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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전사의 이세계 뽀개기-87화 (87/182)

87화

“저자들은 성전 기사단이로군. 원군이 온 건가.”

성전 기사단의 원군이 도착한 시점에서 클레이브 역시도 그저 방관자처럼 구경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성전 기사단이라면 무작정 저 감염자들을 밀고 들어올 수는 없겠지. 감염자들이 어느 정도 시간을 벌어줄 것이다. 그렇다면 그사이에 자료들을 들고 이곳을 떠나든지, 아니면 총력전으로 놈들을 밟아 버리든지 둘 중 하나로군.’

그 순간, 클레이브는 함선에 무언가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

그는 뒤를 돌아보았다.

“저건.”

클레이브는 갑판의 위에 튀어나와 있는 거대한 포탑이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 포탑이 움직이는 것을 보는 것은 클레이브로서도 처음이었다.

“지금 어째서 움직이는 거야?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가?”

이리저리 움직이던 포탑은 이윽고 그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러더니 길쭉한 포신이 점점 각도를 높이면서 올라가더니 그 움직임 역시도 어느 순간 멎게 되었다.

펑!

엄청난 발포음과 함께 포탄이 발사되었다.

하늘 높이 솟아오른 포탄은 중력에 의해서 다시 바닥으로 추락했다.

그것을 본 클레이브는 그것이 일종의 대포 역할을 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하늘로 발사되었다가 다시 떨어지는 포탄은 바로 이온이 발사한 소화탄으로, 소화탄이 떨어지는 순간 이온은 소화탄의 형태를 조종하였다.

그러자 떨어지는 소화탄의 꼬리 부분이 열리면서 마치 헬리콥터와 같은 프로펠러가 생겨났다.

그와 동시에 떨어지던 소화탄은 프로펠러의 힘으로 인하여 공중을 자유롭게 떠다녔다.

그다음 단계로 소화탄을 감싸고 있는 껍데기 역할을 하는 판들이 꽃봉오리가 벌어지듯 사방으로 펼쳐졌다.

그러자 소화탄의 안쪽에 숨겨져 있던 수도 없이 많은 분사구들이 드러났는데, 그 분사구에서 안에 가득 채워져 있는 치료액을 안개처럼 분사하기 시작했다.

분사액들은 바닥으로 떨어져 그 밑에 있는 감염자들을 적셨다.

그 액을 맞은 감염자들은 갑자기 몸을 덜덜 떨기 시작하면서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헛구역질을 했는데 그 때문에 그들은 아까와는 달리 전혀 힘을 쓰지 못하면서 단체로 무릎을 꿇었다.

“우엑!”

감염자들 중 일부가 헛구역질이 아닌 녹색의 액체를 입안에서 토해 냈다.

그 액체의 안에 커다란 벌레가 꿈틀거리고 있었는데, 그 벌레는 공기를 만나자 이윽고 그 움직임을 멈추고 말았다.

‘치료액인가. 대체 누가?’

클레이브는 지금 감염자들을 치료하는 치료제가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랐지만, 그것을 방관하고만 있지 않았다.

클레이브는 바로 자신의 손을 앞으로 뻗었다.

그러자 그의 팔에서 보라색의 불꽃으로 된 유령과도 같은 거대한 팔이 솟아났다.

클레이브가 팔을 휘두르자 그 불꽃 팔이 길게 늘어지면서 공중에서 열심히 돌고 있는 소화탄을 붙잡았다.

키잉!

소화탄은 그 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이리저리 움직였지만, 불꽃의 팔은 소화탄을 놓아주지 않았다.

클레이브가 손을 움직이자 불꽃의 팔은 마치 야구공을 던지듯이 소화탄을 절벽 쪽으로 던져 버렸다.

쾅!

절벽에 충돌한 소화탄이 박살 나고 그 소화탄에 연결되어 있던 이온이 깜짝 놀라면서 눈을 떴다.

이온은 재빨리 사다리를 타고 포탑의 하부로 미끄러지듯이 내려간 다음, 소화탄을 장전하고 있던 주환에게 뛰어갔다.

“주인님! 큰일 났어요!”

“무슨 큰일?”

“지금 클레이브가 갑판에 있는데 무슨 이상한 손 같은 것을 만들어서 소화탄이 감염자들을 치료하는 것을 방해하고 있어요.”

“뭐라고?”

주환으로서는 이상한 손에 대한 이야기는 잘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어찌 되었건 클레이브가 자신들의 작업을 방해하고 있다는 것만큼은 확실하게 알아들었다.

