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빨 52권 - 11화
사람의 유형은 매우 다양하다.
많은 사람이 모일수록 별에 별 갈등과 사건이 발생하게 마련이다.
대도시의 관리가 힘든 이유였다.
인구가 적은 소도시야 시설물의 종류를 늘리고 기술을 발전시키는 것만으로 백성들이 충분히 만족하고 민심과 치안이 유지됐지만, 이미 모든 것을 갖춘 대도시는 별 괴상한 이유로 민심이 떨어지고 치안이 악화되는 경우가 빈번했다.
대도시의 영주는 보다 여러 사람을 만족시킬 수 있는 정책을 끊임없이 궁리해야만 했고, 정책의 시행에는 세금이 소모됐으며, 세금의 지출은 민심과 치안의 하락을 유발했으니 대도시의 관리는 살얼음판을 걷는 것과 같았다.
“골치 아프군. 뭐만 했다하면 자꾸 선동하는 무리들이 있군요.”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정책은 없으니까요. 다수가 만족할지라도 소수는 손해를 보게 마련이니 민심과 치안을 완벽히 유지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크리스가 영주로 있을 때는 잘 관리되지 않았어요?”
“크리스 님은 조력자가 많았으니까요. 자이언트 길드 시절부터 함께했던 동료들 말입니다.”
“개인의 기량도 나보다 뛰어났을 테고.”
“그건....”
“신경 쓰실 거 없어요. 크리스 그 양반, 진짜 엄청난 괴물이었구만.”
템빨국 제2의 왕도 레이단.
크리스의 후임으로 새 영주가 된 제드노스는 무척 고단했다.
도시의 발전은커녕 현재 규모를 유지시키는 일도 그의 능력으로는 벅찼다. 툭하면 떨어지는 민심과 그로 인한 시위 탓에 도시 경제가 위기를 겪었을 정도다.
귀족들과 둘러앉아 서류를 보거나 의논할 때면 지금 내가 게임을 하는 건지 직장에 출근을 한 건지 의문이 들었고, 사냥할 시간이 줄어든 만큼 랭킹 유지가 힘들어졌다.
지친다. 힘들다. 재미없다.
제드노스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지난 몇 년 동안 레이단의 발전을 주도하는 한편 랭킹 1위까지 찍었던 크리스가 얼마나 대단했던 것인지 그는 새삼 깨달았다.
‘세간의 평가보다 훨씬 더 뛰어난 기량을 지닌 사람이었어. 그런 괴물을 초라하게 만든 그리드 님은 거의 신이고.’
크리스.
하이 랭커인 제드노스가 봐도 놀라운 천재인 그조차도 그리드와 점점 더 커지는 격차를 좁히진 못했다.
적어도 그리드의 발목을 붙잡지 않으려면 시간을 온전히 자신에게 투자해야한다며 모든 업무를 내려놓고 템빨국을 떠났다.
‘있을 땐 몰랐는데 없으니까 많이 아쉽네.’
제드노스는 크리스를 비롯한 십공신의 부재가 매우 크게 와 닿았다. 십공신 한 명의 공백을 메우려면 적어도 열 명에서 많으면 수십 명에 이르는 템빨단원이 필요했으니 여러 분야에서 인력이 부족함을 느꼈다.
천만 다행인 사실은 시국이 평화롭다는 점.
외세의 견제와 침략까지 있었다면 십공신의 부재를 더욱 절실히 느꼈을 테지만 다행히 그 어떤 외세도 템빨국을 위협하지 않았다.
제국이 뒤를 봐주고 있으니 당연하다.
대륙 각지의 숲을 점거하고 있는 엘프조차도 제국에게 억압 받던 시절에는 세계수의 숲에 꽁꽁 숨어 지내지 않았던가.
제국의 권세는 여전히 절대적이었고 템빨국은 가장 큰 수혜자였다.
“후, 바람 좀 쐬고 올게요.”
