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특전사의 이세계 뽀개기-1화 (1/182)

1화

@U

주환은 숨을 죽인 채 어둠 속을 가르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의 몸을 두르고 있는 군복과 플레이트 캐리어 방탄복은 그가 잘 단련된 특수 부대원이라는 사실을 말해 주고 있다.

스윽.

군화가 아스팔트를 스치는 아주 작은 소리까지도 ‘그놈들’을 자극할 수 있었기에 주환은 이동함에 있어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

그는 자신의 손에 들린 돌격 소총을 이리저리 겨누며 사주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이럴 때 뒤를 봐줄 수 있는 동료가 있으면 좋을 것을.’

주환은 그것이 의미 없는 바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가 임무에 투입될 때만 하더라도 함께했던 여러 명의 동료가 있었지만.

이제 그들은 더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그의 동료도 모두 단련된 특수 부대원들이었다.

심지어 첫 임무에 임하는 주환과는 달리 모두 여러 번의 작전에 투입되었던 베테랑들.

그렇지만 이번 임무에서 살아남은 이는 아이러니하게도 팀의 막내였던 주환뿐이었다.

‘반드시 살아남겠어.’

주환은 죽어간 동료를 떠올리며 자신의 마음을 다잡았다.

그가 이동하고 있는 곳은 도심지.

평소에는 거리를 걷고 있는 행인들로 북적일 시간이었지만.

지금 그 거리를 걷고 있는 이는 주환 혼자뿐이었다.

주환은 거리의 앞쪽을 쭉 주시했다.

앞쪽에서 길게 이어진 차도에는 엉망진창으로 길게 주차된 자동차들이 있었다.

사실 그 차들은 주차된 게 아니었다.

운전자들이 재난을 피해 차를 버리고 도망친 것에 가까웠다.

앞쪽이 막히니 뒤늦게 도착한 차의 운전자들도 자신들의 차를 버리고 도망칠 수밖에 없었을 터였다.

심지어 어떠한 자동차들은 인도의 안쪽까지 침범하여 건물의 벽에 충돌한 채 버려진 채였다.

그렇기에 인도를 이동하던 주환은 그러한 차들을 피해 이리저리 걷는 방향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주환은 차들의 사이를 걸으며 그 차들이 자신의 모습을 놈들의 시야에서 효과적으로 숨겨 주기를 바랐다.

그가 돌아가려는 곳은 바로 자신의 부대.

그곳은 현재 제대로 연락이 닿지 않는 상황이었기에 주환은 직접 그곳으로 가 상황을 파악하려는 것이었다.

걸음을 옮기던 주환은 순간 숨을 죽이며 몸을 숙였다.

그가 현재 가장 피하고 싶어 하는 존재가 도로에 서 있는 한 자동차의 지붕 위에 올라가 주변을 살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부패해 가고 있는 몸뚱어리.

이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흉포성.

살아 있는 인간을 노리며 그들을 무자비하게 물어뜯어 자신들의 동족으로 만드는 것에만 집중된 끔찍한 본능.

지금 그가 가고 있는 길을 막고 있는 것은 바로 ‘좀비’였다.

“카악.”

자동차의 위에 올라가 있는 그 좀비는 괴상한 신음을 내며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있다.

주환은 그 좀비의 시야에 닿을 만한 거리에 있었지만, 곧바로 몸을 숙였기에 놈의 시야에서 간신히 벗어날 수가 있었다.

“후우.”

주환은 작게 한숨을 내쉰 뒤 살짝 고개를 들어 상황을 살폈다.

좀비는 주환의 낌새를 느끼기라도 했는지 계속해서 고개를 돌리며 주변을 경계했다.

‘대체 어쩌다가 저런 괴물들이 나타나게 된 거지?’

영화에나 나올 법한 저런 끔찍한 존재들이 어떠한 연유로 이 나라에 나타나게 되었는지 제대로 알고 있는 이들은 없었다.

여러 가지 가설은 존재한다.

좀비의 자연 발생설.

탐욕스러운 제약 회사가 만들어 낸 인공 바이러스의 결과물이라는 설.

지구를 멸망시키려는 외계인이 지구에 심은 비밀 병기라는 설.

심지어 다른 세계와 연결된 차원문이 열리며 넘어온 존재들이라는 설까지.

중요한 것은 어느 순간 나타나게 된 그 좀비들이 이 세상을 그야말로 쑥대밭으로 만들었다는 사실이었다.

특수 부대원이었던 주환은 좀비들이 벌인 사건들을 해결하기 위해 팀과 함께 임무에 투입되었지만, 그 결과는 지금 주환이 겪고 있는 그대로였다.

‘뭐가 어찌 되었든 간에 지금은 살아남는 게 우선이야. 본대랑 합류할 수만 있다면…….’

