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템빨-561화 (556/1,794)

템빨 34권 - 15화

푹-!

푹푹푹-!

연(聯)과 살(殺)의 묘리가 하나가 되어서 새로운 경지를 이끌어 낸다.

연살파극(聯殺派極)의 전조가 되는 연살(聯殺)의 발현이었다. 이에 4회 연속 찔린 크레이 백작이 울컥! 검은 피를 한 바가지 쏟아 냈다. 끔찍한 고통에 지배당한 그가 의문에 휩싸였다.

‘이게 인간이 발휘할 수 있는 힘이라고?’

경악으로 물든 크레이 백작의 동공이 파르르, 경련한다.

투기가 80을 돌파한 상태에서 암흑의 룬을 개방하고 대장장이의 분노까지 사용한 그리드.

<아이템 합체>로 만든 궁극의 무기를 휘두르는 그의 공격력은 직계 뱀파이어마저 경악시킬 수준으로 높은 것이었다.

더욱더 절망적인 사실은, 그리드에게는 아직 저력이 남아 있다는 점이다.

[투기가 83을 돌파하였습니다.]

[대상에게 연살(聯殺)을 4회 이상 적중시켰습니다! 연살(聯殺)의 회당 데미지가 200퍼센트씩 상승 적용되며, 파(派)의 검기가 소환됩니다!]

푹-! 푹푹!!

‘큭....! 갈수록 더 강해진다고?’

연살파극(聯殺派極)은 연살(聯殺)을 총 7회 날리는 바, 이어지는 연살(聯殺) 3회까지 모조리 적중당한 크레이 백작이 다시 한 번 피를 토하는 그때.

콰륵-!

콰르르르르륵!!

크레이 백작의 몸을 난도질하였던 그리드의 검 끝으로 날카로운 기운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지상의 모든 것을 하늘 너머로 날려 버릴 기세로 승천하는 검기였다.

파(派)의 전개다.

이는 양반 가람조차 피하지 못했던 단계이다.

광역 스킬인 파(派)의 넓은 공격 범위가 오로지 한 사람을 노리고 전개되었으니 그 누구라도 피할 수 있을 리 만무하다. 확정적인 공격이었다.

콰르르르르르르르릉!!

“큭...! 크아아아아악!!”

승천하는 검기의 파도에 갇힌 크레이 백작이 끔찍한 비명을 내질렀다. 그는 자신의 피부가 모조리 벗겨지고 뼈와 살이 분리되는 고통을 느꼈다.

[크리티컬!]

[칭호 ‘한 방에 한 놈!’ 효과로 크리티컬 데미지가 30퍼센트 추가됩니다!]

[....옵션 효과로 <검은 불꽃>이 폭발합니다!!]

[파(派)의 영향으로 대상의 모든 속도가 60퍼센트 감소합니다.]

[대상이 저항하였습니다.]

콰릉!

퍼퍼퍼퍼퍼펑!!

강력한 데미지가 계속, 계속해서 누적된다.

그렇지 않아도 템빨단원들의 협공을 받은 직후였던 크레이 백작의 생명력 게이지가 순식간에 40퍼센트 아래로 떨어졌다.

여기서 끝?

아니다.

아직 최후의 일격이 남았다.

스파앗-!

요란하게 휘몰아치던 파(派)의 검기가 크레이 백작의 머리 위로 일점 집중되었고.

서걱-!!

대상의 방어력을 80퍼센트 무시하고 물리 공격력의 1,800퍼센트에 해당하는 피해를 입히는 극(極)의 묘리가 되어서 떨어져 내린다.

크레이 백작의 정수리를 정확히 노리고 말이다!

[투기가 90을 돌파하였습니다.]

[크리티컬!]

[칭호 ‘한 방의 한 놈!’ 효과...]

[...<검은 불꽃>이 폭발....]

[...<붉은 벼락>이 소환....]

“커윽....!”

정수리부터 베인 크레이 백작이 단말마에 가까운 비명을 토했다.

피를 흘리면 흘릴수록 강해지며, 대상에게 입힌 피해의 100퍼센트를 흡혈하는 능력을 자랑하는 크레이 백작.