귀족들을 뒤로하고 집무실을 떠난 제드노스가 거리로 나섰다.
요즘 그의 유일한 낙은 식도락.
맛있는 음식이 즐비한 레이단의 거리에서 유명한 음식들을 모두 맛보는 게 그의 목표였다.
‘여기서 아무리 먹어봤자 현실 체중이 증가하는 것도 아니니까 참 좋단 말이지.’
음식을 너무 좋아하는 나머지 비만이 된 사람들에게 있어서 Satisfy의 출시는 축복과 같았을 것이다.
Satisfy는 플레이어에게 완벽한 미각을 제공했으니까.
“냠냠.”
가장 가까운 노점상으로 향한 제드노스가 애피타이저로 노에빵을 선택했다.
이름 그대로 노에의 모양을 본떠 만든 빵이다.
노에는 템빨국의 마스코트이니만큼 인기가 무척 많았다.
표면은 바삭하고 빵은 촉촉하며 속에는 달콤하고 부드러운 크림이 한 가득이었으니 맛도 일품이었다.
‘라인하르트에서 이단의 요리를 먹을 때는 밥 먹기가 싫을 정도였는데 말이지.’
맛있는 음식을 먹으니까 행복하다.
업무로 받은 스트레스가 한 번에 풀리는 기분이다.
“....?”
싱글벙글 웃으며 노에의 앞발. 아니, 노에빵의 앞발을 뜯어먹던 제드노스가 문득 석상처럼 굳었다.
한 여성이 곁으로 다가왔는데 미모가 굉장해서 넋이 나간 것이다.
웃기는 사실은, 여성이 터번과 마스크로 얼굴을 꽁꽁 감싸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
여성이 노출하고 있는 부분은 고작 두 눈과 콧대의 일부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드노스는 그녀가 여태껏 본 누구보다 아름답다는 감상을 느꼈다.
유라, 지슈카, 아이린, 수애, 메르세데스 등의 세계적인 미녀들을 매일 같이 보아왔음에도 말이다.
여성이 말해왔다.
“그대가 이 도시에서 가장 강한 인간이로구나.”
“아.....”
제드노스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수백 미터를 전력으로 질주한 것처럼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여성의 고혹적인 음성에 매료된 것이다.
목소리에 반하는 경험, 제드노스 일생에 처음이었다.
태양에 물든 우주를 담아놓은 듯한 여성의 크고 붉은 눈동자에 제드노스의 얼빠진 얼굴이 투영됐다.
“힘의 섭리에 따라서 그대가 이 도시를 책임지고 있겠지?”
정체불명의 여성.
그녀는 무척 즐거운 눈치였다.
“그대의 권한으로 마차를 대령하도록 해라. 햇빛을 차단하는 커튼이 달려있는 마차면 좋겠구나. 그리고 가장 가까운 숲으로 나를 인도해다오.”
“....아.”
상태이상 ‘매혹’에 당해있음을, 제드노스는 뒤늦게 자각했다.
하지만 그것을 위험하다고 인지하진 못했다.
매혹은 대상의 정신을 혼탁하게 만들고 이지를 상실시키는 강력한 상태이상이므로 일단 매혹에 당한 이상 냉정한 판단이 불가능한 것이다.
제드노스가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제드노스는 열망했다.
여성의 이름을 알고 싶다.
맨 얼굴을 보고 싶다.
그녀를 섬기고 싶다.
내가 세상에 태어난 것은 지금 이 순간 그녀와의 만남을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진지하게 생각하며, 여성을 데리고 성으로 돌아온 제드노스는 병사들에게 마차를 대령하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때마침 들려오는 어떤 외침과 함께 정신을 차렸다.
“정결한 빛!”
레베카교 성직자 중에서도 고위 성직자만이 사용할 수 있는 상태이상 회복 스킬.
그것이 제드노스의 몸을 감싼 것이다.
