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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빨-812화 (807/1,794)

템빨 45권 - 2화

푸화하하하학-!

[크리티컬!!]

[대상에게 44,099의 피해를 입혔습니다!]

[대상이 수복 불가능한 피해를 입었습니다! 대상의 모든 능력치가 20퍼센트 감소하고 모든 속도가 50퍼센트 저하됩니다!]

[대상이 저항하였습니다.]

[절단에 실패하였습니다.]

[대상이 약점을 노출하였습니다! 지금부터 30초 동안 대상을 공격 시 무조건 치명타가 적용 됩니다! 치명타 데미지가 1.5배 높게 적용 됩니다!]

[...!]

[!!!!!!!!!!!!!!]

[당신의 강력한 검기가 세계를 가릅니다!!!]

“....!?”

미묘하게 기운다 싶던 영웅의 자세가 속절없이 무너졌다.

급기야 한쪽 무릎을 꿇는 녀석의 가슴으로부터 분수 같은 핏줄기가 솟구쳐 나왔다가 적색 꼬리로 흡수되었고, 적색 꼬리는 더 많은 피를 갈구하듯이 발작했다.

방어력 일정량 무시, 현재 생명력에 비례한 추가 피해, 무조건 치명타 적용, 높은 확률로 절단 효과 발생 등.

우주 검에 깃든 파괴적인 힘이 영웅의 생명력을 5칸 이상 지웠다. 영웅은 <최초의 왕> 칭호 효과 덕분에 상당량의 생명력을 즉시 회복했지만 소모 값이 발생했으니 명백한 손해였다.

갈라진 세계를 신들이 수복하고 있을 때.

터엉-!

벌써 몇 차례 복용 중인지 모를 물약의 쓴맛에 적응한 크라우젤이 백광보를 밟았다. 영웅이 두른 자색과 적색의 투기가 최대치로 짙어져 있었으니 크라우젤은 장기전을 피하고 싶었다.

그리고.

채챙-! 채채챙!!

치열한 공방이 이어졌다.

은사를 펼친 영웅이 2개의 적색 꼬리와 협조해서 크라우젤을 공격하는 모습은 제 둥지에 걸린 사냥감을 포식하려는 거미의 태세와 닮아있었다.

하지만 정작 사냥감이 거미줄에 걸리질 않았다. 은사의 속박과 적색 꼬리의 찌르기를 하나의 동작으로 회피하고 반격으로 연계하며 또 자연스럽게 영웅의 검격을 무위로 돌린다.

푹! 푹푹!

“...꽈드득!”

영웅이 이를 갈았다.

보법을 밟으려고만 하면 크라우젤의 인벤토리에서 튀어나온 검들이 바닥에 꽂히며 경로를 차단하는 바람에 스킬을 쓰기 힘들었다.

결국.

스아아-!

영웅이 그리드의 대검으로 무기를 스왑했다. 그리고 <크레이의 힘> 대신 <에티마의 힘>을 꺼냈다.

대검 착용 시 활성화되는 <직계의 검>이 즉발로 벼락처럼 떨어졌다. 대검이 떨어질 때 발생하는 대기의 진동이 물리적인 압박이 되어서 크라우젤의 운신에 제동을 걸었다.

콰앙-!

“큭....!”

어깨를 크게 베인 크라우젤이 단 일격에 6분의 1에 가까운 피해를 입었다.

도검류 무기에 한해서 피해를 덜 입는 검성 클래스 고유의 특성과, 300레벨 달성 후 얻은 <금강불괴>의 효과를 고려해봤을 때 부정하고 싶어지는 데미지였다.

채챙! 콰작-!

전투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직계의 검이 쿨타임에 걸린 동안 다시 열망의 무아검으로 스왑한 영웅이 크레이의 힘을 개방했고, 물약을 수시로 복용 중인 크라우젤은 검은 불꽃으로 인한 화염 데미지에 점차 내성이 생겨가는 중이었다.

검과 교감하는 검성의 특성이 열망의 무아검과 교감하였고, 덕분에 열망의 무아검이 불길을 토해내는 타이밍을 읽기 시작했다.

결국.

“벨리알의 힘. 조롱하고 유린하는 여왕.”

생명력이 40퍼센트 이하까지 떨어진 영웅이 안전장치를 해제했다. 영웅이 두 명이 되었다.

『뭣...!』

『그, 그리드는 분신술까지 사용할 수 있었던 겁니까아!!』

『화, 화, 환영일 수도 있, 있....』

분신술은 일부 어쌔신들의 전유물과 같은 스킬이다. 대장장이인 그리드가 검술과 마법에 이어서 어쌔신 스킬까지 사용한다는 건 그 누구도 믿고 싶지 않은 불합리였다.

해설진과 관중들이 받은 충격이 무척 컸다. 동요한 해설진이 말을 더듬었고 관중들은 손에 들고 있는 음료수를 앞사람 정수리 위에 쏟아 붓는 등 정신을 못 차렸다.

반면 크라우젤은 침착했다. 높은 레벨까지 단련 된 <초감각>이 그에게 2명의 영웅 중 무엇이 본체인지 알려주고 있었다.

