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템빨-1188화 (1,178/1,794)

템빨 60권 - 20화

제목:야탄교에서 경험치 물약 파는데요?

내용:야탄교에서 경험치 물약을 캐시로 파네요. 1단계 물약은 100레벨 미만 플레이어만 복용할 수 있고 2단계 물약은 100레벨부터 199레벨까지, 3단계 물약은 200레벨부터 299레벨까지 복용할 수 있어요. 전부 동일하게 경험치 700퍼센트 추가 획득이고, 다른 경험치 상승 버프들과 중첩 적용이 된답니다. 가격은 한화로 개당 85,000원에 부가세 별도네요. 할부 안 되고요.

한 유명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글이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당연히 조소적인 반응들이 잇따랐다.

-경험치 물약을 판다고? 그것도 현금 받고?

-이야~ 그렇군요. 아침부터 헛소리하고 자빠지셨네요.

-어디서 망겜하다가 온 꿈 꾸셨나?

-ㅂㅅ

Satisfy를 플레이하기 위해선 캡슐과 월정액 비용이 필요하다.

캡슐 비용은 최소 1,000만원에서 수억 원을 호가하기도 하며 월정액 비용은 30만 원 이상으로 무척 비싼 게임이었다.

한데 심지어 유료 아이템까지 출시를 했다고?

그럴 리가 없다.

S.A그룹이 미치지 않은 이상 유저들 눈깔의 먹물까지 빨아먹을 기세로 게임을 운영하진 않을 것이다.

애초에 요즘 게임엔 유료 아이템이 존재하지 않는다.

Satisfy의 영향으로 입지가 약해진 온라인, 모바일 게임들이 어떻게든 연명하고자 유료 아이템의 판매를 중지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S.A그룹이 유료 아이템을 출시한다?

세간의 비난이 S.A그룹에게 집중될 것이고 주가가 폭락할 텐데 과연 S.A그룹이 감당할 수 있을까?

제목:진짜 출시했는데요?(스샷 첨부)

내용:<초보 모험자를 위한 성장 물약>, <중급 모험자를 위한 성장 물약>, <상급 모험자를 위한 성장 물약>

-....

-....

-....S.A 이 또라이 새끼들이 드디어 선을 넘는구나.

-ㅋㅋㅋ 안 그래도 캡슐 장사랑 국대전 광고 팔이로 캐시 두둑하게 챙기고 있는 놈들이 유료아이템까지 내놔? ㅋㅋㅋ 와 진짜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돈독이 올랐네.

-불매운동 해야 됩니다. 다들 모바일 게임 겪어봤잖아요. 유료아이템 이거, 한 번 나오기 시작하면 나중엔 걷잡을 수 없게 되요. 이대로 가면 강화석까지 다 캐시로 팔아먹을 거라고요.

-강화석은 몇 년째 계속 시세가 미쳐있어서... 캐시템으로 팔아주면 오히려 감사할 듯합니다.

-개돼지 많네. 캐시템을 팔아주면 감사하겠다고? ㅋㅋ 빙시들이 지들이 돈 내고 게임하고 있단 사실도 까먹었나보네ㅋㅋㅋ 안 그래도 월정액비 지불하고 게임하는 마당에 왜 돈을 추가로 퍼줘야 되냐?

-S.A가 사라고 강요했수? 살 사람만 사라고 했지.

-응~ 꼬우면 넌 사지마ㅎㅎ 나만 사서 열랩 해야징.

-우리 호구가 되지 맙시다! 우린 S.A그룹이 요구하는 금액을 정당하게 지불하고 게임을 플레이 중인 고객입니다, 고객! 갑자기 예고도 없이 경험치 물약을 출시해서 기존까지 열심히 게임을 플레이했던 사람들에게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힌 S.A그룹을 비난하고 저지할 권리가 있다고요! 다 같이 합심해서 불매운동 합시다!!

-캐시템 나오는 순간 핵과금러들하고 경쟁에서 완전히 도태됨! 캐시템 결사반대!

-과금러들은 이미 개인거래로 현질 엄청 하는 중인데 무슨 새삼스럽게 경쟁에서 도태 되요. 애초에 1~299레벨까지만 적용되는 경험치 물약을 판매하는 건데 이게 핵과금러하고 무슨 상관임? 오히려 우리 같은 라이트 유저들을 위한 업데이트 같은데.

-옳소!

-아니 님들.... 이번에 내놓은 캐시템 매출이 대박나면 앞으로 지속적으로 캐시템을 추가할 테고 그게 문제라는 거예요. 왜 사태의 심각성을 이해 못하는 거지....

