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탱커가 민첩을 끝까지 찍음-8화 (8/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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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3: 은둔자의 오두막 (2)

Episode 3: 은둔자의 오두막 (2)

‘은둔자의 오두막’에서 남쪽으로 꽤 떨어진 숲속.

이준기는 코볼트 보병 다섯 마리를 순서대로 처리하고 나무 뒤에 숨어 오크 부두 술법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술법사가 추방되어 있던 10초 동안 이준기는 100미터도 넘는 거리를 주파했다.

민첩이 40이나 되는 구원자가 던전이라는 자기 세상에서 날뛰는 걸 누가 막는다는 말인가.

‘바람의 가호’가 실린 불화살 치명타 한 방에 쓰러진 엘리트 코볼트 궁수에 이어, 쫓아오던 코볼트 보병 하나를 잡자 이준기는 5레벨이 되었다.

전투 도중에 레벨업을 했다고 싸우는 것을 멈추고 스탯을 찍을 수는 없는 노릇.

스탯 포인트 분배는 레벨업 이후 60분 내에 하면 된다.

코볼트 무리를 모두 처리하고 나서 오크 술법사가 숏보우의 사정거리로 들어오기 전까지 몇 초의 여유가 있었다.

이준기는 레벨업으로 재생된 바람의 책을 사용해서 ‘바람의 가호’를 시전했다.

그리고 불화살을 날렸다.

피이잉!

기름 먹인 화살촉에 불이 붙은 화살이, 정글의 습한 바람을 가르며 날아갔다.

“크아악!”

검붉은 색으로 우아하게 채색된 로브를 입고 있지만, 오크는 오크.

여느 오크 잡병과 마찬가지로 우악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오크 술법사는 화살이 박힌 팔을 휘두르며 마법 시전을 시작했다.

이준기도 그에 대항해 스킬을 발동했다.

“매직 미사일!”

매직 미사일의 시전 시간은 5초.

오크 술법사가 지금 시전하려는 스파크의 2초에 비해 훨씬 길다.

그러나 매직 미사일은 채널링 스킬이다.

총 시전 시간이 5초라는 것일 뿐, 첫 1초 만에 공격이 시작된다.

5초 동안 매초 1개의 마법 탄환이 적을 향해 날아간다.

“크윽!”

스파크가 채 발동되기도 전에 오크 술법사가 매직 미사일의 첫 번째 탄환을 맞고 휘청거렸다.

그러나 시전이 끊기지는 않았다.

매직 미사일의 두 번째 탄환을 맞는 것과 동시에, 오크 술법사의 스파크가 즉시 이준기의 가슴에 작렬했다.

- 4의 화염 대미지를 입었습니다.

- 화염 낙인 1개가 찍혔습니다.

보스 무리를 공격하기 직전에 이준기는 ‘마력 저항의 펜던트’를 사용했다.

그래서 현재 그의 화염 저항은 무려 30.

통상적인 스파크의 대미지가 30%나 감소해서 들어온 것이다.

오크 술법사는 화염 낙인을 중첩시키면서 한방 대미지를 노리는 것이 주요 전략이다.

그 한방 대미지마저 30%가 감소해서 들어온다.

게다가 화염 낙인을 30%의 확률로 저항하기까지 할 것이다.

이준기가 피통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대미지를 입고도 태연한 모습을 보일 수 있는 이유였다.

어제 오후 던전에 입장한 이후 처음으로 입는 대미지.

조슈아 테일러의 손끝에서 발사된 어둠의 책이 가슴을 파고드는 것에 비하면 우스운 수준이지만, 대미지는 대미지.

이준기는 아픔에 움찔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탱커로 몇 년을 살았던 구원자다.

이준기는 고통을 참아 내며 매직 미사일의 채널링을 유지했다.

세 번째 탄환.

네 번째 탄환.

다섯 번째 탄환.

다섯 발이 모두 들어갔지만, 치명타는 하나도 없었고, 총 대미지는 22.

그러나 실망하지 않고 이준기는 방패와 검을 들고 술법사를 향해 달려들었다.

