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템빨-1167화 (1,157/1,794)

템빨 60권 - 02화

S.A그룹은 세계 모든 지역의 식문화 자료를 수집해서 Satisfy에 반영했다. 뿐만 아니라 Satisfy에만 존재하는 독창적인 식재료를 또 수백 종 창조하였으니, Satisfy의 음식 문화는 상상을 넘어설 정도로 방대하고 훌륭하다 할 수 있었다.

오직 미식을 즐기기 위해서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람이 흔할 지경.

‘오늘은 또 어떤 새로운 음식을 맛볼까?’

많은 사람들이 기대를 품고 Satisfy에 접속하는 이때....

<라인하르트 한식당>

십공신의 일각, 극검은 늘 그랬듯이 한식당을 방문했다.

“나는 깻잎이 정말로 좋아.”

젓가락질이 경건하다.

삼겹살을 집어 깻잎에 얹은 극검이 동석한 청년에게 질문했다.

“왜일 것 같나?”

“그것은....”

극검과 마주보고 앉은 청년의 아이디는 대독만.

대한애국협회의 VVIP회원인 그는 본래 Satisfy를 여가 생활쯤으로 즐겼었다.

하지만 그의 게임 재능이 엄청나다는 사실을 알아 본 극검이 그를 전업 게이머로 전향시키고 수제자로 삼았다.

신중하게 생각해본 대독만이 대답했다.

“생으로 먹어도 맛있고, 양념해서 먹어도 맛있고, 김치 담가서 먹어도 맛있고, 간장이나 된장에 절이거나 조려 먹어도 맛있고.... 뭘 어떻게 먹어도 맛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후훗, 반쪽짜리 정답이군.”

입 안 가득 쌈을 넣은 극검이 고개를 저었다. 아직 넌 멀었다는 듯이 씁쓸한 표정을 짓는 그의 양쪽 뺨이 삼겹살 네 점과 흰쌀밥으로 가득 차 부풀어 올랐다.

“우물우물, 꿀꺽. 물론 깻잎은 맛있다. 삼시세끼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고 맛있어. 하지만 내가 깻잎을 좋아하는 건 그런 단순한 이유 때문이 아니야.”

극검의 눈빛이 날카롭게 번뜩였다. 칼날을 보는 듯했다.

“깻잎에는 권능이 있다.”

“....?”

“한민족의 DNA를 감별하는 권능!”

“....한민족의 DNA를 감별한다고요?”

“그래. 지구상에서 오직 대한민국 국민만이 깻잎을 맛있다고 느끼지.”

“....!?”

“깻잎을 좋아한다는 건 즉, 본인이 순수한 혈통의 대한민국 국민임을 증명하는 것이다. 어때? 참으로 신비하고 낭만적이지 않나?”

“저.... 회장님, 대한민국 국민 중에도 깻잎을 싫어하는 사람은 분명히 있을 겁니다. 그건 무슨 경우입니까?”

“조상님 중에 외국인이 있나보지.”

“터키의 어느 지방 향토 음식은 깻잎을 넣은 수프라고 들었습니다.”

“터키가 괜히 형제의 나라가 아닌 거다.”

“과연....! 그런 것이군요! 아귀가 딱딱 맞아 소름이 돋을 지경입니다!”

“앞으론 너도 매일 깻잎을 먹도록 해라. 그 맛과 향을 음미하며 네 몸속에 흐르는 한민족의 DNA를 일깨우고, 만끽하며 자부심을 키워라. 세종대왕님과 이순신 장군님께서 바로 우리의 조상임을 한 순간도 잊지 마라!”

“예! 명심하겠습니다!”

“....저쯤 되면 영업 방해로 신고해야하는 거 아니야? 저 양반이 올 때마다 손님 발길이 뚝 끊기는데?”

“놔둬. 치안대도 십공신 상대로는 아무 것도 못하니까.”

사제지간의 대화가 식당 주인의 원망을 사는 바로 그때였다.

[국왕 ‘그리드’가 당신을 호출합니다.]

“....!”

따뜻한 흰쌀밥을 깻잎 장아찌에 싸서 입으로 가져가던 극검이 젓가락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드의 부름이라니!

안 그래도 오늘 라인하르트에 귀환했다는 소식을 듣고 연락을 기다리고 있던 차에 기쁘다.

“회장님?”

“갓리드가 나를 찾는군. 대체 얼마나 빨리 보고 싶으면 굳이 기사 소환 스킬까지.... 후훗, 갓리드도 참.”

