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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전사의 이세계 뽀개기-10화 (10/182)

10화

루카의 집 지하실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떠날 채비를 하기 위하여 주환은 자신의 장비를 챙기며 데스티나에게 물었다.

“준비 다 됐어?”

역시나 떠날 채비를 하고 있던 데스티나는 마지막으로 자신의 검을 허리에 차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이제 다 끝났다.”

“그럼 이제 남은 사람은.”

주환의 시선이 데스티나에게서 떠나 한쪽으로 옮겨 간다.

그의 시선이 닿은 곳에는 짐을 바리바리 싸고 있는 루카가 있었다.

그의 시선을 느꼈는지 마지막 짐을 점검하고 있던 루카는 그에게 소리쳤다.

“잠깐만 기다려 봐! 더 필요할 게 있을지도 모르니까.”

“너무 많이 챙기는 거 아니야?”

주환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루카는 마치 집에 있는 모든 가산을 다 짊어질 듯 엄청난 크기의 짐을 꾸리는 중이었다.

누가 보아도 떠날 채비를 하는 모습 그 자체.

루카가 싸고 있는 짐을 살피며 주환은 그녀에게 물었다.

“저 짐을 싣고 갈 말도 없잖아?”

“말이 무슨 필요가 있어? 내가 직접 가지고 가면 되는데.”

루카는 짐을 완전히 여미고는 가볍게 들어서 등에 메었다.

쿵!

그녀가 짐을 등에 메자 그 짐의 꼭대기 부분이 지하실의 천장에 닿으며 큰 소리를 냈다.

그 모습을 보며 주환은 혀를 내둘렀다.

“전에부터 생각했던 건데 너 진짜 힘세긴 하구나. 이 정도면 말이 필요 없겠는데.”

“내가 괜찮을 거라고 했잖아.”

“정말로 괜찮겠어?”

“방금 괜찮다고 한 말 못 들은 거야?”

“그렇지만 지하실 문을 통과하지도 못할 것 같은데?”

주환의 지적에 루카는 지하실의 문 크기를 가늠해 보았다.

“……좀 더 빨리 말해 주지 그랬어?”

“미안. 타이밍을 못 잡겠더라고.”

“상관없어. 나누어서 빼낸 다음에 밖에서 합치면 되니까.”

루카는 자신의 짐을 다시 나눈 다음 그 일부를 주환과 데스티나에게 주었다.

“그것만 밖으로 가지고 나가 줘.”

루카의 부탁에 데스티나와 주환은 그 짐들을 가지고 지하실을 나섰다.

세 사람이 지하실을 나선 뒤 집 밖으로 나가자 루카는 그곳에서 자신의 짐을 합친 다음 다시금 등에 메었다.

“이제 진짜로 준비 끝났어.”

루카의 말에 데스티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제 출발하도록 하지. 갈 길이 멀다.”

데스티나가 그렇게 말하자 루카는 발걸음을 떼려다가 뒤를 돌아서 그윽한 눈빛으로 자신이 살던 오두막을 바라보았다.

그 모습을 본 데스티나가 그녀에게 물었다.

“정말로 괜찮겠나? 저 집에 남아 있으면 아버지가 다시 돌아오실지도 모른다.”

“뭐, 그럴 수도 있지만.”

루카는 미련을 버렸다는 듯 힘차게 몸을 돌렸다.

“지금까지 돌아오시지 않았다면 내가 찾으러 가는 게 맞는다고 생각해. 아빠한테 무슨 일이 생긴 게 틀림없으니까. 어차피 이젠 더는 엄마도 없고 말이야. 혹시 몰라서 편지는 남겨 두었고.”

“정말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나?”

“사실 더 빨리 떠나야 했을지도 몰라. 그저 그 계기를 못 찾고 있었을 뿐이지. 그리고 마침 너희 두 사람이 이곳으로 온 게 그 계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거든. 게다가.”

루카는 주환과 데스티나를 번갈아 보면서 씩 웃었다.

“아무리 봐도 너희 두 사람은 내가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단 말이야. 하나는 확실하게 약속할 수 있는데, 나랑 같이 있으면 절대 굶는 일은 없을 거야.”

루카의 말을 듣던 데스티나는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까지 각오가 되어 있다면 나로서는 막을 수가 없겠지. 그렇다면 잘 부탁한다.”

데스티나는 루카를 향해서 손을 내밀었다.

“나도 마찬가지야.”

루카는 그녀의 손을 맞잡았다.