거리를 좁히는 사이, 술법사는 다시 스파크를 시전했다.

- 4의 화염 대미지를 입었습니다.

- 화염 낙인 1개가 추가되었습니다.

- 화염 낙인이 총 두 개 겹쳤습니다.

오크 술법사도 만만치는 않았다.

시전 쿨다운의 1초마저 아껴 쓰려고 놈은 뒷걸음질을 쳐서 이준기와의 거리를 조금이라도 벌리려고 했다.

그리고 다시 스파크를 시전하는 오크 술법사.

- 5의 화염 대미지를 입었습니다.

- 화염 낙인을 저항했습니다.

- 현재 화염 낙인은 총 두 개입니다.

드디어 오크 술법사의 바로 앞까지 다가온 이준기는 방패를 올려세우며 술법사의 품 안으로 뛰어들었다.

“마나 폭발!”

- 마나 폭발로 54의 대미지를 입혔습니다.

오크 부두 술법사의 몸이 뒤로 날아갔다.

끝났다.

‘대미지를 미리 계산하고 덤빈 거지만, 정말 진땀 나는 승부였다.’

이준기는 ‘날개’ 길드에서 10레벨대 구원자들을 상대로 했던 설명회를 다시 떠올렸다.

“불 전문화 오크 술법사의 공격 패턴은 매번 일정합니다. 스파크로 화염 낙인을 네 개 쌓고 화염구를 날리죠. 낙인이 네 개 중첩되기 전에는 무조건 스파크만 난사합니다. 수십 마리를 잡아봤지만, 언제나 똑같았습니다.”

*****

이준기의 주변으로 컨페티 조각들이 흩날리는 것처럼 작은 빛 조각들이 쏟아져 내렸다.

- 에픽급 업적, ‘던전 솔로잉’을 달성했습니다.

- 보상: 에픽급 보물 상자 1개.

무리한 보람이 있다고 이준기는 생각했다.

예전에는 레벨 36이 되어서 처음으로 에픽 아이템을 얻었다.

‘서울연합’ 길드 소속 서브 탱커 자격으로 얻었던 방패.

그런데 이번에는 3레벨에 에픽급 목걸이를 획득하고, 5레벨이 되어 에픽 아이템을 또 하나 건지게 생겼다.

던전 클리어 보상으로 주어지는 보물 상자도 열어봐야 한다.

‘레어 등급 이상’이라는 설명이 붙는 던전 보상의 경우 대개 레어템이 나오지만 아주 드물게 에픽템이 나오기도 한다.

업적 달성 메시지에 이어 레벨업 메시지도 떴다.

- 6레벨을 달성하였습니다.

- 스탯 포인트 5점이 지급됩니다.

던전 클리어로 인해서 경험치 바가 오른쪽으로 확 밀려 올라가 버렸기 때문이다.

‘이건 좀 모아놨다가 나중에 던전 안에서 레벨업 하는 편이 더 좋긴 한데. 뭐 워낙 저레벨이니까 어쩔 수 없지.’

5레벨을 달성하고 5분 만에 6레벨까지 달성.

그렇게 모은 스탯 포인트 10점을 배분하고, 책은 마나와 바람을 한 권씩 뽑았다.

- 6레벨.

- 전문화: 바람 2, 마나 4.

- 힘 15. 민첩 40. 체력 30. 정신력 10. 물리 저항 0. 마력 저항 0(+5).

갑자기 알림창이 뜨면서 메시지가 출력되었다.

- 누군가가 던전에 진입했습니다.

현재 시각 2021년 8월 30일 월요일 오후 1시 3분.

‘벌써?’

차원문 등장 후 48시간까지는 아직 여덟 시간이나 남았다.

정부가 자존심을 세우기보다는, 국회의원들의 안전을 우선시한 모양이다.

벌써라고는 했지만, 다른 의미에서는 ‘도대체 왜 이제야.’라고 할만 했다.

이미 클리어된 던전이니까.

루팅 할 시간을 주기 위해 한 시간 정도 더 열려 있겠지만, 그 후에는 소멸할 던전.

