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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전사의 이세계 뽀개기-99화 (99/182)

99화

데미안이 온 힘을 다해서 만들어 준 빈틈.

그렇지만 그 틈이 유지되는 시간은 단지 1~2초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환은 자신이 있었다.

주환은 초집중모드로 시간을 느리게 만들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보호막의 빈틈이 사라지는 시간은 주환의 예상보다도 너무 빨랐다.

처음에는 30센티 자 정도의 크기였지만 아주 잠깐 사이에 손가락 하나만큼의 크기로 줄어들었다.

‘너무 빨라!’

집중.

더욱더 집중.

주환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극한의 집중 상태로 나아갔다.

그리고.

‘지금이다!’

주환은 방아쇠를 당겼다.

탄환이 발사되고 발사된 탄환은 클레이브를 향해서 곧게 나아갔다.

클레이브의 몸을 두르고 있는 보호막에 생긴 빈틈의 크기가 작아지고 작아져서 반지의 구멍 정도로 작아졌을 찰나에.

주환이 발사한 단 한 발의 탄환은 그 작은 구멍을 기적적으로 통과했다.

퍽!

보호막을 통과한 탄환은 클레이브의 복부를 관통했다.

“커억!”

클레이브는 입에서 피를 토하며 뒤쪽으로 넘어지고 말았다.

쓰러지는 클레이브를 보면서 데미안은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감을 잡질 못하였다.

그렇지만 들고 있던 총을 클레이브 쪽으로 겨누고 있는 주환을 보면서 그제야 주환의 생각이 먹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데미안은 재차 클레이브를 공격하려고 했지만 하르페가 말을 듣지 않았다.

그사이에 몸을 추스른 클레이브는 비틀거리면서 데미안과 주환에게서 조금씩 물러섰다.

“이런, 제기랄.”

엄청난 고통에 몸부림치면서도 클레이브는 웃음을 잃지 않았다.

“무지하게 아프구만. 하아…. 내장 쪽을 통째로 불에 태우는 것 같아. 물론 그런 일은 당해 본 적이 없지만 말이야. 하하.”

“치료하지 않으면 과다출혈로 죽을지도 모릅니다. 이제 항복해요!”

주환은 계속 총을 겨눈 채로 클레이브를 압박했다.

“항복? 너희 같은 애송이들이 감히 항복을 입에 올리다니 참 가소롭군. 한 방 먹은 것은 인정하지만 아직은 끝난 게 아니야.”

데미안은 하르페를 들고 있는 손으로 클레이브를 가리켰다.

“제가 다시 하르페를 쓸 수 있는 순간이 온다면 당신은 정말로 살아남을 수 없을 겁니다. 지금 고통 때문인지 출혈 때문인지 당신을 지켜 주고 있는 그 보라색의 불꽃이 점점 약해지고 있군요.”

데미안의 말은 사실이었다.

조금씩이긴 했지만 클레이브가 발하고 있는 불꽃은 점차 사그라지고 있었다.

데미안은 자신들의 승리를 확신하면서도 불안한 마음을 숨길 수 없었다.

지금 클레이브의 육체는 점점 힘이 빠져나가고 있었지만, 그의 눈에서 비치는 자신감은 전혀 사라지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크큭. 이것만큼은 사용하고 싶지 않았는데 말이야. 그렇지만 자네가 자신의 마지막 수까지 나에게 내보였으니 나도 그에 따른 답례를 하는 게 옳은 일이겠지.”

‘아직도 남은 수가 있단 말인가?’

클레이브의 말에 데미안과 주환은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내가 어떤 가문의 가주인지는 기억하고 있겠지. 나는 알케비젼이다. 알케비젼의 가장 큰 특기는 허접한 흑마법 수준이 아니야.”

그렇게 말하며 클레이브는 자신의 손을 위쪽으로 뻗었다.

“너희도 알고 있겠지. 알케비젼은 마족과 계약하여 힘을 얻는다. 지금 나를 지켜 주고 있는 이 힘도 그에게서 나오는 것이지.”

그 순간, 하늘에 거대한 마법진이 그려졌다.

마법진의 크기가 워낙 커서 오르페우스 호의 갑판의 절반을 채울 수 있는 수준이었다.

