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템빨-841화 (836/1,794)

템빨 46권 - 10화

“그게 뭐야?”

그리드가 쓰고 나타난 안경은 영 괴상한 구석이 있었다. 테가 투명하게 빛나는 것이 범상치 않은 보석으로 만든 것 같았지만, 하필이면 렌즈 부분에 보라색이 감도는 검은 액체가 출렁거리고 있었다.

‘따로 뭐 액체를 주입한 건가?’

선글라스의 느낌을 살리고 싶었던 거라면 매우 잘못 된 선택 같다. 시야를 방해할 게 뻔해서 실용성이 없어 보인다.

“이건 마안족 왕의 눈이 될 거야.”

굳이 말로 설명하는 수고가 필요할까.

그리드가 자리에 모인 이들에게 아이템 정보를 공유했다.

<에테르 안경>

등급:에픽

내구력:187/210

*불완전한 에테르 효과

*매력 +80

*시력 -2

*상태 이상 ‘시야 흐림’이 초당 1회 발생.

근래에 명성이 급격히 상승하고 있는 세공사 장인 엘리자베스가 에테르 다이아몬드를 세공해서 만든 안경입니다.

에테르 다이아몬드의 아름다움을 화려하게 표현하였습니다. 관심을 원하는 사람이 착용하면 무척 좋을 것입니다.

에테르 효과로 마법적 효과가 깃들어 있으나 부분적이며, 에테르가 주입되어있는 부분을 렌즈로 만들었기 때문에 시야를 방해 받습니다. 불편함을 감수해야합니다.

무게:5

안경은 장신구로 분류되는 아이템이다. 그리고 장신구 중에서 착용이 간편한 아이템은 이런 일이 가능했다.

“써 봐.”

라우엘에게 안경을 씌워주는 그리드.

그렇다.

안경이라는 아이템은 소유자가 타인에게 손쉽게 ‘착용’시킬 수 있었다. 양도 절차가 생략되는 것이다. 귀와 코에 걸쳐주기만 하면 되었으니 상대방이 굳이 저항하지 않는 이상 간단했다.

[<에테르 안경>을 양도 받았습니다.]

[시력이 떨어집니다. 시야가 흐려집니다.]

“...불편하군요.”

안경을 받아 쓴 라우엘이 미간을 좁혔다. 뿌연 안개와 출렁이는 파도가 시야를 방해하는 느낌이 들었다.

“불완전한 에테르 효과는 이런 거려나.”

안경을 벗은 라우엘이 렌즈에 대고 마법을 사용해보았다.

파삭!

손바닥 위에 응축 된 광풍이 렌즈를 가격했다. 하지만 렌즈는 깨지지 않았고 심지어 반발력도 발생하지 않았다.

마법은 거짓말처럼 소멸했다. 흡수 됐다는 표현이 도리어 정확해보였다.

“역시...”

“와! 대단한데?”

감탄하는 라우엘과 십공신들에게 그리드가 설명했다.

“에테르는 마력을 흡수하는 이계의 물질이다. 마안족 왕이 이 안경을 쓰면 그의 삼마안에서 분출되는 모든 마법이 렌즈에 흡수될 테니 백룡의 눈에 마법이 반사당해서 자멸할 일은 사라지겠지. 덤으로 마안족 왕은 희미하게나마 세상을 엿볼 수 있게 될 테고.”

그리드는 덤이라고 표현했지만 사실 그 덤이야말로 핵심이었다.

마안족 왕은 탄생과 동시에 스스로 눈을 봉한 존재.

시선이 닿는 대상을 모조리 파괴시키는 삼마안의 위력은 굉장한 대신 강력한 저주이기도 한 것이다.

세상을 보고 싶다.

마안족 왕의 그 간절한 염원을 이뤄줄 수 있는 아이템이 바로 에테르 안경이었다.

“마안족 왕에게는 최고의 선물이 되겠군요. 전하께서 추측하시는 이상의 호감을 얻으실 수 있을 겁니다.”

제국조차 경계하는 마안족 왕을 완벽한 우군으로 회유할 수 있는 아이템.

