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탱커가 민첩을 끝까지 찍음-194화 (194/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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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47: 압도적인 힘 (3)

Episode 47: 압도적인 힘 (3)

뒤쪽에 서 있던 마피아 둘이 소총을 들어 쏘려고 했지만, 마츠야마가 빨랐다.

일본도를 한 번 휘둘러 마츠야마는 둘의 소총을 바닥으로 떨궜다.

“크아악!”

“우악!”

손과 팔에 부상을 입은 마피아들은 다친 곳을 부여잡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마츠야마가 또다시 일본어로 말했다.

“겨우 이딴 놈들이 소란을 피운 거야? 이 정도 상황이라면, 굳이 포로를 이송할 필요도 없겠군. 그보다는··· 조금 즐겨볼까.”

마츠야마가 이를 드러내며 사악하게 웃었다.

그는 손에 쥔 일본도로 팔이 잘린 마피아의 머리를 톡톡 쳤다.

“이봐, 겨우 그 정도 부상을 가지고 뭘 그래? 일어서 봐. 내가 제대로 가르쳐줄 테니.”

마피아는 고개를 들어 마츠야마를 쳐다보았으나 그저 벌벌 떨고만 있었다.

일본어를 알아듣지 못하니 당연한 것이었다.

목소리가 위협조라면 뭔가 요구한다는 걸 느끼기라도 했을 테지만, 비아냥거리는 마츠야마의 목소리에서 그가 유추할 것은 없었다.

재미있다는 듯 이죽거리면서, 마츠야마는 칼끝으로 마피아의 상처 부위를 살짝 건드렸다.

“으아아악! 사··· 살려주세요!”

마피아가 러시아어로 애원했지만, 마츠야마는 역시 못 알아들었다.

“뭐라는 거야? 이봐, 좀 일어서 보라고. 나도 조금쯤은 즐겨봐야지.”

어떻게든 복종의 의사를 전달하려는 것인지, 팔이 떨어진 곳을 찔린 마피아는 신음을 참으며 일어섰다.

“하! 이런 거지. 말이 필요 없다니까. 개를 길들이는데, 사람이 굳이 개의 말을 배울 필요가 있냐고.”

마츠야마는 팔이 잘린 마피아의 어깨를 툭 치고 앞으로 나아갔다.

숨죽여 신음을 삼키면서, 팔이 잘린 마피아는 벌벌 떨며 옆으로 비켜섰다.

바닥에 쓰러져 있던 두 명의 마피아도 슬금슬금 뒤로 물러섰다.

“어딜 가는 거냐! 꼼짝 마!”

호통을 쳐서 그런지, 이번에는 언어의 장벽에도 불구하고 효과가 있었다.

마피아 둘은 꿈틀대던 것을 즉각 멈추고 허겁지겁 일어섰다.

“친구가 외팔이가 됐으면, 너희들도 공평하게 고통 분담을 좀 해야 하지 않겠어? 어차피 곧 죽을 거기는 하지만 말이야. 묘비명에 똑같이 외팔이라고 적혀야지. 안 그래?”

이죽거리면서 마츠야마가 일본도를 치켜들자, 둘은 사색이 되어 뒤로 물러섰다.

이번에는 수직으로, 일본도가 선을 그리며 내려왔다.

*****

“어?”

마츠야마가 가볍게 놀라는 투로 내뱉었다.

내리치려고 했던 일본도가 손아귀에서 빠져나갔다.

그런데 어디로 날아갔는지 보이지가 않는다.

“아니··· 그 정도로 헐겁게 잡지 않았는데? 뭐야, 이거? 너무 웃겨서 기운이 빠졌나?”

눈을 질끈 감았던 마피아 둘은 실눈을 뜨고 마츠야마를 쳐다보았다.

눈이 순간 커지며, 그들은 마츠야마의 뒤쪽 복도를 바라보았다.

“이걸 찾는 거야, 이상덕?”

한국말이라니.

게다가, 이 목소리는···

마츠야마는 천천히 뒤를 돌았다.

이준기와 여자가 함께 서 있고, 그들의 앞쪽으로 마츠야마의 일본도가 둥실 떠 있었다.

새로운 인물의 등장에, 개 목줄에 묶인 예브게니도 그쪽을 쳐다보았다.

