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탱커가 민첩을 끝까지 찍음-120화 (120/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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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37: 인글로리어스 배스터즈 (7)

Episode 37: 인글로리어스 배스터즈 (7)

‘미친!’

맥스는 바닥에 누워 죽은 척을 하고 있었다.

최대한 동요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심장 박동이 진정되지 않았다.

안톤과 뒷문의 침입자는 산발적으로 총격을 주고받고 있었다.

정문으로 들어왔던 남자는 바 안쪽을 정리하고 오른쪽으로 돌아 복도로 진입했다.

그쪽에서 총소리가 날 때마다, 바닥으로 뭔가가 풀썩 엎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비명이나 신음 소리는 한 번도 들리지 않았다.

‘내가 왜 이런 곳에··· 젠장!’

“응사하라고!”

안톤이 크게 소리쳤지만,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안톤이 악에 받친 목소리로 다시 외쳤다.

“야 이 미친 새끼들아! 다 죽었냐, 벌써?”

맥스는 여전히 머리를 바닥에 박은 채, 생각했다.

‘난 총도 없다고··· 쉬울 거라더니··· 기습이나 당하고.’

탕!

갑자기 사방이 조용해졌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향에서 들려온 총성.

엎드려 있는 맥스의 발치에서 발사된 듯하다.

‘아, 안톤?’

뒷문의 남자와 안톤 사이의 총격전이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언제까지 이렇게 엎드려 있어야 하지?’

갑자기 목 뒤에 서늘한 금속의 감촉이 느껴졌다.

그러지 않으려고 애썼지만, 어깨가 와들와들 떨렸다.

여자 목소리가 말했다.

“꼬마, 일어나.”

맥스는 두 손을 머리 위로 번쩍 들고, 서서히 고개를 들었다.

패션 잡지 커버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늘씬한 미녀가 그에게 권총을 들이대고 있었다.

아름다운 그녀의 녹색 눈은 그를 차갑게 응시하고 있다.

바로 옆 바 스툴에는 연갈색 짧은 머리의 백인 남자가 앉아 있다.

고개를 드는 맥스에게 그가 말했다.

“그게 죽은 척이냐? 심장 쿵쾅거리는 거, 건물 밖에서도 들리겠다.”

*****

“정신이 드나?”

“으··· 으아아아!”

정신이 들자마자, 보리스는 고통으로 몸을 뒤틀며 소리를 질렀다.

두 손이 뒤로 묶인 상태로 의자에 앉아 있었다.

응급처치는 한 모양이지만, 총을 맞은 오른쪽 무릎의 고통은 상상을 초월했다.

몸부림도 비명도, 도저히 멈출 수가 없었다.

“이거, 안 되겠군.”

그렇게 말하면서 이준기는 보리스의 입에 테이프를 붙였다.

“지금부터, 묻는 말에 그렇다, 아니다로 대답한다. 알겠나?”

보리스는 눈물을 찔끔거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우린 시간이 없다. 그러니까, 거짓말할 생각은 말아.”

이준기가 그렇게 말하자, 세르게이가 덧붙였다.

“거짓말 한 번에 총알 하나다. 죽지 않을 곳에 먹여주마. 아직 총알은 많거든.”

보리스가 고개를 세차게, 여러 번 끄덕였다.

보리스의 앞에 놓인 의자에서 이준기가 일어섰다.

그 자리에 바실리사가 앉았다.

보리스가 그녀의 이름을 부르려고 웅얼거렸다.

바실리사가 말했다.

“보리스.”

보리스는 눈물을 흘리면서 웅얼거렸다.

의자가 들썩였다.

“배신··· 한 거죠?”

보리스가 바실리사의 눈을 쳐다보았다.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바실리사의 자비, 그것만이 그가 살 수 있는 길이다.

그 때문인지, 보리스의 몸부림은 멈추지 않았다.

세르게이가 말했다.

“총알··· 필요한 거야?”

보리스가 맹렬하게 고개를 저었다.

바실리사가 몸을 조금 앞으로 숙이며 다시 물었다.

