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탱커가 민첩을 끝까지 찍음-151화 (15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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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41: 런어웨이 트레인 (5)

Episode 41: 런어웨이 트레인 (5)

추격자, 그러니까 러시아 마피아의 후발대가 진입해 올 일말의 가능성을 생각해서 쉬지도 않고 차원문을 정리한 그들.

새벽 다섯 시가 다 되어 바깥에 나오고 나니 피곤이 몰려왔다.

“조금만 더 이동하고 나서 쉬는 걸로 해요.”

“네. 알겠어요. 국경은 넘자는 얘기죠?”

“네, 바실리사. 우크라이나는 벗어나도록 하죠.”

어둠 속에서 묵묵히, 그들은 숲길을 걸었다.

피곤한 것도 사실이지만, 세르게이는 한창 기분이 들떠 있었다.

미겔 산체스가 성흔 ‘량차오의 망치’를 이용해서 그의 아이템 두 개의 성능을 개량해 주었기 때문이다.

그는 우선 무기를 살펴보았다.

- 퍼시벌의 평온(Serenity of Perceval).

- 10~17 대미지. (+2 대미지) 공격 속도 3초.

- 충격 유형의 공격을 가합니다. 중장갑 및 유사한 방어체계를 지닌 적에게 50% 추가피해를 입히며, 일정 확률로 방어 마법을 해제합니다.

양손 둔기, ‘퍼시벌의 평온’은 미겔의 성흔에 의해 공격 대미지가 2 증가했다.

당분간은 무기 업그레이드 걱정을 덜었다.

에픽 등급 투구 ‘해골 왕의 면갑’은 우수한 성능에도 불구하고 외관이 끔찍해서 다들 기피하는 아이템인데, 미겔이 바로 그 문제를 해결해주었다.

- 해골 왕의 면갑.

- 투구. 에픽 등급.

- 착용 효과: 암흑 저항 +50. 물리 저항 +10.

- 발동 효과: 정면에서 받는 공격을 일정 확률로 빗나가게 합니다.

- (기타 효과: 아이템의 모습이 드러나지 않습니다.)

바로 ‘기타 효과’ 부분이 이번에 강화된 부분이다.

세르게이는 아이템 설명을 두세 번 다시 읽었지만, 뭐가 좋아졌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떠오르는 대로 그냥 말해버렸다.

“에에··· 이거 좋은 건가? 산체스 씨한테는 미안하기는 하지만···”

이준기가 곧바로 대답했다.

“투구를 썼는데, 투구를 쓰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는 얘기야. 그게 왜 좋은지 모르겠다고?”

“아하! 그렇구나. 머리가 비었다고 공격하다가 막히겠군!”

말 그대로였다.

써클릿 형태의 투구가 좋은 이유 중 하나가 그런 이유다.

머리 방어구가 없다고 생각하고 머리를 노렸는데 방어구에 막히는 상황을 상상해보라.

공격을 방어하는 것은 물론, 적을 당황하게 만드는 효과까지 노릴 수 있다.

모스크바 마피아에게서 노획한 쓸모없는 물건들.

평소라면 그냥 버려지겠지만, 미겔의 성흔 덕분에 모두 재활용할 수 있었다.

세르게이뿐 아니라, 바실리사와 이준기, 그리고 미겔까지도 아이템을 강화했다.

미겔은 극구 사양하려고 했지만, 사람들은 그렇게 놔두지 않았다.

마력을 추출할 아이템이 남아도는 상황이었다.

바실리사는 장검 ‘북해의 바람’을 강화했다.

- 방패와 함께 사용할 경우 물리 방어 +1.

- 방패 없이 단독으로 사용할 경우 공격력 +2.

세르게이의 감상평은 이랬다.

“오오, 좋은걸! 탱킹할 때도, 대미지 딜링할 때도 쓸 수 있는 전천후 무기가 됐네.”

