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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전사의 이세계 뽀개기-152화 (152/182)

152화

“귀신들이 출몰한다는 말인가.”

“그 유령선은 거대한 범선인데 이곳저곳에서 갑자기 나타나서 인근 해안에 정박한 다음 그 안에 타고 있는 유령부대가 육지로 건너온다더군.”

“목적이 뭐지?”

“납치.”

“납치?”

“그래. 육지에 올라온 유령부대들은 사람들을 몰래 납치해서 그 배로 끌고 간 다음 자취를 감춰 버리나 봐. 처음에는 사람들도 몰랐는데 그런 일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니 유령선의 존재가 드러나게 된 거지.”

“수상하군.”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귀신이 그런 수준의 일을 할 수는 없을 터.”

“맞아.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그건 유령을 빙자한 인간의 짓이 틀림없어. 그래서 피해자들이 모여서 돈을 모았고, 나는 그 유령선을 찾아서 사람들을 되찾아 오는 일을 맡은 거지.”

“그래서 이 도빌 워터까지 온 건가?”

“응. 사람들이 목격했던 그 범선. 그 정도 규모의 범선이 드나들 수 있는 곳은 많지 않았으니까. 자연스럽게 이곳으로 조사를 올 수밖에 없었지. 그런데 이번에 당신의 이야기를 들으니까 우리가 서로 협력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어째서?”

“생각해 봐. 아무리 항구도시라고 하더라도 규모가 큰 범선은 아무나 소유하고 있는 게 아니야. 대부분 적당한 낚싯배를 끌고 다니는 게 고작이지. 이 도시에서 그 정도 범선을 소유한 사람들의 목록만 가지고 추려도 그 폭을 상당히 많이 좁힐 수 있어. 그 작업은 이미 내가 해 두었고 말이야. 그리고 아까 이야기 중에 당신들은 전령이 실종된 사건 때문에 루퍼트를 찾아왔다며.”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겠군.”

“내가 만들어 둔 목록에 바로 그 루퍼트의 이름이 있거든. 즉 루퍼트는 당신네 쪽 사건에도 엮여 있고 내 쪽의 사건에도 엮여 있는 거야. 이게 그저 우연일까?”

* * *

교단 사무실의 뒤편에서 이상한 낌새를 느낀 이온이었지만 그녀는 그 느낌의 진원지를 알 수 없었다.

이온이 다시 교단 사무실의 입구 쪽으로 돌아왔을 때 마침 입구에서 주환이 밖으로 빠져나오는 중이었다.

“주인님.”

“돌아가자.”

주환은 이온을 이끌고 계단을 내려갔다.

주환은 헤스컴에게서 들었던 이야기를 이온에게 알려준 다음 그녀에게 물었다.

“어땠어? 수상한 점은 있었어?”

“그게.”

주환의 물음에 이온은 자신이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서 보았던 것들을 주환에게 이야기해 주었다.

이온의 말에 주환 역시 그 이야기에 관심을 둘 수밖에 없었다.

“건물에 지하실이 있는 것은 흔한 이야기지만 그런 식으로 숨겨진 공간이 있다는 건 확실히 이상한 일이긴 하네. 그것도 종교 건물에서.”

“그런데 그 지하로 통하는 그 구멍은 숨겨져 있다기보다는 또 다른 의미가 있는 것처럼 보였어요. 의자들이 전부 다 그 통로를 바라보게끔 놓여 있었거든요.”

‘아까 헤스컴의 권유를 받아들였어야 했나?’

주환이 헤스컴의 권유에 따랐다면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 확인할 기회가 될 수도 있었다.

그렇지만 주환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증거는 없지만 아까 헤스컴의 권유는 순수하지 않은 무언가가 있었어. 그리고 이온이 맡았다던 악취도 신경 쓰이고.’

“이제 어떻게 하실 건가요?”

“우선 데스티나를 만나서 얻은 정보들을 공유해야지. 루퍼트 씨의 저택에서 만나기로 했었으니까 그곳으로 돌아가자.”

주환과 이온은 루퍼트의 저택을 향해서 나아갔다.

그들이 미로처럼 구불구불한 골목으로 진입하였을 때 이온은 주환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주인님. 지금 누군가 우리를 쫓아오고 있어요.”

“우리를? 확실해?”

“네.”

“숫자는?”

“한두 명이 아니에요.”

이온의 말에 주환은 등에 메고 있던 돌격소총을 꺼내서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였다.

그때 이온이 걸음을 멈추었다.

“왜 그래?”

주환이 그렇게 물었지만, 이온의 시선은 앞쪽으로 못 박혀 있었다.

“앞쪽에서도 다수가 몰려오고 있어요. 만약에 저들이 적이라면 저희는 포위당한 거네요.”

