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빨 39권 - 22화
“허억! 허억! 헉! 커윽……!!”
아무리 말을 달려도 끝이 보이지를 않는다.
보물 창고라고 믿었건만, 이제 보니 지옥보다 더 끔찍한 숲이다. 아름다운 꽃과 나무들, 상쾌한 공기와 달콤한 과일의 향기 모두가 현혹의 저주처럼 느껴졌다.
아슬아슬한 스태미나 게이지를 확인하며 물약을 삼키는 키르의 머릿속에는 끊임없는 의문부호가 떠오르고 있었다.
어쩌다가 일이 이렇게 됐지? 왜 하필 그리드를 만난 거지? 그리드는 굳이 나를 적대해야만 했나? 엘프들을 노예로 삼은 것이 그리 큰 문제였나? 어째서 내가 이런 고통을 체험해야 하지? 어쩌면 이 모든 상황이 그리드의 계획이 아니었을까?
‘이 내가 그리드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났다고?’
대체 언제부터? 세계수의 숲의 조사를 시작했던 무렵부터?
“크윽……!”
지면에 드리우는 거대한 그림자가 키르의 가슴을 철렁이게 만들었다. 그는 어느새 자신의 바로 머리 위까지 도달한 후로이의 비룡에게 무한한 압박감을 느꼈다.
“페로! 피해라!!”
소리치는 키르의 명령에 호응한 백마, 아니 유니콘이 마치 게처럼 옆으로 뛰었다. 보통의 말은 상상도 못할 움직임이었다.
크롸라라라라라라!!
비룡이 내뿜은 불꽃이 키르가 직진으로 이동했을 경우 경로로 삼았을 지점을 완전히 불태운다.
좌측에 펼쳐진 불의 길을 시선으로 좇은 키르가 꿀꺽, 마른침을 삼키며 생각했다.
‘비룡의 마나도 무한한 게 아니다.’
저 브레스, 앞으로 한 발, 두 발이 한계다.
반면 ‘신물’로 분류되는 최고위 탈것인 유니콘의 회피 스킬은 아직 수십 번도 더 전개가 가능했다. 신비마 유니콘이 보유한 기본 마나의 양은 비룡의 마나를 월등히 초월하고 있었으니까!
‘일단 살고 본다!’
언제까지고 이전 일을 원망하고 있을 수도, 앞일을 걱정할 수도 없다. 현재가 중요하다.
거액을 잃은 시점에서 죽음까지 당해 아이템과 경험치를 손실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수는 없는 법이었다.
‘어떻게든……! 어떻게든 도시로 돌아가서!!’
이날의 손실과 수모를 몇 배로 갚아 주리라!
다짐하는 키르에게는 믿는 구석이 있었다.
그건 바로 3인의 기사의 존재였다.
투왕 바누스, 암왕 디아스, 식신 푸오.
상인답게 대륙 전역을 떠돌며 활동해 온 키르가 영입한 각지의 최강자들이다.
네임드 NPC인 그들은 지금 당장만 해도 템빨단원들보다 강했고, 특히 식신 푸오는 크라우젤이나 그리드 이상으로 강했다. 벨리알 레이드에서 압도적인 활약을 펼쳤던 그리드의 기사 피아로급이라고 보면 옳았다.
키르는 단언했다.
앞으로 1년, 아니 반년만 더 투자해서 그 세 기사를 집중적으로 육성할 경우, 그들 모두 하나같이 피아로를 압도하는 실력자로 거듭나리라고!
‘가능성은 무한해! 아직 다 발전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왕’과 ‘신’의 이명을 지닌 이들이니까!’
키르가 플레이어들에게 상왕이라고 칭송받게 된 것처럼, 바누스와 디아스, 푸오 또한 자격이 있기 때문에 그 지역 NPC들에게 왕이나 신이라고 떠받들어진 것이다. 처음 만났던 시점부터 이미 왕이자 신이었고, 플레이어의 범주를 아득히 넘어서는 수준으로 강력했던 그들이 네임드 NPC의 무한한 잠재력까지 갖추었으니 미래가 기대되는 건 당연했다.
‘정황상 내가 무사히 도망치게 되면 템빨국이 도시까지 침략해 올 가능성이 크다. 그때 가우스 왕국에게 지원을 요청하고, 3기사와 함께 방어전을 펼치는 한편 제국을 움직이면…….’
씨익!
계획을 세우는 키르의 입꼬리가 높이 치솟았다.
템빨국의 도시 침공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무척 높았기 때문이다.
우선 가우스 왕국과 템빨국을 완전히 적대하게 만들 수 있었고, 먼저 타국을 침략한 템빨국에 대한 여론을 부정적인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었으며, 각국 수장들의 불안감을 조성함으로써 연합군을 만들 수도 있었다.