-니들이 백날 떠들어봐야 S.A는 못 말려. 니들이 꼬우면 뭐 어쩔 건데? 겜 접을 거야? 이제 와서 컴퓨터 앞에 앉아서 모니터보면서 게임할 수 있냐? 응? ㅋㅋㅋ 니들 Satisfy 못 접잖아ㅋㅋㅋ S.A한테 호구 잡힌 거 축하한다.ㅋㅋㅋ

....S.A그룹은 세간의 비난을 능히 감당할 수 있었다.

주가가 떨어지기는커녕 도리어 올랐다.

사람들도 아는 것이다.

가상현실게임에 적응한 사람들이 이제 와서 다시 온라인 게임이나 모바일 게임으로 돌아갈 리 없단 사실을.

게다가 S.A그룹이 출시한 경험치 물약은 신규 유저 유입에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에 주가 상승과 직결되는 것이 당연했다.

소란 속에서 임철호 회장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전 세계 800개 언론의 기자들이 던지는 의문들을 차근차근 해소해주었다.

“우선, 수차례 말씀드렸다시피 당사는 게임 내용에 일절 관여하지 않습니다. 개발진은 단지 Satisfy의 시스템과 세계관을 창조했을 뿐이며 오픈 이후 발생한 모든 변화는 플레이어들과 모르페우스가 만든 결과입니다.”

“이번 경험치 물약 사태도 마찬가지란 말씀이십니까? 유료 아이템을 S.A그룹측에서 업데이트한 게 아니라 플레이어들과 모르페우스가 업데이트한 거라고요?”

“그렇습니다. 플레이어들의 선택과 행동이 야탄교를 크게 약화시킨 탓에 야탄교엔 신규 플레이어의 유입이 날마다 줄어드는 상황이었습니다.”

정확히는 그리드의 선택과 행동이 불러일으킨 결과였지만, 임철호 회장은 굳이 거기까진 설명하지 않았다.

“게다가 야탄교의 가장 큰 경쟁세력인 레베카교는 하루가 멀다 하고 강성해지고 있으니 야탄교의 멸망이 다가올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죠.”

이 또한 그리드의 선택과 행동이 불러일으킨 결과였지만 임철호 회장은 침묵했다.

“하지만 야탄교에겐 해야 할 역할이 남아있습니다. 절대신 중 하나인 야탄을 섬기는 종교라는 설정 상 크게 융성해져도 밸런스적으로 문제가 없고요.”

임철호 회장이 자료화면을 불러왔다.

이번에 출시한 경험치 물약들의 이미지와 상세 정보가 홀로그램에 떠올랐다.

“보시다시피 성장 물약들의 복용 조건은 ‘야탄교 신도’로 한정됩니다. 신규 유저들과 중위권 유저들을 야탄교로 유입시키기 위한 업데이트라는 증거이죠. 모르페우스는 순전히 Satisfy의 밸런스를 수호하기 위해서 이번 업데이트를 진행한 겁니다.”

“하지만 현금으로 판매하는 이유는 뭔가요? 사람들이 이번 사태에 S.A그룹이 개입했다고 의심하는 이유는 저 아이템이 유료 아이템이기 때문입니다. 오직 야탄교와 게임의 밸런스를 위해 출시한 아이템이라고 하기엔 S.A그룹이 가져가는 이익이 너무 큰 것 같은데요?”

“Satisfy는 오픈 필드 시스템이 적용된 단일 서버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서버비용이 천문학적이죠. 그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선 당사의 매출이 일정 수준 이상 유지되어야하는데 모르페우스가 그러한 부분까지 고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인공지능의 배려라.... 그것 참 감동적인 스토리군요....”

몇몇 기자들이 빈정거렸지만 대놓고 물고 늘어지는 사람은 없었다.

대부분의 기자들이 이번 업데이트를 긍정적인 시각으로 보고 있었던 까닭이다.

절대 악으로 서대륙의 모든 세력과 적대했던 야탄교의 최근 나약한 모습은 게임의 흥미요소를 줄이는 원인 중 하나가 됐었다. 야탄교의 부활과 활약이 시급했다.

“하지만 신규 유저와 중위권 유저들이 유입되는 정도로 야탄교가 부흥할 수 있을까요? 수천, 수만 명의 평범한 사람보다 한 명의 강자가 훨씬 더 가치 있음이 거듭 증명 되어온 게임인데, 단지 숫자만 늘어난다고 해서 야탄교가 예전의 입지를 되찾을 수 있을지 의문이군요.”