“제드노스, 정신 차려!”
잠시 전.
레이단에 상주하는 템빨단원 중 치안대에 속한 인원들은 돌발 퀘스트를 획득했다.
정체불명의 여성이 나타나 백성들을 미혹하고 있으니 레베카교의 성직자들과 협조하여 혼란을 잠재우라는 내용의 퀘스트였다.
그래서 퀘스트를 수행하는 중이었는데 그 과정에 우연히 목격한 제드노스가 소란의 주범과 동행하고 있는 게 아닌가?
“야! 정신 차리라고!”
정결한 빛에 감싸이고도 잠시 멍하니 있는 제드노스에게 템빨단원들이 재차 소리쳤고.
“플라이!”
이를 악 문 제드노스는 우선 하늘로 떠올랐다.
정체불명의 여성으로부터 일단 거리를 둬야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는 혼란스러웠다.
‘저 여자의 정체가 뭐지?’
사람이 자각할 틈조차 주지 않고 상태이상을 부여하다니?
이런 경우는 듣도 보도 못했다.
결코 평범한 여자가 아니다.
판단하며 경계하는 제드노스와 템빨단원들의 행동은 신속했다. 급히 병사들을 호출하는 동시에 성직자들과 함께 여성을 포위했다.
그때였다.
콰아아앙-!
높은 상공에서부터 폭격이 발생했다.
운석이라도 맞은 것처럼 레이단 성 전체가 흔들렸고 제드노스와 템빨단원들의 시야가 어지럽게 돌아갔다.
“뭣....”
모두가 뿌연 흙먼지를 일으키는 폭격지로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는 운석이 아닌 한 사내가 서있었다.
그의 머리 위에 떠올라 있는 이름은 펜릴.
템빨단원 모두가 익히 아는 이름이었다.
“직계....?”
시조 베리아체의 자식들.
그중에서도 펜릴은 후작으로, 뱀파이어 서열 2위다.
베리아체로부터 단 하나의 힘밖에 계승하지 못한 다른 직계들과 달리 그는 3개의 힘을 계승했다고 알려진다.
“여기에 있었군.”
직계답게 엄청난 미모를 자랑하는 펜릴은 템빨단원들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어깨까지 기른 금발을 찰랑이며 걷는 그의 시선은 터번과 두건으로 얼굴을 꽁꽁 싸매고 있는 정체불명의 여성만을 주시하고 있었다.
“네가 잠에서 깨어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자, 일단 나의 도시로 가자. 의논해야할 일이 많다.”
“....?
템빨단원들의 시선 또한 여성에게 집중됐다. 그들은 펜릴의 태도를 통해서 여성의 정체를 유추하고 있었다.
믿기지 않지만, 그녀의 정체는....
“....마리로즈?”
브라함이 알려준 바에 따르면, 시조 베리아체는 본래 대악마였다.
심지어 ‘한 자릿수’ 서열에 속하는 최상위권 대악마.
그녀가 자신의 목숨까지 바쳐가며 낳은 마지막 자신이 바로 뱀파이어 공작 마리로즈였다.
“펜릴, 너는 여전히 햇볕을 두려워하지 않는구나.”
“나약한 뱀파이어만이 태양을 두려워하는 법이지. 조금 따끔거릴 뿐이다. 마리로즈 너는 아무렇지도 않겠지만.”
“나도 따가워. 그리고 이 느낌이 너무 싫다고.”
희고 가녀린 손.
그 끝에 붉게 칠한 손톱이 인상적이다.
펄럭-
쓸데없이 요염한 동작으로 터번과 마스크를 벗어던진 여성이 온전한 얼굴과 이름을 드러냈다.
동시에.
[뱀파이어 공작 마리로즈와 마주하였습니다.]