분신의 존재가 신경 쓰이지 않는다면 거짓말이었지만, 한때 하늘 위에서 세상을 굽어보았던 지존의 부동심은 쉽게 흔들리지 않는 법이다.

“흠모한 끝에 이해하였고.”

크라우젤의 몸에 은빛의 검기가 둘러지기 시작했다.

3단계에 걸쳐서 전개되는 버프 스킬의 활성화였다.

검처럼 날카로워진 크라우젤이 살(殺)을 찔러오는 영웅의 분신을 베어 넘기고 본체에게 접근한다.

영웅은 연살파극을 전개하고 있었다.

강력한 살기를 담은 채, 공간 안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을 멸할 기세로 날아오는 연속적인 찌르기들이.

“이해한 끝에 하나가 되었으니.”

쩌정-! 쩌저저정-!!

‘착용 중인 검’과 일체화되고 단단해진 크라우젤의 몸을 꿰뚫지 못하고 허공에 맴돈다. 대신 백호검의 내구력이 급격히 감소했다.

“연살파극!!”

영웅은 신장의 비호를 받았다. 크라우젤의 백호검을 완전히 넝마로 만들 셈인지 궁극의 스킬을 연속으로 사용했다.

쩌정-! 쩌저정!!

쩌저적!!

백호검에 눈에 띄는 균열이 늘어났지만 크라우젤은 신경을 껐다. 그는 전투의 끝을 노리고 있었다.

“내가 검이고, 베지 못할 것이 없다.”

마지막 구절이 끝나자 <검을 찬미하는 시>가 완성되었다.

도검류 무기 착용 시, 다음 스킬 공격에 한해서 5배~11배의 공격력을 추가하는 버프가 크라우젤에게 활력을 불어넣었다.

“초(超)폭풍 검.”

콰르르르르륵!!

은빛과 에메랄드빛이 섞인 검기의 폭풍이 영웅을 난도질하기 시작했다.

영웅은 당연히 회(回)로 응수하였으나 초폭풍 검은 다단 히트 계열 스킬이다. 첫 번째 검격만을 반격할 뿐, 나머지 공격은 모조리 허용하기 시작했다. 갓 핸드들이 영웅을 보호하고자 날아왔으나 도중 다시 이기어검에 가로막혔다.

“크아아아아아!!”

영웅이 비명을 내질렀다. 이 고통을 감당하기 힘들다는 듯이 얼굴을 구기는 녀석의 갑옷으로부터 <독귀의 독>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무한한 애정의 발할라에 귀속 된 옵션이다.

하지만 검성 크라우젤은 300레벨을 넘는 순간 만독불침과 금강불괴 패시브를 개화시켰다. 그에게 독은 무용지물이었다.

4칸, 3칸, 2칸, 1칸.

초폭풍 검의 효과가 지속되는 1.5초 동안 영웅의 생명력 게이지가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10퍼센트까지 떨어진 순간 <티라멧의 힘> 덕분에 다시 30퍼센트까지 회복됐다.

“저게 뭐야....?”

“실화냐....”

사람들은 영웅의 승리를 점치고 있었다.

영웅의 생명력 게이지가 1칸 떨어질 때마다 영웅의 분신이 증식했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의 크라우젤은 승리를 앞둔 도전자가 아니라 열어선 안 될 상자를 연 판도라처럼 보였다.

씨익!

초폭풍 검이 끝났을 때, 영웅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4마리의 분신과 함께 크라우젤을 둘러싼 녀석이 발할라에 귀속 된 스킬 <움직이는 요새>를 활성화시켰다.

그리고 ‘최근 5분 동안 입었던 모든 데미지의 절반을 반경 50미터에 방출하는’ 광역 공격 스킬 <난공불락>을 전개했다.

쿠쾅-!

쿠콰콰콰콰콰콰콰콰쾅!!

총 5회의 난공불락 스킬이 중첩되면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소나무들이 순식간에 불타 사라졌고, 절벽이 통째로 날아갔으며, 크라우젤은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그 광경을 실시간으로 촬영 중인 수백 대의 카메라가 미칠 듯이 흔들렸기 때문에 10만 관중과 수십 억 시청자들은 멀미를 느껴야만 했다.

“미친....”

모두가 넋이 나간 와중에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사람은 대기실의 그리드였다.

그는 <여왕의 왜곡>과 <난공불락>을 연계 활용한 영웅의 창의성에 감탄하고 있었다. 자신은 평생 생각지도 못했을 스킬과 아이템의 활용법이라며 전율마저 느꼈다.

동시에.

“크라우젤은?”

급히 경쟁자를 찾는다.

그리고 보았다.

하늘 높이 떠올라있는 크라우젤의 모습을.

그의 등 뒤로 펼쳐진 빛의 날개가 때로는 흑색으로, 때로는 백색으로 점멸하고 있었다.

“여기서 이걸...”

중얼거리는 크라우젤의 표정이 구겨져있었다. 감정 표현을 지양하는 그의 성격을 고려해봤을 때 놀라울 정도의 감정 표현이었다.

