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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전사의 이세계 뽀개기-146화 (146/182)

146화

그들은 도빌 워터의 위용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도빌 워터는 마치 대단한 요새처럼 보였다.

도빌 워터를 두르고 있는 성벽은 대단히 높았으며 그중 한쪽은 바다로 나갈 수 있는 항구와 맞닿아 있었다.

“분위기를 보니 이곳도 좀비들에 대한 피해가 작았던 모양이군.”

데스티나의 말에 주환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런 것 같은데.”

두 사람과는 다르게 이온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그것을 이상하게 여긴 주환이 그녀에게 물었다.

“무슨 문제라도 있어?”

“아뇨. 별문제는 없어요. 그렇지만.”

이온은 주변을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이곳은 기분 나쁜 곳이네요.”

[도빌 워터는 기묘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는 마을입니다.]

주환은 그렇게 말하던 프란시스의 말을 떠올렸다.

지금 주환으로서는 아직까진 도빌 워터라는 곳이 가진 독기를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그것은 민감한 자들만이 느낄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러다가 비가 올지도 모르겠군.”

하늘을 가리고 있는 먹구름을 보면서 데스티나는 그렇게 말했다.

“빨리 가서 비를 피할 수 있을 만한 곳을 찾아보자고.”

주환의 대답에 세 사람은 말을 몰아서 도빌 워터의 입구로 나아갔다.

입구에 도착한 그들은 도빌 워터의 정문을 지키고 있는 경비대원들을 만날 수 있었다.

“거기 멈추십시오.”

경비대원들의 요구에 그들은 말을 멈췄다.

“말에서 내려 주십시오.”

그러자 세 사람은 말에서 내렸다.

경비대원들은 검은빛이 도는 갑옷을 입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 갑옷의 빛에 대비되게 그들의 피부는 매우 창백했다.

한 사람뿐만이 아니라 정문을 지키고 있는 세 명의 경비대원 모두가 그랬다.

“도빌 워터에는 무슨 일로 오신 겁니까?”

경비대원 중 한 명이 그들에게 물었다.

낮고 생기 없는 목소리.

단지 목소리뿐만 아니라 그들이 보이고 있는 모든 움직임과 표정에서 그 어떤 생기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루퍼트 씨를 만나러 왔습니다.”

주환이 일행을 대신해서 용건을 말했다.

“당신들은 누구입니까?”

“저는 칼데브 마을의 영주 대행입니다.”

주환은 뒤에 있는 이온을 가리켰다.

“저쪽은 제 수행원이고요.”

“그럼 저쪽은?”

경비대원은 데스티나를 가리켰다.

데스티나는 성전 기사단의 단장이었지만 그 자리를 데미안에게 넘겨주었기에 그 직책을 더는 언급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영주 대행의 수행 기사다.”

경비대원들은 세 사람을 쭉 훑어보았다.

“루퍼트 님께는 무슨 용무입니까?”

“루퍼트 님의 친척이시자 칼데브 마을의 영주셨던 칼레오스 님이 돌아가셨기에 그분의 유품을 루퍼트 님께 전해 드리기 위해 왔습니다.”

주환은 그렇게 말하며 말에 실려 있는 짐을 보여 주었다.

그러자 경비대원은 자신의 동료들에게 돌아가더니 잠시 의논을 하였다.

그 모습을 보면서 데스티나는 주환에게 말했다.

“검문이 심하군.”

“그래도 짐을 뒤질 것 같지는 않은데. 짐을 뒤지기라도 하면 큰일이야. 내 짐은 수상해 보이는 물건이 워낙 많으니까.”

주환이 그렇게 대답하고 있을 때 경비대원이 그들에게로 돌아왔다.

“통과입니다.”

“고맙습니다.”

통과 허가가 떨어지자 세 사람은 다시 말에 올라탔다.

그들이 정문을 통과하려고 하자 경비대원 중 한 명이 그들에게 말했다.

“이곳에서 문제를 일으켰다간 무슨 일이 일어나도 저희는 책임지지 않습니다.”

“체포되는 겁니까?”