“포탑의 탄을 다른 탄으로 바꿔서 포탑으로 클레이브를 날려 버리면 안 돼?”

“포탑의 크기가 너무 크고 클레이브가 너무 가까이 있어서 그건 불가능해요.”

“그렇단 말이지.”

이온의 말에 주환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말을 이었다.

“이온. 여기서 가장 빨리 갑판으로 나갈 수 입구가 어디지?”

“포탑의 바로 뒤쪽에 비상구가 있어요.”

“이온. 잘 들어. 내가 그곳으로 나가서 클레이브를 막을게. 최대한 놈이 방해를 하지 못하도록 할 테니까. 너는 최대한 빨리 소화탄들을 다 발사해 줘.”

“잠깐만요, 주인님. 주인님 혼자 그자를 상대하시겠다고요? 저랑 같이 나가요!”

“네가 나를 못 믿을 수도 있지만, 시간을 끄는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어. 그리고 둘 다 나갔다가 둘 다 당하면 그게 더 큰일이야. 그리고 아까 네가 말했듯이 포탑을 조종하는 것은 너밖에 할 수가 없어.”

“주인님…….”

“시간이 없으니까 나가는 문으로 빨리 안내를 해줘.”

주환은 먼저 사다리를 타고 포탑의 내부로 올라갔다.

이온 역시 그를 따라서 올라온 뒤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작은 문을 열어 주었다.

그 작은 문으로 내려가면서 주환은 이온에게 주의를 주었다.

“이 문을 잘 막아 둬. 클레이브가 이곳으로 들어오면 큰일이니까.”

“알겠어요, 주인님. 꼭 조심하세요.”

“걱정하지 마. 그럼 다녀올게.”

주환은 그 말만을 남기고는 포탑의 바깥으로 빠져나왔다.

갑판으로 내려선 주환은 클레이브가 서 있는 곳으로 총을 겨눈 채로 천천히 접근했다.

“자네로군.”

클레이브 역시 주환을 발견한 것인지 전투태세를 갖춘 채로 주환을 맞았다.

“정말이지 수완이 좋은 친구야. 가두어 놓아도 빠져나오고. 그 구덩이에 던져 넣어도 살아서 돌아오다니 말이야. 자네 같은 친구가 나를 도와준다면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이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군.”

“제가 운이 좋은 편이라서 말이죠.”

“그때 내가 했던 제안은 아직도 유효하다네. 나를 도울 생각은 없는 건가?”

“그 구덩이에 던져 넣어 준 덕분에 여러 가지를 볼 수가 있었죠. 그래서 더욱더 결심을 굳혔습니다. 당신 같은 사람은 이 세상에 존재하면 안 된다는 걸 말입니다.”

“여전하군. 이럴 줄 알았으면 잡아 왔을 때 바로 죽일 걸 그랬어. 나는 인재를 얻는 것에 대한 욕심이 아주 많은 사람이거든.”

“진짜 인재는 당신 같은 사람과 뜻을 같이하지 않을 겁니다.”

“제법 날카롭구만. 그런데 치료제는 어떻게 만든 거지?”

“당신이 자랑하는 바로 그 녹색의 비로 만들었죠.”

“그렇군. 역시 아직까지도 연구할 여지가 많이 남아 있어. 그런 게 바로 연구의 재미인 거지 끝을 알 수가 없다는 것 말이야.”

클레이브를 겨누고 있던 주환은 기회를 보고 있다가 바로 방아쇠를 당겼다.

탕!

목표는 클레이브의 어깨.

총알이 어깨에 명중하자 클레이브의 몸이 크게 흔들렸다.

‘명중했다.’

주환은 클레이브가 쓰러질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클레이브는 천천히 몸을 추슬렀다.

“아프구만.”

클레이브의 말과 함께 그의 어깨에서 뭉그러진 탄두가 바닥으로 툭 하고 떨어졌다.

톡.

클레이브에게 명중한 탄두가 뭉그러진 채 함선의 갑판 위로 떨어졌다.

그 모습에 주환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먹히지 않았어?”

주환이 그렇게 중얼거리고 있을 때 클레이브는 고개를 들었다.

클레이브는 그 스스로도 상당히 놀란 것인지 총에 맞았던 어깨 부분을 손을 들어 만져 보았다.

“마치 돌팔매질에 맞은 것 같군.”

클레이브에게 아무런 타격도 입히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탄두가 튕겨 나오긴 했지만 탄두의 충돌은 분명 클레이브의 몸에 충격을 입혔다.