그 안으로 구원자들이 계속 들어왔다.

- 누군가가 던전에 진입했습니다.

- 누군가가 던전에 진입했습니다.

- 누군가가 던전에 진입했습니다.

- 누군가가 던전에 진입했습니다.

다섯 명.

던전이 아예 클리어된 다음에 들어왔으니 던전 클리어 메시지는 보지도 못했을 것이다.

정상적인 파티라면, 던전 입구에서 준비상황만 확인하고 곧바로 오두막을 빠져나올 것이다.

그렇게 나와서 숲속을 탐색하는 도중에 갑자기 던전이 사라져버릴 것이다.

‘황당하겠군. 그런 건 업적으로 안 쳐주나.’

던전 입구에서 10분 이상 허비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 전에 보물 상자 두 개와 시체 몇 개를 룻하고 나가야 한다.

이준기는 ‘은둔자의 오두막’을 향해 뛰어갔다.

너무 바깥까지 끌고 나와서 잡은 탓에, 꽤 먼 거리를 이동해야 했다.

두 개의 상자.

먼저, 오크 부두 술법사가 앉아 있던 대리석 의자 바로 뒤에 생성된 상자를 열었다.

- 전리품을 획득했습니다.

- 20골드.

- 명예로운 적의 흉갑.

- 가죽조끼. 레어 등급.

- 착용 효과: 물리 방어 1. 물리 저항 +10.

- 특수 효과: 오크에 대해서 추가 물리 방어 +2, 물리 저항 +30.

‘이것이 원래의 보상 상자군. 레어템이지만 이 정도면 대단히 훌륭하다.’

다음 상자는 대리석 의자에서 조금 떨어져서 대각선 방향에 있었다.

원래 상자가 생성되는 위치가 아니라는 이야기.

즉, 에픽 업적 보상 상자라는 말이다.

이준기는 즐거운 마음으로 상자를 열었다.

- 전리품을 획득했습니다.

- 50골드.

- 패시파이어(Pacifier).

- 양손검. 에픽 등급.

- 10~30의 물리 대미지. 공격속도 5초.

- 착용 효과: 물리 방어 2. 마력 저항 +10.

- 발동 효과: 유효 타격시 50%의 확률로 적의 버프를 무효화시킵니다. 버프가 없는 적에게는 50%의 확률로 ‘둔화’의 저주를 겁니다.

‘엄청나게 좋은 검이다. 공격속도가 느리고 대미지 범위가 넓은 게 흠이기는 하지만, 타격 시 발동 효과가 디스펠에 둔화라니, 거의 사기템이군.’

첫 던전에서 꽤 많은 전리품을 수확했지만, 레벨이 오르면서 인벤토리가 차근차근 커진 덕분에, 아직 공간 여유는 충분했다.

- 무기: 패시파이어.

- 방어구: 명예로운 적의 흉갑, 가죽바지(보급품)

- 장신구: 마력 저항의 펜던트, 엘리트 학살자의 반지

- 인벤토리: 오크 분쇄자의 검, 불화살 13개, 일반 화살 3개, 소형 방패, 정체불명의 고기, 하급 힐링 포션 2개, 기본 식량 팩 4개

보급품은 던전 바깥으로 나가면 자동으로 사라지니까 신경 쓸 필요 없다.

정체불명의 고기는 전리품이라 자동으로 사라지지 않으니, 버려야 했다.

앞으로는 기본 식량 팩을 먹으면 되니, 사서 고생을 할 필요는 없으니까.

이준기는 서둘러서 은둔자의 오두막에서 나왔다.

조금 전에 진입한 파티가 시계 반대 방향으로 정찰을 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던전 입구 쪽으로 걸어갔다.

클리어된 던전에서 모든 구원자가 나가면 차원문은 그 순간 소멸한다.

헬렌 카자크가 첫 차원문을 봉쇄하고 나왔을 때, 그녀의 뒤에서 드라마틱하게 사라진 그 차원문처럼 말이다.

사라지는 차원문을 후광처럼 뒤에 업고, 차원문 봉쇄 소감을 생방송 마이크에 대고 말하는 것.