바실리사도 아이템 욕심이 없는 것은 아닌지,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도 받은 아이처럼 양쪽 볼이 상기되었다.

그녀의 방패 ‘매머드 터스크’도 강화되었다.

- 매머드 터스크.

- 방패. 에픽 등급.

- 물리 방어 2. 물리 저항 50.

- 발동 효과: 방어에 성공할 경우, 일정 확률로 적에게 2~3의 물리 대미지를 가합니다.

- (발동 효과: 방어에 성공할 경우, 일정 확률로 적을 1~3미터 밀쳐냅니다.)

괄호 안의 부분이 ‘량차오의 망치’에 의해 강화된 부분이다.

일정 확률 대미지 반사에 더하여, 적을 밀쳐내는 효과를 추가한 것이다.

많은 적을 상대해야 할 경우에 대단히 유용한 특성이다.

적을 밀쳐내는 효과를 가진 방패는 매우 희귀한데, 이미 사용 중인 방패에 그런 효과를 추가하게 된 것이다.

미겔은 자신이 쓰던 단검 두 개를 강화했는데, 각각 공격력 +1의 효과를 얻었다.

단순한 대미지 증가였지만, 미겔은 대단히 좋아했다.

그런 성흔을 가지고도 자신의 무기를 강화한 경험이 별로 없는 모양이었다.

“정말 이거··· 너무 좋은데요. 오늘 던전 안에서 죽을 운명이었는데, 여러분들이 도와주셔서 목숨도 건지고, 무기도 좋아지고···”

*****

이준기는 단검 두 개의 성능을 향상시켰다.

왼손 무기로 쓰는 ‘카데쉬’는 공격력이 1 증가했다.

무기의 공격력이 증가하는 건 언제라도 대환영이다.

발동 효과 때문에라도 계속 가져가야 하는 ‘카데쉬’.

공격력 증가로 생명 연장의 꿈을 이루었다.

- 카데쉬

- 단검. 에픽 등급.

- 5~7 대미지. (+1 대미지) 공격 속도 1.25초.

- 발동 효과: 유효 타격 시 일정 확률로 적의 스킬 시전을 끊습니다.

다음은 조금 전에 얻은 새 단검, 프로스트바이트.

마피아 멤버가 쓰던 레어 등급 투구에서 미겔은 마력을 뽑아냈다.

미겔이 손을 가져다 대니, 투구가 불에 닿은 종잇장처럼 타들어 갔다.

미겔의 손아귀에 붉은색으로 타오르는 빛의 덩어리가 생겼다.

바닥에 내려놓은 ‘프로스트바이트’를 향해 미겔은 그 빛 덩어리를 조심스럽게 가져갔다.

미겔의 손과 단검 사이의 거리가 10센티미터 정도로 가까워지자, 붉은 빛 덩어리가 갑자기 미겔의 손에서 떨어져나와 단검을 향해 달려들었다.

집어삼키기라도 할 것처럼.

내막을 모르는 사람이 보기라도 한다면, 단검에 해가 되는 모종의 의식이라도 하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오오! 강화될 때의 모습이 조금 다르네요!”

세르게이가 그렇게 외치자, 미겔이 대답했다.

“정말, 뭔가 조금 다른 느낌인데요. 아직 단검에 손을 대지도 않았는데.”

“잘못되는 건 아니겠죠?”

“설마···”

잘못되기라도 하면 어쩌나 해서 우물쭈물하는 미겔에게 이준기가 말했다.

“망가져도 괜찮아요. 다른 단검도 있으니까요.”

그렇게 말하기는 했지만, 이준기는 알고 있었다.

‘량차오의 망치’가 크리를 터뜨릴 때의 모습이다.

이번의 미겔은 아직 본 적이 없는 모양이다.

붉은빛이 사그라들면서, 단검은 검푸른 빛을 내뿜었다.