[이지를 초월하는 사기가 당신의 마력을 혼탁하게 만듭니다. 모든 종류의 마법과 스킬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뱀파이어의 시선은 하등한 종족을 굴종시킵니다. 의지를 상실하며 신체의 자유를 빼앗깁니다.]
[마리로즈의 매력은 절대적입니다. 이성을 무조건 매혹하며 동성조차 높은 확률로 매혹합니다.]
제드노스와 템빨단원들은 물론이고 모든 사악한 존재에게 강한 면모를 보이는 레베카교의 성직자들조차도 제자리에 석상처럼 굳어버렸다.
비단처럼 물결치는 흑발.
엉덩이까지 내려오는 그것을 한 번 쓸어 넘긴 마리로즈가 힐끔, 제드노스를 바라보았다.
순수와 퇴폐의 공존.
다양한 매력을 겸비하고 있는 마리로즈의 얼굴이 제드노스의 심장에 화살을 박았다.
“그대, 이 도시에서 가장 강한 인간이여.”
“....?”
“내가 그대에게 굳이 말을 걸었던 이유는 사실 따로 있어. 그대에게 그리운 냄새가 났거든.”
“....?”
냄새?
킁킁, 제드노스가 자신의 체취를 맡아보았다.
달콤한 노에빵 냄새가 배어있었다.
마리로즈가 펜릴에게 턱짓했다.
“말했다시피 나는 햇볕이 싫어. 네가 마차를 운전해서 나를 모시도록 해. 우선은 가장 가까운 숲으로 가자. 엘프는 예전부터 꼭 만나보고 싶었거든.”
“흥.”
콧방귀 뀐 펜릴이 겁에 질려있는 성직자 한 명의 목덜미를 잡아 마차의 운전석에 태웠다.
직계인 자신이 마차 따위를 운전할 순 없으니 인간에게 맡기겠다는 것이다.
그 태도가 화를 일으켰다.
푸카칵-!
“....!?”
과거, 뱀파이어 백작 엘핀스톤이 필살기 중 하나로 선보인 바 있는 블러드 쓰론.
그것을 압도하는 규모의 핏빛 가시가 허공에 거미줄처럼 생성되더니 펜릴을 고슴도치로 만들어버렸다.
쿨럭, 눈을 부릅뜨며 피를 토하는 펜릴에게 마리로즈가 무심한 표정으로 경고했다.
“내게 거역하지 마.”
“.....”
펜릴은 감히 대꾸하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마리로즈의 힘이 어머니를 초월한다는 사실을 상기하자 깨달은 것이다.
그녀 또한 새로운 직계를 낳을 수 있음을.
나를 대체할 수 있는 존재 따위, 그녀는 언제든지 만들어낼 수 있었다. 대악마 출신인 어머니와 달리 ‘성별’을 부여받은 이상 혼자서는 힘들겠지만 말이다.
“출발하자.”
“....”
마리로즈가 마차에 올라탔고, 순식간에 상처를 회복한 펜릴이 운전석에 앉았다. 이미 운전석에 앉아있던 성직자가 어찌할 줄 모른 채 벌벌 떨었지만, 펜릴은 그녀를 개미마냥 신경 쓰지 않고 채찍으로 말의 엉덩이를 때렸다.
바로 그때였다.
“멈추시오!!”
일단의 무리가 나타나 마차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마리로즈여! 당신이 잠에서 깨어날 거라는 신탁을 듣고 달려왔소!”
무리의 선두에서 외치는 사내.
그는 대륙에서 가장 큰 상징성을 지닌 옷을 입고 있었다.
금색실로 성스러운 문양을 수놓은 백색의 의복.
바로 교황의 옷이었다.
“본교는 그대의 등장을 허락할 수 없소!”
교황 데미안이 소리치자 3명의 여성이 지면을 박차고 도약했다.
리파엘의 창, 미카엘의 검, 이브리엘의 방패.
아주 먼 옛날, 마리로즈를 봉인하는데 일조했던 레베카교의 삼신기를 무장한 여성들이었다.