“배신한 거죠?”

보리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입이 막혀 있었지만, 울먹이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바실리사의 질문이 이어졌다.

“툴라에서의 공격, 보리스가 사주한 거고요?”

보리스는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왜죠?”

예, 아니오로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이 아니잖아.

세르게이가 그렇게 말하고 싶은 눈치였지만, 이준기가 막았다.

이준기는 보리스의 눈을 한 번 쳐다보고 나서, 그의 입에서 테이프를 떼어냈다.

보리스가 참았던 숨을 내쉬는 것처럼 말했다.

“바··· 바실리사, 살려줘! 내가 잘못했어! 내가 죽일 놈이야. 하지만 옛정을 생각해서라도···”

조금도 표정을 고치지 않고, 바실리사가 질문을 반복했다.

“왜죠?”

“바실리사가 미워서 그런 게 아냐! 나, 난 그저 돈이 필요해서···”

“돈··· 이라고요?”

“내겐 가족이 있잖아··· 아··· 아들이 왜 우리 집은 가난하냐고, 아버지가 구원자인데 왜 가난하냐고 물을 때마다··· 난 너무 미안했어.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조차 숨겨야 하니까···”

“그래서, 돈··· 때문이라고요?”

“머··· 먹고는 살아야 하잖아!”

“그래서, 뭘 얻었나요?”

“그··· 그게···”

“왜 배신한 거죠? 어쩔 작정이었나요? 아니··· 도대체 왜죠?”

“그··· 극동 마피아는 이제 박살 난 거나 다름없잖아. 극동 마피아를 견제해야 할 필요성이 있을 때는, 그때까지는··· 바실리사와 같은 존재가 유용했지. 모스크바 마피아는 그렇게 판단했어. 하지만 이제는···”

“그러니까, 극동 마피아가 와해되어서, 더 이상 쓸모가 없어진 나를 모스크바 마피아가 해치우려고 했다는 건가요?”

“너··· 너만 없애면 내가 첩자라는 사실은 여전히 아무도 모를 테니까··· 게다가 너와 이 친구들이 모스크바 마피아를 상대로 입힌 피해가 너무 커서···”

“푸가초프는요? 푸가초프라는 조직은 뭔가요? 그게··· 실체가 있기는 한 건가요?”

“나··· 난, 너처럼 그냥 조직원일 뿐이야. 점조직이잖아. 내가 아는 건 조직의 전체가 아니라 겨우 몇 사람뿐이니까.”

“그러니까, 푸가초프라는 건 존재하는군요? 난 또, 그것조차도 보리스의 거짓말인가 해서요.”

“나도 너처럼 그냥 조직원일 뿐이야. 나에게도 연락되는 사람들은 몇 안 돼.”

“그들을 전부 팔아넘겼나요? 모스크바 마피아에?”

“아··· 아냐. 이게 처음이야!”

“그 말을··· 제가 믿어야 하나요?”

“미··· 믿어줘··· 아니, 사··· 살려줘! 제발, 부탁이야!”

“···”

바실리사가 대답을 하지 않자, 보리스는 불안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바실리사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안녕, 보리스.”

이준기가 보리스의 입에 테이프를 붙였다.

바실리사가 AK-74M을 들어 보리스의 이마에 가져다 댔다.

서늘한 금속이 닿자,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 가지 않았다.

*****

보리스의 몸이 의자 위에서 축 늘어졌다.

의자에 묶인 채, 맥스가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세르게이가 손바닥으로 그의 머리를 쳤다.

“가만히 있어, 인마.”

맥스는 곧바로 조용해졌다.

이준기가 그의 앞으로 의자를 끌고 와서 앉았다.

“이제 테이프를 입에서 떼겠다. 어차피 이 창고 방에서는 소리가 새어 나가지도 않겠지만, 우린 시끄러운 거 싫어해. 그러니까 시끄러운 소리는 내지 마라.”

맥스가 힘차게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였다.

이준기가 그의 입에서 테이프를 거칠게 떼어냈다.

“사··· 살려줘! 난 아무것도 안 했잖아.”