그러자 주환은 루카를 향해 주먹을 내밀었다.

루카는 내밀어진 주환의 주먹을 보며 의아한 표정이 되었다.

“이건 무슨 뜻이야?”

“우리 쪽 세계에서 통하는 인사야. 손을 잡는 게 아니라 서로 주먹을 맞대는 거지.”

“그래?”

루카는 주먹을 쥐어서 주환의 주먹을 툭 쳤다.

“이렇게?”

쿵!

그러자 주환은 자신의 주먹에서 큰 충격을 느꼈다.

그와 동시에 그는 루카의 괴력에 밀려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우왓!”

구르듯 뒤로 넘어진 주환은 손을 들어 얼얼한 자신의 주먹을 바라보았다.

스윽.

그러자 데스티나와 루카가 주변으로 다가와 그를 내려다보았다.

“괜찮나?”

데스티나의 물음에 주환은 고개를 들고는 어이없다는 듯 웃어 버렸다.

“루카, 너는 힘 조절을 하는 법부터 배워야겠다.”

“미안. 미안.”

루카는 유쾌하게 웃으며 주환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번에는 내 손을 박살 내는 건 아니겠지?”

“이번에는 힘 조절할 게.”

“힘 조절 안 하면 박살 낼 수도 있다는 거네.”

주환이 루카의 손을 잡자 그녀는 가볍게 그를 일으켜 주었다.

루카가 주환을 일으켜 주는 동안 데스티나가 앞장섰다.

“자, 출발하자. ‘검은 탑’까지는 갈 길이 머니까.”

데스티나의 말에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검은 탑.

그곳은 루카가 두 사람에게 제시한 새로운 목적지의 이름이었다.

루카가 그곳을 목적지로 제안한 것은 바로 어젯밤의 일이었다.

* * *

“내가 너희한테 제안하고 싶은 건 말이야, 나도 너희와 동행하고 싶다는 거야.”

저녁식사를 하던 테이블에서 깊게 고민을 하던 루카가 두 사람에게 제안한 것은 바로 위와 같은 것이었다.

“우리와 같이?”

주환의 물음에 루카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절대 방해는 하지 않을게. 아니, 오히려 내가 같이 가면 도움이 되는 게 많을 거야.”

루카의 말에 주환은 데스티나를 바라보았다.

“함께 움직이고 싶다면 굳이 말릴 이유는 없다. 그런데 어째서 갑자기 그런 결정을 한 거지?”

“이제는 내가 직접 아버지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루카는 진지한 얼굴로 두 사람을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혹시 검은 탑이라고 알고 있어?”

루카의 물음에 데스티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들어본 적 없다.”

“아빠는 검은 탑이라는 곳에 유명한 마법사가 살고 있다고 말씀하셨어. 그런 마법사라면 엄마를 고칠 방법을 알지도 모른다고 했었지. 아빠가 마법사를 찾아갔다면 분명 검은 탑의 마법사를 찾아갔을 거야.”

주환은 루카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를 깨달았다.

“그럼 너는 검은 탑으로 가서 아빠의 행방에 대한 단서를 찾고 싶은 거구나?”

“맞아. 그뿐만 아니라 나는 너희한테도 그곳으로 같이 가는 걸 권하고 싶어.”

“그렇지만.”

데스티나는 의문점을 입에 담았다.

“이번 전쟁으로 수많은 마법사가 죽었다. 그리고 좀비 사태 때문에 사람들은 서로 뿔뿔이 흩어졌지. 그 마법사가 여전히 검은 탑에 남아 있을 거라는 보장이 있나?”

“네 말이 맞아. 하지만 아버지가 검은 탑의 마법사에게 찾아가려고 생각한 건 이유가 있어. 첫 번째, 검은 탑의 마법사는 국가 소속 마법사가 아니야. 그러니 마법 전쟁에 휘말리지 않았을 가능성이 커. 두 번째, 검은 탑은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 있다고 해. 그러니 찾아가는 것도 힘들지만, 그 대신 좀비 사태에서 무사할 가능성도 높은 거지.”

“일리가 있는 말이로군.”

데스티나는 루카의 말을 인정했다.

“한번 생각해 봐.”

루카는 우선 주환 쪽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주환 너는 다시 너희 세계로 돌아가고 싶지? 그런 방법을 알고 있는 건 마법사들 정도밖에 없을 거야. 검은 탑의 마법사는 너를 원래의 세계로 돌려 놓을 방법을 알고 있을지도 몰라.”