“우리 알케비젼 가문은 평생을 마족과 생명을 건 외줄 타기를 해온 가문. 우리가 상대하는 대상은 최고위급 마족이다.”

그리고 마법진에서 보라색의 빛이 내려오면서 마치 홀로그램처럼 그 안에서 거대한 거인이 내려오기 시작했다.

금색의 머리칼과 푸른색의 피부.

머리칼의 안쪽에서 솟아 나온 두 개의 거대한 뿔.

온몸을 지켜주고 있는 검은색의 갑옷과 등에 달린 박쥐 날개.

알케비젼 가문과 계약한 최고위의 마족, ‘루드비히’가 클레이브의 소환에 응하여 그곳에 강림했다.

* * *

루드비히가 인간계에 강림한 바로 그 시각.

검은 탑의 마법사 이브는 자신의 실험실에서 실험에 몰두하는 중이었다.

연구를 계속하고 있던 이브는 갑자기 전신을 벌레가 뜯어 먹는 것 같은 고통을 느끼면서 보이지 않는 손이 심장을 쥐어짜는 듯한 격통에 휩싸였다.

“커억!”

이브는 갑자기 가슴을 움켜쥐면서 피를 토했다.

그녀는 몸을 가누기 위해서 양손으로 자신의 실험대를 짚었지만, 전신을 강타한 고통이 너무나도 심했기에 결국에는 실험실의 바닥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쿠당탕!

이브는 계속해서 입에서 피를 흘렸다.

그녀는 바닥에 누운 상태로 겨우겨우 몸을 가누면서 입에서 흐르는 피를 옷으로 닦아 냈다.

‘또 할아버지가 그를 소환한 게 틀림없어.’

알케비젼은 마족과의 계약을 통해서 권력을 유지하던 집단.

그들이 계속해서 힘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주기적으로 마족들에게 계약의 대가로서 가문의 일원 중 한 명의 목숨을 바쳐야 했다.

원래 이브는 클레이브에게 알케비젼의 저주를 짊어져야 하는 몸으로서 지목되어 예전에 마족들에게 끌려가야 할 운명이었지만, 그 이후의 방향은 클레이브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이브를 끌고 오는 역할을 맡은 마족이 알케비젼 가문을 배신하고 그녀와 계약을 맺어 버렸기 때문이었다.

어째서 그 마족이 그러한 선택을 한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심지어 이브 역시도 어째서 그가 그런 일을 벌인 것인지 알지 못했다.

벌컥.

이브가 바닥으로 쓰러지는 소리를 들었던 것인지 실험실의 문이 열리면서 타마두크가 뛰어 들어왔다.

“주인님.”

타마두크는 곧장 이브가 편안히 누울 수 있도록 자세를 바로잡아주었다.

그리고 이브가 또다시 피를 토해 내자 타마두크는 손수건을 꺼내서 그녀의 입에서 피를 닦아 주었다.

“볼썽사납지?”

이브가 그렇게 묻자 타마두크는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 않습니다.”

알케비젼 가문의 계약으로 희생물이 된 이브.

타마두크로서도 그녀가 겪고 있는 고통을 덜어 줄 방법은 없었다.

그가 최선을 대하서 이브가 죽는 것을 막고 있기는 하지만 마족과의 계약은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할아버지가…… 루드비히를 소환한 모양이야.”

“그런가 보군요. 루드비히를 소환했다니,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비를 쫓는 자들의 수장이 클레이브라는 것을 알 리가 없는 두 사람으로서는 지금 주환 일행이 상대하고 있는 적이 바로 그 클레이브라는 사실 역시도 알 턱이 없었다.

누운 상태로 온몸을 괴롭히고 있는 고통을 참고 있던 이브는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나도 이렇게 아프지만. 분명 할아버지도 굉장히 아프시겠지. 그걸 생각하면 이 아픈 것도 조금은 버틸 만해 져.”

이브가 대가로서 바쳐지지 않은 이상 알케비젼과 마족과의 계약은 기형적인 형태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마족 측에서는 여전히 알케비젼 가문에 힘을 빌려 주는 것으로 합의하였으나, 온전한 힘을 제공할 수 없었으며 그렇기에 마족들의 힘을 더 이끌어 내기 위해서 소환사는 자신의 온몸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감내해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고통을 받는 것은 제물의 신세였던 이브 역시 마찬가지였다.