분노.

스스로를 향한 분노였다.

“루쏜의 힘!”

지상의 영웅이 위험을 감지했다.

크라우젤의 혈향을 맡고 <굶주림> 상태에 돌입, 이동 속도를 대폭 상승시킨 녀석이 <플라이>를 전개하여 크라우젤에게 쇄도했다.

평범한 인간의 동체시력으로는 쫓을 수 없는 속도를 이용해서 좌로, 우로 변칙적으로 궤도를 비트는 녀석의 접근은 현란하고 위협적이었다.

-연살.

-초연.

-극살.

-파.

-극.

알람 마법으로 녹음해놨던 영웅의 음성이 사방팔방에서 울리고 있었다.

크라우젤은 마치 수십 명의 영웅에게 둘러싸인 착각을 느껴야만 했다.

만약, 계속해서 위치를 바꿔가며 상승해오는 영웅의 신형을 눈으로 쫓을 수 없는 입장이었다면 큰 혼란을 겪고도 남았을 일이다.

하지만 크라우젤은 현혹되지 않는다.

영웅은 그의 감각을 기만할 수 없었다.

“내리는 검.”

촤촤촤촤촤촤촤-!

크라우젤의 인벤토리로부터 37자루의 검이 솟구쳐 나왔다. 부채처럼 펼쳐진 장검들이 일제히 영웅을 조준하더니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영웅의 판단은 빨랐다.

즉시 종횡무진을 전개해서 37자루의 검을 모조리 회피하고 크라우젤의 지척까지 접근했다. 그리고 이때 당연히 보법을 완성하고 있었지만.

“울대 잡기.”

“....컥!”

크라우젤의 금나수가 검무의 발동보다 빨랐다.

섬광처럼 떨어진 손아귀에 울대를 붙잡힌 영웅의 심장을 곳곳에 금이 간 백호검이 가차 없이 꿰뚫었다.

영웅은 불사 상태에 돌입했고, 날개를 펼친 크라우젤은 놈으로부터 거리를 벌렸다.

6초 후.

쏴아아아아....

갓 핸드와 맞서도록 지시했던 4자루 검까지 모조리 회수한 크라우젤의 공세를 견디지 못한 영웅이 잿빛으로 산화했다.

크라우젤이 승리를 거두는 순간이었다.

1년 전의 그리드, 오늘날의 크라우젤에게 패배했다.

“우와아아아아아!!”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베이징 올림픽 주 경기장을 가득 매운 10만 관중이 단 한 명도 빠짐없이 기립 박수를 보냈으니, 그것은 전례 없는 장관이었다.

“고생했어.”

대기실의 그리드 또한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 치고 있었다.

그가 크라우젤에게 보내는 경외와 찬사는 진실 된 것이었다. 한 치의 가식도 없었다.

“네가 이길 줄 알았다.”

두근! 두근! 두근!

그리드는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지금 당장이라도 무대 위로 달려가 크라우젤에게 결투를 신청하고 싶었다.

“....하지만 참아야지.”

식은땀으로 흥건한 손이 덜덜 떨리는 모습을 보면서, 그리드는 어서 빨리 마왕 토벌전이 시작되기를 바랐다.

이날.

<미궁 돌파>에서는 한국의 포식이불족발이 금메달을 땄고 <블록 쌓기>와 <나무 베기>에서는 각각 호주의 캐리와 캐나다의 리히터가 금메달을 땄다.

미국과 중국 입장에서는 메달 현황이 아주 더럽게 꼬였다.

PvP와 마왕 토벌전만을 남겨둔 제4회 국가대항전.

아직도 1위국은 확정되지 않았다.

금메달을 최소 5개 이상 뿌린다는 마왕 토벌전의 변수가 너무 심했다. 일단 PvP 금메달이 중요했다.

“PvP는 당연히 내꺼지.”

“....”

마장기라는 비장의 패를 숨겨둔 미국의 지발은 평소처럼 기세등등했지만 웬일인지 하스터는 벙어리처럼 굴었다. 하루 종일 입에 지퍼를 채우고 있었다.

깨달은 것이다.

오래 전 크라우젤과의 대결은 ‘가짜’였다는 사실을.

‘애초에 난 상대할 가치도 없었다는 거냐?’

분하지만 부정할 수가 없다.

크라우젤에게 진짜는 오직 그리드뿐이다.

나는 아직 저들에게 도달하지 못한다. 그동안 내가 봐온 세상은 너무 좁았다.

모든 게 허망해진 하스터가 PvP에서 기권했다. 현재 상태로 자신의 모습을 세상에 드러낸다는 게 수치스럽고 굴욕적이었다.

안 그래도 높은 지발의 콧대가 더욱 더 높아졌다.

“내가 무서워서 기권했나본데? 뭐, 녀석은 내 진정한 힘을 알고 있으니까 어쩔 수 없었겠지.”

이럴 줄 알았으면 대표 선발전에서는 마장기를 숨길 걸 그랬다.

“올해 PvP는 시시하겠구만.”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는 지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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