1초 남짓 빛나고 사라졌지만,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전파망원경으로 촬영한 우주 심연 건너편의 모습이 잠깐 비친 것 같은 느낌이었다.

“괘··· 괜찮아 보이는군요!”

“휴··· 다행입니다.”

“준기 씨, 확인해 봐요!”

이준기는 단검을 들었다.

아이템 정보가 상태창에 표시되었다.

- 프로스트바이트.

- 5~10 대미지. 공격 속도 1.5초.

- 단검. 에픽 등급.

- 발동 효과: 유효 타격 시마다 상대방에게 빙결 효과를 가합니다. 15초 동안 유지되며, 최대 7회까지 중복됩니다. 빙결 효과에 걸린 적은 공격 속도와 이동 속도가 느려집니다.

- (발동 효과: 유효 타격 시 일정 확률로 상대방을 그 자리에 얼어붙게 합니다. 0.5초 동안 지속됩니다.)

이준기는 상태창에 아이템 정보를 공유하며 말했다.

“이거 어쩌죠. 완전히 괴물템 탄생이네요.”

“오오! 이건 거의 전설급인데요!”

“와아아··· 축하해, 대장!”

“준기 씨, 축하해요. 오늘 저도 그렇고 준기 씨도 그렇고 운수 대통했네요. 하하.”

정말이다.

세르게이의 말대로, 이 정도라면 전설 등급 무기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

탱커로 조슈아에게 대항했던 이준기가 썼던 최후의 무기는 ‘크릭스 파편’이라는 이름의 장검이다.

강화된 ‘프로스트바이트’와 그 ‘크릭스 파편’을 바꾸자고 지금 누가 제안한다면 어떨까?

쉽게 결정하지 못할 것 같다.

‘크릭스 파편’을 물론 매우 훌륭한 무기다.

하지만, 0.5초 동안 적의 움직임을 완전히 봉쇄해 버리는 발동 효과라면, 포기하기 어렵다.

이준기는 미겔을 돌아보며 말했다.

“정말 고마워요, 미겔. 이런 단검이라면 미겔이 써도 참 좋은 무기인데. 미겔은 저와 스킬 트리도 비슷하잖아요?”

“무슨 얘기예요. 저도 여러분들 덕분에 단검 두 개 모두 강화했는데요. 제가 고맙죠.”

“잘 쓸게요. 고마워요.”

*****

7시 10분.

벨라루스의 국경에 도달할 때까지, 그들은 두 시간을 걸었다.

숲길이 험하기도 하지만, 피곤해서 천천히 걸었기 때문이다.

세르게이는 생각했다.

정말 긴 하루다.

바실리사와 함께 외출해서 키예프 남서부에서 ‘즐거운 농부’의 마지막 멤버, 루슬란을 만난 것이 어제 오후다.

이리나 보로비예프의 추격을 피해서, 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다가 숙소로 돌아왔다.

이야기를 들은 이준기는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우크라이나를 뜨기로 결정했다.

밤 기차를 타는 일 자체만으로도 피곤한 일인데, 기차 안에서 쉬지도 못했다.

불심검문에 대비해서 긴장하고 있어서였을 것이다.

기대에 부응하려고 하는 것인지, 때마침 사복 경찰이 객차 안을 수색했고, 그들은 달리는 기차에서 뛰어내려야 했다.

기차에서 뛰어내려 밤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드라마틱하지 않은가.

그런데 총격전을 관람하고, 이어서 모스크바 마피아와 한바탕 싸우기까지 했다.

그것도 모자라서 던전까지 클리어하고, 쉬지도 않고 다시 또 한참을 걸었다.

던전 보물 상자에서도 쓸모없는 레어템이 나왔다.

그들의 레벨에 맞지 않는 낮은 등급의 던전이었으니 할 말은 없지만.

그나마 미겔 산체스의 ‘량차오의 망치’로 아이템을 강화한 일로 기운이 났다.

