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템빨-1522화 (1,510/1,794)

76권 3화

“벡스에? 어찌 이리 빨리...”

“성검을 얻은 시기를 교묘하게 조작했던 거겠지. 당장 세즈,알디아,하치튼 삼군에 연락해서 구원군을 파견해야...”

성검을 얻고 부흥을 노리는 삼신교.

그중에서도 19자루의 성검을 보유한 레베카교의 동향을 살피던 정보원들이 다급해졌다.

백스.

황도와 멀리 떨어진 동쪽 외곽 도시에 수천 명의 레베카교인이 집결했다는 소식을 접한 것이다.

적들의 집결 속도가 예상보다 훨씬 더 빨랐다. 정보에 의도적인 혼선이 있었다고 해석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사실은 3개의 남작령이 백스를 포위하듯 둘러싸고 있다는 점.

비교적 빠르게 수만 명의 구원군을 파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미 전시였다.

각 영지의 상황이 평소와 달랐다.

“세즈,알디아와 교신이 안 됩니다. 아직 벡스에 합류하지 않은 레베카교의 잔당들이 급습해 마법 통신을 끊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치튼군은 오전에 출병했다고 합니다. 서쪽에서 반란이 일어나 진압하기 위함이라는데,레베카교의 잔당들이 민심을 현혹한 게 아닐지...”

정보원들의 표정이 차츰 어두워졌다.

템빨그림자단 소속인 그들은 넓디넓은 대륙이 새삼 원망스러웠다.

제국이 아직 왕국이던 시절엔 영토가 작아 관리하기 쉬웠고, 인력에 여유가 있어 대륙 주요 거점들을 항시 감시하는 게 가능했으나.

이젠 자국 영토에도 시선이 제대로 닿지 않는 것이다.

무지막지하게 큰 대륙을 거의 고스란히 흡수한 여파였다.

아니,굳이 원인을 따지자면 인마대전에 있었다.

인마대전 기간 동안 너무 많은 사람이 죽었다. 특히 유능한 인재일수록 용맹하게 전선에 나섰다가 목숨을 잃었다.

넓어진 영토와 맞물려 더욱 크게 다가오는 죽은 동료들의 빈자리.

숙연해진 정보원들이 동요를 숨기지 못하는 그때였다.

“레베카교는 신경 쓸 필요 없습니다. 백스,세즈,알디아의 피해규모 측정과 지원은

구호청에 맡기도록 하고 당신들은 도미니언교와 쥬다르교 추적에 집중하도록 하세요.”

불쑥 찾아온 재상 라우엘이 지휘권을 잡았다.

도미니언교와 쥬다르교 잔당들의 결속력은 레베카교 잔당들과 비교해서 월씬 약하다.

허점이 많아서 진즉부터 세작을 심어놨었다.

고개를 끄덕이는 정보원들이었으나 표정은 하나 같이 어두웠다.

무려 19자루의 성검을 얻은 레베카교 잔당들.

재상께서 놈들을 당장 제압할 여력이 없다고 판단하여 당분간 방관할 눈치였기 때문이다.

실상은 달랐다.

“백스엔 폐하께서 친히 출정하셨습니다.”

“헉...”

백스엔 워프 게이트가 없다.

사도 중에서도 대마법사인 브라함이 아닌 이상 빠르게 도착하기 힘들 것이었다.

최악의 경우엔 마법을 차단하는 결계가 설치되어 브라함의 이동조차 방해하는 수가 있었다.

정보원들은 백스의 독립을 기정사실로 보았다. 신생 레베카교의 기지가 될 것으로 확신했다.

사상자가 적기를 바라는 게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한데 그리드가 직접 출정했다는것이다.

브라함에 버금가는 고속 이동이 가능한 존재.

심지어 마법도 아닌 물리적인 힘과 권능을 이용한 이동이다.

폐하께선 늘 그러셨듯이 백스를 구원하실 터였다.

믿어 의심치 않은 정보원들의 안색이 급속도로 밝아졌다.

하지만 책사들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었다.

“목격담에 따르면 성검의 소유자들이 초월성을 발휘한다 하였습니다.

물론 폐하의 실력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나,무려 19명이나 되는 초월자를 페하께서 홀로

감당하실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음...”

라우엘은 섣불리 대답하지 못했다.

사실 라우엘도 걱정하던 부분이었다.

못 본 사이 드래곤을 타고(?) 다니며 활약하고 성장해온 눈치였지만...

게다가 새로운 드래곤 웨폰과 아머까지 만들었다는 소식을 접하기도 했지만,아무리 강해져도 한계가 있을 터였다.

애초에 초월의 격과 신격을 꾸준히 쌓아올린 그리드는 ‘이속제한’,'공속 제한’ 등의 리미트를 진즉부터 해제한 상태였다.

