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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빨-558화 (553/1,794)

템빨 34권 - 12화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역대급’이라고 회자되는 파티가 하나 있다.

바로 벨리알 레이드 파티다.

그리드와 템빨단의 최상위 랭커들을 비롯해서 검성 크라우젤과 교황 데미안까지 함께했던 파티.

두 번 다시는 탄생하지 않을 최강의 파티라는 것이 세간의 평가였다.

하지만 지금, 사람들의 예상을 깨고 또 하나의 최강 파티가 탄생했다.

이름부터 찬란한 <득템하자!> 파티였다.

[파티 <득템하자!>가 8번째 뱀파이어의 도시 공략에 성공하였습니다!]

[파티장 ‘그리드’가 상급 흡혈 반지 2개를 획득하였습니다.]

[파티장 ‘그리드’가 체력의 엘릭서를 획득하였습니다.]

[파티장 ‘그리드’가....]

....

...

1시간 48분!

앞서 9번째 도시를 2시간 만에 공략했던 득템하자 파티가 이번에 또 신기록을 세웠다.

길드 파티의 장점이다.

이상을 공유하는 사람끼리 모여 꾸린 파티이니만큼 팀워크가 무척 좋았다.

“와, 우리 이 정도면 천하무적 아니야?”

“그러게.... 이 멤버로는 도무지 질 것 같지가 않네.”

현재 득템하자 파티의 전력은 벨리알 레이드 파티와 비교해서 손색이 없었다.

크라우젤의 공백은 크리스가 메웠고, 데미안의 공백은 성녀 루비가 메우고 있었으니까. 특히 루비의 퍼센트 힐과 광역 힐, 그리고 신성력 부여 능력은 파티 플레이에서 독보적인 위력을 발휘했다. 루비가 데미안보다 못한 점은 개인 전투력이 약하다는 것과 버프 능력이 다양하지 못하다는 것 외에 없었다. 아직 레벨이 200대에 불과함에도 말이다.

또한, 당시와 비교하면 멤버들의 평균 전력 자체가 무척 상승한 상태였다. 대부분이 벨리알의 육신을 재료로 사용한 무기를 장착하고 있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지금 멤버면 라우엘 말처럼 벨리알 레이드까지도 가능하겠어.”

“그러게.”

하하호호!

9번째, 8번째 도시를 생각보다 더 손쉽게 공략한 템빨단원들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들은 상급 흡혈 반지와 엘릭서가 드롭된 점에 특히 기뻐하고 있었다.

상급 흡혈 반지.

그리드가 보유한 엘핀스톤의 반지보다 재사용 대기 시간이 더 길고, 효력은 약하다고 하나 그건 어디까지나 엘핀스톤의 반지와 비교했을 때의 이야기다.

흡혈 아이템과 힐러가 드문 Satisfy에서 흡혈 반지의 가치는 대신할 것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컸다. 그중에서도 상급 흡혈 반지는 흡혈 반지 중에서 가장 효과가 뛰어났다. 템빨단에서도 최상위 멤버 중 몇 명만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드롭률이 낮았다. 일반적인 템빨단원들이 보급 받은 흡혈 반지는 대부분 하급에 불과했다.

하물며 스탯을 영구적으로 10 상승시켜 주는 엘릭서의 가치는 또 어떤가!

레이단의 영주로 취임한 이후 53회나 도시를 공략했다는 크리스조차도 여태까지 엘릭서는 단 3번밖에 먹어 보지 못했을 정도로 드롭률이 최악이었다. 가치가 천문학적인 것은 두 말 하면 잔소리다.

한데 그 엘릭서가 2개 도시에서 연속적으로 드롭된 것이다!

“운까지 따라 주고 있어. 이번 도시 원정 기간 동안 우리는 엄청나게 성장할 수 있을 거야.”

파티원 전원이 들떴다. 그들 모두가 희망찬 미래를 기대했다.

그리드만 빼고!

‘....어째 영 불안한데.’

그리드는 정확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여있었다.

이유?

운이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그토록 원할 때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던 엘릭서가 2개 도시에서 연달아 드롭되다니?

불운을 타고난 그리드가 경험하기에는 비상식적으로 큰 행운이었다.

‘심상치 않아.... 9번째 도시에서는 진혈족 뱀파이어가 동시에 3마리나 등장했던 것도 그렇고.’

원래 종종 그렇긴 했다.

티라멧이 지켰던 도시만 돌이켜 봐도, 직계 티라멧과 여러 명의 진혈족 뱀파이어가 곳곳에서 동시에 등장했었다.

그래, 그리드의 불안에는 확실한 근거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리드는 이 찝찝한 기분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2번 도시에 있는 줄 알았던 마리로즈가 사실은 다른 도시에서 나타난다거나...?’

아니, 그럴 일은 없으리라고 믿고 싶다.

그리드는 브라함을 신뢰했으니까.

