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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전사의 이세계 뽀개기-79화 (79/182)

79화

그때, 데스티나와 루카는 감염자들을 밀어내는 게 조금 더 수월해진 것을 느꼈다.

두 사람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지만 지금 아르테어는 뒤에서 파루시아 교단 특유의 축복을 앞줄의 세 사람에게 내리고 있었다.

파루시아 교단의 기적의 원천은 바로 언어로서, 축복의 매개체가 되는 것 역시 바로 언어였다.

지금 아르테어는 세 사람의 귀에는 직접 들리지는 않지만, 무의식이 감응할 수 있는 방식으로 언어적인 축복을 내리고 있었는데, 그러한 축복은 신체를 회복하고 더 큰 힘을 낼 수 있게 하여 주는 일종의 ‘버프’라고 할 수 있었다.

쾅쾅!

맨 앞줄에 있는 감염자들이 삽과 곡괭이를 가지고 데스티나와 루카가 들고 있는 방패를 내리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그들이 들고 있는 방패는 파수꾼의 껍질로 만든 것으로 강철에 버금갈 정도로 단단하지만, 그 무게는 훨씬 가벼운 특제라고 할 수 있었다.

감염자들의 공격을 막고 있던 데스티나는 방패가 없는 데미안이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고개를 돌렸다.

퍽!

데미안이 달려드는 상대방의 가슴을 손바닥으로 밀치자 그는 뒤로 튕겨 나가면서 뒤에서 달려오는 이들과 충돌하였다.

그리고 데미안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역으로 달려드는 무수한 감염자의 안으로 파고들었다.

앞으로 파고들어 가면서 날리는 장타공격.

그것을 맞은 감염자는 마치 볼링공을 맞은 볼링핀처럼 다른 감염자들에게 부딪치면서 우르르 쓰러져갔다.

단 한 방 한 방이 강력한 타격이었지만 치는 것이 아니라 밀어내는 것에 가깝게 하여 상대방이 바닥에 쓰러지게 하는 기술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리고 손날이나 주먹으로 치는 것이 아니라 손바닥으로 밀어내는 것이었기에 최대한 다치지 않으면서도 적절한 충격을 주는 것이 가능했다.

휙!

오른쪽에서 날아오는 곡괭이를 피하면서 데미안은 팔꿈치로 곡괭이의 손잡이 부분을 박살 내 버렸다.

그리고는 옆차기로 상대를 걷어차서 한 번에 여러 명을 바닥에 쓰러지게 하였다.

데미안은 맨손으로도 절대 떨어지지 않는 엄청난 전투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때 그 싸움을 보면서 눈치만 보고 있던 가스파르가 말을 타고 있던 루시아에게 달려들었다.

쿵!

“아앗!”

가스파르는 루시아에게 몸을 부딪쳐 그녀가 바닥으로 떨어지게 한 다음 그 말을 뺏어 타고는 앞으로 내달렸다.

그 옆에 있던 엘레나가 말에서 떨어진 루시아를 신경 쓰고 있는 동안에 벌어진 일이었다.

가스파르는 감염자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더니 데스티나와 데미안의 사이를 통과하면서 앞에 있는 감염자들을 말로 들이받았다.

“이런!”

충격으로 무수한 감염자가 우수수 쓰러졌으며 그 틈을 타 가스파르는 거칠게 말을 몰아서 감염자들의 틈을 억지로 비집고 나아갔다.

그러나 감염자들이 막고 있었기에 말은 더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였다.

그러자 가스파르는 말 위에 올라선 다음 감염자들의 너머로 뛰었다.

가스파르는 감염자들의 무리를 넘어설 생각이었지만 그는 감염자들의 틈바구니로 떨어지고 말았다.

감염자들이 가스파르를 둘러싸고 공격하려는 순간 가스파르의 로브 안쪽에서 수많은 벌이 쏟아져 나왔다.

그 벌들이 감염자들 사이를 돌아다니면서 공격하자 감염자들은 순간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가스파르는 그 틈을 타서 간신히 감염자들의 손에서 빠져나와 오르페우스호 쪽으로 달려갔다.

한편 엘레나는 말에서 떨어진 루시아를 부축했다.

“루시아 괜찮아?”

말에서 떨어진 루시아는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간신히 몸을 일으키며 엘레나에게 말했다.