미국 최대 언론의 선임기자가 현실을 꼬집는 질문을 던지자 임철호 회장이 빙그레 웃어주었다.

“변화가 근시일 내에 찾아오진 않겠지요. 우선은 씨앗을 뿌리는 겁니다. 또한 성장 물약의 판매는 야탄교 부흥 업데이트의 전부가 아니고 일부일 뿐이죠. 야탄교는 반드시 부활할 겁니다.”

야탄교의 성장 방식은 처녀를 납치해서 제물로 바치고 신도들의 마력을 강화하거나 대악마를 소환하는 것에 있다.

소위 말하는 마을주민1, 2급 NPC들을 납치해서 수작을 부리는 조직이기 때문에 질보단 양이 많은 편이 능률이 좋았다. 신규 유저의 대규모 편입은 야탄교의 발전 속도를 빠르게 증진시킬 것이었다.

더군다나 아직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은 사실이지만, 야탄교의 배후에는 분쟁의 대악마 아모락트가 있다.

제1위 대악마 바알과 대적하는, 대적할 자격을 지닌 몇 안 되는 대악마.

야탄교는 실로 폭발적인 잠재력을 지닌 세력이란 뜻이다.

“회장님께서 그토록 자신하시니 앞으로의 판도가 더 기대되는군요. 한데 말입니다.”

홀로그램 키보드를 두들기며 흥미롭게 듣던 선임기자가 이내 키보드에서 손을 떼더니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모르페우스의 판단과 선택에 의해서 업데이트가 진행되는 거라면 앞으로도 또 같은 일이 발생할 수 있겠군요? 야탄교의 세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되면 그땐 레베카교에서도 성장 물약을 판매하는 식으로 말이죠.”

확실히 집고 넘어가야할 문제였다.

플레이어는 갑작스러운 업데이트를 원하지 않는다.

만약 또 같은 일이 예고 없이 반복될 경우 그때는 좋게 넘어가기 힘들 수가 있었다.

임철호 회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하지만 같은 상품을 판매하는 일은 없을 것 같군요. 모르페우스의 성격을 고려해봤을 때 세력별로 특화 된 아이템을 판매하게 될 것 같습니다.”

앞으로 어떤 새로운 상품이 등장하고 어떤 식으로 세력 간의 밸런스가 맞춰질지는 임철호 회장도 알지 못했다.

보통 사람들은 의아해할 표현이지만, 어디까지나 모르페우스의 ‘성격’을 토대로 추측하는 것에 불과했다.

‘야탄교 다음은 쥬다르교와 도미니언교가 부흥하게 될 테지.’

레베카교가 너무 많은 신도를 모아버렸다.

종교를 지닌 플레이어 중 80퍼센트가 레베카교에 소속됐을 정도며 종교가 없어도 레베카교와 우호관계를 맺고 있는 플레이어의 숫자가 너무 많았다.

그중 하나가 그리드였고 말이다.

임철호 회장이 예상하기엔 우선 종교 간의 밸런스가 맞춰지는 것을 계기로 세력의 판도가 바뀔 듯했다.

‘머잖아 강한 권한을 지닌 신들이 등장하겠군.’

신격은 섬김으로부터 온다.

조만간 어떤 퀘스트나 에피소드를 빌미로 인계에 현현하는 신들이 많아질 것이다.

빛의 여신 레베카처럼 말이다.

“....흠.”

생각하던 임철호 회장이 침음했다.

번헨 열도에 있는 그리드의 석상을 떠올린 까닭이다.

‘설마 종교까지....? 아니겠지.’

같은 시각, 신영우의 집.

“모르페우스 핑계 하나면 만사형통이구만. 아주 그냥 돈독이 올라서는 쯧쯧.”

로그아웃해서 쉬고 있던 신영우는 티비에서 생중계 되는 기자회견을 보며 혀를 차고 있었다.

순전히 ‘유료 아이템’에 초점을 맞춘 비난이었고 유료 아이템의 내용인 성장 물약을 비난하는 건 아니었다.

그렇다.

자신은 힘들게(?) 올린 레벨을 남들은 편하게 올리게 된 상황임에도 그는 별 감흥이 없었다.

비단 그뿐만 아니라 다른 랭커들 또한 어떤 박탈감을 느끼지 못했다.

300레벨까지 편하게 올리면 뭐하나?

어차피 진짜 렙업은 300레벨 중반부터 시작인데.

게다가 신규, 초보 유저들의 빠른 성장은 도리어 환영할만한 일이다. 유저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게임도 흥하고 랭커들의 권한도 더 막강해지는 법이니까.

“어쨌든 재밌어지긴 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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