겁 없이 설치는 템빨국을 제국이 아니꼽게 보게 될 것은 덤이다.
‘첫 번째 기사가 그리드와 함께하고 있다는 점이 마음에 걸리기는 하지만.’
대륙 통일을 목표로 삼고 있는 황제의 야심을 고려해 봤을 때 큰 변수는 안 되리라.
판단하는 키르의 몸이 붕 떠올랐다. 그를 태우고 있는 유니콘이 멋대로 비행한 탓이었다.
그 이유, 키르는 곧 알게 된다.
스카카카칵!!
유니콘의 발밑으로 검광이 스치는 광경이 보였다. 유니콘이 조금만 더 늦게 비행했으면 다리가 모조리 잘려 나갔을 것처럼 보일 만큼 위협적인 검광이었다.
‘말도 안 돼!’
후로이가 유니콘의 속도를 따라잡을 정도로 빠르게 내달림과 동시에 검을 휘둘렀다고?
어지간한 하이랭커 검사도 못 해낼 일을 근본이 웅변가인 그가?
납득 못하며 시선을 돌려 보는 키르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의 떨리는 눈동자에 살신의 모습이 투영되고 있었다.
“페이커……!!”
그리드 놈, 설마 최강의 패까지 꺼내 들었을 줄이야!
키르의 등골이 오싹해진다.
그가 상왕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최대의 힘은 다름 아닌 정보력.
그 광범위한 정보력에 의거해 만든 ‘플레이어 등급표’에서 페이커의 무력은 S급이었다. 그리드와 크라우젤, 그리고 아그너스와 하스터 등의 최고위 실력자 바로 다음인 것이다. 심지어 살상력만 놓고 보면 최고위 실력자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그저 하이랭크에 준하는 실력자로 B급 무력을 지닌 후로이와는 차원이 달랐다.
‘이건 안 돼!’
페이커의 표적이 돼서는 잠시도 버틸 수 없다고 생각한 키르가 다급히 소리쳤다.
“페로! 찬란한 질주를 사용해라!!”
동시였다.
번쩍---!!
유니콘의 몸이 새하얀 빛에 물든다 싶더니, 그 자리에서 사라져 버렸다.
정확히 표현하면 신속의 이동이었다. 유니콘이 보유하고 있던 마나 중 대부분을 소모한, 출혈 큰 대스킬이다.
홀로 남은 페이커의 시선이 숲 저 너머로 향했다.
“도망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스팟-!
페이커의 신형 또한 자리에서 사라진다.
상공으로부터 둘의 모습을 지켜본 후로이가 흐음, 턱을 쓰다듬었다.
“유니콘이라……. 주군께 어울리겠군.”
크르르륵!
후로이의 혼잣말에 호응하듯, 하늘 위 초원의 제왕이 트림한다. 검은 연기가 넘실넘실 피어올랐다.
***
세계수의 숲 외곽.
“밥…….”
식신 푸오가 입버릇처럼 말하자 암왕 디아스가 눈살을 찌푸렸다.
포승줄에 줄줄이 묶인 채 그들에게 끌려가는 중인 엘프들의 얼굴은 사색이 되었다. 사시나무 떨듯이 몸을 떠는 그녀들은 푸오가 ‘밥’이라는 단어를 뱉을 때마다 발생하는 끔찍한 사태를 이미 수차례나 목격한 상태였다. 공포가 밀물처럼 몰려왔다.
디아스가 푸오에게 핀잔을 주었다.
“작작 좀 처먹지 그래? 이것들은 네 식량이 아니라 주인의 상품이라니까?”
“바압…….”
배고픈 푸오는 이성을 잃는다. 오로지 식을 탐했다. 옆에서 뭐라고 백날 떠들어 봤자 무의미한 것이다.
“어휴, 멋대로 해라.”
디아스가 두 손 들었다. 푸오를 말릴 권한도, 힘도 없는 그의 입장에서는 순순히 포기하는 편이 속 편했다.
“아, 안 돼……!”
디아스가 물러서자 엘프들의 얼굴이 하얗다 못해 파랗게 질리기 시작했다. 눈물을 글썽이며 애타는 시선을 보내오는 그녀들의 모습, 누가 봐도 가여웠으나 정작 푸오는 침만 질질 흘릴 뿐이었다.
“바아압!!”
덥석!
푸오의 커다란 손에 낚아 채인 엘프의 운명은 처참했다. 쩍 하고 벌어지는 푸오의 입속에 그대로 삼켜지더니 잿빛으로 산화했다.
꿀꺽!
키가 170센티미터의 장신인 엘프 여성을 통째로 집어삼켜 버린 거구의 사내.
꺼윽! 트림을 토하는 그의 얼굴에서 만족감은 엿볼 수 없다. 아직 식사가 끝나지 않은 것이다.
