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템빨-884화 (879/1,794)

템빨 48권 - 9화

브누아 황자.

황후 마리아떼의 세 아들 중 하나인 그는 어려서부터 남달랐다.

야망을 품기보다는 지식을 탐구했고, 권리를 누리기보다는 어울리기를 즐겼으며, 혈통보다는 재능에 흥미를 보였다.

그가 소년 시절에 남긴 말은 유명하다.

내게 있어 정치란, 내가 해야 할 일이 아니라 보고, 들으며 박수치거나 지탄할 일이다.

황자로써의 의무를 등진 무책임한 발언이며, 자신이 황제의 정치를 평가하겠다는 불충한 발언이었고, 황좌에는 관심이 없다는 뜻의 표명이기도 했다.

확실히, 3황자 브누아는 황제의 자질이 아니었다.

차라리 학자나 혁명가에 가까웠다.

황제 쥬앙데르크는 브누아가 못마땅했다.

하지만 황후 아리아떼는 브누아를 사랑했다.

브누아 황자 또한 어머니를 사랑하고 존경했다.

자애롭고 현명한 그녀를 브누아 황자는 특별하게 여기었고 본받고자 노력했다.

그렇기에 어머니의 죽음에 가장 큰 충격을 받았다.

브누아 황자는 건강하던 어머니께서 갑자기 병 들기 시작했던 무렵부터 여러 정황을 의심했고 황비 마리에게 주목했다.

끝내 그는, 어머니를 시해한 범인이 황비 마리임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심증만이 있을 뿐 물증을 찾을 수 없었다.

브누아 황자는 태어나 처음으로 살의를 품었다.

태어나 처음으로 걷잡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

자신의 부인을 죽인 악녀의 치마폭에 의존하는 부친을 증오했다.

어머니의 죽음보다는 4황자의 입지가 커졌음에 전전긍긍하는 형제들을 원망했다.

그는, 복수를 꿈꿨다.

필사적으로 검술을 연마했다.

밤을 지새우며 마법을 학습했다.

황족의 재능 <적기>의 제어에 능숙해져갔다.

그리고 깨달았다.

무력으로 짓밟는 것은 진정한 복수가 아님을.

그는 황제가 스스로를 혐오하며 후회하기를 바랐고 형제들이 슬퍼하기를 바랐다.

원래부터 흥미가 있었던 주술과 의식 분야를 본격적으로 학습하게 된 계기다.

레베카 여신을 칭송하기보다는 칠악성의 배신 이유를 탐구하며, 악신 야탄을 증오하기보다는 대악마들의 쓰임새를 궁리해왔던 브누아 황자.

세계의 진실을 어렴풋이나마 엿보고 있던 그는 대악마라는 존재에게 거부감을 느끼지 않았다.

그는 대악마 소환을 시도했다.

죽은 이의 유령을 현신시킬 수 있다는 제4위 대악마 가미긴.

그로 하여금 어머니를 불러일으키고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진실이 황제와 형제들의 눈에서 피눈물이 쏟아지게끔 만들기를 바랐다.

여기까지가, 흑마법사 랭킹 1위 로제가 알고 있는 이야기다.

황비 마리의 야망을 이용해 황실을 혼란시킨 것도 야탄교요, 브누아 황자의 복수심을 이용해 대악마 소환에 협력하는 것 또한 야탄교였으니.

야탄의 종인 그녀가 브누아 황자의 이야기를 모를 리 없다.

“....”

로제는 제단 앞에 선 브누아 황자를 물끄러미 지켜보았다.

의식에 필요한 도구들과 인간의 영혼을 제물로 바친 그는 알 수 없는 주문을 외우고 있었다.

세상 그 누구보다도 필사적인 모습.

마치 살아있는 인간처럼 느껴졌다.

한낱 NPC에 불과함에도.

“....그리드의 기분을 조금은 이해할 지도.”

피식.

로제의 입가가 비틀린다.

이해와 공감은 달랐기에.

“멍~청이.”

한심하다.

내가 그리드였다면 훨씬 더 많은 욕망을 분출하고 충족하며 살았을 텐데.

그는 왜 그리 덧없는 인연들에 집착하는 걸까.

“그런 걸 호구라고 하나?”

입술에 손가락을 갖다 댄 채 고개를 갸웃거리는 로제의 모습은, 아름답고 사랑스럽다.

하지만 텅 빈 눈동자를 엿볼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소름끼쳐 보이리라.

타앗-!

전장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벼랑 위.

의식이 한창 진행 중인 그곳으로.

“찾았다.”

누군가 갑자기 난입해왔다.

발할라의 대장군 럭이었다.