평상시의 그에게는 생명력이라는 개념이 크게 중요치 않았으나 지금은 달랐다.

대량의 피를 흘릴 경우, 최대한 많은 꼬리를 소환하여 광역기를 전개, 적들에게 피해를 입히고 이를 고스란히 자신의 생명력으로 흡혈해 버리는 크레이 백작의 전투 방식이 지금은 무용지물이었던 까닭이다.

왜?

순전히 블러드 워리어 카츠 때문이다.

크레이 백작은 여전히 그의 눈치를 보느라 더 이상의 꼬리를 소환하지 못하고 있었다. 자칫 3개 이상의 꼬리를 소환하였다가 제어권을 상실하게 되면 더 큰 화가 되어 돌아올 거라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결과적으로 고유의 전투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다.

‘우선은 도망쳐야 하나?’

연살파극(聯殺派極)의 모든 단계에 적중당하고 생명력 게이지가 20퍼센트 가량밖에 남지 않은 크레이 백작이다. 한껏 위축되어 꼬리 내린 강아지 꼴이 되어 버린 그가 문득 분노하였다.

‘도망...? 내가...! 위대한 백작인 내가 고작 인간에게 도망쳐야 한다고?’

그의 뇌리에 브라함의 조소가 메아리치고 있었다.

“운 좋게 계승 받은 어머님의 힘만 믿고 더 큰 나태에 빠진 놈. 너와 비교하면 차라리 하찮은 감정에 휩싸인 엘핀스톤 놈이 낫다. 본래라면 백작조차 되지 못했을 놈이 후작 후보가 되었다고 들 뜬 꼴을 보면 같잖군.”

‘브라함....!’

나태의 저주를 없애겠다는 핑계로 동족상잔의 비극을 일으켰던 미치광이.

그에게 온갖 조롱과 수모를 겪고도 도망칠 수밖에 없었던 과거의 자신이 크레이 백작에게는 강한 트라우마가 되어서 남아 있었다. 크레이 백작은 두 번 다시 도망치지 않겠노라고 결심했던 바 있다.

하여, 마음을 다잡고 위기에 맞선다.

“타고난 힘 또한 나의 힘....! 내가 엘핀스톤 놈보다 낫다는 사실을 증명해 주마!!”

후작 후보에조차 오르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를 아래로 보았던 재수 없는 놈.

뱀파이어인 주제에 사랑을 논하였던 등신. 지독한 나태의 저주 탓에, 자신의 연인을 살해한 브라함 앞에서 잠들어 버린 얼치기 주제에!

“나를...! 나를 아래로 내려 보지 마라!!”

내가 너보다 위라는 사실.

네놈을 살해한 눈앞의 인간 놈을 갈기갈기 찢어 죽임으로써 증명해 보이겠다!

콰득-!

콰드드드드드득!!

포효한 크레이 백작이 6개의 붉은 꼬리를 소환했다.

전력이었다.

이는 더 이상 카츠의 눈치를 보지 않겠다는 천명이었다.

꼬리의 통제권을 잃을 수도 있다는 걱정에 사로잡혀 저항조차 못 하고 도망치느니, 차라리 온 힘을 다해서 저항하다가 당하는 편이 낫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어떤 결과가 초래되든지 간에 후회만큼은 남기지 않겠다는 의지였다.

‘6개?’

크레이 백작을 극한까지 몰아붙이고 있던 그리드의 두 눈이 찢어져라 커진다.

앞서 4개의 꼬리를 소환했던 크레이 백작조차도 그리드를 압도하였던 바, 하물며 6개의 꼬리라니?

크레이 백작의 숨겨진 저력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던 그리드의 입장에선 절망적인 사실이었다.

“그리드!!”

퍼엉-!

퍼퍼퍼퍼퍼펑!!

템빨단원들은 계속해서 그리드를 원호하고 있었다.

각자 전력을 다해서 크레이 백작에게 공격을 퍼부었다.

이게 가능할 수 있었던 이유는, 크레이 백작을 제외한 다른 3마리 직계들이 다시금 방관자의 태도를 취하고 있었던 까닭이다.

“멤피스에 이야루그트를 수족으로 부린다고? 저 인간 놈이 과연 보통내기는 아니군.”