이제 채 30명도 남지 않은 엘프들에게는 너무나 큰 재앙이었다. 하지만 엘프들은 더 이상 울부짖지도, 애원하지도 않았다. 가족이, 그리고 친구가 눈앞에서 처참한 최후를 맞이하는 장면을 벌써 몇 차례나 목격한 그녀들은 실성한 상태였다. 이제는 공포조차 느낄 수 없었다.
“밥…….”
덥석!
더 이상 저항하지 않는 엘프 중 한 명의 가녀린 몸을 푸오의 커다란 손이 거머쥔다. 쩌어억, 주둥이를 벌린 푸오가 그녀를 그대로 입속에 집어넣으려는 순간이었다.
터어엉!!
벼락처럼 날아온 4개의 황금 손이 망치를 휘둘렀다. 푸오의 커다란 대가리와 두꺼운 팔뚝이 망치에 연달아 강타당했다.
추가로.
“파지직~! 파지지직이다냥!!!”
짧고 통통한 다리를 大 자로 펼치며 등장한 털북숭이 고양이가 쏜 벼락까지 푸오를 덮쳤다.
이어서.
“너, 뭐 하는 짓이야?”
그리드가 나타났다.
망토를 펄럭이며 춤사위를 펼친다.
푸오를 노려보는 그의 눈빛에는 절정에 이른 살의가 담겨 있었다.
“살(殺)!!”
열망의 무아검을 내지르는 그리드에게는 확신이 있었다.
묠니르에 4회 순차적으로 적중당하고, 노에의 파지직!에 당한 저 거구의 괴물이 경직과 감전에 걸렸다는 확신이었다.
푸오가 엘프를 ‘먹는’ 행위를 멈출 거라고 보았고, 자신의 살(殺)이 무방비해진 놈에게 적중할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꿀꺽!
푸오는 그리드의 예상과 달리 경직과 감전에 저항했다. 그리드가 나타나자 뒤늦게 다시 희망에 찬 표정을 짓게 된 엘프를 그대로 집어삼키더니, 이어서 그리드의 살(殺)을 ‘손바닥’으로 쳐 냈다.
쩌어어어엉-!!
[스킬이 무력화됩니다.]
“뭐?”
레전드리 등급의 스킬을 무효화시키는 방어기라고? 심지어 맨손으로 사용해? 아니, 애초에 경직과 감전을 모두 저항하다니?
당황하는 그리드의 안면으로.
콰자작!!
푸오의 박치기가 꽂혔다.
“누군지는 몰라도 딱하게 됐구만.”
암왕 디아스가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그는 돼지처럼 분홍 피부를 지닌 3미터 거한의 사내, 푸오가 힘껏 내지른 박치기에 얻어맞은 저 흑발 사내가 일격에 묵사발이 되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착각이었다.
“…….”
흑발 사내는 멀쩡했다.
황금 손 하나가 어느새 그의 얼굴 앞으로 날아와 푸오의 박치기를 막아 주고 있었다.
파르르, 경련하더니 경직되는 갓 핸드 너머로 그리드의 불타오르는 눈동자가 엿보인다.
“이 개 같은 돼지 새끼가!!”
개면 개고 돼지면 돼지지, 개 같은 돼지는 또 뭐람?
황당함을 느낀 디아스가 긁적, 뺨을 긁는 그때.
“파그마의 검무!!”
‘파그마?’
“파(派)!!”
그리드가 검붉은 반월을 그렸다. 동시에 뻗어 나가는 검기의 파도가 푸오에게 적중했다.
쿠르르르릉!!
[대상에게 28,310의 피해를 입혔습니다.]
[대상의 모든 속도를 저하시킵니다.]
[대상이 저항하였습니다.]
‘슬로우도 저항해?’
심지어 피통도 크다. 3만에 가까운 데미지를 입고도 생명력 게이지에 변화가 없었다.
‘그나마 방어력은 비교적 평범하고, 기본 공속이 느리…….’
도살귀의 안대까지 꺼내 착용하며 푸오를 파악해 나가던 그리드가 깜짝 놀랐다.
쩌어어어엉!!
그리드의 머리통보다 3배는 큰 푸오의 손바닥이 사각으로부터 날아온 까닭이다. 갓 핸드가 반응해서 막아 주지 않았다면 낭패를 당할 뻔했다. 푸오는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빠르기까지 했다.
씰룩!
2명의 엘프를 집어삼킨 뒤로 온화한 표정을 짓고 있던 푸오의 눈초리가 사납게 변했다. 푸오 또한 그리드의 철벽같은 방어력에 당황하고 분노하는 중이었다.
“이 손들… 자꾸 푸오의 공격… 막는다…….”
꾸욱!!
푸오가 자신의 손바닥을 가로막은 갓 핸드를 힘껏 쥐었다. 그리고 그대로 입에 넣어 삼키려다가 멈칫했다. 본능적인 거부감을 느끼는 눈치였다.