어슴푸레한 빛이 조금 드는 것 같기도 하지만, 아직은 깜깜하다.

조금만 더 기다려라, 조금만 더···

그렇게 대자연이 말하는 것 같다.

해를 기다리는 마음이 생각보다 간절한 모양이다.

“거의 다 왔어. 이제 조금만 더 가면···”

“쉿!”

세르게이를 밀쳐 옆으로 넘어뜨리는 동시에, 이준기는 자신도 땅 위를 굴렀다.

푸슉.

소음기를 장착한 소총의 발사음.

얼어붙은 대지(大地)는 탄환을 꿀꺽 삼키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고요함을 유지했다.

이준기의 움직임에 반응해서, 바실리사와 미겔도 자세를 낮추고 주위를 돌아보았다.

러시아 마피아가 벨라루스와의 국경 지대에 저격수들을 배치했다는 것이 사실인 모양이었다.

나무 위에서 먹고 자고 하는 저격수들이 기분 내키는 대로 아무에게나 총질을 한다는 소문이 퍼져 있었다.

내전으로 황폐해진 민심을 더욱 거칠게 만드는 소문이었다.

그게 사실이었다니.

“벌레가 보이면 냅다 밟아버려야지. 그게 익충인지 해충인지 보고 나서 잡으려고 하면 잡을 수 있을 것 같아?”

모스크바 마피아의 보스, 아브람 쉬넨코가 그렇게 말했다고 들었다.

일행은 어스름 속에서 엄폐물을 찾아 움직였다.

바짝 마른 수풀을 스치는 소리.

작은 소리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여러 번, 조금씩 다른 장소에서 들렸다.

저격수 입장에서도 난감한 상황이었다.

얼핏 들려오는 말소리를 향해 쏜 것이지만, 여러 명이라니.

이준기는 생각했다.

국경에 배치된 저격수들은 모두 일반인 병사들이라고 들었다.

그렇잖아도 부족한 구원자 병력을 겨우 국경 감시에 투입할 수는 없으니, 당연한 것이다.

일행이 가진 총은 단 한 정.

차원문 바깥을 지키던 저렙 구원자, 미트로판 알리코비치에게서 빼앗은 총이다.

원래 가지고 왔던 총은 총알도 없는 것이라서 버렸다.

지금 총을 가지고 있는 것은 세르게이.

하나뿐인 가방에 넣은 채로 가지고 있다.

세르게이가 이준기를 쳐다보았다.

말은 하지 않아도,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있다.

‘총, 건네줄까?’

이준기는 고개를 저었다.

세르게이는 다시 이준기를 쳐다보며 입술 모양으로 말했다.

‘텔레키네시스.’

훗.

이준기는 속으로 웃었다.

그게 표정으로 드러났는지, 세르게이는 조금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총알을 멈추는 칭퉁 야우의 신기를 보고 충격을 받았던 세르게이.

이준기는 자신도 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세르게이는 아직 그걸 본 적이 없다.

거짓말이 아니라는 걸 증명할 때다.

이준기는 세르게이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세르게이의 표정이 밝아졌다.

세르게이와 함께 숨어 있던 나무 뒤에서, 이준기는 걸어 나왔다.

최대한 조용하게 움직여 나무에서 충분히 거리를 벌렸다.

아까 날아왔던 총알이 땅바닥에 박혔던 곳.

희미하게나마 탄약 냄새가 남아 있다.

이준기는 오른발을 살짝 들어 땅 위의 잡초들을 휘저었다.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났다.

큰 소리는 아니지만, 저격수의 예민한 청각을 자극하기에는 충분할 것이다.

피잉!

과연.

소음기에 의해 소리가 잔뜩 죽은 채로, 총알이 날아왔다.

날아온 총탄은 이준기의 머리 앞에서 멈춰 섰다.

이준기의 이마에서 전방으로 30센티미터 정도 떨어진 공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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