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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전사의 이세계 뽀개기-115화 (115/182)

115화

“반갑소. 내가 이 칼데브 마을의 영주인 ‘갈레오스’요.”

영주의 숙소에서 두 사람을 맞이한 이는 칼데브 마을을 관리하는 영주 갈레오스였다.

그는 긴 갈색 머리칼과 턱수염을 하고 있었는데, 특이하게도 이마 쪽에 끈으로 만든 장식물을 마치 왕관처럼 두르고 있었다.

그리고 하얀색 계통의 기다란 로브를 입고 있었기에 주환의 눈으로 보기에 그는 한 마을의 영주라기보다는 신을 모시는 사제의 느낌이 더 강했다.

“안녕하십니까. 주환이라고 합니다.”

“저는 루카입니다.”

마을로 들어올 때 주환은 루카에게 이 마을의 영주에게는 예의를 차릴 것을 주문했기 때문에 루카는 평소와는 달리 갈레오스에게 어색하게 인사했다.

주환과 루카의 심플한 자기소개가 끝나자 두 사람의 뒤에 서 있던 경비병은 갈레오스에게 다가가 편지를 건네주었다.

그 편지를 본 갈레오스는 편지에서 눈을 떼고 의문스럽다는 눈빛으로 두 사람을 훑어보았다.

“뭔가 잘못된 게 있습니까?”

“아니요. 잘못된 것은 없소. 이건 분명 내가 쓴 편지가 맞으니까 말이오. 단지.”

갈레오스는 두 사람의 행색에 대한 의문에 대해 적당한 말을 찾는 모양이었다.

“지금 두 사람의 모습은 내가 알고 있던 성전 기사단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군.”

갈레오스의 말에 주환은 사정을 설명했다.

“지금 성전 기사단은 직접 움직일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저희에게 이번 사건의 해결을 위임한 거고요.”

주환의 말이 끝나자 루카가 품에서 다른 편지를 꺼내 갈레오스에게 주었다.

“여기 위임장.”

갈레오스가 편지를 펴보자 그곳에는 데미안이 두 사람의 신원을 보증하며 성전 기사단의 단원과 같은 권리를 지님을 확인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 정도라면 확실하게 밀을 수 있겠군. 성전 기사단의 부단장이 직접 보증하는 괴물 퇴치꾼이니 말이오.”

그리고 갈레오스는 뒤에 서 있는 경비병들을 향해 말했다.

“이 두 분이 쉬실 수 있도록 적당한 숙소를 잡아 드리도록.”

“감사합니다. 숙소도 숙소이지만 이 마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해서 지금 바로 이야기를 듣고 싶은데 괜찮으시겠습니까?”

주환이 그렇게 말하자 갈레오스는 의외라는 듯 말했다.

“흠. 여독을 풀고 싶어 할 것 같아서 우선 숙소를 알아봐 주려고 하였는데, 괜찮겠소?”

“지금 이야기를 들어 놓아야 어떻게 할지 대책을 세울 수 있을 것 같으니까요.”

루카의 말에 갈레오스는 미소를 지었다.

“그 말을 들으니 확실하게 마음이 놓이는군. 당신들이라면 확실히 이번 일을 해결해 줄지도 모르겠소. 그럼 마침 식사 시간대가 되었으니 같이 식사라도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도록 합시다.”

갈레오스는 그렇게 말하며 주환과 루카를 식당으로 안내했다.

* * *

식당으로 안내된 주환과 루카는 갈레오스가 권하는 대로 테이블에 앉았다.

갈레오스가 상석에 앉으면서 대기하고 있던 하인에게 이야기하자 그는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식당을 나섰다.

“곧 식사나 나올 텐데 입에 맞을지 모르겠군.”

“저희만 식사하는 겁니까?”

주환의 물음에 갈레오스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아들놈이 같이 식사할 텐데 뭐가 그렇게 바쁜지 식사시간에도 제대로 자리를 지키지 않기 일쑤이지. 지금 사람을 시켜서 이곳으로 오라고 해두었으니 곧 올 거요.”

식사를 기다리는 동안 루카는 본격적인 질문을 시작했다.

“편지에 의하면 이곳을 습격하는 괴물은 늑대 인간이라던데.”

“워낙 신출귀몰한 괴물이라서 처음에는 그 모습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았소. 그렇지만 정확히 딱 두 번 우리들의 앞에 모습을 드러내었지.”

“두 번이라면?”

“첫 번째는.”

