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템빨-1712화 (85권) (1,711/1,794)

템빨 85권 - 1화

<역천>

등급:유일

내구력:무한 공격력:41,508~???

★공격 스킬의 전개 속도 65퍼센트 상승.

★공격 스킬의 위력 460퍼센트 상승.

★절대 명중률 50퍼센트 상승.

★매 공격 시마다 높은 확률로 대상에게 ‘실명’ 또는 ‘화상’ 유발.

★무기로 공격을 방어할 때마다 높은 확률로 대상에게 ‘매혹’ 또는 ‘경직’을 유발하고 낮은 확률로 <염룡의 불씨>가 발생.

★대상의 방어 스킬, 마법, 권능을 85퍼센트 확률로 무력화.

★대악마, 대천사, 신, 드래곤에게 공격력 추가 적용.

★어두운 장소에서 무기 공격력 80퍼센트 상승.

★무기 상시 위장 상태. 대상이 높은 확률로 공격 인식 실패.

★공격 시 일정 확률로 대마법 <디스인티그레이트> 전개.

★공격 시 일정 확률로 대마법 <메테오> 전개.

★<신검합일> 상시 활성화. 단, 사용자가 그리드일 경우에만 적용.

유일신 그리드가 대장장이의 신 헥세타이아, 전설의 대장장이 칸과 삼위일체, 그리고 심상합일을 이룬 상태로 만든 검입니다.

염룡 트라우카의 의념이 잔재하는 뼈와 비늘, 브라함의 마법이 깃든 탐욕을 재료로 삼아 헥세타이아와 주작의 불꽃으로 단련했습니다.

오직 단 하나의 신에게만 절개를 지킬 이 검은, 세계가 억만 번의 종말과 탄생을 겪을지언정 홀로 고고하게 존재할 것입니다.

착용 조건:그리드, 드래곤 나이트, 드래곤 슬레이어

무게:2,500~???

<염룡의 불씨>

주작의 열기가 염룡 트라우카의 불씨를 살립니다.

불씨를 두른 동안 피격 시, 대상의 화염 저항력과 마법 저항력을 대폭 하락시키고 마력과 의지 스탯, 무기 공격력에 비례하는 반사 데미지를 입힙니다.

<신검합일>

의념과 검의 연동으로 검과 한 몸이 되었습니다.

검사들의 신검합일과는 다른 것으로, 당신이 사용하는 검술의 검로에 따라서 <역천>의 형태가 실시간으로 바뀝니다.

형태 변환 직후 무기 공격력과 검술의 위력 추가 상승.

5회 이상 연속으로 형태가 바뀔 경우 <의념의 소용돌이> 발생.

<의념의 소용돌이>

당신의 의념이 검과 공명을 일으키며 외부로 표출됩니다. 한 번의 특수한 일이 발생합니다.

재사용 대기 시간:10분

새로운 신검 역천은 황혼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계승했다.

다만 주황색 신성에 휘감겨 아스라하게 보이는 황혼과 달리 형태가 비교적 뚜렷했는데, 그 이유는 칼날을 따라 위아래로 흐르는 새빨간 불꽃 때문이었다.

잔재로 남은 염룡 트라우카의 불씨, 정확히 말하면 ‘의념의 불꽃’이 주작의 열기에 자극을 받아 꺼지지 않고 조용히 요동치는 것이다.

그 탓에 역천의 형태는 뚜렷하되 검인지 불씨인지 분간하기 힘들었다.

더불어 실시간으로 형태가 바뀌어댔으니 ‘위장’이라는 판정을 받는 것이다.

[대상에게 599,910의 피해를 입혔습니다.]

[대상에게 2,705,830의 피해를 입혔습니다.]

[대상에게 840,600의 피해를 입혔습니다.]

[대상에게 4,887,520의 피해를 입혔습니다.]

‘딜뻥 봐라.’

역천의 공격력 변동폭은 그리드 본인도 가늠하기 힘든 수준이었다.