클레이브는 허리를 숙여서 바닥에 떨어진 탄두를 집어 들고는 그것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작군. 매우 작아.”

클레이브는 탄두에서 시선을 떼고 주환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작은 금속 덩어리가 그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다니 대단한 일이로군. 만약 방어를 하지 못했다면 내 어깨가 날아갔을지도 모르겠어.”

클레이브의 반응을 관찰하던 주환은 그가 어떠한 방법을 쓰고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지금 고성능의 방탄조끼에 준하는 방어력을 가지고 있음을 파악할 수 있었다.

주환은 계획을 변경했다.

처음에는 다리나 팔을 쏴서 제압하는 것이 목적이었지만 이번에는 클레이브의 몸쪽을 향해서 총을 난사했다.

타다다다!

돌격 소총의 총구에서 발사음이 울려 퍼졌다.

그와 동시에 클레이브는 점점 뒷걸음치며 뒤로 물러났다.

가슴팍에 여러 발의 탄환이 박히자 클레이브는 한 발 한 발이 박힐 때마다 한 걸음씩 뒤로 물러섰다.

후두둑.

클레이브가 걸음을 멈추자 이번에도 관통하지 못한 탄두들이 그의 몸에서 떨어져 내렸다.

“이 정도의 고통이 얼마 만인지 모르겠군.”

클레이브는 즐겁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힘을 얻고 난 뒤에는 다치거나 할 일이 거의 없었거든.”

클레이브가 말을 마치자 그의 전신에서 보라색의 불꽃이 서서히 솟아올랐다.

그 불꽃이 그의 전신을 덮고 있었기에 클레이브의 모습은 마치 보라색의 오오라에 둘러싸여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주환은 그 보라색의 불꽃이 공격의 수단이자 동시에 방어의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눈치챌 수 있었다.

“자네의 능력은 충분히 맛을 보았으니까 이번에는 나도 진지하게 하도록 하겠네.”

클레이브는 주환을 향해서 그렇게 말했다.

* * *

“가자!”

성전 기사단은 함성을 지르면서 감염자들에게 달려들었다.

그들의 맨 앞줄에 있는 인원들은 커다란 방패를 든 채로 거침없이 진격하는 폭주 기관차와 다름이 없었다.

감염자들이 그들의 앞으로 달려와 방패를 두들겨 댔지만, 그 견고한 방어를 뚫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철저하게 훈련을 받은 기사들이 방패를 들고 만들어 내는 진형은 그 자체로도 탄탄한 성채와도 같았다.

성전 기사단은 계속해서 감염자들을 몰아세웠다.

그리고 앞에서 공격하는 감염자들의 공격이 잠시 느슨해졌다 싶은 순간, 갑자기 앞줄의 방패병들이 들고 있는 방패들의 사이사이가 열리면서 뒷줄에 있는 기사단원들이 손을 뻗어서 감염자들을 붙잡았다.

그리고 붙잡힌 감염자들은 성전 기사단 진형의 안쪽으로 끌려 들어가 그 안에서 준비된 인원들에게 포승줄로 포박당했다.

성전기사단은 그러한 방식으로 마치 팩맨 게임처럼 감염자들의 무리들을 야금야금 제압해 나갔다.

한편, 좀비 골렘을 쓰러뜨린 갈로스는 단숨에 좀비 골렘의 위로 올라탔다.

마치 어린아이가 넘어진 어른의 위로 마운트 자세를 취한 것과 비슷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갈로스는 주먹을 들었다.

퍽!

갈로스는 빠르게 주먹으로 좀비 골렘의 얼굴을 내리치기 시작했다.

갈로스의 단단한 청동제 주먹이 좀비 골렘의 얼굴에 꽂히자 골렘의 머리를 이루고 있던 좀비들이 점점 박살이 났다.

좀비 골렘은 갈로스에게서 떨어지기 위해서 팔을 들어 갈로스의 머리를 내리쳤다.

그러나 고통을 느끼지 않는 갈로스였기에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저 좀비 골렘이 그를 밀어내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고 있었기에, 위에서 떨어지지 않기 위하여 중심을 잡는 것이 힘들 뿐이었다.

머리를 내리치는 갈로스를 막을 수가 없자 좀비 골렘은 이번에는 자신의 팔로 갈로스의 팔을 붙잡았다.

그리고 좀비 골렘의 팔을 이루고 있는 좀비들의 머리가 일제히 솟아오르더니 각자 입을 벌리고 갈로스의 팔을 깨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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