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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빨-679화 (674/1,794)

템빨 39권 - 12화

‘이것도 원래 잡지 말라고 만든 몬스터구만.’

자이언트 곱등이와 마주보고 선 그리드가 즉각적으로 눈치 챘다.

일반인의 비위로는 감당할 수 없는 역겨운 생김새.

최강의 전설 NPC 둘이 협공해도 쓰러지지 않는 초월적인 강함.

플레이어의 발길이 닿지 않는 출현 지점.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해 봤을 때, 자이언트 곱등이는 플레이어의 사냥감이 아니었다. 플레이어와 조우할 예정 자체가 없는 몬스터일 가능성도 높았다.

‘확실해. 보통 사람은 얘 생긴 것만 봐도 기절할 테니까.’

곱등이의 초대형 버전.

무슨 생각 중인지 도통 엿볼 수 없는 눈, 연신 오물오물 거리는 주둥이, 기다란 더듬이, 굽은 다리에 잔뜩 달린 털, 반투명한 피부 등....

인간의 생리로는 받아들이기 힘든 생김새다.

자이언트 곱등이와 마주쳤다가 기절하고, 간 떨어져서 S.A그룹을 상대로 소송 걸 사람이 한둘이 아닐 것 같았다.

자이언트 곱등이가 플레이어와 만날 예정에 없던 몬스터라는 명백한 증거다.

‘아무래도 특정 스토리와 관련 된 이벤트성 몬스터 같은데.’

그리드는 Satisfy가 오픈 베타 테스트를 진행했던 시절부터 플레이해온 유저다. 게임에 재능 있는 사람들과 달리 밑바닥도 경험해봤다. 보통 짬밥이 아닌 것이다. 특정 몬스터의 성격을 파악하는 일도 그에게는 어렵지 않았다.

스륵.

그리드의 등 뒤에 선 메르세데스는 갑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그녀가 제국을 떠난 이후부터 쭉 무장하고 있던 가죽갑옷이 바닥에 맥없이 떨어졌다. 그것을 들어 정보를 확인한 그리드의 미간이 좁혀졌다.

<오래 된 가죽 갑옷>

내구력:15/140 방어력:60

전설의 기사 메르세데스가 피아로의 종자 시절에 입었던 갑옷입니다. 성능이 썩 나쁘지는 않은 갑옷이었지만, 세월의 풍파를 견디지 못해 본래의 기능을 상실한지 오래입니다.

무게:290

사용 조건:레벨 180.

“헐....”

그리드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전설적 대장장이의 눈>으로 분석했던 메르세데스의 착용 장비들, 대략 200레벨 제한의 아이템이었고 그 분석은 얼추 맞았다.

하지만 성능이 이렇게 쓰레기일 줄은 몰랐다.

사용 조건만 180레벨 제한이지 실제 성능은 20레벨 제한의 갑옷이나 다름이 없었다.

“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런 걸 입고 싸워왔.... 헉.”

메르세데스에게 시선을 돌리던 그리드가 기겁하며 눈을 감았다.

적색과 자색으로 빛나는 풀 플레이트 아머를 이제 막 몸에 걸치기 시작하는 메르세데스의 반라를 엿본 까닭이다.

귀까지 얼굴을 붉히는 그리드였지만 정작 알몸을 보여준 메르세데스는 아무렇지도 않은 기색이었다.

기사가 장비를 무장하는 과정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장비를 탓하는 건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철컥! 철컥!

갑옷의 부위마다 달린 경첩을 고정하는 메르세데스의 얼굴에 결의가 차오른다.

“하지만 전하께서 빌려주신 이 검을 사용해본 뒤로 생각이 바뀌었어요.”

보다 좋은 장비를 사용할수록 보다 강한 힘을 발휘하는 것.

부정할 수 없는 진리였다.

새로운 깨달음을 얻은 메르세데스가 새로운 기사도를 세운다.

“템빨....이라고 하셨지요? 앞으로 저 또한 템빨을 탐하겠습니다.”

순간.

[전설의 기사 메르세데스가 새로운 기사도를 만들었습니다.]

[전설의 기사 메르세데스의 모든 능력치가 10퍼센트 상승하고, 높은 등급의 아이템을 착용할 때마다 보정 효과를 받습니다.]

[전설의 기사 메르세데스가 에픽 등급의 아이템을 착용할 경우 아이템 능력치(옵션 제외)를 5퍼센트 추가 상승 적용 받습니다. 유니크 등급의 아이템을 착용할 경우 아이템 능력치(옵션 제외)를 7퍼센트 추가 상승 적용 받습니다. 레전드리 등급의 아이템을 착용할 경우 아이템 능력치(옵션 제외)를 10퍼센트 추가 상승 적용 받습니다. 신화 등급의 아이템을 착용할 경우 아이템 능력치(옵션 제외)를 20퍼센트 추가 상승 적용 받습니다.]