라우엘은 에테르 안경의 가치가 가히 천문학적일 거라고 확신했다.

크라우젤이 제공해준 정보와 엘리자베스의 기술, 그리고 마왕 토벌전에서 보상을 얻어온 그리드 세 사람의 힘이 협력해서 탄생한 절세의 보물인 셈이다.

“지금 당장 마안족 도시로 가자. 제국이 나서기 전에 우리가 먼저 마안족 왕을 확보해야 돼.”

십공신들이 의욕적으로 나섰다.

아레스가 준 유예기간이 그리 길지 않다는 사실을 직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십공신이 회의 끝에 예상하기로, 발할라는 템빨국과의 협상을 차선책쯤으로 여길 가능성이 높았다. 이미 제국과 교섭을 진행 중일 수도 있었다.

백룡의 눈을 제국에 넘기는 대가로 제국과 우호 관계를 맺는 편이 발할라 입장에서는 훨씬 더 큰 이득이었으니까.

라우엘이 침음했다.

“확실히, 서두르는 편이 좋겠습니다. 하지만 에테르 효과가 불완전하다는 부분이 마음에 걸리는군요. 혹시 에테르 효과가 불완전하기 때문에 내구력이 빠르게 소모되는 건가요?”

라우엘이 에테르 안경을 양도 받았을 때 내구력은 187이었다. 하지만 기본 마법을 한 번 흡수하자 내구력이 186으로 줄어있었다.

그리드가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마법을 흡수할 때마다 내구력이 소모되더군.”

“마법의 위력에 따라서 내구력이 더 많이 손상되기도 합니까?”

“아니, 다행히 그건 아니야. 제드노스와 라엘라의 협조를 받아서 실험해봤는데 마법의 위력과는 상관없이 횟수의 영향을 받더라고.”

“그럼 마안족 왕의 눈에서 분출되는 마안의 위력이 아무리 강해도 크게 문제될 건 없겠군요.”

“문제 많아. 마안족 왕의 양쪽 눈에서는 마법이 무한대에 가깝게 분출되니까 고작 이 정도 수준의 내구력으로는 몇 분밖에 못 버틸 거다.”

“무한....”

“무진장인지 무한인지, 둘 중 뭐가 정확한지는 모르겠다만 어쨌든 무진장은 확실해. 그러니까 나는.”

인벤토리를 연 그리드가 새로운 에테르 다이아몬드를 꺼냈다.

성인 손바닥 크기의 영롱한 다이아몬드 속에 보랏빛 검은 액체가 소량 맴돌고 있었다.

“나는 엘리자베스가 만들어준 이 안경을 분해하고 재조립하는 과정을 통해서 이해도를 100퍼센트까지 올리고 제작법을 얻어야한다.”

마왕 토벌전에서 승리한 그리드가 얻은 보상은 총 7개.(마왕 등장 이벤트 보상을 포함하면 총 8개)

그중 3개의 보상을 에테르 다이아몬드로 선택했다.

3개인 이유는 첫째, 에테르를 세공해서 안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엘리자베스의 도움이 필요했기 때문이며 둘째, 엘리자베스가 만든 안경으로 제작법을 익힌 후 그리드 본인이 직접 완성도 높은 안경을 새로이 만들기 위해서였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이유는 에테르를 추출해보기 위함이었는데, 그리드가 온갖 물리적인 방법을 동원해도 에테르 다이아몬드에서 에테르를 별도로 추출하는 건 불가능했다. 이계의 물질이라는 이유로 스틱세이와 브라함조차도 에테르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고, 고민 끝에 그리드는 다이아몬드를 파괴하는 형태로 에테르를 강제 분리시켜보았지만 공기에 닿은 에테르가 흔적도 없이 증발해버렸다.

그리드는 기껏 얻은 에테르 다이아몬드 3개 중 하나를 이미 날려버린 상태라는 뜻이다.

‘순수한 에테르를 얻을 수만 있다면 말도 안 되는 템빨을 얻을 수 있을 텐데....’

예를 들어서 에테르를 <무한한 애정의 발할라>에 혼합한다면?

