

차가운 미소를 피어올린 진혈족 뱀파이어들은 그렇게 믿었다.

한데....

콰작!

쿠콰콰콰콱!!

‘컥... 응?’

‘윽... 엥?’

차가운 지면에 얼굴을 묻는 이들, 인간이 아니라 진혈족 뱀파이어들이었다.

그들 모두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공격을 받고 지상에 추락했다.

‘...뭐지?’

환술인가?

당황한 진혈족 뱀파이어들이 벌떡 몸을 일으키는 그때.

--!

---!

----!

어둠 속에서 날카로운 검광이 3회, 소리 없이 그려진다. 동시에 진혈족 뱀파이어들의 목덜미로부터 피가 솟구쳤다.

살신 페이커.

노말 클래스 전직자임에도 불구하고 태양급 강자 흑요와 싸워 승리했던 신속의 주인.

그의 마스터 레벨 <암살>스킬이 절묘한 컨트롤 솜씨와 부합되어 위력을 발휘하는 순간이었다.

“크아아아아악!!”

“큭...!”

목덜미의 고통이 실감난다.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진혈족 뱀파이어들이 비명을 내지르면서 뒤로 물러섰다.

그들이 페이커의 존재를 눈치 챈 지금 이 순간, 페이커의 암살 스킬이 해제됐다.

스르르르륵.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차가운 눈빛의 사내.

홀로 진혈족 뱀파이어 셋을 마주하고 섰음에도 불구하고 낯빛에 두려움이 없다.

진혈족 뱀파이어들의 심기를 거슬리기에 충분하고도 남는 모습이었다.

“네놈이 미쳤구나!!”

“인간 따위가....!”

“빌어먹을 어쌔신 놈!”

어쌔신 한 놈 탓에 인간들을 기습하는 것에 실패한 진혈족 뱀파이어들의 분노가 하늘을 찔렀다. 그들의 감정은 공격에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펑-!

쿠콰콰콰콰쾅!!

보다 크고, 화려한 마법이 난사되면서 페이커를 덮쳤다.

진혈족 뱀파이어들은 눈앞의 어쌔신을 빠르게 도살한 후, 저 뒤에서 뱀파이어들에게 공격당하고 있는 인간 놈들을 덮칠 계획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계획은 초장부터 어긋나고 만다.

어쌔신이 워낙에 빨라서 마법 폭격 중 7할이 빗나갔을 뿐더러.

“파그마의 검무.”

크레이 백작님의 마법을 연상시킬 정도로 강력한. 그런 강력한 기운에 덮쳐진 까닭이다.

“연살파극(聯殺派極).”

츠칵-! 츠카카카카카카칵!!

파지지지직! !

콰르르르르르르르릉!!

“커......억!!”

“크아아아아악!!”

“히익!!”

진혈족 뱀파이어.

직계가 없을 때는 그 자리를 대신하며, 일반 뱀파이어들에게 우두머리로 추대되는 존재.

그들이 체통도 잊고 끔찍한 비명을 내지른다.

아찔한 고통 속에서, 그들은 낭패를 느꼈다.

‘인간 놈들...!’

‘만반의 준비를 해 놨었구나....!’

우리가 어쌔신에게 정신이 팔리게끔 유도한 후, 가장 강력한 놈이 기습을 펼쳐 오다니.

과연 인간 놈들은 잔머리가 잘 굴러간다.

종족 특유의 빠른 회복력을 이용, 간신히 고통을 견뎌낸 진혈족 뱀파이어들이 그리드에게 반격을 가하려 하는 순간이었다.

“너희들 부모님 나무늘보!! 게을러서 너희들 밥도 안 챙겨 주고 잠만 잠!!”

“뭣이...!”

웬 미친놈이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을 외쳐왔고, 그 탓에 흥분한 진혈족 뱀파이어들의 방어력이 하락했다.

이때 그들을 덮치는 것은.

“천톤 검!!”

“레일 스피어!!”

“날아오르라!!”

“발검, 멸(滅)!!”

성녀 루비의 홀리 버프를 받은 최강 템빨단원들의 스킬들이었고,

“크아아아아아아악!!”

9번째 뱀파이어의 도시는 단 2시간 만에 정복당하고 말았다.

[파티 <득템하자!>가 9번째 뱀파이어의 도시 공략에 성공하였습니다!]

[파티장 ‘그리드’가 중급 흡혈 반지를 획득하였습니다.]

[파티장 ‘그리드’가 근력의 엘릭서를 획득하였습니다.]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