그게 바로 구원자들의 로망이다.

바로 그걸 피하기 위해서, 이준기는 던전 입구 쪽으로 다가갔다.

이준기가 나가면, 현장을 지키고 있던 군인, 경찰은 그가 던전에서 도망 나온 도망자라고 생각할 것이다.

차원문이 세상에 나온 지도 이제 오래되었다.

동료들을 잃고 던전 입구로 도망쳐 나오는 구원자들에게 매정하고 둔감한 인터뷰를 해대는 기레기도 더는 없다.

이준기는 지금 서둘러 던전을 나가 그렇게 인파 속으로 사라지려고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한 시간이 지나 던전이 소멸할 것이고, 던전 안에 그때까지 남아 있던 공략 파티는 자연스럽게 차원문이 있던 의원회관 정문 앞에 나타날 것이다.

그들 뒤로 사라지는 차원문.

방송사 카메라 기자들의 플래시가 터지고, 방송사 연합 마이크 묶음이 그들 앞에 내밀어지겠지.

그들이 뭐라고 인터뷰를 할지 생각하니, 이준기는 웃음이 나왔다.

‘이러면 안 되는데. 그런데 정말 웃기잖아. 어쩔 수 없다고, 나도.’

멀리, 던전 입구의 오두막이 시야에 들어왔다.

북서쪽으로 몸을 낮춘 채 이동하는 구원자들의 모습도 보였다.

방패와 검을 든 사람이 둘, 양손 무기를 든 사람이 하나, 활을 든 사람이 하나, 그리고 자그마한 마법 막대를 든 힐러가 하나.

‘미안해요. 이러는 거, 매너가 아닌 건 알지만, 제가 사정이 급해서.’

속으로 그렇게 말하면서, 이준기는 그들의 시야를 피해 오두막을 향해 걸었다.

구원자들.

차원문에서 몬스터가 쏟아져 나오면서 세상의 권력과 부를 독점하게 된 그들이지만, 그들 대부분은 1년 안에 길드 세계대전에 휘말려 죽고 만다.

그리고 살아남은 자들의 대부분 역시 1년도 더 살지 못할 것이다.

조슈아 테일러, 헬렌 카자크, 그리고 이준기가 그들 대부분을 죽일 것이다.

*****

“그놈들 안 잡아가고 귀신들은 뭐 하나, 했었는데. 이제 그놈들 잡아가려나 보다.”

국회의사당 의원회관 바로 앞에 나타나서 사람들이 저런 농담을 하게 만들었던, 속칭 ‘국회 던전 1호’.

그 던전으로 통하는 차원문은 나타난 지 48시간도 되지 않아 소멸했다.

더 신기한 것은, 공략 파티가 들어가고 한 시간도 되지 않아 소멸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상 최단 시간 만에 공략된 던전에 대해서 기자들은 별로 쓸 것이 없었다.

공략 파티 멤버들이 쏟아진 질문에 대해서 별 대답도 없이 자리를 떴기 때문이다.

아니, 파티 멤버들 중에는 할 말이 있는 사람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파티 대장이 기자들이 보는 앞에서 함구령을 내렸다.

“일단, 길드에 보고서를 제출한 다음에 공식 인터뷰에 응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공략 파티는 총총히 그 자리를 벗어났다.

타고 왔던 리무진이 그들을 싣고 황급하게 자리를 떴다.

차에 타려는 그들을 향해 질문이 쏟아졌다.

“어떻게 이렇게 빨리 공략을 끝내신 겁니까?”

“국회 앞에 나타난 던전이라서 최정예 멤버를 보내신 건가요?”

“엄청나게 빨리 던전을 정리했는데, 어떤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까?”

보통 사람의 눈에는 아이템이 보이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무슨 아이템이 나왔는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고, 그래서 기자들도 그런 질문을 던진다.

인간의 물욕은 본성에 뿌리박혀 있나 보다.

각성하고 하루 남짓한 시간에 6레벨을 달성하고 에픽템 두 개를 챙겨나온 이준기는 피곤했다.