플레이어에게 허락 된 영역을 넘어서 또 최대치까지 성장했다.

마지막으로 봤을 때와 비교해서 폭발적으로 강해졌을 거라고 보긴 힘들었다.

혼자 19명의 초월자를 상대한다?

데미안이 다뤘던 성검의 위력을 떠올려보면 결코 쉽지 않을 것 같았다.

게다가 이번에 삼신교가 얻은 성검들은 하나 같이 그리드의 작품을 표절한 것이었다.

능력치 상승과 더불어 강력한 신성을 부여하는 성검 고유의 기능에 그리드가 창조한 작품들의 옵션까지 더해진다고 가정하면...

그리드의 신검들에 조금은 근접하는 위력을 자랑하지 않을까?

‘최악의 경우는 기사 소환 스킬에도 제한이 생기는 건데.’

이 세계의 신은 종잡을 수 없다. 한없이 무심하고 무력하다가도 중요한 순간엔 훼방을 놓으며 강력하다.

그들 위에 군림하는 레베카가 너무 오랫동안 침묵해온 까닭에 의도를 읽는 게 불가능했고 예측이 안 됐다.

그러므로 라우엘은 여러 변수를 걱정했다.

하지만 그리드를 말리진 않았다.

예측이 안 되는 건 그리드도 마찬가지 였기에.

양쪽 다 예측이 불가능한 이상 라우엘은 당연히 그리드를 믿었다.

* * *

“어째서...”

성검을 빼앗긴 윈터가 허망하게 중얼거렸다.

그리드의 근간 중 하나인 빛의 축복.

아주 오래 전.

타락한 교황 드레비고를 토벌한 대가로 여신께 축복을 받은 그리드는 여전히 빛의 호의를 얻고 있었다.

천사를 갈기갈기 찢어죽이고,삼신교를 잔혹하게 짓밟아 붕괴시켜 여신의 권위를,천상의 명예를 실추시켰음에도,성검은 그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았다. 도리어 더욱 찬란하게 빛났다.

철이 들기도 전부터 지금껏 여신을 숭배해온 윈터의 손에 쥐어졌을 때완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빛이 강렬했다.

윈터에겐 잔인하게 다가오는 광경이었다.

그는 여신께 부정당한 심정이었다. 네가 틀렸다는 신탁을 받은 듯해서 오열하고 말았다.

“으윽..’’

완전히 전의를 상실한 윈터에게 허락되는 건 아무 것도 없었다.

주저앉지도 못했다. 그의 손목을 여전히 그리드가 붙잡고 있었다.

화룡 이프리트의 팔.

손끝부터 상완까지 감싸는 이 완전무장형 건틀릿은 286개의 작은 비늘이 흡착과 발산을 반복하며 살아 숨 쉬듯 맞물린다.

착용자의 관절과 근육의 움직임을 즉시 감지하고 절대적으로 호응하며,드래곤 하트에서나 발생할 마력 순환을 일으켜 드래곤의 권능을 재현한다.

그중 가장 기본이 되는 권능이 ‘악력 대폭 증가’다.

초월의 격을 쌓아 플레이어의 한계를 진즉 넘어섰던 그리드의 리미트를 한 번 더 해제해버렸다.

서열 19위 대악마,괴완공 살레오스의 <패배를 모르는 힘>을 손아귀로 상시 재현한다고 봐야 옳았다.

끝내 비명을 참지 못한 윈터가 무릎을 굽히며 휘청거렸다.

그리드에게 붙잡힌 그의 손목은 기이할 정도로 수축되어 있었다.

뼈와 근육이 산산조각 난 것이 분명했다. 팔꿈치아래의 피부가 실시간으로 검게 죽어갔다.

“이걸 누가 줬다고?”

“대,대천사장께서...”

“내가 거두마.”

그리드의 대장장이 기술은 헥세타이아보다 못하다.

템빨신이 대장장이 신으로 분류되지 않는 탓이다.

템빨신은 대장장이 신을 포괄하되 완전히 다른 존재였다.

보다 다양한 물질을 창조하고 지배하였으며 대상의 아이템을 빼앗는 일도 가능했다.

하지만 권능으로 대상의 아이템을 빼앗는 건 일시적인 효과에 그쳤다.

그리드가 윈터의 성검을 완전히 빼앗아 영구적인 소유권을 얻기 위해선 윈터를 죽여야 했다.

게다가 윈터가 죽었을 때 성검을 ‘드롭’하길 바라야 했다.

혹은,

“예... 뜻대로… 하소서...”

[레베카교의 성기사 ‘윈터’가 당신에게 <성검>을 양도합니다.]

지금처럼 빼앗는... 아니,양도 받는 방법이 있다.