예를 들어 극으로 대상을 벤 다음 살로 찌르면.

초승달처럼 휘었던 역천의 칼날이 직선으로 곧추서며 살의 위력이 몇 배나 증폭됐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

융합 검무의 위력이 자연히 상승했다는 의미가 된다.

단순히 단일 검무를 번갈아 사용하는 것으로도 기존의 융합 검무 같은 데미지를 기대할 수 있게 됐고.

실제로 메타트론의 생명력 게이지가 기괴하게 날뛰었다.

센티미터 단위로 감소하다가 갑자기 수십 센티미터 단위로 감소하는 식. 단일 검무만 썼는데도 그랬다. 기괴하다는 표현이 딱 맞다.

‘당하는 입장에선 도무지 적응을 못할 것 같은데.’

절대자간의 승부가 빠르게 결판나는 이유는 서로의 한 수를 ‘허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피차 초고속으로 움직이며 극한의 기술을 구사하는 탓에 일방적인 이득을 얻기 힘들다. 상대방의 살을 취하기 위해선 자신 또한 살을 내줘야만 했다.

바알과 수십 번을 싸우면서 절실히 체감했다.

죽은 자들의 기술을 모조리 체득한 바알은 종횡무진마저 무력화시키는 수단을 몇 개나 갖고 있었다. 바알에게 공격을 적중시키기 위해선 그리드도 반드시 공격을 허용해야했다.

되도록 약한 공격을 허용하는 요령이 필요한 것이다.

상대방을 철저히 가늠해야만 살아남을 가능성이 올라갔다.

그런 의미에서 역천은 최강의 무기였다.

상대하는 입장에서 위력을 종잡기 힘들었으니까.

물론 역천이 완벽한 무기란 뜻은 아니다.

역천에게도 단점은 존재했다.

가장 치명적인 단점은 성장형 무기가 아니라는 점.

대신 최종 등급에 속하는 유일 판정을 받았지만 그리드는 기쁘기보다 도리어 큰 아쉬움을 느꼈다.

성장형 무기가 갖는 이점이 워낙 큰 탓이다.

크라우젤의 백호검을 보며 얼마나 부러워했던가.

성장형 무기는 주인의 특기와 강점을 극대화시키는 방향으로 진화한다.

다른 경로로는 얻지 못할 특수 옵션이 생성되거나 부족한 능력치를 보완하는 식이라 동일 등급의 무기보다 월등히 뛰어난 성능을 지녔다. ‘완벽한 짝’이라고 표현해도 과장이 아니었다.

‘물론 역천도 더할 나위 없는 짝이다.’

무려 그리드의 의지에 호응하는 검.

이보다 더 완벽한 궁합을 자랑하는 무기가 또 존재할까?

언젠가 황혼이 유일 등급으로 성장하더라도 역천보다 완벽하진 못할 것이다. 역천이 갖지 못하는 장점을 갖게 될 수는 있었지만.

‘역천에 아쉬워해야 할 부분은 따로 있어.’

역천의 또 다른 단점은 아이템 합체가 불가능하다는 점에 있다.

정확히 말하면 가능은 하다.

다만 다른 검과 합쳤을 때 <신검합일> 옵션이 상시 활성화가 아닌 랜덤 활성화로 바뀌기 때문에 메리트가 적었다.

그리드의 의념과 연동 된 검은 어디까지나 역천이니까.

역천에 다른 검이 합쳐지는 순간 불순물이 섞인 것으로 판정 받고 연동이 불완전해졌다.

‘...그래도 괜찮아.’

그리드가 재차 아쉬움을 달랬다.

굳이 따지자면, 황혼에 다른 신검을 합친 것보다 역천의 데미지 기댓값이 더 높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단점을 열거해봤자 결국 역천이 최강의 무기라는 사실은 불변했다.

메타트론도 느끼고 있었다.