“그걸 이제부터 알아보겠다.”

“그··· 그래. 뭐든지 사실대로 대답할게.”

“아까 들었겠지만, 우리는 시간이 없어. 그러니까 만약 네가 거짓말을 한다면, 정보 수집을 포기하고 그냥 널 죽여 없앨 거야. 알았지?”

“그··· 그래. 알았어.”

“첫 번째 질문이다. 오늘 작전은 누구에게 지시받았지? 작전 목표는? 아는 대로 전부 말해라.”

“그, 그래. 오늘 작전은 헤라클레스에게 지시받았어. 아··· 헤라클레스는 우리 조직의 2인자야. 작전 목표는 바실리사의 제거.”

“바실리사의 정체에 대해서는 언제 알았지? 바실리사가 여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거야?”

“아··· 아냐, 몰랐지. 오늘 작전에 투입되면서 알게 됐어. 보리스가 얘기했으니까.”

“보리스는 언제 모스크바 마피아에 가담한 거냐?”

“그··· 그건 나도 몰라. 난 모스크바에 있다가 갑자기 호출돼서 불려 나온 것뿐이라서.”

“보리스를 만난 게 오늘 처음이라는?”

“그··· 그래. 오늘이 처음이야.”

“보리스가 푸가초프 소속이라는 것도 오늘 알게 된 거야?”

“그래. 여기 와서 보리스의 이야기를 듣고 알았어.”

“오늘 작전의 총책임자는 보리스?”

“아··· 아니, 안톤이야. 나는 그냥 서포트 역으로 불려 나온 거야.”

“서포트? 총잡이가 열세 명이나 있었는데 무슨 서포트?”

“바··· 바실리사가 구원자라고 해서. 오늘 우리 쪽에 구원자는 보리스와 나뿐이었거든. 안톤이··· 구원자를 상대하려면 구원자가 하나는 있어야 한다고 해서. 보리스는 정식으로 우리 멤버가 아니니까.”

“보리스 말고도, 푸가초프에 너희 스파이가 더 있나?”

“그건 나도 몰라. 정말이야! 난 그냥 조무래기라고.”

바실리사가 끼어들었다.

“맥시밀리언 미야코프스키. 살인 4건과 살인 교사 2건에 대해 혐의가 있어. 폭력, 강간, 불법무기 소지, 마약 유통 같은 마이너한 범죄 혐의는 헤아릴 수도 없이 많고.”

맥스가 고개를 세차게 가로저었다.

“아, 아냐! 사··· 살인이라니! 그건 그저···”

“너 정도 나이의 어린아이가 살인 네 건이라니··· 나도 믿고 싶지 않아. 하지만 사실이잖아.”

“주··· 죽이려고 한 게 아냐··· 정말이야!”

“그래? 고층 건물에서 떨어지면 사람이 죽는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사··· 사고야··· 일부러 그런 게 아냐···”

이준기가 맥스의 입에 다시 테이프를 붙였다.

맥스가 몸부림을 쳤다.

세르게이가 앞으로 나왔다.

“눈 감아, 인마.”

*****

토요타 픽업은 밤길을 내내 달렸다.

처음에는 바실리사, 다음에는 이준기, 이어서 세르게이가 운전대를 잡았다.

이준기가 조금 더 운전하려고 했지만, 새벽 2시경에 세르게이가 운전하겠다고 나섰다.

“이제 곧 국경이잖아. 여기부터는 내가 운전하는 게 나을 것 같아.”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외국인처럼 보이는 사람들에게는 국경 경찰이 아무래도 더 까다롭게 굴 테니까요.”

“그래, 그렇다면··· 부탁해, 세르게이.”

새벽 2시 56분.

새벽 시간이지만 국경에는 차들이 줄을 서 있었다.

“조금 더 진행하시면 자동차 검색 건물이 있습니다. 그냥 다른 차들 따라가세요.”

안내에 따라 그들은 다른 차들의 뒤를 따라 국경을 넘었다.

세르게이가 말했다.

“우크라이나라니.”