한쪽에 선 여자는 가끔 보았던 여자다.

하시바와 관련된 일은 모두 그 여자를 통해 내려왔다.

쿠사나기라는 이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오른쪽으로 선 남자 역시 동양인이다.

왠지 낯설지 않다.

언젠가 본 적이 있는 얼굴인데, 느낌이 좋지 않다.

순간, 기억이 났다.

예브게니는 저도 모르게 소리 질렀다.

“스··· 스즈키!”

남자가 정중한 말투로 대답했다.

“이런··· 예브게니 영감님. 고생이 많으셨군요.”

예브게니가 벌벌 떠는 것이 목줄을 통해 마츠야마의 손에 전해졌다.

극동 마피아 총책 예브게니 오블론스키가, 이준기를 겁내는 것인가?

이 둘은 어떻게 서로를 알고 있는 거지?

마츠야마가 궁금해하는 사이, 예브게니는 조금씩 뒷걸음질 치며 이준기에게 말했다.

울먹임과 절규가 섞인 말투였다.

“스··· 스즈키··· 나··· 난, 최선을 다했어! 여··· 연락을 끊은 건 내 뜻이 아니었어! 사··· 살려줘!”

“알고 있습니다.”

“아··· 알고 있다고? 나··· 나를 죽이려고 온 게 아닌가?”

“많이 다치셨군요. 재판받으시는 동안에는 병원에서 지내시게 생겼습니다.”

“재··· 재판? 그··· 그래, 제발 그렇게 해줘! 경찰에 자수하겠다!”

“좋은 생각입니다. 이런 험한 일은 이제 그만두세요.”

마츠야마가 소리를 버럭 질렀다.

“뭐라고 지껄이는 거야! 이준기! 넌 또 어떻게 러시아어를 잘만 하는구나!”

이준기가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물론, 이 장면의 주인공은 너다. 이상덕. 아니, 마츠야마라고 불러주기를 바라는 건가?”

마츠야마가 일본어로 쿠사나기에게 소리를 질렀다.

“쿠사나기! 넌 왜 거기에 서 있는 거냐? 설마··· 변절한 거냐?”

대답하려는 쿠사나기를 제지하며 이준기가 대신 말했다.

“쿠사나기 씨는 내가 고용했다. 네놈의 새로운 이름도 물론 쿠사나기 씨가 알려준 것이고.”

“쿠사나기, 네 이년!”

“이상덕··· 판단이 되지 않는 거냐? 지금 네가 어떤 상황에 처한 건지 모르겠어?”

이상덕이 과장된 웃음소리를 냈다.

“하하하! 드디어 그날이 왔구나. 네놈과 내가 맞짱을 뜨는 그 날이 바로 오늘이었던 거야!”

“잘못된 정보는 수정해야겠다. 맞짱이 아니고, 너는 오늘 그냥 일방적으로 처맞기만 할 테니까.”

“자신만만한 건 여전하군. 하지만 길고 짧은 건 대봐야 하는 법이지. 그렇게 만만하지는 않을 거다.”

“항복한다 하더라도 난 받아줄 생각이 없다. 네가 내빼지 않는 것만으로도 고맙군.”

“항복? 난 네 상관이었다! 죽어도 네놈한테 항복 따위는 하지 않아.”

“넌 강약약강이 아니라는 거냐? 한번 볼까?”

“강약약강? 강한 자에 약하고 약한 자에 강하다는 얘기냐? 으하하하! 나를 겨우 그런 깡패 나부랭이로 봤단 말야?”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본질에 대해 착각하고는 하지. 착각을 바로잡아주마.”

“일대일 대결이라면 언제든지 받아주마, 이준기. 정정당당하게 결투다!”

“뭘로 할까? 주먹으로?”

“나··· 난 사무라이다! 칼을··· 일본도를 쓰게 해다오.”

“가지가지 하는군. 그러니까 너는 마츠야마라는 이름의 일본 사무라이다? 그 말인가?”

“그렇다! 태어날 나라를 내가 결정한 것도 아니잖아! 난··· 내 영혼은··· 일본인이다!”

이준기가 모자를 고쳐 쓰면서 말했다.

“휴우··· 덥군. 지하라서 그런 건지 오늘 날씨가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딴소리는 집어치워. 내 칼을 다오.”

