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빨 47권 - 8화
“자신의 운명은 스스로 선택하는 법. 좋다. 왕의 뜻이 그러하다면 내가 굳이 말릴 필요는 없겠지. 나의 왕이여, 나 포리오르떼르포로노피뜨노지오르떼베가 당신에게 마안을 심어주겠다.”
마안족 왕의 머리 위에 뜨는 이름은 왜 본명이 아니라 <마안족 왕>일까?
은근히 궁금했었는데, 이제야 그 이유를 알겠다.
‘글자 수 제한에 걸렸던 거야?’
외우기도 힘들다. 본명은 못 들은 거로 하자.
“왼쪽 눈에다가 부탁할게.”
“알았다. 새로운 숙명의 무게가 당신의 영혼을 짓누르지 않기를.”
오글오글!
그리드의 손발이 오그라짐과 동시였다.
덥썩!
마안족 왕의 작은 손이 그리드의 왼쪽 눈을 덮었다.
‘과연 어떤 마안이?’
그리드의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행운을 믿고 8할의 기대와 2할의 불안을 품은 그는 자신에게 이식 될 마안이 부디 최상급이기를 바랐다.
[마안족 왕이 권능을 발휘합니다!]
[마안족 왕이 당신에게 마안의 이식을 시도합니다!]
[시스템이 당신의 게임 행적과 패턴을 분석합니다. 현재 진행률 3%. 4%. 7% 11%...]
‘마안의 능력은 이식 대상의 본질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하더니?’
행적과 패턴의 분석을 토대로 플레이어의 성향을 파악한 후, 플레이어의 성향과 가장 잘 어울리는 마안을 주는 방식인 듯하다.
‘이건 아주 좋은 징조다.’
나는 플레이어 중에서도 가장 많은 전투 경험을 쌓은 사람 중 한 명이자 700 ‘종류’ 이상의 아이템을 제작해온 전설적 대장장이다.
이런 내게 부여 될 마안이 평범할 리 없다.
‘분명히 최고일 거야.’
그리드의 기대감이 더욱 더 고조됐다.
하지만 잠시일 뿐이다.
[현재 진행률 39%.]
‘...잠깐.’
9할까지 치솟았던 그리드의 기대감이 나락의 구렁텅이로 떨어졌다.
옛 기억을 돌이켜 보니 ‘행적’과 관련해서 켕기는 부분이 너무 많았다.
특히 파그마의 후예로 전직하기 전과 전직 후 초창기의 행적들이 문제였다.
먹자, 길막, 사기, 방화, 폭력, 기만, 욕설 등.
철없던 시절에 저지른 악행들 중 지극히 ‘일부’가 떠오르는 것만으로 머리의 용량이 초과될 지경이다.
‘나는 너무 많은 잘못을 저질러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