“그것보다 더한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경비대원의 대답은 주환을 왠지 불안하게 만들었다. 주환은 그들에게 질문했다.

“한 가지 물어볼 게 있습니다. 일전에 칼데브 마을에서 파견한 전령이 루퍼트 씨를 만나기 위해서 이곳으로 왔을 겁니다. 그런데 그분은 마을로 돌아오지 않았죠. 그에 대해서 아는 게 있으십니까?”

주환의 물음에 경비대원 세 사람은 서로 마주 보았다.

그러더니 그들은 주환을 보면서 동시에 고개를 저었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전혀 모르겠군요.”

“분명히 찾아왔을 겁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죠. 저희는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전혀 모르겠습니다.”

더 이상 말이 통하질 않았다.

그렇기에 세 사람은 그들에게서 정보를 얻는 것을 포기하고는 말을 몰아서 정문을 통과해 도빌 워터의 안으로 들어갔다.

* * *

도빌 워터의 정문을 통과한 세 사람은 정문과 이어진 큰 대로를 따라서 안쪽으로 계속 나아갔다.

도빌 워터는 바닷가와 맞닿아 있는 곳이었기에 물기를 품은 공기로 가득 차 있었으며, 안개가 끼어 있지 않았음에도 주환은 도빌 워터의 전체가 흐릿하게 보이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 정도였다.

말을 몰면서 주환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둠.

또 어둠.

분명 한낮임에도 도빌 워터의 거리는 어두웠다.

단지 먹구름이 만들어 내는 그늘 때문만이 아니었다.

그것은 도시 곳곳에 묻어 있는 알 수 없는 독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도빌 워터는 큰 도시였지만 거리에 돌아다니는 행인은 거의 없었다.

“너무 조용한데요.”

이온의 말에 나머지 두 사람도 동의했다.

“확실히 그렇군. 좀비 사태의 영향이 없지는 않은 것인가.”

“기분 나쁠 정도의 조용함인데.”

그들은 어느덧 시장으로 접어들었다.

시장 역시 조용하기는 매한가지였다.

시장가 양쪽으로 상점들이 늘어서 있었는데, 항구 도시에 걸맞게 해산물을 파는 상점들이 가장 많았다.

상점가에 들어섰을 때 그들은 자신도 모르게 코를 막을 수밖에 없었다.

상점가에는 악취가 가득했다.

해산물을 파는 상점에는 으레 비린 냄새가 따라오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지금 세 사람을 괴롭히고 있는 악취는 그 정도를 한참 넘어서 있었다.

“대체 이게 무슨 냄새야.”

주환이 당황하며 그렇게 말하자 데스티나는 상점가에 진열되어 있는 해산물들을 살펴보았다.

그곳에 진열되어 있는 해산물들은 그녀가 아는 것과는 다르게 한층 기괴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런 생선들은 처음 보는군.”

“아무도 저희를 반기는 것 같지 않은데요.”

이온의 말마따나 상점가의 누구도 지나가는 세 사람에게 호객 행위를 하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들이 팔고 있는 죽은 물고기들마냥 생기 없는 눈으로 가게 한편을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정말로 이상한 곳이야.’

상점가를 벗어나기 전에 주환은 상인 중 한 명에게 질문했다.

“죄송하지만 말씀 좀 물을게요. 루퍼트 씨의 댁이 정확히 어디인가요?”

상인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을 기다리던 주환이 포기하고 다시 말을 몰려고 할 때 그 상인은 조용히 손을 들어서 어느 지점을 가리켰다.

세 사람의 시선은 그 손가락을 따라갔다.

그곳에는 그들의 눈에도 확연하게 보이는 거대한 저택이 있었다.

그 저택은 도빌 워터에서 지대가 매우 높은 곳에 있었기에 세 사람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이다.

“감사합니다.”

주환이 감사 인사를 했지만, 여전히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세 사람은 거대한 저택을 향해서 말을 몰았다.

이윽고 저택에 도착한 세 사람은 저택의 옆에 있는 마구간에 자신들의 말을 매어 놓았다.

저택은 거대했지만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에 잠겨 있었다.