갈레오스는 머뭇거리더니 손을 들어서 자신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실례하오. 나로서는 가슴 아픈 일인지라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는군.”

“이야기하기 어려우시다면 나중에 들어도 상관없습니다. 무리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갈레오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주환이 그렇게 말했지만 갈레오스는 마음을 다잡았는지 말을 이어 나갔다.

“괜찮소. 어차피 해야 할 이야기이니까. 처음 그 괴물은 마을을 가축들만을 노릴 뿐이었소. 그 자리에서 가축들을 죽인 다음 가축의 사체를 갈가리 찢어 놓거나 고기 일부를 가져가곤 했소. 가축들이 죽어 가는 그 자체도 큰일이었지만 주민이 불안에 떠는 것이 더 큰 일이었소. 좀비 사태를 어떻게든 이겨 내었는데 갑자기 이런 일이 발생하니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일이었지. 그렇기에 경비병의 숫자를 늘리고 마을 사람들이 자체적으로 자경단을 짜서 가축들을 지켰소. 그 효과는 상당히 좋았지. 우리는 문제를 해결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그것은 새로운 문제를 불러일으켰소.”

“무슨 문제였습니까?”

“놈이 사람들을 습격하기 시작한 거요. 더는 가축을 공격할 수 없었으니 그 표적을 인간으로 바꾼 것일지도 모르지. 불행하게도 놈의 가장 첫 번째 표적이 된 것은…… 바로 내 아들이었소.”

갈레오스의 말에 루카와 주환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마 갈레오스가 이야기하기를 꺼렸던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일 것이다.

“그렇지만.”

루카는 아까 갈레오스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아들은 같이 식사를 할 예정이라고 하지 않았나요?”

“지금 부르러 간 것은 둘째 아들이오. 놈에게 당한 것은 첫째 아들이지. 당시 첫째 아들과 둘째 아들은 같이 있었는데 갑자기 놈이 나타나서 첫째 아들을 공격하고 물어가 버렸다더군. 그렇게 끌려갔으니 아마 살아 있다고 보기는 힘들겠지.”

“둘째 아드님은 무사하시니 다행이로군요.”

주환은 그렇게 위로했다.

“둘째 아들은 놈의 모습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소. 덩치가 큰 늑대 인간이었다더군.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놈에게 또 다른 마을 주민이 희생되었소. 그때에는 순찰이 더욱더 강화된 상태였기 때문에 놈이 나타나자마자 곧바로 꼬리를 밟을 수 있었지. 놈은 또다시 습격한 사람을 물고 도망치려고 했지만 둘째 아들을 필두로 한 추격자의 추격 끝에 시체를 버리고 도망가 버렸소.”

갈레오스는 한숨을 쉬더니 말을 이었다.

“부탁이오. 반드시 이 사건을 해결해주기 바라오. 그 늑대 인간은 내 아들의 원수. 만약 당신들이 그 늑대 인간을 해치워 준다면 보수뿐만 아니라 당신들에게 우리 집안의 가보를 넘길 생각마저 하고 있으니까.”

“가보라면……?”

그때, 식당의 문이 열리면서 한 청년이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들어온 청년을 본 주환은 그가 자신과 비슷한 나이 또래일 것으로 생각했다.

“왔구나.”

갈레오스가 들어온 청년을 가리키면서 주환과 루카에게 말했다.

“내 아들 안토니오요. 안토니오. 여기 계신 분들은 늑대 인간 퇴치를 위해서 오신 분들이다. 인사드리거라.”

안토니오라고 불린 청년은 주황빛의 머리칼과 날렵한 몸매, 그리고 주근깨가 많긴 했지만 잘생긴 외모를 하고 있었으며 고급스러운 옷을 입고 있었는데, 허리춤에는 큼직한 단검을 차고 있는 채였다.

안토니오는 주환과 루카를 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버님. 정말로 이 두 사람이 괴물 사냥꾼인가요?”

주환으로서는 충분히 예상한 반응이었다.

“그런 실례되는 말은 삼가거라. 이 두 분은 성전 기사단의 부단장님인 데미안 님이 신분을 보증하는 편지를 가지고 계셨다.”

갈레오스의 말에도 안토니오는 굴하지 않았다.

“그런 편지는 얼마든지 위조할 수 있어요. 아버지가 쓰신 편지가 정말로 성전 기사단에게 닿았는지도 알 수가 없는 일이고요. 이 두 사람의 꼴을 보세요.”