“응. 나는 괜찮아. 그나저나 빨리 저 하늘을 나는 배로 가야 해. 어서 가자!”

루시아의 말에 엘레나는 루시아의 손을 잡고는 바람의 정령을 소환하였다.

그러자 바람의 정령이 두 사람을 감쌌으며 엘레나는 루시아를 붙잡고 공중에 몸을 띄웠다.

엘레나는 감염자들의 무리를 단숨에 뛰어넘으려고 하였지만, 루시아의 무게 때문에 예상보다 낮게 날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두 사람은 금세 감염자들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크아아!”

감염자들은 비명과도 같은 괴성을 지르면서 인간 피라미드를 쌓기 시작하였다.

그 피라미드의 높이가 높아지자 가장 위에 올라가는 감염자의 손이 날아가는 엘레나와 루시아를 잡을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그러자 데미안이 감염자들을 막기 위해서 나섰다.

그는 몸을 날려 앞에 있는 감염자들의 머리를 밟으면서 앞으로 달려나갔다.

그리고 그의 앞에 있는 인간 피라미드의 아래쪽에 발차기를 날려서 피라미드가 무너지게 하였다.

우르르!

밑에 받쳐줄 수 있는 인원에 데미안의 공격으로 튕겨 나가자 무게를 이기지 못한 인간 피라미드는 바닥으로 무너지고 말았다.

그렇기에 가장 위에 있던 감염자의 손은 아슬아슬하게 엘레나와 루시아를 스쳐 지나갔다.

그렇지만 그 손을 피하고자 엘레나가 무리하게 몸을 틀었기 때문에 무게 중심이 무너지면서 엘레나와 루시아의 활강이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하였다.

‘이러다가는 감염자들 사이로 떨어지겠어!’

엘레나는 협곡의 절벽의 벽에 붙은 다음 발로 절벽을 차면서 추진력을 만들었다.

그 추진력에 의해서 엘레나와 루시아는 간신히 감염자의 무리를 넘어서 협곡의 안쪽으로 떨어질 수 있었다.

쿵!

바닥으로 떨어진 엘레나와 루시아는 흙바닥을 굴렀다.

간신히 자세를 잡은 엘레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협곡의 안쪽은 아주 넓은 공터로서 그곳이 바로 감염자들이 노동하던 장소였다.

그리고 그 공터의 안쪽에는 절벽이 있었으며 그 절벽의 옆쪽에는 절벽의 위로 올라갈 수 있도록 만들어진 돌계단이 있었다.

그 계단을 타고 올라가면 비로소 가장 위에 있는 함선 오르페우스호에 도달할 수 있다.

엘레나와 루시아가 안쪽으로 떨어지자 감염자들의 주의는 바깥쪽에 있는 데스티나 일행이 아닌 엘레나와 루시아 두 사람 쪽으로 옮겨져 갔다.

“감염자들이 엘레나를 쫓으려고 하고 있다! 우리 쪽으로 주의를 돌려야 해!”

데스티나의 말에 루카와 데미안은 더욱더 감염자들을 압박하면서 그들의 사이로 파고들어 갔다.

감염자들의 사이로 들어가는 것은 위험한 일이었지만 그들이 엘레나를 쫓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진흙탕 같은 난전을 만드는 수밖에 없었다.

“너희 상대는 우리라고! 이쪽으로 와!”

루카는 그렇게 외치면서 감염자들과 적극 맞붙었다.

데미안은 바닥에 떨어져 있는 곡괭이와 삽을 들었다.

그리고 그 두 개를 서로 맞부딪치게 하여서 박살을 낸 뒤 길쭉한 나무 손잡이 부분들만을 남겼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나무 곤봉을 양손에 든 데미안은 그 곤봉을 휘둘러서 자신의 주변에 있는 감염자들을 쓰러뜨려 나갔다.

“과격한 방법은 쓰고 싶지 않지만 어쩔 수 없군요. 이런 곳에서 발목을 잡힐 수는 없으니까요.”

세 사람이 열심히 감염자들의 주위를 끌어주는 동안 엘레나는 루시아를 부축하면서 함께 일어났다.

“여기에서 멈춰 있을 수는 없어. 빨리 올라가서 놈들을 만나야 해.”

*********

“이런 두 놈은 통과해 버렸군.”

아래쪽의 상황을 주시하면서 클레이브는 유쾌하다는 듯 그렇게 웃었다.