“그렇군, 우크라이나. 벌써 여기에 오게 될 줄은.”

“그럼, 이제 나 해방되는 거야? 하하··· 농담이야, 대장.”

세르게이는 바실리사가 쳐다보는 눈길이 차갑다고 생각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이준기가 말했다.

“세르게이, 원한다면, 이제부터 따로 행동해도 돼. 원래, 우크라이나까지 오는 거였으니까.”

“아··· 아냐, 대장. 같이 있는 게 나을 것 같아. 정말··· 나도 조금 생각해 봤는데, 같이 있고 싶어.”

“정말?”

“대장과, 그리고 바실리사와 함께 있는 편이 더 안전하기도 하고. 나말야, 어제 죽었을 수도 있잖아.”

“그래. 그렇다면 뭐.”

이준기는 화제를 바꾸었다.

“국경 검문 괜찮을까요?”

“괜찮을 거 같네요. 일단 서류는 통과했으니까요, 화물만 문제없다면 괜찮을 거예요.”

“국경 통과해본 적 있어요?”

“자동차로는 처음이에요.”

“나도 처음이야, 대장.”

앞 자동차의 꽁무니를 따라 조금씩 움직여서, 드디어 검색대에 도착했다.

그들은 차를 한쪽으로 세우고, 차 안에서 대기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조금 후에 두 명의 공무원이 나타났다.

한 명은 뒤쪽 화물을 체크하고, 한 명은 자동차 창문을 내리게 하고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우크라이나에는 웬일이시죠?”

“협력업체에 부품 배달 갑니다.”

“이런 시간에요?”

“급하다고 해서요.”

“화물은 뭔가요?”

“파워 서플라이입니다.”

“파워 서플라이요?”

“컴퓨터 조립에 필요한 부품이요.”

“협력업체가 컴퓨터 조립업체인가 보죠?”

“네. 여기 이 서류를 좀 보시죠.”

세르게이는 공무원에게 서류를 넘겼다.

공무원은 서류를 대강 넘겨 보고 돌려주었다.

“옆에 분은?”

“엔지니어입니다.”

“일본인?”

“일본계 러시아인입니다.”

“아, 그렇군요. 그 옆에 분은요?”

“과장님이요.”

“과장님이 여자분이시군요?”

“그게 뭐 잘못됐습니까?”

“아··· 아뇨. 그건 아니고요. 과장님이 직접 가시는군요?”

“미수금 문제가 있어서요.”

“알겠습니다. 두 분, 아니, 세 분 모두 신분증 다시 한 번 볼 수 있을까요?”

세르게이는 신분증을 모아 공무원에게 건넸다.

공무원은 신분증을 하나씩 보면서 사진과 얼굴을 대조했다.

하나씩 신분증을 돌려주다가, 바실리사의 신분증은 한 번 더 대조했다.

세르게이가 물었다.

“뭐, 문제 있습니까?”

“아뇨. 과장님이 정말 미인이시네요. 나이도 젊으신 것 같은데.”

바실리사가 끼어들었다.

“그거, 성희롱으로 의심받을 수 있는 발언이라는 것, 아시죠?”

“아, 네? 아··· 아뇨. 죄송합니다. 여기 신분증 받으세요.”

신분증을 건네주면서, 공무원은 화제를 바꾸었다.

“우크라이나··· 지금··· 내전 중인 것, 아시죠?”

“그렇게 듣기는 했습니다.”

“들으신 것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 하지는 않을 거예요. 아주 위험하다고요. 오래 머무르지 않으시는 게 좋을 겁니다. 최종 목적지가 키예프?”

“네.”

“도중에 뭔 일이 날 수도 있어요. 도로 근처에서 총격전이라도 벌어질 수 있죠. 폭탄 공격이 있을 수도 있고.”

“생각보다 심각한가 보군요.”

“키예프는 그나마 나을 거예요. 아무튼 한적한 곳은 조심하세요. 무장 강도가 나타나도 어쩔 수 없으니까요.”

“조언, 감사합니다.”

“가셔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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