“대한민국의 자랑을 넘어 인류의 등불이 되신 갓리드 님께서 회장님을 친히....!!”

“갓리드가 의지하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가 바로 나, 대한애국협회장 강대한 아니겠나.”

“과연 회장님이십니다! 제 가슴이 다 웅장해집니다!!”

“벗과의 회포가 길어질 수 있으니 식사는 혼자서 마무리하도록.”

“예! 스승님!”

스파앗!!

빛의 잔재를 남기고 사라지는 스승의 모습을, 대독만은 감격한 채 지켜보았다.

***

“갓리드! 나를 찾았나!!”

어차피 라인하르트에 머물고 있었다.

당장 튀어오라고 귓속말 한 번 보내면 될 것을, 뭘 굳이 기사 소환 스킬까지....

‘도대체 나를 얼마나 빨리 보고 싶었으면....’

흐뭇해서 빙그레 미소 짓는 극검을 그리드는 돌아보지도 않았다.

“어서 이리 와요. 곡괭이 챙기고.”

“암, 그래, 그래.... 응?”

곡괭이?

가만, 그러고 보니 여긴 어디지?

당연히 왕궁, 혹은 대장간일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너무 생소하다.

자연히 입이 떡 벌어지는 거대한 공동.

한쪽에는 보물의 산이 가득 쌓여있다.

“....드래곤 레어?”

염룡 트라우카의 둥지에 입장했다는 메시지를 뒤늦게 확인한 극검이 기겁했고,

“빨리! 시간 없어요!”

그리드는 여전히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그를 재촉했다.

“어? 으, 응....”

얼떨결에 곡괭이를 꺼내 쥔 극검이 그리드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평평한 석벽 한쪽에 깊숙이 박혀있는 붉은 돌을 발견하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화석(火石)?”

그리드를 처음 만났던 코크로 섬 던전.

그곳에서 헬가오가 출현할 때마다 자랐던 광물이 바로 화석이다.

극검은 그 끔찍한 헬가오 놈이 설마 이곳에서 다시 부활하는 것인가 근심했다.

그리드가 고개를 저었다.

“화석은 화석인데 보통 화석이 아니야. 염룡의 숨결이 빚은 화석이에요.”

“염룡의 숨결이 빚은?”

“쉽게 말해서 브레스를 머금은 거죠. 이건 제 새로운 신검의 재료가 될 겁니다.”

물론 그리드에겐 주작의 숨결이 있다. 주작의 숨결로 만든 무기만 해도 불을 뿜어댔다.

하지만 주작의 숨결은 성스러운 권능으로 아군을 치유하는 등의 부가효과를 지닌 힘이다.

공격적인 측면에서 봤을 땐 모든 것을 파멸로 인도하는 드래곤의 숨결과 비교해서 당연히 급이 떨어졌다.

“브레스를 쏘는 검....!”

찰떡 같이 알아 들은 극검이 전율했고, 그리드는 웃었다.

까앙! 까앙!!

우리가 함께 합을 맞춰 곡괭이질 하는 게 도대체 얼마만인가.

나란히 선 두 사내는 서로가 처음 만났던 날을 떠올렸다.

이젠 추억으로 남은 헬가오와의 격전과 가우스 왕국군과의 전쟁이 그들의 뇌리를 스쳤다.

‘함께.....’

‘....참 많은 일을 겪어왔구나.’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왔다.

상대방에게 누가 더 많은 도움을 주었는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함께할 때면 든든했고, 즐거웠다.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채광 기술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채광 기술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무려 드래곤 레어에서 드래곤이 빚은 화석을 채광하는 경험을 과연 누가 할 수 있을까?

화석이 점차 그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낼수록 그리드와 극검의 채광 기술이 빠르게 발전했다.

극도로 집중한 두 사내는 희열마저 느꼈다.

하지만 기쁨은 짧았다.

차가운 현실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40초 남았다.”

“....!”

너무 집중한 나머지 시간의 흐름을 잊고 있었다.

어울리지 않게 딱딱하게 굳은 브라함의 목소리를 듣고 상념에서 깨어난 그리드가 곡괭이질을 서둘렀고 눈치껏 상황을 파악한 극검도 작업에 박차를 가했다.

그러다가 문득 낭패어린 소리를 뱉었다.

“이 이상 서둘렀다간 원석이 손상될 것 같은데.”

채광은 빨리하는 게 능사가 아니다.