“정체가 궁금....하지는 않다. 만사가 귀찮아졌어.”

“냐옹....”

“제길.... 내가 과거의 힘을 되찾기만 해도 네놈들 뱀파이어들 따위...!”

4개의 갓 핸드와 노에, 랜디, 이야루그트를 모조리 제압한 3마리 직계들.

그들은 여전히 크레이 백작을 돕지 않고 있었다.

성녀 루비를 해치우겠다던 목적조차도 잊고 제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나태의 저주 때문이었다.

그들은 만사가 귀찮아졌을 뿐더러 강한 수면욕을 느꼈다.

바로 지금이다.

지금 이 순간을 놓치지 말고 크레이 백작을 해치워야 한다고 템빨단원 모두가 판단했다.

특히 라우엘이 간절했다.

“반드시 없애야 합니다!”

그리드를 비롯한 템빨단원들이 오직 크레이 백작만 공격하는 이유, 라우엘이 제시한 근거 때문이었다.

한 개의 도시를 4마리의 백작급 직계가 다스릴 가능성은 적다.

7번째 도시의 주인은 다른 도시와 마찬가지로 1마리일 것이며, 그 주인만 색출하여 해치울 수 있다면 퇴로가 열릴 것이다.

또한, 7번째 도시의 주인은 크레이 백작일 가능성이 높다.

동시에 등장한 4마리의 직계 중 그가 가장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말인 즉, 크레이 백작을 해치우면 7번째 도시를 탈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단 뜻이었다.

그래서 그리드를 비롯한 템빨단원들이 크레이 백작을 다구리 놓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조금 전까지 희망을 엿봤었다.

크레이 백작이 6개의 꼬리를 소환하기 전까진 말이다.

“격의 차이를 보여주마!”

콰르르르릉!!

쿠콰콰콰콰콰쾅!!

크레이 백작이 소환한 6개의 붉은 꼬리.

어떤 것은 그물처럼 펼쳐져서 템빨단원 여러 명을 구속하였고, 어떤 것은 회오리처럼 휘몰아치면서 템빨단원 여러 명을 하늘 높이 날려 버린다.

그리고 또 어떤 것은 대지를 적셔서 템빨단원 전원에게 광역 피해를 입혔고, 이를 토대로 크레이 백작의 생명력은 계속 회복되었다.

퍼엉-!

미사일처럼 쏘아진 꼬리가 그리드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힌다.

[29,000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손실한 생명력 전부를 대상에게 흡수당합니다.]

“끄윽...!”

붉은 꼬리에 심장을 관통 당한 그리드가 이를 악물고 간신히 비명을 참았다. 자신이 나약한 모습을 보였다가는 동료들의 사기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품고 고통조차 이겨내는 것이다.

-카츠, 아까처럼 꼬리를 제어해 줄 순 없는 거야?

다급히, 힘겹게 귓속말을 보내는 그리드에게 카츠가 암울한 답변을 보냈다.

-미안하다. 앞서 말했듯이 지금 남은 자원으로는 불가능하다.

-알았어. 사과하지 마.

카츠 너는 오히려 감사를 받아야하는 입장이다.

생각하며 이를 악문 그리드.

퍼엉-!

3마리 직계들의 관심 바깥으로 밀려난 갓 핸드들을 소집, 광속으로 날아오는 붉은 꼬리를 방어해 내는 그에게 세희의 힐이 떨어진다.

[성녀의 기원이 당신의 생명력 18,900을 회복시킵니다.]

따스한 빛.

고통이 희미해진다.

하지만 그리드는 그것에 현혹되지 않았다.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을 치료해 줘!”

그리드는 전력을 드러낸 크레이 백작의 공격력이 얼마나 막강한지 체감했다. 세희의 퍼센트 힐조차도 크레이 백작의 공격력을 감당할 순 없다는 판단이었다.

또한.

“내게는 불사가 있으니까!”

그리드는 현재 파티원 중 유일한 전설이다. 최후의 보루가 남아 있었다.

‘어그로를 내게 집중시킨다!’

각오를 다진 그리드!

합체 지속 시간이 40초가량 남은 무기를 거머쥔 채 하늘 높이 날아오른다.