디아스는 엘프들을 인솔하고 있었다.
“파그마의 검무를 사용하는 것을 보아, 네가 그 유명한 템빨왕일 테지? 하지만 푸오의 상대는 못 될걸? 녀석은 자이언트와 트롤 왕 사이에서 태어난 괴물이거든. 그 어떤 초월자라도 녀석을 해칠 수 없어.”
꿈틀꿈틀!
마침 파(派)의 검기에 베였던 푸오의 복부 상처가 회복되고 있었다. 트롤에 준하는 재생력이었다.
붉으락푸르락, 얼굴이 달아오른 푸오가 포효했다.
“푸오! 괴물……! 아니다아아아!!!”
쩌렁쩌렁!!
수십 명의 엘프들도, 뒤늦게 현장에 도착한 랜디와 템빨골들도, 심지어 푸오의 동료인 디아스까지도 모두 동시에 휘청거렸다.
<자이언트의 포효>가 그들의 다리에서 힘을 쏙 빼앗아 간 것이다.
반면.
“신격. 아이템 합체.”
그리드는 멀쩡했다.
[<벨리알의 지팡이>와 <불타는 열망의 무아지경의 뇌전 검>을 합체합니다.]
번쩍!
그리드가 어느새 꺼낸 지팡이와 열망의 무아검이 빛에 휩싸이더니 하나로 합쳐진다.
곧 장창 같은 모양새를 갖춘 그것을 그리드가 휘두르자.
퍼펑! 퍼퍼퍼펑!!
콰르르르르릉!!
합체 아이템 옵션 덕분에 마법으로 분류되게 된 검은 불꽃과 붉은 벼락이 휘몰아쳤다.
마법 치명타 확률 20퍼센트 상승, 치명타 데미지 150퍼센트 상승 효과를 적용받은 2개 귀속 스킬의 위력은 제아무리 높은 생명력을 보유한 푸오조차도 위협하는 수준이었다. 고통에 몸부림치기 시작하는 푸오의 생명력 게이지가 눈에 띄게 줄어 나갔다.
반면 그리드는.
[벨리알의 지팡이 효과로 5천의 보호막을 획득합니다.]
[벨리알의 지팡이 효과로 5천의 보호막을 획득합니다.]
[벨리알의 지팡이 효과로 5천의 보호막을…….]
…….
…….
그리드는 소용돌이처럼 회전하는 검은 보호막을 몇 개나 중첩 적용받고 있었다. 상처가 늘어나는 푸오와 상반되는 모습이었다.
“아파아……! 아파아아아아!!”
눈을 까뒤집은 푸오가 부웅! 부우우웅!! 연속적으로 내지르는 주먹이 그리드의 몸을 감싸고 있는 실드를 강타했다.
도리어 독이었다.
[9,700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실드가 피해를 흡수합니다.]
[10,300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실드가 피해를 흡수합니다.]
[당신을 공격한 대상이 상태 이상 ‘공포’에 걸립니다. ‘슬로우’에 저항합니다.]
그리드는 실드 덕분에 생명력 손실을 면하는 반면, 푸오는 주춤주춤 뒷걸음치며 기세를 잃었다.
“히, 히익! 푸오… 푸오 무서운 거 싫다아……!”
그렇다.
벨리알 레이드 당시의 피아로와 비견되는 강자 푸오는 여러 종류의 상태 이상에 면역하고 있었지만, 결국 전설은 아니었다. 모든 상태 이상에 면역하지는 못했다. 공포를 느끼며 취약해졌다.
반면 그리드는 벨리알 레이드 당시와 비교해서 몇 배나 강력해진 상태였다.
그래, 당시의 피아로보다 더욱더!!
“흑화, 대장장이의 분노.”
쿠와아아아아아앙!!
반마로 변하며, 최대한의 힘을 끌어 올리는 그리드.
푸우우우우욱!!
무적의 창으로 푸오의 비대한 복부를 관통시킨 그가 소리친다.
“기사 소환!! 지슈카, 크리스, 레가스, 폰, 쥬드!!”
승기를 잡은 상황에서 굳이, 왜?
당연히 확실하게 일을 마무리 짓기 위해서였다. 그에게 더 이상의 방심은 없었다.
츠카카카칵!!
푸오를 재차 베어 넘긴 그리드가 때마침 빛과 함께 떨어진 다섯 기사들에게 명령했다.
“저 새끼 쫓아! 엘프들을 구해!!”
다섯 기사들의 시선이 ‘저 새끼’, 암왕 디아스에게 꽂힌다. 다섯 기사 모두가 만만치 않아 보였기에 디아스는 기겁하며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드는 보여 주고 있었다.
자신이 키르보다 모든 면에서 월등히 뛰어나다는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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