““물아일체, 신검합일 따위를 의도적으로 짜 맞춘 건가...? 남들은 세월을 탑처럼 쌓아올려야 간신히 딛고 도달할 경지를 순전히 억지로... 몹시 이기적이고 불합리한 존재군. 나처럼 계약에 묶인 것도 아니면서 법칙을 무시하는...””

메타트론은 자신이 그리드를 잠시 치우로 착각한 이유를 납득했다.

세계의 법칙을 무시하는 존재.

그리드는 필시 치우와 닮았다.

도리어 더 고상하게 느껴졌다.

단순히 숭배 받는단 이유로 유일신이 된 치우와 달리 그리드에겐 필사적인 노력의 흔적들이 엿보였으니까.

‘계약을 잘못 맺었다.’

혀를 찬 메타트론이 종으로 베어오는 그리드의 검을 아슬아슬하게 회피했다.

처음엔 속절없이 당했지만 차차 적응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와서 치우의 행방은 큰 가치가 없건만.’

치우의 행방을 듣는 대가로 펼친 10장의 날개가 의미를 잃는다. 신성과 마력의 기세가 빠르게 약해져갔다.

가브리엘의 얼굴이 굳었다.

“설마, 계약을 파기할 셈인가요?”

““내 의지가 아닌 이치다. 잘못은 계약의 대가로 불필요한 것을 지불한 네게 있지.””

“불필요한 것...?”

메타트론.

다른 대천사들과 마찬가지로 본능에 얽매이는 존재다.

‘계약’이라는 본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비교적 자유롭게 사고하는 리파엘, 가브리엘과는 다른 것이다.

하여 가브리엘은 메타트론이 인형과 다름없다고 생각해왔다. 아스가르드에서도 최강을 논하는 존재 중 하나라고 해봤자 충분히 통제할 수 있다고 믿었다.

한데 이 순간 믿음이 깨졌다.

오직 치우에게 집착해왔던 인형이 제멋대로 집착을 버렸으니까.

그리드에 의해서였다.

“당신 설마... 진정으로 저자가 치우를 대체할 수 있다고 보는 겁니까?”

““대체? 그럴 리가. 대체품 따위로 취급하기엔 너무 고절하다. 가브리엘, 태생부터 오만했던 너는 급기야 유일한 신의 의미를 모르게 됐는가?””

“...”

가브리엘은 굳이 반박할 말을 찾지 않았다.

그녀라고 유일신의 가치를 모를 리가 없다.

그리드가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지 매번 새삼 느껴왔다.

하지만 치우와 비견할 정도인가는 아직까지 의문이었다.

가브리엘은 그날의 광경을 똑똑히 기억한다.

힘을 잃고 약해진 한울과 그를 섬기는 소수의 신들을 홀로 지키며 퇴로를 열었던 치우의 힘을.

그런 괴물과 같은 존재가 세계에 둘 이상 있을 순 없는 것이다...

“상종하지 말고 서두르자.”

우리엘이 재촉했다.

메타트론과 맺은 계약이 완전히 무용해지기 전까진 아직 약간의 시간이 남았다.

메타트론이 그리드를 붙잡고 있는 틈에 어서 도망쳐야했다.

대천사에겐 셀 수 없이 많은 예비 육체가 존재했고, 이를 통해 몇 번이고 다시 부활하는 게 가능했지만.

그리드에겐 성녀가 있었으니까.

저놈에게 죽었다간 미카엘처럼 부활하지 못하고 영혼이 소멸해버리는 수가 있었다.

촤르르르륵!!

메타트론의 얼굴 좌우, 그리고 머리 위로 떠올라있는 총 10개의 빛의 고리가 어지럽게 움직였다. 도망치는 가브리엘을 의식하는 그리드를 강제로 자신에게 집중시켰다.

““가치 없는 계약이라곤 하나 완전히 파기되기 전까진 지킬 의무가 있거든.””

메타트론의 시선이 그리드의 갑옷으로 향했다.