[전설의 기사 메르세데스가 <영웅왕의 갑옷>을 착용하였습니다.]

[헤비아머를 착용한 여파로 직업 보너스가 발생, 방어력이 20퍼센트 추가 상승합니다.]

[<영웅왕의 갑옷>은 신화급 아이템입니다. 메르세데스가 착용한 영웅왕의 갑옷 능력치가 20퍼센트 추가 상승합니다.]

“무슨.....”

찢어져라 커진 그리드의 두 눈이 파르르, 경련한다.

전설의 기사의 고유 특성인 <기사도>의 사기성이 자신의 상상보다 더 짙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는 메르세데스에게 감탄하고 더 큰 호감을 느끼는 한편 자괴감을 느꼈다.

‘파그마의 후예는 대체 뭐냐....’

아이템 창조의 사기성은 물론 잘 알고 있다. 대량의 고등급 아이템을 생산하고 이를 토대로 최강의 군단을 만들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아이템 창조를 사용해봤자 그리드의 고유 능력치는 상승하지 않는다.

반면 메르세데스는 기사도를 만들 때마다 압도적인 성장을 이루었고, 검성 크라우젤 또한 검술 창조를 토대로 고유 스킬을 제작할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파그마의 후예의 전투력은 타 클래스와 비교해서 한창 떨어질 게 분명했다.

좌절하는 그리드의 귓가로.

“저의 힘이 곧 주군의 힘이에요.”

메르세데스의 부드러운 음성이 들려온다.

그녀에게 시선을 돌린 그리드가 또 한 번 감탄했다. 미모에 홀린 것이다.

달빛아래 반짝이는 백발과 투명한 피부, 그리고 적색과 자색의 갑옷이 이루는 강렬한 조화가 그리드의 넋을 빼앗아버렸다.

<영웅왕의 갑옷>

등급:신화

내구력:1,430/1,430 방어력:1,190

*근력 200 상승.

*착용자의 능력치 중 가장 높은 능력치 2개가 15퍼센트씩 상승. 이때 근력이나 지력이 오를 경우 추가 공격력 +300. 체력이 오를 경우 추가 방어력 +300. 민첩성이 오를 경우 명중률과 회피율 +12퍼센트 효과 발생.

*착용자의 지력과 비례해서 마법 저항력 상승.

*착용자의 스킬 중 레벨이 가장 높은 스킬 2개의 위력이 25퍼센트씩 상승.

*착용자의 스킬 중 레벨이 가장 낮은 스킬 2개의 스킬 재사용 대기 시간이 10퍼센트 감소.

*피격을 입을 때마다 공격력 5씩 상승.(최대 500)

★모든 광역 스킬의 위력이 20퍼센트 상승.

★대형 무기 착용 시 공격력 10퍼센트, 공격 속도 5퍼센트 상승.

★낮은 확률로 <불완전한 투기> 축적. 불완전한 투기가 10단위가 될 때마다 능력치 상승.

천상의 신들마저 경탄시킨 대장장이 그리드가 전설의 기사 메르세데스를 위해서 제작한 갑옷입니다.

사하란 황제가 직접 부여한 <적기>와 그리드가 부여한 <투기>를 동시에 머금은 <블랙 미스릴>과 <오우거의 뼈>, 그리고 <로사르 주석>으로 제작한 헤비아머입니다.

주체가 되는 로사르 주석의 한계 탓에 방어력은 다소 떨어지지만, 전투를 거듭할수록 착용자에게 더 큰 공격성을 실어주는 기능을 지녔습니다.

무게:3,020

사용 조건:그리드 또는 메르세데스.

상품성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갑옷이다.

오로지 그리드와 메르세데스만 착용할 수 있는 이 갑옷을 누가 비싼 돈 주고 구입할까?

하지만 그리드는 일말의 아쉬움도 느끼지 않았다.

영웅왕의 갑옷은 오직 메르세데스만을 위해서 제작한 갑옷이었으니까. 애초에, 이만큼 뛰어난 성능의 갑옷을 함부로 상품화 시킬 생각 따위 추호도 없었다. 황제의 적기가 깃든 블랙 미스릴을 또 다시 구할 수 있을 거란 확신도 없었고.

‘낮은 방어력이 거슬렸는데.’

저벅. 저벅. 저벅.

어둠을 물리치는 갑옷을 무장한 채, 점차 논밭으로 변해가는 숲을 가로지르는 메르세데스의 걸음이 위풍당당하다.

꿈틀!

자이언트 곱등이의 기다란 더듬이가 메르세데스를 감지했다. 놈의 어그로는 여전히 메르세데스에게 집중 된 상태였다.

시이익-!!

소리 없이 날아오는 일격.

바람을, 공기를, 공간을 그대로 절단해버리는 곱등이의 앞다리와 옆다리가 메르세데스의 가슴으로, 옆구리로 도달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0.1초에 불과했다.