주환도 걸음을 멈추고 상대들을 기다렸다.

앞뒤에서 오는 이들은 그들에게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는 평범한 행인들일 수도 있었다.

그렇지만 그들이 모습을 드러내었을 때 주환과 이온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졌음을 감지하였다.

뒤쪽에서 4명, 앞쪽에서도 역시나 4명.

앞뒤에서 두 사람을 포위한 8명은 전부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그들은 전부 검은색의 누더기를 걸치고 있었는데 피부는 푸른색이었으며 얼굴 역시 검은색의 두건을 뒤집어쓰고 있었다.

특이한 것은 그들의 입과 손이었는데 전부 다 입에는 금속으로 된 재갈을 물고 있었으며 열 개의 손가락에는 전부 금속으로 된 골무를 끼고 있었다.

그 금속 골무들은 동물의 발톱을 본뜬 듯 날카로운 갈고리들이 달려 있었다.

“명백하게 우리한테 볼일이 있는 것 같은데?”

“지금 당장에라도 공격할 셈인 것 같아요.”

이온의 말마따나 검은 두건들은 점점 두 사람을 향해서 거리를 좁혀왔다.

“내가 앞을 맡을 테니까. 이온 너는 뒤쪽을 맡아줘.”

“알겠어요.”

주환과 이온은 동시에 방어태세에 들어갔다.

주환은 앞쪽에서 다가오는 검은 두건들에게 총을 겨누었다.

그리고 그것이 신호가 된 듯 그들은 두 사람을 향해서 빠르게 달려들었다.

먼저 주환은 그들에게 비살상탄을 난사했다.

퍼벅!

주환이 발사한 비살상탄들은 달려드는 4명의 검은 두건들을 고르게 공격을 가했다.

그러자 공격을 받은 상대방들은 순간 뒤로 물러섰다.

주환은 상대들의 반응을 보고 이상함을 느꼈다.

공격을 받은 검은 두건들은 비살상탄의 충격에 뒤쪽으로 밀려나긴 했지만, 고통스러운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비살상탄은 상대를 죽음에 이르게 하지는 않지만 맞은 상대에게 엄청난 격통을 주어서 행동불능에 빠지게 하는 위력이 있었다.

만약 상대가 갑옷을 입고 있다면 비살상탄의 위력이 크게 떨어지지만 지금 검은 두건들이 입고 있는 것은 다 찢어져 가는 누더기들일 뿐.

그리고 이상함을 느끼는 것은 이온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온은 주환에게 인간을 상대할 때는 기본적으로 비살상을 목표로 하라는 명령을 받았기에 가장 앞쪽에서 달려드는 검은 두건에게 힘을 조절한 발차기를 날렸다.

그러자 그 공격을 맞은 검은 두건은 옆쪽으로 튕겨 나가면서 벽에 충돌했다.

보통의 인간이었다면 전투불능이 될 수준의 공격이었지만 벽에 부딪힌 검은 두건은 곧바로 태세를 정비하고 이온에게 달려들었다.

그때 주환과 이온에게 동시에 든 생각은 그것이었다.

‘이들은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

이온은 다시 덤벼든 검은 두건의 팔을 붙잡았다. 그리고 그의 팔을 제압한 상태에서 상대의 신체를 스캔하였다.

“주인님!”

스캔을 끝낸 이온이 주환에게 다급하게 외쳤다.

“왜!”

“이자들. 생명 반응이 전혀 없어요. 이들은 그냥 시체예요!”

“시체?”

주환은 그제야 그들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그들은 바로 좀비들이었다.

그렇지만 그들은 흔히 볼 수 있는 좀비들과는 달랐다.

그들은 썩어 있는 시체가 아니라 오히려 잘 단련된 군인이나 전사에 가까웠다.

주환은 바로 옆에서 달려드는 좀비를 총으로 겨누려고 했지만, 거리가 가까웠기에 반사적으로 개머리판으로 머리를 후려쳤다.

머리를 맞은 좀비는 넘어졌지만, 곧바로 다시 일어났다.

그들이 좀비인 것을 안 이상 두 사람이 그들을 배려할 이유는 없었다.

주환은 돌격소총을 등에 멨다.

유탄 발사기까지 장착하여 무게가 훨씬 무거워진 돌격소총은 근접전에서 효율적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주환은 재빨리 오른손에는 권총을 쥔 뒤 왼손으로 서바이벌 나이프를 들었다.

그리고 그는 가장 앞에서 달려드는 좀비를 향해서 빠르게 오른손을 내질렀다.

그러자 권총의 앞부분이 좀비의 목 부분을 강타했다.

충격이 있었던 것인지 좀비의 행동이 살짝 멈추었다.