최대한 원석을 손상시키지 않고 채굴해야만 고등급의 원석을 손에 넣을 수 있다.

똑같은 광물이라도 등급에 따른 가치가 달랐으므로 극검은 신중하고 싶었다.

어쩌면 두 번 다신 구하지 못할 광물 아닌가.

물론 그리드의 마음도 같았다.

하지만 시간이 없다.

브라함의 설명이 그를 더욱 초조하게 만들었다.

“트라우카가 도착하기 전에 우리의 흔적을 말소해야할 시간이 필요하다. 티끌만한 흔적이라도 남겼다간 놈에게 지옥 끝까지 추적당할 테지. 20초 남았다.”

브라함 자신은 트라우카의 추적을 피하기 쉽다. 마력의 성질 자체를 변화시키면 설령 이곳에 마력의 잔향을 남길지라도 트라우카를 기만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리드와 극검은 다르다. 천하의 브라함이라도 타인의 마력 성질을 단시간 내에 바꾸지 못했다.

두 사람의 흔적은 반드시 지워야했다.

‘이런 제길....!’

이제 4분의 3 정도 모습을 드러낸 화석.

20초 안에 이것을 채굴하기 위해선 결단을 내려야할 때다.

‘욕심 부리다가 못 챙기는 것보단 낫다!’

이를 악 문 그리드가 곡괭이를 높이 치켜들었다.

그리고 그대로 내리치려다가 다시 망설였다.

원석을 4분의 1이나 손상시켜가면서까지 채굴할 경우, 분명히 하품(下品)이라는 평가가 매겨질 것이기 때문.

“15초.”

“후!”

그래, 망설일 때가 아니다.

재차 마음을 다스린 그리드가 곡괭이를 그대로 내리 찍으려는 순간이었다.

“잠깐!”

극검이 그리드의 팔을 붙잡아 세웠다.

그리드 탓에 이미 오래 전부터 강제로 채광 스킬을 습득하고 단련해온 극검의 채광 스킬 레벨은 그리드보다 훨씬 높은 바.

“내게 맡겨라!”

푸욱!!

곡괭이를 지렛대 삼아 원석과 벽 사이에 아주 작은 틈새를 만든 극검이 그 안으로 손을 구겨 넣었다.

“뭣....! 극검!”

그리드의 눈살이 절로 찌푸려졌다.

꽈드득! 빠직!!

압력을 견디지 못한 극검의 손이 박살나는 소리가 거대한 공동에 소름 돋게 울려 퍼진다.

“나를....! 믿어줘!”

뿌득! 뿌드드득!!

부러지다 못해 으스러지는 손에 더 큰 힘을 주는 극검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골절의 고통을 여러 번 체험해본 그리드는 온몸의 털이 삐죽 서는 감각을 느꼈다.

문지방에 새끼발가락을 찧을 때나 느낄 고통을, 지금 극검은 계속해서 감수하고 있는 것이다.

얼마나 큰 고통일지, 상상만으로도 소름이 돋는다.

“극검!”

“5초.”

“조금....! 조금만 더!”

꾸욱!

극검의 악 물린 입술에서 피가 터져 나왔고,

“3초.”

“조금만.... 더!!”

극검의 전신이 파르르 떨렸다.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기 일보직전 같아 보였다.

하지만 극검은 손끝에 준 힘을 풀지 않았다. 가루가 되기 직전인 손을 도리어 더욱 깊숙이 벽에 박아 화석을 끄집어냈다.

“1초.”

푸욱!!

시간 제한이 끝남과 동시에 붉은 원석이 튀어나왔다.

완전히 부러져 덜렁거리는 손으론 그것을 잡지 못해 놓치는 극검을 부축한 그리드가 갓 핸드를 소환했다.

“돌아간다.”

심상세계를 거두고 일대의 모든 흔적을 지워버린 브라함이 극검과 그리드의 어깨 위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화석을 챙긴 갓 핸드가 그리드의 품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모습을 확인한 뒤에야 매스 텔레포트를 전개했다.

인공 정령왕의 지적 수준을 진즉부터 파악했던 브라함이 남긴 말이 텅 빈 공동에 메아리쳤다.

“오늘 너희가 본 일을 발설하지 마라. 내 경고를 무시하는 즉시 탈리마를 멸망시키겠다.”

-.....

파르르 몸을 떤 정령왕들이 아무 것도 없는 허공에 대고 연신 고개를 끄덕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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