새로운 기사도를 세운 여파로 모든 능력치가 10퍼센트 상승한 메르세데스라고 해도 이를 완벽하게 피한다는 건 무리다.

단지 빠를 뿐만 아니라 전 방위를 노리는 곱등이의 공격은 그만큼 위협적이었다.

하여.

쩌저저저정!!

메르세데스는 공격을 그냥 맞아주었다.

여태까지와 다른 판단이었다.

가죽갑옷을 무장한 상태였을 때 그녀는 곱등이의 공격을 어떻게든 막아내려고 노력했었으니까.

키이?

곱등이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자신의 다리에 찔리고 베인 작은 생물체.

달콤한 피 냄새를 흩뿌리며 날아가기는커녕 마치 바위처럼 단단히 선 채 버티고 있었기에.

“아프긴 아프네요.”

꿀꺽, 내상을 입자 흘러나오는 검붉은 피를 삼켜버린 메르세데스가 손아귀의 백호 검을 더욱 세게 거머쥔다.

저벅. 저벅.

걸음도 멈추지 않았다.

메르세데스와 곱등이의 거리는 이제 약 4미터에 불과했다.

시이이익!!

쩌정! 쩌저저저저저정!!

본능밖에 없는 곤충답게 위험을 감지하는 능력도 빠르다.

곱등이가 메르세데스를 향해서 날리는 공격의 횟수가 종전과는 비할 바 없이 많아졌다. 놈은 메르세데스의 접근을 허용할 생각이 없어보였다.

“큭....!”

아직 더 빨라질 수 있었다니?

영웅왕의 갑옷의 내구력이 빠르게 손실되기 시작하자 결국 <백호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었던 메르세데스.

느릿해진 걸음으로 한 걸음, 두 걸음 착실하게 전진하는 그녀의 곁으로.

채챙! 채채챙!!

4자루의 황금 손이 날아와 보좌해주기 시작했다.

그리드의 갓 핸드였다.

그럼 그리드 본인은?

쿠오오오오오오....

강렬한 기운, 상공에서부터 느껴진다.

하늘에 떠오른 그리드.

열망의 무아검으로 곱등이의 대가리를 조준한 그가 소리치고 있었다.

“연살파극(聯殺派極)!!”

쿠와아아아아아앙!!

완연해진 투기가 폭풍처럼 휘몰아친다.

그리드의 하강이 신호였다.

“급성장! 탈곡! 도정!!”

때마침 개간을 끝낸 피아로가 곱등이의 주변으로 수십 종류의 곡식을 급성장시킨 후, 씨앗을 털어낸다 싶더니 이를 일제히 폭발시켰고,

키이이이이!!

한 번에 커다란 피해를 입은 곱등이가 논밭에 쿠우웅! 쓰러지고 말았다.

메르세데스의 접근을 허용하고 만 것이다.

“우오오오오오오!!”

푸욱-!!

푸욱!! 푸욱!!

영웅왕의 갑옷을 무장한 상태로 피해가 누적되어 더 큰 공격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 메르세데스.

이전까지는 곱등이의 껍질을 꿰뚫지 못했던 그녀의 일검, 일검이 이제는 곱등이의 껍질을 쉽게 꿰뚫고 커다란 데미지를 입힌다.

키에에에에에에!!

신경 일부가 손상 된 곱등이가 몸부림친다.

꿈틀꿈틀!

좌우사방으로 기이하게 꺾이며 날뛰는 여덟 개의 다리가 역겹다. 구토를 유발시키는 광경이었다.

하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그리드는 동요하지 않았다.

영원의 탑에서 가축처럼 길러지고 있던 소년소녀들을 목격하고도 마음을 잘 다스렸던 그다.

핏-! 피피피피피피핏!!

푸욱-! 푹푹푹!

콰르르르르르르릉!!

연살파극이 곱등이의 껍질을 베고, 찌르고, 분쇄하자.

“필멸!!”

피아로의 극의가 곱등이의 속살에 파고들었다.

캬캭! 크캭캭!!

“파지직! 파지직이다옹! 냥냥냥!!”

템빨골들과 노에, 그리고 랜디도 온 힘을 다해서 곱등이를 공격하고 있었다.

결국.

키에야아아아아악!!

곱등이의 단말마가 새벽의 숲을 격동시킨다.

<신장>의 효과로 2번째 연살파극을 날리는 그리드의 시야로.

[레벨이 올랐습니다!]

정말로 반가운 알림창이 떠올랐다.

펫들의 성장과 아이템 획득은 덤....

[멤피스 ‘노에’의 레벨이 올랐습니다.]x8

[신비의 숲 도플갱어 ‘랜디’의 레벨이 올랐습니다.]x3

[템빨골 1과 2의 레벨이 올랐습니다.]x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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