‘....아니면 직계가 동시에 여러 명 나타난다거나?’

하도 많은 불행을 체험해 보았기 때문일까.

점점 더 감이 좋아지는 그리드였다.

오싹오싹!

그리드가 피부 위로 돋아나는 닭살을 느끼는 그때, 파티원들의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이 높아지고 있었다.

“다음은 7번 도시로군! 대한민국에서 7은 행운의 숫자지! 하하! 이 대한애국협회장 극검이 자신 있게 말하는데, 다음 도시에서는 엘릭서가 2개 이상 드롭 될 거다!! 푸하하핫!!!”

“오오! 예감이 좋은데? 좋아, 어서 다음 도시로 이동하자고!”

“.....”

너무 들뜨지들 말아 봐.

라고, 그리드는 말하고 싶었지만 차마 입을 열 수가 없었다. 괜히 또 분위기 초쳤다가는 눈치 없는 놈이라고 난인 찍힐 것 같아서였다.

‘친구들이랑 놀아 본 경험 없는 거 티내면 슬프잖아.... 애초에 사서 걱정할 필요도 없는 거고.’

괜히 혼자 불안해 하지 말자.

절레절레.

고개를 저으면서 상념을 털어낸 그리드가 동료들과 함께 다음 도시로 향했다.

***

국가대항전이 2달 앞으로 다가옴에 따라서 세상의 관심과 기대가 집중되었다.

올해는 어떤 국가가 활약할 것이며, 또 어떤 멋진 장면이 연출될 것인가?

『이번에 새로 바뀐 규칙들을 적용해 봤을 때, 미국이 압도적으로 많은 숫자의 금메달을 획득할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부정할 수가 없어요. 미국이 무조건 1윕니다.』

『미국의 선수층이 워낙에 두터우니까요... 지발의 행적이 여전히 묘연하다고는 하지만, 그의 빈자리를 크라우젤이 대신 채우게 되었지요?』

『네, 이번 국가대항전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이죠. 크라우젤의 국적이 러시아에서 미국으로 변경되었습니다.』

『러시아 현지인들의 인터뷰를 보면, 그동안 크라우젤은 러시아에서 상당한 인종차별을 겪었던 것 같더군요. 그가 국적을 옮긴 것도 충분히 이해가 돼요. 하지만 왜 한국이 아니라 하필 미국으로 갔을까요? 고려족인 그의 입장에서는 한국이 모국 아닙니까?』

『그 부분에 대해서 많은 추측이 난무하고 있죠. 그중에서도 가장 유력한 추측은....』

크라우젤은 그리드와의 재대결을 꿈꾸고 있다. 진검 승부를 목표로 일부러 한국행을 피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와 같이 추측했다.

하지만 크라우젤 본인이 직접 한 말은 아니기 때문에 신빙성은 적었다.

-소문에 의하면 어머니 병 때문이라던데. 미국에서 어머니 병 고쳐주겠다고 약속한 것 같더라. 뭐, 찌라시일 수도 있지만.

-그리드를 의식해서 한국행을 피했다는 추측보다는 그 찌라시가 훨씬 더 현실적이네. 크라우젤은 이미 작년에 그리드를 이겼잖아? 새삼 그리드를 의식할 필요가 있겠어?

-그치. 크라우젤은 이제 그리드 별로 신경 안 쓸 듯.

크라우젤과 그리드의 대결은 국가대항전 베스트 명장면 탑 3에 항상 랭크되어 왔을 정도로 화려했고 치열했다.

국적을 불문하고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두 사람의 대결 영상을 시청했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반복해서 말이다.

그만큼 두 사람의 재대결을 기대하는 사람이 많았고, S.A그룹에서도 그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올해 개최되는 제3회 국가대항전 오프닝 영상에 작년 두 사람의 대결 장면을 삽입했을 정도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현실을 알고 있다.

올해 국가대항전에서는 멋진 대결이 연출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 말이다.

근거야 확실하다.

작년의 크라우젤, 천외천이라고 칭송 받기는 했으나 결국 노말 클래스 전직자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설 그리드를 꺾은 것이다.

반면 올해의 크라우젤은?

전설이다.

그것도 전설 중에서 최강이라는 검성으로 전직해 버렸다.

올해의 크라우젤은 작년의 크라우젤보다 몇 배나 더 강할 것이 분명한 사실이었고, 그리드가 그를 감당할 리 만무했다.

만약 두 사람의 재대결이 성사되더라도 일방적인 승부가 될 것이 뻔했다.

-그리드가 약하다는 게 아니야. 도리어 그보다 강한 사람을 찾는 게 드물지.

그 사실을 누가 모를까?

다만.

-다만 크라우젤이 너무 강한 거야.

괜히 하늘 위의 하늘이겠는가!

크라우젤은 특별한 사람들 중에서도 특별하다. 지존 중의 지존이다.