“으, 으으...”

성검을 양도한 뒤에야 풀려난 윈터가 주춤주춤 뒷걸음쳤다. 죄인처럼 고개를 숙인 채였다.

그리드와 눈을 마주치는 걸 죄악으로 여겼다.

성검을 쥐어도 대적할 수 없는 압도적인 무력과 빛의 선택을 받은 위엄...

여태껏 그리드를 부정해온 윈터는 드디어 깨달았다.

템빨신의 신위는 천상의 신과 같다.

이자가 여신께 대적한다 한들 여신께서 이자를 인정하셨으니 한낱 인간이 비난하고 대적해선 안 되는 것이다...

급기야 그리드에게 기도하듯 무릎을 꿇던 윈터가 단말마의 비명을 질렀다.

풀썩 쓰러지는 그의 등에 커다란 빛의 화살이 박혀있었다.

“성검의 선택을 받은 자가 한낱 무력에 굴복하다니.”

“...”

그리드의 시선이 화살이 날아온 방향으로 향했다.

반쯤 무너진 렘빨신전의 입구.

수천 명의 레베카교 교인들이 몰려나와 있었다.

선두에 선 14명은 전원 성검을 무장했다.

효율적인 사냥검,실패작,무아지경의 검,통한의 가시,그리드의 대검,검은 귀신 등등...

성검의 형태가 하나 같이 낯익었다.

주작궁을 꼭 닮은 활도 있었다.

찬란한 광채를 발하는 활이 신성을 화살로 빚어 그리드를 겨눴다.

“그새 성검의 용사를 홀리다니.사술이 극에 이르러 악신이라 칭해야 옳겠구려.”

성검의 소유자들 뒤에 몸을 숨긴 성직자 슈리가 소리쳤다.

그는 그리드의 손에 쥐어진 성검을 아직 보지 못했다. 무너지듯 쓰러지는 윈터의 몸이 짧은 성검을 가린 까닭이다.

하지만 곧 윈터의 시체가 잿빛 으로 산화하자.

“...!”

슈리를 비롯한 수천 명의 레베카교 신도들은 목격하고 말았다.

그리드의 손에서 빛을 내뿜는 성검의 모습을.

단검의 모습을 한 그것은,다른 용사들이 쥔 성검보다 부피가 작음에도 불구하고 더 큰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대치 중인 14자루의 성검을 초라하게 만들 정도로 찬란했다.

차라리 불타오르고 있다는 표현이 적절해 보였다.

마침 4명의 성기사가 뒤늦게 현장에 합류했다.

이로써 레베카교 잔당들이 소유한 성검은 총 18자루가 되었다.

무의미했다.

그리드의 성검이 발하는 빛이 여전히 더 거셌다.

대지에 음영이 드리울 정도였다.

그리드가 무장하고 있는 잿빛 건틀릿과 각반의 비늘들이 성검이 토하는 빛을 여러 각도로 굴절,분산시켜서 세력을 키웠다.

그건 더 이상 단순한 빛이라고 말할 수 없었다.

성역.

그 누구도 간섭해선 안 되는,또한 간섭할 수도 없는 성스러운 영역을 구성하는 토대였다.

“허,허억…!”

“아아...! 어찌 저토록 신성할 수가...!”

레베카교 잔당들은 벌써 몇 차례나 여신에게 외면 받아왔다.

대천사에게 개죽음을 당할 위기까지 겪었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레베카교의 부흥을 바랐으니 명백히 광신도다.

그리드도 알고 있었다.

반드시 그래야만 했기에 수차례 레베카교와 충돌했고,그때마다 피해를 입은 레베카교 교인들을

가없게 여겨 함부로 해치는 걸 꺼려했지만...

더 이상 저들을 동정해선 안 된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템빨신께서 빛의 성역을 펼치셨으니 여신의 화신이셨던 겁니까?”

“궤변을! 여신의 화신께서 어찌 본교를 핍박하고 무너뜨렸겠소!”

“우리가 극복해야 할 시련이 아니었을까요?”

“템빨신이 여신의 화신이라면 대천사장께서 그를 토벌하라 성검을 내리셨을 리가...”

“대천사장께선 템빨신을 토벌하라 계시하신 적이 없소! 템빨신께서 여신의 화신임을

알리고자 성검을 내리셨다고 봄이 옳소이다!”

“닥치시오! 템빨신이 대천사를 무참히 도륙했음을 잊었소이까?”

광신도들이 분열했다.

양측 모두 강력한 신앙을 바탕으로 해석하고 의견을 냈기에 물러섬이 없었다.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들은 이미 죽었다.

“역겨운 것들. 더 이상은 못 봐주겠군.”

신이,강림했다.

무신 제라툴.