그는 아레스 군단의 최고 실력자 중 하나다.

천외천 시절의 크라우젤조차도 럭의 실력을 인정하고 경계했었다.

“무슨 수작을 부리는 건지 모르겠다만. 관둬라.”

럭이 의식에 열중하고 있는 정체불명의 NPC와 그의 호위역으로 있는 로제를 향해서 주먹을 겨눴다.

로제가 필사적으로 외쳤다.

“방해하지 말아줘! 내 동생의 목숨이 달려있다고!”

“....엉?”

“내가 사람들의 비난을 받아가면서까지 야탄교에서 활동하는 이유가 뭔지 알아? 비난을 받는 만큼 퀘스트 보상이 크기 때문이야! 나는 돈이 필요해! 오직 돈 때문에 Satisfy를 플레이하는 거야!! 병든 동생의 치료비를 마련해줘야 한다고!! 치료비를 내지 못하면 내 동생이 죽어!!”

“....아니, 무슨. 어쩌라고.”

퉁명스레 대꾸하지만, 럭의 눈동자는 이미 흔들리고 있었다.

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눈앞의 로제가 적이라고 하나 그녀는 인간의 목숨을 논하고 있었다.

빈틈을 드러내는 럭의 얼굴에.

콰아아앙-!!

마법이 작렬한다.

큰 위력에 비틀거린 럭이 이를 갈며 고개를 들자.

“그러니까 봐줄 거지?”

지팡이를 겨누고 선 로제가 애타는 표정으로 물어오고 있었다.

그녀에게 동생은 없다.

럭은 진실을 알 도리가 없었으나.

“봐주긴 뭘 봐줘. 쯧, 네 사정을 내가 알 바냐?”

망설임을 버리고 로제에게 주먹을 날렸다.

콰쾅! 콰콰콰쾅!!

난무하는 폭음 속에서도, 브누아 황자는 그저 의식에 집중할 뿐이다.

***

『...이로써 템빨단의 4군 창단식이 끝났습니다.』

『엄청 화려한 창단식이었죠. 폭죽 값으로만 수만 골드는 썼겠어요. 허허.』

바니바니를 비롯한 세계 최고의 스트리머들과 각국 언론사 중계진이 레이단의 상황을 생중계했다.

며칠 전, 템빨단으로부터 중계 제안을 받은 그들은 솔직히 황당했었다.

전시.

심지어 수세에 몰리고 있는 최악의 상황에서 굳이 요란을 피어가며 새로운 길드를 만들겠다고?

더군다나 레이단은 전쟁의 주 무대가 아닌가.

길드 창단식을 굳이 전쟁터 한가운데서 할 필요가 어디에 있지?

가장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새로이 창단한다는 길드의 정체가 포병대라는 점이었다.

대포라는 병기가 큰 활약을 못하는 Satisfy 세계관에서 굳이 대규모 포병대를 조직할 이유가 뭘까?

사람들은 그리드의 기행을 이해할 수 없었다. 심지어 누군가는 겁에 질린 그리드가 미친 게 아니냐고 수군거렸다.

하지만 의외로 템빨단은 무사히 창단식을 마쳤다.

온갖 화려한 폭죽을 터뜨리며, 새로운 전력을 확충했음을 전 세계에 널리 알렸다.

결과는 의외였다.

제국군은 템빨단의 창단식을 노리고 급습하기보다 위축되었으며 사기가 저하됐다.

『전쟁 중에 도리어 세력을 확대하는 템빨국의 모습을 보고 큰 저력을 느낀 모양입니다. 흔히들 허장성세라고 하죠. 가장 기본이 되는 책략이되 위험부담이 높지만 성공 시 효과는 확실합니다.』

사람들은 뒤늦게 깨달았다.

그리드가 어째서 굳이 이 시기에 레이단에서 새로운 길드를 만들었는지.

물론 그리드의 책략이 아니라 라우엘의 책략이었으며, 뱀파이어 놀의 활약이 밑받침 되었기에 설계 가능한 계획이었지만 템빨국의 왕은 그리드다. 결국 모든 것이 그리드의 의도이자 업적이 된다.

-나도 포병인데 템빨단 가입 가능하려나...

템빨단을 향한 세간의 관심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포병 플레이어들은 하나 같이 템빨국에 기대를 걸고 적극적인 관심을 표했다.

사람들은 이를 가소로이 여겼다.

-템빨국이 진짜로 포병을 필요로 하겠어? 포병대 설립은 단순한 선전에 불과할 텐데.

-맞아. 제국한테 우리가 포병대를 만든 이유는 너희를 위협할 대포가 있기 때문이야~ 라고 어필하는 거지.