그리드는 지공 이상의 마법 보호 능력을 얻을 수도 있었다. 어지간한 마법사는 그리드를 쉽사리 해칠 수 없게 된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럼 일단 저희가 먼저 마안족의 도시로 찾아가서 마안족 왕을 보호하고 있겠습니다. 전하께서는 새로운 안경을 제작하신 후에 합류하시는 편이 좋겠군요.”

물론 그리드에게는 휴대용 용광로가 있다. 하지만 다양한 시설과 도구가 갖춰진 대장간에서 아이템을 제작하는 편이 아무래도 좋았다. 작업 환경이 좋을수록 더 높은 등급의 아이템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다.

그리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무리하지는 말고. 제국에는 강한 놈들이 득실거리니까.”

제국을 상대할 때 가장 확실한 방법은 피아로, 메르세데스, 놀, 아스모펠, 싱클레드 등의 강자를 파견하는 것이었지만 그 누구도 그런 사태를 바라지 않았다.

그들의 목숨은 하나이기에.

“아직 제국과의 협정 기간이 남아있으니 별 탈 없을 겁니다. 걱정 마십시오.”

딱!

믿음직하게 말한 라우엘이 손가락을 퉁겼다.

그러자 회의실 바깥에 대기 중이던 3등신 꼬맹이들이 우르르 쏟아져 들어왔다.

데스티니 가디언즈.

과거, 그리드가 개조심 던전에서 구출해온 16명의 마안족으로 구성 된 라우엘의 친위대다.

“삼라만상을 초월하여 과거와 미래를 엿보려는 자여. 우리가 그대의 고결한 영혼에 감응하여 이곳에 당도하나니.”

“지금 이 순간부터 그대의 「운명」을 우리가 「수호」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데스티니 가디언즈가 등에 업은 운명 이상의 무게, 바로 「숙명」이니까... 큭큭큭!”

“....”

마안족의 출현에 장내가 얼어붙었다.

볼 때마다 영문 모를 헛소리를 지껄이는 녀석들 때문에 십공신은 난처한 표정을 짓는 반면 라우엘은 유유하게 앞머리를 쓸어 넘겼다. 찰랑이는 은발이 달빛에 반사되자 별무리를 뿌려대는 듯했다.

“고독 속에 갇혀 있던 나의 영혼이 그대들의 숙명을 마주하는 순간 격동하는군. 검은 천에 가리어진 그대들의 눈동자에 경의를 표하며, 「라우엘」이라는 이름으로 함축 된 「지금의 내가」 그대들에게 묻겠다. 데스티니 가디언즈여. 그대들은 흉포하게 요동치는 숙명의 폭풍과 조우할 용기가 있는가?”

“큭큭.... 「용기」인가. 그것은 우리의 「근원」 중 하나이니 결코 메마르지 않는다... 큭큭큭큭!”

“두려움을 모른다는 것인가....? 굉장하군! 방금 그대들의 대답으로부터 언령(言霊)과도 같은 힘이 느껴졌다! 내 팔에 봉인 된 흑염룡이 날뛰기 시작할 정도로...!”

“후후훗.... 우리들 위대한 마안의 주인은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태어나 단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다. 설사 네 팔에 봉인 된 흑염룡이 깨어날지라도 우리는 결코 물러서지 않고 포용할 것... 어?”

한참을 실컷 떠들던 ‘점화안’의 마안족이 흠칫 놀랐다.

라우엘 뒤에 멀뚱멀뚱 서있는 그리드를 뒤늦게 발견한 까닭이었다.

“그, 그대는 윤회전생의 상징이며 다크 플레임과 화이트 아이스를 다루시고 세상의 진리를 꿰뚫어보시는 우리의 위대한 왕과 서로 영혼의 교감을 맺은 인계의 왕!!”

“그리드....!!”

경악한 마안족들이 식은땀을 뻘뻘 흘리면서 데굴데굴 눈을 굴렸다. 혹시 그리드와 눈이라도 마주쳤다가는 어디 동굴로 끌려가서 곡괭이질을 하게 될까봐 두려워졌다.