“루퍼트 씨는 상당한 부자인 모양이군.”

“가스파르 아니, 프란시스에게 들으니까 이곳에서 어업으로 상당한 부를 쌓은 모양이야.”

“주인님. 그 프란시스라는 사람을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가 가스파르라는 것은 확실하지만, 그의 의도는 알 수가 없으니까 우선 모르는 척하는 게 좋을 거야.”

주환은 그렇게 말하고는 저택의 문을 노크했다.

그들이 잠시 기다리자 문이 열리면서 키가 큰 노인이 걸어 나왔다.

그는 이 저택의 시종장이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시종장은 걸걸한 목소리로 주환에게 물었다.

“저는 칼데브 마을의 영주 대행입니다. 영주님이셨던 갈레오스 님의 유품을 전달해 드리기 위해서 왔습니다.”

그러자 시종장은 주환과 그 일행들을 살펴보더니 문을 닫아 버렸다.

당황한 주환이 다시 문을 두드리려 했지만 데스티나가 그를 제지했다.

“좀 기다려 보도록 하지.”

잠시 후, 다시 문이 열리면서 시종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들어오시죠.”

시종장이 문을 활짝 열면서 세 사람을 안쪽으로 안내했다.

그들이 안으로 들어가자 안쪽의 계단에서 누군가 내려오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윽고 프란시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역시 오셨군요.”

프란시스를 발견한 데스티나와 이온은 주환에게 이미 설명을 들었음에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의 모습이 그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가스파르의 모습과 완벽하게 일치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누구도 그것을 내색하지 않았다.

계단을 내려온 프란시스는 시종장을 향해 입을 열었다.

“이분들은 제 손님이시기도 합니다. 루퍼트 님께는 제가 안내해 드리도록 하죠.”

프란시스의 말에 시종장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그럼 저는 물러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주환은 시종장의 반응을 보아 프란시스가 루퍼트의 식객이긴 하지만 꽤 대우를 받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시종장이 물러나자 프란시스는 데스티나와 이온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이분들은?”

프란시스는 정말로 두 사람을 기억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그의 태도를 보자 데스티나와 이온은 정말로 그가 가스파르였던 시절의 기억이 없어졌음을 어느 정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쪽은 제 수행 기사인 데스티나. 그리고 이쪽은 제 수행원인 이온입니다.”

주환이 두 사람을 각각 소개하자 프란시스는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두 사람에게 인사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프란시스라고 합니다.”

서로가 인사를 나누자 프란시스는 그들을 위층으로 안내했다.

“루퍼트 씨는 지금 위층에 계십니다.”

세 사람은 프란시스를 따라서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그들이 위층의 복도에 진입했을 때, 세 사람은 복도에 서 있는 한 여인을 발견할 수 있었다.

긴 흑발에 하얀색 드레스를 입고 있는 그 여인은 매우 아름다웠지만, 피부가 병적일 정도로 창백했으며 입술마저 푸르스름한 빛을 띠고 있었다.

“사라 아가씨.”

프란시스가 그녀의 이름을 부르자 주환은 그녀가 프란시스가 말했던 루퍼트의 딸 사라임을 알 수 있었다.

“아버님을 찾아오신 손님이 계시다고 들어서요.”

“네. 이분들은 칼데브 마을의 영주 대행님과 그 수행원분들이십니다.”

“그러시군요. 인사가 늦었습니다. 저는 사라라고 합니다.”

주환은 사라를 보면서 그녀가 왠지 위태로워 보인다는 인상을 받았다.

또 한 차례의 인사가 끝나고 프란시스는 사라에게 말했다.

“아가씨. 그럼 방으로 돌아가셔서 쉬시도록 하시죠. 무리하시면 몸에 좋지 않습니다.”

“걱정해 줘서 고마워요. 그렇지만 칼데브 마을에서 오신 손님들이시라면 돌아가신 숙부님과 관련된 이야기를 가져오셨을 수 있으니 같이 듣는 게 좋을 듯싶네요.”

숙부는 갈레오스를 말하는 것일 터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같이 아버님을 뵙도록 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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