손가락 두께로 가른 붉은 가죽 수천 개를 엮어 만든 것으로 보이는 갑옷.

처음엔 트라우카의 가죽으로 만든 갑옷인 줄 알았지만 착각이다.

가죽이 아닌 비늘이었다.

그 단단한 비늘을 무슨 가죽마냥 갈라 엮었다.

대장장이의 신쯤 되지 않는 이상에야 만들지 못할 형태.

‘사실상 고룡의 비늘을 켜켜이 겹친 셈인가.’

저러니 트라우카의 본체보다 도리어 단단할 수밖에.

‘하지만 이 세상에 깨지지 않는 물건은 존재하지 않는다.’

비늘 위로 절대방어와 용언을 덧씌우는 고룡도 결국 베이고, 꿰뚫리게 마련이다.

파직! 파지지지지직!!

회전하던 빛의 고리들이 한 점으로 모이며 어떤 형상을 갖춰갔다.

곧 메타트론의 손에 쥐어진 그것은 거대한 도끼.

신성과 마력, 신살의 기운이 뒤섞여 혼돈과도 같은 양날의 도끼였다.

““야탄이 불러오는 종말의 원리를 비슷하게나마 담았다.””

“아까부터 당최 뭐라는 건지 모르겠군.”

자꾸 계약을 논하더니 급기야 치우와 야탄을 운운하는 메타트론.

그는 그리드와 대화하는 게 아니라 혼잣말을 일삼을 뿐이었다. 제멋대로의 감상을 끝없이 늘어놓았다.

그리드가 존중해줄 이유가 없었다.

애초에 브라함을 해하던 존재이지 않나.

‘다만 신중해야 해.’

종합적인 능력치를 가늠하기 힘든 대상.

템빨계의 차원 효과를 저항하는 동시에 그리드의 맹공을 견뎌낸 메타트론은 분명히 막강했다.

지상의 이브처럼 특별한 존재임이 분명했다.

도끼에 담긴 기운도 심상치 않았다.

“후우.”

점차로 멀어지는 가브리엘을 의식에서 지운 그리드가 호흡을 고르며 집중하는 순간.

━━!

소리 없는 빛이 명멸하며 온 세상을 진동시켰다.

메타트론이 도끼를 휘두른 여파다.

그리드는 침착하게 대응했다. 새로 만든 갑옷의 절대방어 효과를 활성화시키는 동시에 검을 세워 방어태세를 취했다.

고룡들이 비늘 위로 절대방어와 용언을 두르듯이, 그리드 또한 절대방어와 성벽을 둘러친 것이다.

꽈아아아아아아아앙...!!

뒤늦게 번지는 천둥소리가 그리드의 귀를 먹먹하게 만들었다.

대검의 형태로 바뀐 역천이 도끼와 맞물려있었다.

이를 악 문 그리드가 손목을 비틀었다.

도끼를 떨쳐내고 3융합 검무 용회극(龍回極)을 전개, 메타트론에게 파고들며 재차 다가온 도끼를 올려친 뒤 그대로 종베기를 시전 했다.

역천의 형태가 대검에서부터 총 4차례 바뀐 그 순간에 이르러서야.

“초연룡극살파(超聯龍極殺派).”

그리드는 6융합 검무를 발동시켰다.

[<의념의 소용돌이>가 발생합니다!]

실로 매끄러운 연계.

그리드의 의념과 역천이 공명하며 심상과 현실의 경계가 허물어졌다.

전투의 파장으로 요동치는 적해의 파도를 꿰뚫고 솟구쳐 오른 금의 협곡이 바다에 반쯤 잠긴 산맥의 풍경을 연출했다.

그리드의 목으로 파고 들던 메타트론의 도끼가 잠시 멈췄다.

한 순간에 불과했지만 치명적인 경직이었다.

““용언?””

믿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이는 메타트론의 거체가 크게 베인 뒤 잿빛으로 산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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