녀석들이 갑자기 꿀 먹은 벙어리가 되자 십공신들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뭐지? 눈빛만으로 마안족을 압도한 건가?’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주둥이만 놀리는 마안족 녀석들을 닥치게 만들다니 역시 갓리드다!’

‘주군! 존경합니다!’

사실 마안족은 귀여운 외모와 달리 엄청 강력한 종족이다. 안대의 봉인을 해제하는 순간 대상을 ‘보는 것’만으로 해치거나 억제할 수 있는 최상위급 마족인지라 십공신도 함부로 대하기 껄끄러운 면이 있었다.

한데 그리드 앞에서는 그 대단한 마안족조차도 넙죽 엎드리는 것이다.

누가 봐도 그리드는 대단했다!

“...그럼 난 안경 만들러 간다. 최대한 빨리 합류할 테니까 마안족 도시에서 만나자.”

침묵에 빠진 마안족들을 뒤로한 그리드가 대장간으로 달려갔다.

그는 반드시 더 견고한 에테르 안경을 제작해야했기 때문에 결의가 남달랐다.

‘힘을 제어할 수만 있다면 피아로 이상일지도 모를 존재를 영입할 수 있는 기회다. 절대로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돼.’

***

“우선 템빨국의 대답을 기다리는 편이 맞지 않겠소?”

그리드에 이어서 두 번째로 왕국을 건설한 플레이어.

군신 아레스는 자신의 군사 사마휘와 함께 제국 황도 타이탄을 방문했다.

신분을 감추기 위해 투구를 깊이 눌러 쓴 그의 주변을 발할라 최고의 실력자들이 따르고 있었다. 한데 그들의 호위 대상은 놀랍게도 아레스가 아닌 사마휘였다.

당연히 아레스의 명령이다.

그는 동대륙을 무려 여섯 번이나 방문한 끝에 힘들게 섭외한 네임드 NPC를 잃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템빨국은 대답을 최대한 지체할 것입니다. 잠자코 그들의 대답만 기다리고 있다가는 백룡의 눈이 가치를 잃게 됩니다.”

아레스와 사마휘가 직접 타이탄에 방문한 이유는 제국과 교섭하기 위함이었다.

백룡의 눈을 제국에 넘기고 이를 토대로 발할라와 제국의 우호를 맺으려는 의도였다.

물론 아레스는 제국보다 템빨국과의 우호를 원했지만 사마휘의 생각은 달랐다.

“템빨왕이라는 자는 사신위의 보물마저 복원한 희대의 기술자입니다. 제가 그를 과대평가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는 이미 에테르라는 물질을 이해하고 있으며 그것을 이용해서 마안족 왕을 회유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백룡의 눈에 충분히 대비할 수 있을 테니 굳이 손해를 보면서까지 우리와 교섭할 생각이 없겠지요.”

“너무 극단적인 생각 아니오? 템빨국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제국을 최대의 난적으로 생각하고 있소. 제국을 견제하기 위해서 발할라의 건국을 도왔을 정도인데 이제와 우리를 그렇게까지 냉랭하게 대하겠소?”

“그들은 두려울 겁니다.”

“두렵다고?”

“주군의 징집 능력과 강병 육성 능력은 천기를 거스르는 수준으로 강력하므로 발할라가 강국이 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수순입니다. 템빨국이 제국을 물리치겠다고 발할라와 협력한다는 것은 사자를 쫓고자 호랑이의 등에 올라타는 셈이나 다름이 없으니, 설령 사자를 잡더라도 그 후가 걱정이겠죠.”

“.....”

아레스도 내심 느끼고 있었다.

아레스는 그리드의 아이템 제작 능력이 탐났고 그에게 받은 은혜가 두터워 템빨국과 친교를 맺고자 부단히도 노력해왔지만 템빨국은 이를 은근히 거부해왔던 것이다.

‘템빨국이 우리를 크게 경계하고 있었구나.’

확실히 깨닫게 되자 아레스의 마음이 씁쓸해졌다.

한동안 상념에 잠겼던 그가 이내 눈을 반개하며 말했다.