“생각보다 잘 버티네요.”

그렇게 말하면서 페드로는 방금 감염자들을 넘어 협곡의 안쪽으로 들어온 엘레나와 루시아를 보았다.

그리고 루시아가 그랬던 것처럼 페드로 역시 루시아의 모습에 시선을 빼앗겼다.

페드로의 변화를 눈치챘는지 클레이브가 그에게 물었다.

“뭔가 발견하기라도 한 거냐?”

“아니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페드로는 그렇게 얼버무렸지만, 그것을 놓칠 클레이브가 아니었다.

그 역시 엘레나의 옆에 있는 어린 소녀를 바라보았다.

“오호라. 설마 그때의 그 소녀인가?”

페드로는 더 이상 듣고 싶지 않다는 듯 그 자리를 떠나 갑판의 아래로 내려갔다.

그것을 바라보던 클레이브는 흥미롭다는 듯 중얼거렸다.

“자신의 동생을 찾기 위해서 이곳까지 왔다는 말인가. 그 노력은 높게 쳐줘야겠군. 그럼 저쪽은 페드로에게 맡겨도 되겠지. 페드로가 어디까지 나에게 충성하고 있는지를 시험해 볼 좋은 기회이니까 말이야.”

그리고 클레이브는 감염자들과 엉켜서 싸우고 있는 데스티나 일행을 바라보았다.

“이 정도로 열심히 나를 즐겁게 해주는 기사님들이라면 나도 그에 맞추어서 더 재미있는 것을 준비해 줘야겠군.”

그러면서 클레이브는 미소를 지었다.

“특히 데미안. 너에게는 꽤 즐거운 시험의 무대가 될 거야. 전설의 검사가 어디까지 해줄지 정말로 궁금하군.”

*********

의료실에서 머물고 있는 주환은 의료실의 실험기구들을 사용해서 치료제를 만들고 있는 이온을 바라보면서 물었다.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건 없을까?”

“지금은 도와주실 만한 게 없네요. 그리고 행여나 이쪽으로 가까이 다가오시면 안 돼요.”

“어째서?”

“제가 지금 실험에 사용하고 있는 이 녹색의 비. 이 비의 효능은 즉각적이어서 그냥 피부에 닿기만 해도 바로 변이를 일으킬 수 있으니까요. 저야 안드로이드이니까 상관없지만, 만약 이게 주인님에게 닿기라도 하면.”

“알겠어. 한 마디로 엄청나게 위험한 물질이라는 거잖아.”

“네. 사실 저도 이런 물질은 처음 봐요. 생명체에게 닿기만 해도 그 생명체의 세포와 DNA의 구조를 완전히 변화시켜 버리죠. 문제점이 있다면 안정성이 문제인데. 이 액체가 초래하는 그 변이의 정도나 결과를 예측하는 방법이나 통제하는 방법이 없다는 게 연구자에게 있어서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수 있겠네요.”

“비를 쫓는 자들은 그 부분을 보완하려고 하는 거고?”

“그렇겠죠. 지금까지의 결과를 보면 어느 정도의 성과는 있어 보이지만 아마 그들 자신도 애를 먹고 있을 거예요.”

“그렇겠지.”

주환은 그렇게 대답하면서 실험실에서 보았던 그 잔인한 실험들과 동굴에서 목격한 변이체들의 모습을 떠올렸다.

“치료제가 완성되면 감염자들을 어떻게 치료를 하지?”

“완성된 치료제에 따라서 다르긴 하지만 주사를 통한 주입이 될 수도 있고 분무형태로 분사하게 하여서 호흡기로 들이마시게 하는 방법이 있을 수도 있어요. 전자는 시간이 오래 걸리겠지만, 결과는 확실할 거고 후자는 잘하면 그 많은 감염자를 단 한 번에 치료할 수 있지만, 성공확률이 좀 더 떨어질 거고요.”

“치료제는 언제쯤 완성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녹색의 비를 얻었기 때문에 치료제를 만드는 작업 자체는 생각보다 빨리 끝나겠지만, 대량으로 만들어야 해서 시간이 좀 더 걸릴 것 같아요.”

“그래. 아무튼, 치료제가 만들어질 때까지 여기서 좀 기다리고 있을 수밖에 없겠네.”

“네. 주인님은 우선 편히 쉬고 계세요. 이후에는 어떤 전투가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니까요.”

“알았어.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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