그가 아직 노말 클래스 전직자였을 때 꺾은 그리드를 의식해서 한국행을 포기했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올해 국가대항전에서 주목할 부분은 크라우젤과 그리드의 대결이 아니라, 어느 국가가 종합 메달 순위 2위를 차지하느냐일 듯.

-그치. 어차피 1위는 미국이 확실하니까.

미국의 뒤를 잇는 Satisfy강대국 캐나다와, 압도적인 인구수를 바탕으로 신흥 Satisfy강대국으로 급부상 중인 중국.

둘 중 어느 국가가 2위를 차지하게 될까?

세간의 이목은 이에 집중 됐다.

한국은 언급조차 되지 않았고, 그리드 개인에 대한 관심도 작년에 비하면 무척 희미했다.

이에 자극 받는 사람이 있었다.

“...한국이 이렇게까지 무시당할 나라는 아닌데.”

던전 제작자 포식이불족발이 바로 그 주인공이었다.

최근 극검과 잦은 술자리를 가지면서 상당한 내적 변화를 겪게 된 그다.

없던 애국심을 불태운 그가 블러드 카니발을 함께 세웠던 3명의 친우에게 연락을 보냈다.

***

[7번째 뱀파이어의 도시에 입장하였습니다.]

“어딜 가나 똑같군.”

뱀파이어의 도시는 모두 공통점이 있었다. 빛 하나 없이 캄캄하다는 점이었다. 입장 후 10분가량은 한 치 앞도 볼 수 없을 정도였다.

그리고 이는 엄청난 위험이었다.

끼기기기기기기기!!

쿠워어어어어어!!

파티원들의 시야가 아직 어둠에 적응하기 전.

도시 어귀를 어슬렁거리던 맹수들이 그들을 덮친다.

뱀파이어의 사역마들이었다.

바로 이 타이밍이 최고로 위험한 순간 중 하나였다.

뱀파이어의 도시를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 사역마들에게 저항도 못하고 죽기 마련이었다.

반면 템빨단원들에게는 수많은 경험이 있다.

뱀파이어 도시를 이미 몇 차례나 공략해 본 그들은 입장과 동시에 사역마들의 습격을 받게 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고, 그렇기에 충분한 대처가 가능했다.

앞이 보이지 않을지라도 적의 진로를 가늠하고 스킬을 난사하여 몸을 지켰다.

그래, 도시 어귀의 사역마들 따위는 템빨단원들을 위협할 수 없는 것이다. 그게 정상이었다.

한데 7번 도시는 뭔가 이상했다.

“큭...!”

“어째 강한데?”

“제길! 방심하지 말고 긴장들 해!”

짙은 어둠너머로부터, 사방팔방에서 몰려오는 대량의 사역마들!

놈들은 다른 도시의 사역마들과 달라도 너무 달랐다. 레벨이 족히 50 이상 높은 것 같았고 숫자도 많았다.

본래 사역마쯤이야 식전 몸 풀기 상대쯤으로 인식했던 템빨단원이었으나.

쾅!

콰르르르르릉!!

“윽...! 대열을 갖춰라!!”

“시야가 어둠에 적응할 때까지 옆에 딱 붙어 있어! 아군을 공격하지 않게끔 조심하라고!!”

평소와 다른 위기!

템빨단원들이 사역마의 맹공에 소극적으로 맞서는 그때였다.

“아하하! 드디어 우리가 나설 차례군!!”

9번 도시와 8번 도시에서는 손가락만 빨았던 성기사 토반과 대머리 반트너가 가장 선두로 나섰다.

“썬 가드!!”

번쩍!

토반과 반트너가 무장한 방패로부터 찬란한 빛이 쏟아졌다.

수십, 수백 년 동안 어둠에 적응해있던 사역마들에게는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는 밝은 빛이었다.

깽! 깨개갱!!

캬르르르르!!

늑대와 박쥐 사역마들이 눈 먼 장님이 되고 말았다. 그들은 2개의 방패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과, 그 빛에 반사되어서 찬란하게 빛나는 반트너의 대머리 때문에 시야를 한 순간 완전히 상실해 버렸다.

그 틈에 템빨단원들이 맹공을 쏟아부었고, 파티는 간신히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하지만 진정한 위기는 이제 시작이었다.

“흐음... 고작 사역마 따위에 애를 먹는 걸 보니 엘핀스톤을 죽인 인간들은 아닌가보군.”

“시시한 놈들이야. 빠르게 처리하자.”

“....!!”

하늘 위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쫓아 고개를 든 파티원들이 경악했다.

<백작 크레이>

<백작 에티마>

<백작 루쏜>

<백작 놀>

황금색으로 찬란히 빛나는 이름을 지닌 초네임드급 몬스터들..

엘핀스톤급의 직계 뱀파이어 네 마리가 한자리에 모인 채 자신들을 내려 보고 있었으니까!

“XX....”

나한테 맨날 왜 이래?

그리드는 욕밖에 안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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