6개의 꼬리를 소환한 순간부터 다시 하늘 위에 떠올라 있던 크레이 백작이 그를 반겼다.

“와라, 인간 놈! 아까 당했던 수모를 되 갚아 주마!!”

지금의 나는 아까보다 몇 배 이상 강하다.

그리고 이것이 진정한 나의 모습이다.

자부하는 크레이 백작의 꼬리가 모조리 그리드를 덮쳤다.

펄럭-!

우선 하나의 꼬리가 그물이 되어서 펼쳐졌고,

쿠콰콰쾅!

그 뒤를 따라 날아간 2개의 꼬리가 미사일처럼 쏘아졌다.

확정 속박기에 이은 강력한 타격기였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그리드는 회피했다. <종횡무진>의 위력이었다.

“이놈이...!”

종전과는 비할 바 없이 완벽한 저 움직임은 뭐지?

종횡무진의 위력에 짐짓 놀란 크레이 백작이 3개의 꼬리 전부를 자신의 주변에 펼친 후 블러드 토네이도로 만들었다.

대단위 광역기 3개를 동시에 전개함으로써 필드를 지배해 버린 것이다.

‘논타켓 스킬을 피하고 대상에게 접근’하는 그리드의 종횡무진을 무력화시키는 완벽한 판단이었다.

콰작-!

콰자자자작!!

[8,900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8,730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9,100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손실한 생명력 전부를 대상에게 흡수당합니다.]

‘제길...!’

크레이 백작을 중심으로 전방위에 펼쳐진 블러드 토네이도가 크레이 백작에게 접근하던 도중이었던 그리드를 집어삼키며 그의 몸을 갈기갈기 찢는다.

금세 피투성이가 되어 버린 그리드의 시야가 붉게 점멸하기 시작했다.

생명력이 고갈됐단 뜻이다.

“그리드!!”

“오빠!!”

템빨단원들이 그리드를 돕기 위해서 전력을 다했으나 한 번 그리드에게 집중된 크레이 백작의 살의는 더 이상 다른 곳으로 향하지 않았다. 그는 오로지 그리드만을 노렸다.

“크큭...! 크하하하하!!”

크레이 백작이 광소를 터뜨렸다. 블러드 토네이도에 갇힌 그리드가 허우적거리는 꼴을 보면서 통쾌함에 휩싸였다.

[전설이 된 자는 쉽게 죽지 않습니다. 체력이 최소치가 되어 5초 동안 모든 공격에 저항합니다.]

그리고 그리드는 마지막 패를 꺼냈다.

“우오오오오!!”

“뭣이...!”

불사를 믿고 블러드 토네이도를 그대로 돌파해 버린 그리드!!

“극살(極殺)!!”

서걱-! 푸우욱-!!

실패작+열망의 무아검으로 최강의 단일기를 꽂아 넣는다.

그리고 승기를 잡아 보려고 노력하지만.

터엉-!

극살(極殺)의 데미지가 너무 높았던 것이 문제였다. 다시금 경계심을 품은 크레이 백작이 하늘 더욱 높이 몸을 날려서 그리드와의 거리를 벌려 버렸다.

“칫...!”

조급해진 그리드가 황급히 크레이 백작에게 따라붙어 봤지만.

“접근을 불허한다!!”

크레이 백작이 여섯 개의 꼬리 전부로 그물을 펼쳐 버렸다.

“....!”

[불사의 지속 시간이 끝났습니다.]

재사용 대기 시간이 돌아온 <신속한 몸놀림>을 전개, 아슬아슬하게 그물을 회피하는 그리드의 시야로 최악의 알림 창이 떠올랐고.

“죽어라!!”

그리드를 구속하지 못하고 허공에 흩어졌던 여섯 개의 꼬리들, 미사일로 형태를 바꾸더니 그리드를 덮친다.

“안 돼!!”

“그리드!!”

모두가.

모두가 끝이라고 여겼다.

모두가 그리드의 죽음을 예상했다.

그 순간.

[<열망의 무아경> 상태에 돌입합니다.]

스르륵-

그리드의 검은 눈동자가 자색으로 물들었다.

=======================================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