루카의 제안은 분명 주환에게도 솔깃한 면이 있었다.

루카는 이번에는 데스티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데스티나, 너는 어디에 있을지 모르는 황제 일행을 찾고 있지? 마법사들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정보들을 끌어모으는 걸로 알고 있어. 그러니 검은 탑의 마법사는 황제 일행이 어디에 있는지에 대해 단서를 가지고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루카의 설득에 데스티나 역시 관심을 둘 수밖에 없었다.

머릿속으로 루카의 의견을 검토하던 데스티나는 그녀에게 물었다.

“그럼 루카 너는 그 검은 탑의 위치를 알고 있나?”

“응. 아빠가 떠나기 전에 검은 탑의 대략적인 위치를 말해 준 적이 있어. 그러니 같이 머리를 맞대면 분명 잘 찾아갈 수 있을 거야.”

루카의 대답을 들은 데스티나는 비로소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나는 결정했다. 어차피 현재 단서가 전혀 없는 상황이니 루카의 뜻을 따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주환 너는 어떻게 할 건가?”

“나도 마찬가지야. 검은 탑 이야기는 이제야 겨우 잡은 동아줄이나 다름없어. 그게 멀쩡한 것인지 썩은 것인지는 직접 확인하지 않으면 알 수 없을 테니.”

데스티나와 주환의 의견이 일치한 듯하자 루카는 반색했다.

“좋아. 같이 가는 거지? 약속하는 거야!”

그렇게 해서 데스티나와 주환의 파티는 루카까지 하여 세 명으로 늘어나게 되었다.

그들의 목적지는 바로 검은 탑.

세 사람은 서로 다른 목적을 지닌 채 검은 탑까지 함께하기로 약속했다.

* * *

그녀는 눈을 떴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주변은 아직 어두웠다.

날이 밝기 전에 일어났다는 것은 그녀가 이전과는 다른 이변을 느꼈다는 것을 의미했다.

“무슨 일일까……?”

그녀는 침대에서 내려왔다.

그녀가 입고 있는 하얀색 잠옷의 밑자락이 바닥에 조금 끌렸다.

그녀가 입기에는 조금 큰 잠옷이었지만 그녀는 딱히 신경 쓰지는 않았다.

달칵.

문을 열고 침실을 나선 그녀는 거실로 향했다.

원래라면 캄캄해야 할 거실이었지만 지금은 옅은 불빛이 그 안을 채우고 있었다.

“수정구가…….”

놀란 그녀는 앞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앞에 있는 작업용 탁자에는 그녀가 항상 사용하는 수정구가 놓여 있었다.

지금 그 수정구는 빛을 내뿜으면서 밝게 빛나고 있다.

그 수정구가 혼자서 빛나는 일은 대부분 한 가지 일을 의미했다.

미리 일어날 위험을 말해 주는 것.

“대체 어떤 일이기에?”

그녀는 가까이 가서 수정구의 중심부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수정구 안에서 영상이 떠올라 그녀의 눈앞을 가득 메웠다.

수정구의 안에 보이는 것은 3명의 남녀가 어딘가로 이동하는 모습이었다.

그 세 남녀의 모습은 그녀가 보기에도 꽤 특이해 보이는 구석이 있었다.

금발의 여기사와 어려 보이는 백발의 소녀, 그리고 이상한 옷을 입고 있는 검은 머리의 남자.

그녀가 보고 있던 것은 바로 주환의 파티가 이동하는 모습이었다.

“이 사람들은 생존자들일까? 그런데 어째서 이들이 수정구에?”

주환의 일행이 움직이는 동선을 보고 있던 그녀는 비로소 그들이 자신이 사는 검은 탑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곳으로 오고 있는 것 같아. 이 근처를 지나는 걸까? 아니면 이 탑 자체가 목적?”

무엇이 맞든 간에 그녀로서는 그 둘 중 어느 것도 용납할 수가 없었다.

수정구의 영상이 사라지자 그녀는 주문을 외웠다.

“라비린토스의 술식!”

그녀가 주문을 외치자 거대한 마력이 그녀의 몸 안에서 방사되어서 사방으로 빠르게 퍼져 나갔다.

그 마력은 그녀가 있는 곳을 감싸는 거대한 결계로 변화하여 원을 그리면서 내려앉았다.

“이렇게 해두면 그들은 절대 이곳에 도달하지 못할 거야.”

결계가 완성되자 그녀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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