주환은 자신이 들고 있는 돌격 소총의 총구를 살짝 들어 좀비를 향해 겨누었다.

주환의 실력이라면 얼마든지 좀비의 머리를 날릴 수 있었지만, 그는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좀비는 혼자서 다니는 경우가 드물다.

그가 돌격 소총을 발사했을 때 나는 발사음이 더 많은 좀비를 끌어들일 가능성도 있었다.

주환은 우선 주변을 살폈다.

앞쪽은 좀비에게 막혔지만, 그가 우회할 수 있는 루트는 얼마든지 있었다.

주환은 머릿속으로 다른 루트들을 비교했다.

‘우선 도로를 벗어나서 XX타워를 끼고 돌면 거리를 얼마 손해 보지 않으면서도 우회하는 게 가능해.’

머릿속으로 루트를 수정한 주환은 서서히 몸을 일으키며 그 자리를 벗어나려고 했다.

그때.

덥석.

주환은 무언가 자신의 발목을 붙잡자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는 황급히 아래쪽을 내려다보았다.

“카악!”

어느새 다가온 것인지 양다리가 없는 좀비가 그의 발목 쪽으로 손을 뻗었다.

쩌억!

좀비가 입을 벌려 그의 발목을 물어뜯으려는 찰나, 주환은 반사적으로 다른 쪽 발로 좀비의 얼굴을 걷어찼다.

우득.

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좀비의 치아 일부가 입 밖으로 튀어나오며 사방으로 튀었다.

발목을 물리는 것은 막았지만, 순간적으로 중심이 무너진 주환은 뒤쪽으로 비틀거리듯 넘어지며 그곳에 주차된 자동차에 부딪혔다.

삑! 삑! 삑!

주환이 차에 부딪히자 자동차에서 경보음이 울렸다.

그것은 주환에겐 좋지 않은 일이었다.

“크아악!”

경보음을 들은 좀비가 주환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서로의 눈이 마주친 순간.

자동차의 지붕에 있던 좀비가 무서운 속도로 주환을 향해서 달려오기 시작했다.

쿵. 쿵. 쿵!

그와 동시에 주환은 사방에서 달려오는 발소리를 들었다.

그것은 근처를 배회하고 있던 좀비들이 우르르 달려오는 소리였다.

그 소리를 포착한 주환은 재빨리 앞에 있는 자동차의 위쪽으로 올라갔다.

자동차 사이를 뛰어넘으며 자신 쪽으로 돌진하는 좀비를 향해 돌격 소총을 겨누었다.

탕!

주환이 방아쇠를 당기자 그가 발사한 탄환은 달려오는 좀비에게 정확하게 명중했다.

충격을 받은 것인지 좀비의 몸이 튕겨 나가며 옆쪽으로 떨어져 내렸다.

주환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앞으로 달렸다.

그는 서로 다닥다닥 붙어 있는 자동차들을 뛰어넘으며 주변을 살폈다.

“카악!”

수도 없이 많은 좀비가 사방에서 튀어나와 자신의 뒤를 쫓고 있는 것이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

“미치겠네!”

달려오는 좀비들에게 잡히지 않기 위해 주환은 필사적으로 달렸다.

그를 잡기 위해서 좀비들은 양쪽으로 포위망을 좁혀 왔다.

좀비들은 자동차들의 위쪽으로 올라오려고 했다.

우드득.

무리의 뒤 열에 있는 좀비들이 자동차에 올라가려고 하는 앞 열 좀비들을 사정없이 짓밟았다.

짓밟힌 좀비들의 뼈가 부러지는 소름 끼치는 소리가 사방에서 울려 퍼졌다.

앞쪽의 좀비들이 몸이 구겨지듯 쓰러지자 뒷줄의 좀비들은 쓰러진 좀비들을 마치 계단처럼 이용하여 편하게 자동차의 위로 올라갔다.

그들은 빠른 속도로 주환과의 거리를 좁혔다.

그러자 주환은 사방에서 다가오는 좀비들을 향해서 돌격 소총을 발사했다.

그가 총을 난사하자 다가오던 좀비들이 뒤쪽으로 쓰러지며 자동차들의 사이사이로 떨어졌다.

좀비들은 고통과 공포가 없었기에 동족이 쓰러지는 것을 보았음에도 멈추거나 머뭇거리지 않았다.

주환에게는 그야말로 절체절명의 상황.

주환은 삽탄된 탄창을 바로 버린 뒤 새로운 탄창을 파우치에서 꺼내 신속하게 재장전했다.

그는 좀비들이 최대한 다가올 수 없도록 계속해서 총을 난사했다.