그러나 시간이 많지 않았다.

차원문에서 그가 뛰어나왔을 때, 사람들이 주목을 하기는 했다.

그러나 도망쳐 나온 구원자의 심기를 건드려봤자 좋을 것 없다는 사실을 다들 알고 있기에, 그를 막아서는 사람은 없었다.

그는 마치 도망자처럼, 빠르게 뜀박질을 해서 현장을 벗어났다.

국회의사당 정문에서, 그를 들여보내 줬던 김한표 전경 소대장이 있는지 잠깐 살펴보았지만 교대가 바뀌었는지 보이지 않았다.

신호등이 바뀌자 건널목을 건넜다.

그리고 지하철역 입구와 버스 정류장 사이에서 택시를 불렀다.

택시가 도착하자, 그는 문을 열고 올라타면서 기사에게 말했다.

“서울연합 길드 사무소 부탁합니다.”

“어디요?”

“종로타워 가주세요.”

“아, 네.”

국회 정문을 나오면서부터 이준기는 서울연합의 김창수를 생각했다.

예전에 알던 구원자들 중에서도 인격이 남달랐던 사람들 중 하나다.

그래서 그를 찾아 서울연합 길드 사무소로 가면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해서 그렇게 말한 것인데, 운전기사가 어디냐고 묻자 말을 잘못 했다는 걸 깨달았다.

서울연합은 2021년 10월 길드협회 내분 사태가 발생한 다음, 서울 소재 길드 십여 개가 딱 두 개로 정리되면서 탄생한 길드다.

세상에 나타나려면 아직 두 달은 더 기다려야 하는 길드.

기사가 모르는 게 당연하다.

‘그래도 현재 그 자리에는 충무공 길드가 있다. 나중에 서울연합 길드 사무실로 쓸 정도로 돈이 많은 길드니까, 일단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문제는 김창수가 서울연합에 들어오기 전에 어느 길드였는지 그가 알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협회 내분으로 인해, 전국에 존재하던 20여 개의 길드가 10개 안쪽으로 정리되었다.

그런데 그게 길드 차원의 연합이 아니었다는 게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든다.

개인 단위로 다 찢어진 다음에 길드 두 개로 뭉친 것이다.

‘서울연합’ 대 ‘노블리스’.

이름만 봐도 감이 올 것이다.

양쪽 다 중2병 중증임을 인증하는 듯한 작명 센스다.

그러나 분명히 느낌이 다르다.

자신들이 보통 사람들보다 ‘더 세다’는 걸 강조하고 싶은 녀석들은 서울연합, ‘더 잘났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녀석들은 노블리스라고 보면 대강 맞다.

둘 다 싫어서 지방 길드로 빠진 사람들도 있지만, 서울에 살면서 지방으로 출퇴근하는 것도 피곤한 일이다.

외제 차에 기사는 물론 매니저까지 둔 놈들이 대부분이기는 하지만, 장거리 통근이 피곤한 것은 뒷자리에 앉은 사람도 마찬가지.

당시, 이준기는 던전 공략으로 풍비박산이 난 길드 ‘리베로’의 생존자 두 명과 함께 서울연합에 들어갔다.

그중 한 명은 며칠 지나지 않아 노블리스로 옮겼다.

구원자들끼리의 싸움으로 박살이 나서 휑한 도심을 가로질러 다니던 기억이 생생해서인지, 월요일 오후에 차가 막히는 서울 시내가 이준기에게는 신기하게 보였다.

갑자기 배가 고파졌다.

생각해 보면, 일요일 아침에 라테 한 잔을 마신 이후로는 던전 안에서 정체불명의 고기를 먹은 것이 전부다.

사람다운 음식을 먹고 싶어졌다.

“저, 기사님. 혹시 백반 아주 맛있게 하는 기사 식당 아시나요? 거기에 좀 데려다주세요. 종로 근처면 더 좋고요.”

“오삼불고기 맛있는 곳을 압니다. 그쪽으로 갈게요. 종각역 바로 뒷골목이니까 종로타워도 가깝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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