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템빨-1349화 (1,339/1,794)

소리 없이 날아온 한 자루의 창이 파울드가 간신히 겹쳐 만든 5장의 실드를 산산조각 냈다.

파울드는 똑똑히 보았다.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무변했던 페이커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번지는 광경을.

‘이...런...’

파울드는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듯한 착각을 느꼈다.

깨어져 흩어지는 실드의 잔해를 비집고 들어오는 그림자 검의 칼날이 그의 떨리는 동공에 투영됐다.

“가라, 페이커!!”

전장에 새로운 외침이 난입했다.

***

“...!?”

아그너스와 그의 악마들에게 학살당하면서도 무심했던 그림자단원들의 얼굴에 감정이 피어올랐다.

곳곳에서 분연히 일어난 그림자 병사들이 자신들을 보호하기 시작한 까닭이다.

이건, 이건 말도 안 된다...

그림자단원들의 떨리는 시선이 페이커가 있는 방향으로 향했다.

단주께서 적들에게 붙잡혀 있었다.

그림자 병사를 소환하느라 그림자 이동에 빈틈이 생겨 움직임을 봉쇄당한 눈치였다.

‘어째서 저희 따위를 지키시려다...’

“이런 쓸데없는 짓까지 벌이는 걸 보면 너희를 키우는데 돈이 꽤 들어가나 봐?”

그림자 병사들을 악마들의 광선으로 쓸어버린 아그너스가 페이커의 무의미한 희생을 조롱하는 순간이었다.

“가라, 페이커!!”

새로운 목소리가 전장을 진동시켰다.

외침을 따라 시선을 돌린 아그너스와 그림자단원들의 두 눈이 부릅떠졌다.

수백 마리의 구울이 몸으로 세운 성벽의 한쪽 경로가 어느새 처참히 박살나 있었다. 경로상에 있는 모든 구울이 몸이 반파 된 채 허우적거리는 중이었다.

뒤늦게 발생한 충격파가 파울드의 조각난 실드 파편을 사방으로 흐트러뜨리며 거대한 폭음을 발생시켰다.

그 기이한 광경들을 지나 고개를 완전히 돌린 그림자단원들의 시야 끝에 백마 탄 기사의 모습이 걸쳤다.

페이커가 위기를 자처해 적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이유.

활로를 잃고도 동요하지 않고 미소 지었던 이유.

신뢰하는 동료가 도착할 시간임을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푸우욱.

파울드의 단전에 그림자 검이 꽂혔고,

콰작!!

페이커의 그림자에서 솟구친 데스나이트 ‘란스티어’가 페이커의 목덜미를 붙잡아 땅에 메친 뒤 심장에 비수를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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