하늘 높은 곳에 불현듯 나타난 그가 지상에 발을 떨구는 것으로 수천 명의 레베카교 잔당들이 폭사해 죽어버렸다.

주인을 잃은 18자루의 성검이 허공을 유영했다.

산발처럼 나부끼는 백색 수염과 춤추듯 얽히다가 어느 지점에서 우뚝 멈췄다.

무신의 강림이 일으킨 후폭풍이 여전히 세계를 뒤흔들고 있음에도, 도시의 건물들과 가로수를

풍선처럼 터뜨리는 파문의 연쇄와 관계없이 꼿꼿한 자태로 그리드를 겨눴다.

“진즉부터 네놈을 죽일 생각이었다.”

한 번은 하야테의 훼방을 받았지만,지금 이곳엔 하야테가 없다.

“네놈의 신격이 완전히 마모되어 사라질 때까지 죽이고 또 죽일 것이다.”

베니스가 반품한 쌍수검 비급의 기억이,무신 제라툴의 뇌리에 여전히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그는 당시 느꼈던 치욕을 가슴 깊숙이 묻어둔 채 살의로 벼려왔다.

“오늘이 가장 적절한 때일 테지.”

어느 날 리파엘이 고하기를.

템빨신이 인간 시절 소중히 여겼던 인간의 영혼을 수중에 넣었다고 했다.

템빨신에게 진정한 좌절과 고통을 맛보여주고 싶다면,그를 단순히 죽일 게 아니라 옛 추억을 훼손시키는 편이 좋지 않겠냐고 조언했다.

제라툴은 공감했다.

볼품없이 배 나온 천사가 기억의 잔재를 구현할 실력을 쌓을 때까지 기다렸다가,비로소 오늘에야 템빨신 앞에 강림했다.

벌써부터 즐거웠다.

보라.

성검을 누가 만든 건지 모르고 살의를 품은 저 어리석은 놈의 모습을.

제라툴은 성검을 휘둘러서 템빨신을 찌르고,베고,토막을 내어죽일 생각이었다.

고통 속에 죽어갈 놈의 귀에 대고 놈을 죽인 성검을 만든 자가 누구인지 속삭여줄 계획이었다.

열락에 취해 히죽거리는 제라툴을 잠자코 지켜보던 그리드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혼자인가?”

아스가르드의 신은 인계에서 활동할 때 큰 제약을 받는다.

하지만 만약 천사처럼 삼위일체를 이룬다면 제약이 어느 정도 풀리지 않을까,그리드는 의심하며 삼위의 개념을 경계하는 것이었다.

호선을 그렸던 제라툴의 눈매가 서서히 위로 솟구쳤다.

“내가... 혼자면? 설마 네놈에게... 승산이 있을 거라고 보는거냐? 천상에 오를 자격조차 없는 가짜 신, 인신 따위가?”

“...”

그리드는 호응하지 않고 집중했다.

하야테가 사실상 단신으로 격파한 상대.

적어도 인계에 강림한 무신 제라툴은 바알이나 리파엘보다 격이 낮다.

바알을 레이드하는 게 목표인 그리드가 두렵다고 피해선 안 되는 상대인 것이다.

싸우고,이겨야 옳다.

바알에게 도전할 자격을 증명하는 수단으로 삼아야한다.

“네놈은 설마... 나를 모르는 것이냐? 나는 무신이다. 세계에 유일한,유일신인 내가 홀로 있다고 해서 손색이 있을 거라고 보느냐?”

애초에 제라툴은 굳이 도발이 필요한 상대가 아니었다. 잠자코 있어도 혼자 알아서 냉정을 잃었다.

자신이 가짜임을 알고도 부정하는,거기서 오는 괴리감으로 인해 불안정한 존재의 한계였다.

“네놈...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감히 눈도 못 마주치던 하찮은 놈 따위가,천운을

타서 용들과 얽히더니 완전히 기고만장하게 되었구나. 좋다. 오히려 잘 되었다...

절망하며 죽어가는 네놈의 얼굴을 볼 때 더 큰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겠어.”

“화가 너무 많은데. 요즘에도 레베카가 연민어린 눈빛으로 쳐다보나?”

준비를 마친 그리드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하야테가 제라툴을 도발할 때 했던 말이다.

효과는 컸다.

눈을 까뒤집은 제라툴이 즉시 신형을 쏘았다.

그의 곁을 맹돌던 열여덟 자루의 성검이 함께 쇄도해왔다. 빛이 강을 이루는 듯한 광경이었다.

숨죽인 채 상황을 지켜보던 생존자들의 눈이 불시에 멀었다.

구젤의 어금니와 크란벨의 뿔.

두 자루의 드래곤 웨폰이 빛을 갈랐다.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