주환은 바로 그 좀비의 이마에 권총을 대고 방아쇠를 당겼다.

탕!

머리가 터져 나간 좀비는 바닥에 쓰러졌다.

자신들의 동료가 죽었지만, 나머지는 아랑곳하지 않고 주환에게 계속 달려들었다.

좀비들에게 동료의식이 있을 리가 없었다.

그 다음 공격하는 좀비는 그의 얼굴 쪽을 향해서 갈고리 손톱을 휘둘렀다.

주환은 나이프를 들어서 그 공격을 막은 다음 다른 좀비들이 동시에 공격하는 것을 피하고자 어깨로 자신의 바로 앞에 있는 좀비를 들이받았다.

주환은 그 좀비의 복부에 권총을 가져다 내었다.

주환은 방아쇠를 당겨 좀비의 복부에 여러 방의 총알을 박아 넣었다.

좀비에게 있어서 복부는 급소가 아니었지만, 그 정도의 공격을 받으면 좀비라도 버틸 수가 없었다.

두 번째 좀비까지 쓰러뜨렸을 때 다른 좀비가 공중으로 몸을 날렸다.

공중으로 뛰어오른 좀비는 골목의 벽을 디딘 다음 단숨에 주환에게 날아왔다.

보통의 좀비라면 흉내 낼 수 없는 움직임이었다.

날아온 좀비는 발로 주환을 걷어찼다.

“크억!”

강한 발차기를 맞은 주환은 뒤쪽에 있는 골목의 벽에 부딪혔다.

주환은 다음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서 재빨리 정신을 차렸다.

이번에는 두 마리의 좀비가 동시에 주환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주환은 왼손에 들고 있는 서바이벌 나이프를 왼쪽에서 달려들고 있는 좀비에게 던졌다.

그리고 그 나이프는 좀비의 이마에 정확하게 명중했다.

오른쪽에서 오는 좀비의 공격은 받아낼 수 없었기에 주환은 몸을 날려서 바닥에 굴렀다.

주환은 그렇게 해서 네 번째 좀비의 공격까지 피했지만, 그 좀비는 포기하지 않았다.

주환이 몸을 굴려서 공격을 피하자 그 좀비는 마치 서커스의 단원처럼 주환이 기대고 있던 벽을 발로 차더니 공중제비를 돌며 주환에게로 떨어졌다.

몸을 굴린 다음 다시 일어나려고 했던 주환은 예상치 못하게 마지막 좀비가 자신에게로 떨어지고 있는 것을 보았다.

쿵!

떨어지던 좀비가 주환을 덮치자 주환은 그 좀비에게 깔릴 수밖에 없었다.

좀비는 주환을 깔아뭉개면서 양손으로 주환의 목을 잡으려고 했다.

주환은 어쩔 수 없이 오른손에 들고 있던 권총을 놓고는 양팔을 들어 좀비의 손목을 잡아챘다.

손으로 하는 공격을 봉쇄당하자 좀비는 거친 숨소리를 내면서 박치기를 하듯이 주환 쪽으로 머리를 흔들었다.

좀비 특유의 깨물기 공격을 시도하려는 모양이었다.

그렇지만 다행히 좀비의 입에는 금속으로 된 재갈이 물려 있었기에 깨무는 것은 불가능했다.

주환은 그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를 누르고 있는 좀비와 자신의 몸 사이에 자신의 무릎을 끼워 넣어서 틈을 만들었다.

그리고 무릎을 밀어 올려 그 틈을 더 크게 만든 뒤 이어서 발끝, 발바닥 순으로 좀비의 복부에 대었다.

주환은 발로 좀비의 몸을 단숨에 밀었다.

좀비가 누워 있는 주환을 덮치는 자세를 하고 있었기에 주환이 좀비를 밀자 좀비의 몸은 위쪽으로 떠올랐다.

좀비가 바닥으로 다시 떨어지기까지의 아주 짧은 시간.

주환은 다시 권총을 들고는 초집중모드로 시간을 느리게 만들었다.

그리고 공중에 떠올랐다가 떨어지고 있는 좀비에게 권총을 난사했다.

권총의 탄환이 다 떨어진 순간 주환은 빨리 옆쪽으로 몸을 굴렸다.

그러자 주환이 누워 있던 자리에 좀비가 털썩 떨어졌다.

주환은 탄창을 교체하며 떨어진 좀비를 견제했다.

누워 있는 좀비는 이미 죽어 있었다.

“으어억…….”

주환은 신음이 들리는 쪽으로 탄창을 교체한 권총을 겨누었다.

그곳에는 이마에 나이프가 꽂힌 좀비가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주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주환은 걸어오는 좀비의 머리를 권총으로 날려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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