태양보다 찬란하게 빛나는 극강의 신성력이 일대를 장악하며 템빨단원들과 성직자들의 상태이상을 치유해주었고 펜릴의 눈살이 찌푸려지게 만들었다.
데미안은 이미 풀버프를 두르고 있었다.
“인류의 평화를 위해 다시 관으로 돌아가시오!”
재차 외치는 데미안.
그는 신탁을 통해서 생성 된 이번 히든 퀘스트, <마리로즈 봉인>의 성공률을 높게 점치고 있었다.
교단의 삼신기는 빛의 여신 레베카가 직접 하사한 것이며, 이미 한 번 마리로즈를 봉인했다는 ‘역사’까지 보유하고 있었으니 마리로즈에게 상극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제아무리 마리로즈가 최강의 뱀파이어라고 해도 상성 상 우위에 있으니 결코 꿀릴 게 없다고 믿었다.
한데.
콰작-!
“커억!!”
데미안은 마리로즈와 대면하기도 전에 죽음의 문턱에 서고 말았다.
홀로 레베카의 딸들과 호각을 겨루던 펜릴이 혈류의 창을 투척해 데미안에게 치명상을 입힌 것이다.
“애송이 교황 따위가 미쳤군. 크레이슐러가 유난히 특별했음을 모르는가?”
말은 그렇게 하지만, 펜릴은 마리로즈를 봉인했던 레베카교의 저력을 충분히 경계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결코 방심하지 않고 레베카교의 우두머리인 교황을 우선 표적으로 삼았다.
수차례의 공방 끝에 이사벨의 창격을 흘리고, 린의 검격을 막아내고, 루나의 방패를 돌파하는데 성공한 그가 데미안의 목덜미를 거머쥐는 순간.
“죽이지 마.”
마차 안에서 마리로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소 들뜬 음색이었다.
“그자에게도 그리운 냄새가 배어있구나. 후훗, 괜히 미움 받고 싶지 않으니 살려두도록 해.”
“....?”
마리로즈의 말뜻을 해석할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펜릴조차도 이해하기 힘들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굳이 질문하지 않고 순순히 데미안을 놔줬다. 그리고 운전석으로 돌아가는 그를 레베카의 딸들은 제지하지 못했다.
지독히도 아름다운 마리로즈의 음성에 담긴 사기를 토대로 그녀의 힘을 추량했기 때문이다. 그녀의 힘은 레베카의 딸들의 예측을 아득히 넘어서고 있었다.
달그락. 달그락.
마리로즈를 태운 마차가 유유히 지나간다.
데미안과 레베카의 딸들, 그리고 제드노스와 템빨단원들.
그들 모두가 멀어지는 마차의 뒷모습을 그저 지켜만 보았다.
***
<(속보) 뱀파이어 공작 출현!>
<교황과 레베카의 딸들이 압도당해....>
공교롭게도 목격자가 있었다.
레이단 성에서 발생한 펜릴과 데미안 일행의 전투 영상이 인터넷에 급속도로 확산됐다.
뱀파이어 후작 펜릴의 강력한 힘이 사람들을 경악시켰다.
하지만 대악마나 오크 로드의 출현 때와 달리, 사람들은 별 불안을 표출하지 않았다.
템빨국 내에서 벌어진 사건이니만큼 이번에도 역시 그리드가 알아서 해결할 것으로 생각했고, 그보다는 펜릴의 외모와 마리로즈의 음색에 호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미 마리로즈와 펜릴의 팬카페가 성황을 누리고 있을 지경.
외모지상주의 사회답게 뱀파이어와 인류는 화합을 이뤄야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그리고 마리로즈가 말한 ‘냄새’의 정체가 무엇인지 20억 플레이어 모두가 궁금해 했다.
“킁킁.”
그리드는 자신의 겨드랑이 냄새를 맡아보는 습관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