-실상은 제국을 위협할 대포 따위 없을 텐데.

대포는 발사속도가 너무 느릴뿐더러 적중률이 낮다.

건축물에 한해서는 강력한 위력을 발휘한다지만 움직이는 대상에게는 위협이 되기 힘들었고 종합적으로 마법보다 못했다.

-포병은 존재하는 이유가 뭔지...

-까이려고.

-그만들 해. 듣는 포병 서럽겠다.

대포는 장점이 적은 무기다.

마왕 토벌전에서는 꽤 활약했으나 그건 어디까지나 이벤트성 매치였기에 가능했던 특이 케이스다.

템빨단의 포병대 설립에 실용성은 없다.

여기까지가 사람들의 당연한 평가였다.

그리고 그리드는 늘 그랬듯이.

“포병대, 성벽 위로.”

상식을 깨부수기 위해서 준비 중이었다.

자신이 직접 제작한 유니크 등급의 템빨포 2문.

장인들이 제작한 레어~에픽 템빨포 8문을 성벽 위에 배치시킨 그가 명령하자 정의상실을 필두로 포병들이 허겁지겁 성벽에 올랐다.

그리고 보았다.

어느새 성벽 아래 모인 제국군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사막을 가득 매운 채 도열하고 있었다.

수십만이라는 단위는, 말로 듣는 것과 차원이 다른 압박감을 선사했다.

제국의 깃발을 내세운 그들의 중위에는 수백 대의 대포와 20대의 투석기가 있었고, 전위에는 수천 명의 방패병이 보였다.

“히익....”

포병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평생 골방에만 틀어박혀 있다가 드디어 첫 출진의 기회를 잡았는데, 하필이면 상대가 수십 만 대군이라니.

겁에 질린 그들에게 토반이 외쳤다.

“서둘러! 포탄을 장전하고 적의 투석기를 노려라!”

지금 이 순간에도 수천 명의 병사들이 투석기에 바위를 얹고 있었다. 바위가 워낙 커서 시간이 오래 걸릴 뿐이지 저것이 쏘아지는 순간 레이단의 성벽은 그대로 무너질 것이었다.

적군의 진입을 허용하는 순간 죽음이 닥쳐온다.

“서두르자!”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정의상실이 대포에 포탄을 장전했다.

그리고 깜짝 놀랐다.

포탄을 포신의 앞쪽이 아니라 뒤쪽에 넣을 수 있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장전 속도가 엄청 빠르겠어!’

포병들은 템빨포의 상세 정보를 확인할 겨를도 없었다.

아찔하고 다급한 상황 속에서 그저 명령대로 행동할 뿐이었다.

“조준!!”

토반이 외치자.

끼릭-!

끼리릭!!

서른 명의 포병들.

이제 <템빨 포병>이라고 불리게 된 포병 랭커들이 포신의 위치를 조정하기 시작했다.

간접 조준 사격.

곡사포의 장점을 살려, 포신이 하늘을 향하게 만든다.

곡사 시 포탄의 초속은 느려지지만 탄착각이 커진다.

더 높은 고도에서 떨어지는 포탄의 파괴력이 강해지기 때문.

표적에 더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다.

‘잘 해야 돼.’

‘무조건 명중시켜야 한다!’

포병 랭킹 1위~30위의 플레이어들.

지난 수 년 동안 그들은 활약할 기회가 전혀 없었다. 아무도 그들을 써주지 않았다.

하지만 허송세월했다는 뜻은 아니다.

각국 군대에 소속됐던 그들은 단 하루도 훈련을 거르지 않았다. 자신이 포병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기 위해서라도, 유일하게 대포를 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열렬히 훈련에 임했었다.

스킬 레벨이 낮고 경험이 부족할지 몰라도 열정만은 가득했고 이론에도 빠삭하다는 뜻이다.

“격발!!”

토반이 깃발을 내리자.

펑-!

퍼퍼퍼퍼퍼퍼퍼펑!!

사수와 부사수로 나뉜 포병들이 일제히 템빨포를 격발했다.

칠흑의 대포 10문이 동시에 불을 내뿜자 천둥번개 같은 소리가 전장을 뒤덮었다.

-하여튼 소리 하나는 요란해요.

-그러니까 말이야. 위력은 별 거 없으면서.

시청자들이 대포라는 무기 자체를 비웃는다.

아니, 비웃는 게 아니라 알고 있는 진실을 말할 뿐이다.

그리고 이 순간.

쿠쾅!!

쿠콰콰콰콰콰콰콰콰콰쾅!!

진실이 바뀌었다.