안토니오는 우선 주환을 가리켰다.

“여기 광대도 입지 않을 것 같은 우스꽝스러운 옷을 보고도 의심이 들지 않으신 건가요? 그리고.”

이번에는 루카를 가리킨다.

“저기 있는 아이는 이 근처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애들이랑 다를 게 뭐가 있죠? 분명히 이 두 사람은 사기꾼들이에요. 전에 왔던 괴물 사냥꾼도 늑대 인간에게 쉽게 당해 버렸는데 이런 녀석들은 다 편지에 쓰여 있는 보수를 훔치기 위해서 온 것일 뿐이라고요.”

“점점 못 들어줄 소리만 하는구나. 우리를 위해서 와주신 분들에게 무슨 그런 망발을 지껄이는 거냐.”

“아버지야말로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거예요. 그런 편지 한 장에 홀랑 넘어가시다니 아버지답지 않으십니다. 이 문제는 저희끼리 해결할 수 있어요. 믿을 수 있는 건 우리 마을 사람들뿐이라고요.”

“허허. 이것 참.”

안토니오가 주환과 루카를 비난하자 갈레오스는 난처하다는 쓴웃음을 지었다.

“이거 실례를 범하고 말았소. 안토니오가 원래 저런 아이가 아닌데 자기 형의 일이 있다 보니 좀 과격해진 모양이오.”

“아. 괜찮습니다. 신경 쓰지 마십시오.”

주환은 그냥 넘어가려고 했지만, 루카는 넘어갈 생각이 없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루카는 안토니오를 보면서 싱긋 웃었다.

“그렇게 우리 실력이 궁금하다면 한번 시험해 보는 건 어때? 솔직히 말해서 너 같은 말라깽이가 떼로 덤벼도 다 이길 자신이 있는데.”

“뭐라고?”

루카의 모욕에 안토니오는 얼굴을 붉혔다.

“아버지. 이 사람들의 실력을 확인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세요. 제가 반드시 이들의 가면을 벗겨 버리겠습니다.”

“그게 가당키나 한 일이냐.”

갈레오스는 그렇게 말했지만 주환은 그의 표정에서 어느 정도는 안토니오의 말에 수긍하고 있음을 느꼈다.

그 역시도 분위기의 흐름을 타 주환과 루카가 정말로 괴물 사냥꾼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은 것이다.

갈레오스는 주환을 향해서 넌지시 물었다.

“어떻게 생각하오?”

“저희는 괜찮습니다. 서로 크게 다치지 않는 선에서 실력을 겨루어 보는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면 나쁘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이런, 이런. 오늘 저녁은 조금 뒤에 먹어야겠군.”

갈레오스는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안토니오에게 말했다.

“안토니오. 이 두 분을 경비대 연병장으로 모시 거라.”

* * *

칼레브 마을의 안에는 경비대를 위한 막사가 따로 있었으며 그 막사의 바로 앞쪽에는 경비대원들의 훈련을 위한 작은 연병장이 딸려 있다.

연병장의 한쪽에는 샌드백의 역할을 하는 허수아비들이 줄을 지어서 박혀 있었으며, 이곳에서 제법 볼 만한 일이 벌어진다는 소문이 퍼진 것인지 막사 안에 있어야 할 경비대원들이 밖으로 나와 연병장의 한쪽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갈레오스 일행이 연병장에 도착하자 경비대원들이 전부 일어서 갈레오스에게 경례를 하였다.

“영주님, 어서 오십시오.”

경비대장이 갈레오스를 반갑게 맞으러 나오자 갈레오스는 그에게 잠시 연병장을 빌려 쓸 것을 부탁했고 경비대장은 그것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경비대장의 허가가 떨어지자 안토니오는 연병장의 한가운데로 걸어갔다.

“나는 경비대원은 아니지만 매일매일 강해질 수 있도록 단련하고 있어. 그래서 웬만한 검사들이랑 붙는다고 해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지.”

안토니오는 연병장의 가운데에 자리를 잡으면서 말을 이었다.

“만약 진짜 성전 기사단의 부단장인 데미안이 왔다고 한다면 그와 한 번 검을 나누어 보고 싶을 정도야.”

안토니오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주환은 겉으로는 내색하고 있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데미안이 싸우는 것을 직접 눈으로 본 그였기에 방금 안토니오의 발언이 얼마나 무모한 발언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자, 당신. 나와.”

안토니오가 주환을 가리키자 주환은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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