하지만 버틸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았기에 그는 우선 비조준 사격을 하며 빠져나갈 수 있는 루트를 살폈다.

곧 도로 옆쪽에 있는 한 골목길을 발견했다.

그곳에서 나오는 좀비는 없었기에 주환은 방향을 바꾸어 자동차들의 위에서 도로의 한쪽으로 재빨리 내려섰다.

그가 내려서자 인도 쪽에 있던 몇 마리의 좀비들이 주환에게 달려들었다.

주환은 돌격 소총의 방아쇠를 당겼지만, 탄창은 다 비워진 상황.

주환은 침착하게 권총을 뽑아 든 다음 다가오는 좀비들에게 발사했다.

총을 맞은 좀비들이 쓰러지자 주환은 몸을 돌려 골목길의 안으로 급히 진입했다.

그때.

“구아악!”

골목의 안쪽에 있던 좀비 한 마리가 양손을 뻗으며 주환에게로 달려들었다.

“큭!”

피하기에는 거리가 너무 가까웠기에 그는 한 손으로 좀비의 목을 잡아 물지 못하게 만든 뒤 반대 손에 들린 권총으로 좀비의 배를 겨누었다.

주환은 좀비를 밀어붙이며 방아쇠를 당겼다.

탕!

탄환이 한 발 명중했지만, 곧바로 권총의 슬라이드가 뒤로 밀리며 탄창이 비었음을 알렸다.

탄환이 복부에 명중했음에도 좀비는 포기하지 않고 양손을 뻗어 주환이 쓰고 있는 헬멧을 붙잡았다.

“이거 놔!”

좀비는 무서운 힘으로 방탄 헬멧을 붙잡고 놔주질 않았다.

둘은 실랑이를 하면서 같이 몸을 빙글 돌렸다.

둘의 위치가 바뀌자 자신이 진입했던 골목길의 바깥쪽을 좀비의 어깨 너머로 확인하게 된 주환은 골목길의 안쪽으로 좀비들이 다수 진입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시간이 없어!’

주환은 권총을 입에 물고는 곧바로 군용 나이프를 뽑아 좀비의 목에 꽂았다.

푹!

목에 나이프가 꽂히자 놈의 몸에서 순간적으로 힘이 빠져나갔다.

그러나 여전히 헬멧을 놔주지 않았기에 주환은 급한 대로 헬멧의 턱끈을 풀었다.

그러자 헬멧이 확 벗겨지며 그 헬멧을 잡고 있던 좀비가 비틀거렸다.

헬멧을 잡고 있는 좀비가 살짝 떨어지자 주환은 좀비가 그릇처럼 거꾸로 들고 있는 헬멧의 안에 뭔가를 집어넣었다.

퍽!

이어서 주환은 옆차기로 그 좀비를 걷어차 버렸다.

밀쳐진 좀비가 뒷걸음질을 치며 자신의 뒤쪽으로 몰려온 좀비들 쪽으로 넘어졌다.

좀비가 넘어지며 주환이 그 헬멧에 넣어 두었던 물건이 데굴데굴 구르며 흘러나와 몰려온 좀비들 사이로 굴러 들어갔다.

그것은 바로 수류탄이었다.

쾅!

엄청난 굉음과 함께 좀비들의 시신 여러 구가 공중으로 높이 솟아올랐다.

주환은 그 폭발에 말려들지 않기 위해서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골목길을 달려 나갔다.

수류탄으로 다수의 좀비를 날려 버렸지만, 그의 뒤를 쫓는 좀비들의 발걸음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골목을 질주하던 주환은 살짝 뒤를 돌아보았다.

여전히 수많은 좀비들이 그의 뒤를 쫓고 있었다.

숨이 찼지만 주환은 멈추지 않았다.

그야말로 절체절명의 순간.

그때.

좀비들을 피해 계속해서 달려가던 주환은 순간 골목길의 어둠 속에서 희미한 빛 무리가 어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

‘저게 뭐지?’

그가 의문을 갖는 순간 그 빛 무리가 확 하고 퍼지면서 얇은 홀로그램 같은 빛의 소용돌이를 만들어 냈다.

그것은 홀로그램 같은 환상이 아니었다.

그것은 주환의 눈앞에 실재하고 있는 ‘차원의 문’ 그 자체였다.

골목길을 막고 있는 차원의 문 앞에 선 주환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대체 이게 뭐야!”

정체 모를 차원의 문을 마주한 주환은 바로 걸음을 멈추려고 했다.

그러나 지금 뒤에서는 좀비들이 쫓아오고 있는 위험한 상황.

‘에라. 모르겠다!’

뒤에서 몰려오고 있는 끔찍한 죽음을 피하고자 주환은 빛의 소용돌이 안쪽으로 기꺼이 몸을 던졌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