결과적으로 클레이브가 루드비히를 소환하면 그와 이브가 동시에 고통을 겪게 되는 것이다.

타마두크는 우선 이브를 들어 올린 뒤에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는 이브의 방 안으로 들어간 다음 그녀를 침대에 눕혔다.

겨우 침대에 몸을 누인 이브는 숨을 헐떡이면서 고개를 들어 타마두크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나. 차 한 잔 준비해 주지 않겠어?”

“차. 말씀이십니까?”

“응. 이번 발작이 끝나면 차를 마시면서 한숨 돌리고 싶거든.”

타마두크는 고통스러워하는 주인의 곁을 떠나고 싶지 않았지만, 이브의 부탁에 어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알겠습니다. 그럼 차를 준비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타마두크는 이브의 방을 나섰다.

타마두크는 알고 있었다.

이브가 어째서 갑자기 차를 타 달라고 부탁했는지.

그녀는 그에게 자신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로서는 조금이라도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진정 효과가 있는 차를 준비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차를 준비하기 위해서 부엌으로 이동하면서 타마두크는 마음을 굳혀 나갔다.

기회가 된다면 무슨 일이 있더라도 이브에게 걸린 저주를 없애 줄 것을.

그 저주를 없애기 위해서는 현재 가문의 가주를 맡은 클레이브를 없애야만 하였다.

물론, 그를 죽이는 것만으로 저주가 완전히 끝나는 건 아니었다.

이 모든 일이 끝나기 위해서는 알케비젼 가문이 계속해서 이어 오던 그 전통 자체를 무너뜨리는 수밖에 없었다.

* * *

갑자기 나타난 이온의 존재는 엔진실에서 싸우고 있던 모두에게 놀라움 그 자체일 수밖에 없었다.

“잠깐만 너!”

엘레나는 허공에서 떨어진 이온을 보면서 입을 열었다.

“근데 너 이름이 뭐였지?”

“제 이름은 이온이에요.”

이온은 그렇게 대답하면서 몸을 일으켰다.

그 자리에 나타난 이온을 보면서 놀란 것은 살덩이 괴물도 마찬가지였다.

“잠깐. 넌. 위에 있는 방 안에 갇혀 있었을 텐데. 어떻게 이곳까지 내려온 거지? 비밀 통로라도 있는 건가?”

“비밀 통로 따위는 없어요. 그렇지만 지금 그 방법이 무엇인지 알려 드리죠.”

그렇게 말하면서 이온은 다시 무장 상태로 돌입했다.

이번에는 머리에 뿔까지 자란 파괴자 모드를 곧바로 작동시킨 상황이었다.

이온은 눈앞에 있는 괴물을 속전속결로 끝내 버릴 참이었다.

그녀의 양 팔꿈치에 달려 있는 두 자루의 초진동 블레이드에 푸른색의 에너지가 덧씌워지면서 그 길이가 더욱더 길어졌다.

살덩이 괴물 역시 함선에 퍼져 있는 모든 괴물의 기억이 서로 공유되고 있는 상황.

지금 엔진실의 안에 있는 살덩이 괴물은 조종실 앞에서 이온과 싸움을 벌였던 가스파르의 분신들과의 기억 공유를 통해 이온의 힘을 알고 있었기에 그녀가 공격을 시작하기 전에 곧바로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이온의 행동이 더욱더 빨랐다.

이온은 분사구를 열어서 괴물이 기회를 잡을 수가 없을 정도로 빠르게 괴물에게 접근했다.

푹!

그리고 그녀는 팔꿈치를 들어서 에너지 블레이드가 앞으로 향하게 한 다음 괴물의 입안에 쑤셔 넣었다.

마치 중국 무술 팔극권의 이문정주와 비슷한 자세로 괴물의 안쪽을 관통시켜 버리자 괴물은 더욱더 입을 크게 벌리면서 그대로 이온을 집어삼키려고 했다.

그 정도의 공격은 괴물에게는 크게 위협적이지 않았다.

아무리 큰 상처라도 얼마든지 회복시킬 수가 있었으니까.

그렇지만 이온은 포기하지 않고 괴물을 계속해서 밀어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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