“좋소. 제국과 관계를 돈독히 하고 이이제이의 수법으로 제국과 템빨국을 서로 소모시키겠다는 군사의 작전에 적극적으로 동의하겠소. 나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을 것이오.”

“잘 결정하셨습니다. 우리가 제국과 손을 잡는다고 해서 템빨국과 직접적으로 적대할 일은 당분간 없을 테니 주군께서는 크게 심려치 않으셔도 됩니다.”

“음... 한데 이대로 황궁으로 찾아가도 되는 것이오? 아무리 백룡의 눈을 가져왔다지만 나는 명색이 적국의 왕인데 황제가 과연 우리를 만나줄까? 목이나 치지 않으면 다행 같은데...”

“황제를 만날 필요 없습니다. 이미 그랜드 마스터가 우리의 움직임을 포착했을 테니까요. 아마 그 선에서 만남을 추진하려고 시도하겠죠.”

“그랜드 마스터?”

“제국 최고의 실력자이며 군권을 휘두를 수 있는 권력자입니다. 그의 명성은 백 년 전부터 대단해서 제 조국 씽에서도 이름을 떨칠 정도죠.”

“동대륙까지 명성을 떨쳤다고...? 백 년 전부터? 허, 노인네가 어지간히도 장수하나보군.”

“그는 초월자입니다. 주군과는 다른 형태의 불멸자라고 보시면 됩니다.”

“초월자...? 불멸? 전설을 뜻하는 거요?”

“음, 좀 다릅니다.”

“....”

그랜드 마스터라는 자가 보통이 아니라는 사실을 직감한 아레스가 조금 더 자세히 물어보려는 찰나였다.

“그랜드 마스터의 명령으로 마중 나왔습니다. 발할라의 왕이 맞습니까?”

웬 여기사가 다가왔다.

붉은 갑주를 무장했기에 적기사인 줄 알았지만 갑주의 형태가 적기사의 갑주와 많이 달랐다. 색상도 짙어서 빛이 없는 곳에서 보면 붉다기보다 검게 보일 갑옷이었다.

“상대방에게 누구인지 묻기 전에 본인의 이름부터 밝히는 게 예의 아닌가?”

“네오 적기사단 소속 수잔입니다. 다시 한 번 묻죠. 당신이 발할라의 왕이 맞습니까?”

“....”

경계하는 아레스를 대신해서 사마휘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이분께서 발할라의 태조이자 군신으로 명망 높은 아레스 전하십니다.”

“제대로 찾아왔군. 따라오시죠.”

수잔은 아레스 일행을 성으로 안내했다. 그녀는 제국에서도 입지가 상당한지 눈대중으로는 감히 측량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성의 중추까지 단 한 번의 검문 없이 아레스 일행을 이끌었다.

“....!”

아레스는 수십 분이나 걸어 도착한 궁전의 외관을 보자 할 말을 잃었다.

신비한 목재와 석재로 세운 궁전이 오색찬란한 빛깔을 영롱하게 쏘아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방천지가 밝게 물들어 밤과 낮의 경계를 허물어뜨릴 정도였다.

“이곳이 바로 그랜드 마스터께서 기거하시는 천상궁입니다.”

천상궁!

황제도 아닌 일개 신하가 머무는 궁전에 이토록 광오한 이름이 붙다니?

아레스는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더욱 더 짙은 경계심을 품는 그에게 수잔이 재촉했다.

“들어가시죠.”

“호위는....”

“데리고 들어가셔도 무방합니다.”

“....”

무기조차 수거하지 않는다?

‘우리 수준으로는 그랜드 마스터를 해치는 게 불가능하다고 보는 건가?’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작자기에?

긴장한 아레스가 궁전에 입장했다.

그랜드 마스터는 가장 깊은 곳에 앉아 있었다. 그의 심유한 눈동자가 아레스 일행을 천천히 살폈다.

“발할라의 대처가 이상하리마치 빠르다 싶더니 동쪽의 지보(至寶)가 발할라의 왕을 섬기고 있었나. 반갑다. 앞으로 우리는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을 것 같군.”

=======================================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