-.....헐.

10대의 템빨포가 쏜 포탄이 곡선을 그리고 날아가 떨어지더니 마법사들이 펼친 실드를 꿰뚫고 5대의 투석기를 풍비박산 내버렸다.

말도 안 되는 위력이었다.

산처럼 거대한 투석기가 고작 10개의 포탄에 주저앉다니....

이론적으로 설명이 안 되는 광경이었다.

“으아아아아악!!”

투석기에 바위를 옮기고 있던 수천 명의 병사들이 비명을 내지른다.

폭삭 무너져 내린 투석기의 잔해가 바닥을 뒹구는 병사들과 대포들을 깔아뭉갰다.

제국군 진형에 연이어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었다.

단 10대의 대포가 격발된 것으로 이런 참사가 가능하다고?

시청자들과 각국 중계진은 물론이고 템빨포를 발사한 포병들 본인조차도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한다.

템빨 포병들의 시야에 알림창이 떠오르고 있었다.

[제국군의 <랄크2 투석기> 격추에 성공하였습니다!]

[제국군 병사를 해치웠습니다.]

[제국군 병사를 해치웠...]

....

...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

...

[<화기 마스터리>스킬 레벨이 초급 마스터에서 중급 2레벨로 상승하였습니다!]

“뭣....”

상상조차 못해본 희소식만을 전달해오는 알림창의 향연.

템빨 포병들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기쁨을 느낄 정신머리도 없었다.

그들의 귓전에 토반의 격양 된 외침이 꽂혀왔다.

“장전!!”

“자, 장전!”

가출하려는 정신을 간신히 붙잡은 포병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2차 장전 속도 또한 빨랐다.

기존의 대포를 장전할 때보다 몇 배는 더.

“조준!!”

토반이 깃발을 든다.

포병들은 제국군 진형에 남아있는 15대의 투석기 중 4대를 집중적으로 노렸다.

이미 큰 바위가 얹어진 투석기들이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제국군 병사들이 낑낑거리며 밧줄을 당기고 있었다. 투석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투석기가 워낙 크고 바위의 무게가 상당하다보니 수백 명이 매달려도 속도가 느렸다.

그 틈에 템빨포 10대는 다시 불을 뿜었다.

“격발!!”

펑-!

퍼퍼퍼퍼퍼퍼퍼퍼퍼펑!!

이번 포격의 위력은 앞선 포격의 위력보다 더 컸다.

포병들의 능력치와 스킬 레벨이 올랐으니 당연한 현상이다.

-마, 말도 안 돼.

산처럼 큰 투석기들이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 모습을 보면서, 시청자들은 꿈과 현실을 구분하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템빨포는 그만큼 혁신적이고 위력적인 무기였다.

“어, 엄청 강하네.”

템빨단원들도 놀란 반응.

그들에게 그리드가 설명했다.

“대상이 대상인지라 위력이 더 세게나오는 거야. 사람을 대상으로는 저만큼의 위력이 안 나와.”

차분한 말투다.

저 괴물 같은 대포를 만들어온 당사자는 전혀 들뜬 기색이 없었다.

템빨단원들은 성벽 위에 배치 된 10대의 템빨포가 궁극의 형태가 아님을 직감했다.

‘설마 더 높은 등급으로 만들 수 있다고?’

‘이젠 대포까지 레전드리로 띄울 생각인가....’

“....!”

성벽 위.

동료들을 등지고 선 채 전장을 내려 보던 그리드의 눈이 한 순간 크게 뜨였다.

콧속에 주향(酒香)이 스며든다 싶더니, 제국군 진영으로부터 웬 거지발싸개 같은 놈이 튀어나오고 있었다.

그가 누구인지 그리드는 단번에 알아보았다.

“취공....!”

퍼엉-!

취공이 날아올랐다.

순식간에 성벽 위에 도달한 그가 일렬로 배치 된 템빨포를 노리고 일장을 뻗었다.

그의 공격을.

터엉-!!

방패를 꺼내 쥔 토반이 막아냈지만.

“커억!”

방패와 스킬이 무의미하게도 중상을 입은 토반은 일격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콧방귀 뀐 취공이 다시 템빨포를 노리고 일장을 뻗는 순간.

쩌정-!

두 개의 섬전이 날아들었다.

위험을 감지한 취공이 급히 자세를 낮추자 그의 떡 진 머리카락을 한 자루 검과 한 자루 호미가 스쳐지나갔다.

“....뭣?”

호미 쥔 농인과 눈이 마주친 취공이 귀신 본 표정을 지었다.

얼마나 놀랐는지 술기운이 날아갔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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