“이봐, 이상덕. 아니, 마츠야마. 네 영혼이 일본인이든 태국인이든 그건 내가 알 바 아니다. 어떻게 생각하든, 그건 네 자유지. 하지만, 사람들의 신뢰는 배반하지 말아야지?”

“무슨 얘기냐!”

“너, 네가··· 네 영혼이 일본인이라고 밝힌 적이 있어? 한국 길드협회장 자리에 일본인이 출마해도 되는 건가? 사람들을 속이고 한국인인 척해서 권력을 잡은 다음에 나라를 통째로 일본에 넘기려고 했잖아. 그게 잘한 일이냐?”

“조센징들이 어떻게 되든, 내가 알 바 아니다.”

“그래, 피해자가 어떻게 되든 가해자가 무슨 상관을 하겠어. 그렇다면··· 나도 이제 네가 어떻게 되든 걱정할 필요가 없는 거군.”

“정정당당하게 대결하겠다는 건가?”

“무슨 조건이든 들어주겠다.”

“일단··· 내 칼을 돌려줘. 너도 네 무기를 골라라. 하지만 총은 안돼. 구원자라면, 냉병기로 승부를 가르자!”

“좋아. 너도 일단 예브게니 영감님을 풀어줘라. 쿠사나기 씨와 함께 우리 대결의 증인이 되어 주실 거다.”

망설이는 표정으로, 마츠야마는 나지막하게 말했다.

“싫다면?”

“싫다면 그냥 죽여주마. 어차피 네놈에게는 무기도 없고.”

“이준기··· 뭔가 잊고 있구나. 난··· 어둠 법사다. 무기가 없어도 마법은 나가지.”

“조언 하나 해주지. 그건 좋은 생각이 아냐. 쿠사나기 씨에게 물어봐라. 어떻게 생각하세요, 쿠사나기 씨?”

쿠사나기 린이 마츠야마를 보며 말했다.

냉정을 되찾았는지, 원래의 사무적인 목소리가 돌아와 있었다.

“마츠야마 상, 이준기 씨 말 대로입니다. 마법 따위는 소용없을 거예요.”

마츠야마가 기가 차다는 듯이 웃어젖히며 외쳤다.

“크하하하! 쿠사나기 네년이 뭘 안다고 참견이냐?”

“이준기 씨는 조금 전에, 하시바 님··· 아니 하시바 세이이치로를 힘들이지 않고 제압했습니다. 마법 따위 소용없다는 것, 제가 직접 목격했어요.”

“뭐··· 뭐라고!”

마츠야마가 동요하는 것이 모두에게 분명히 보였다.

“하··· 하시바가 죽었단 말이냐?”

“네.”

“그··· 그런데 저놈은··· 이준기는 왜 저렇게 멀쩡해? 근처에 차원문이 있나? 들어가서 힐링 포션이라도 마시고 나온 거야?”

쿠사나기가 웃음을 터뜨렸다.

“아하하! 죄송합니다. 그 말은 좀 웃겼네요.”

“시답잖게 웃지 말고 내 말에 대답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말씀드린 그대롭니다. 이준기 씨는 손끝 하나 다치지 않고 하시바 세이이치로를 제압했어요. 싸움이 아니라 처형이었죠.”

“그··· 그래서 저놈이 저렇게 기고만장한 것이군! 내가 하시바 놈처럼 호락호락할 것 같아?”

“마츠야마 상··· 그동안 당신이 어디에서 뭘 하고 있었는지는 몰라도, 당신은 하시바 세이이치로보다 레벨이 낮지 않았던가요?”

“레벨이 무슨 상관이야!”

쿠사나기는 잠깐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하긴 그렇죠. 이준기 씨의 압도적인 힘은 레벨 같은 걸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저도 동의해요.”

“좋아. 이제 알겠어. 쿠사나기 저년이 너한테 뭘 받아 처먹었는지는 몰라도, 저년을 이용해서 내게 심리전을 거는 것이로군. 내가 그렇게 우스워 보였나? 겨우 그따위 협박이 통할 것 같아?”

쿠사나기가 대답했다.

“이준기 씨는 당신에게 기회를 주는 거예요. 하시바 세이이치로도 열 번의 공격 기회를 받았죠.”

“뭐··· 뭐가 어째? 그런 거짓말에 내가 놀아날 것 같아?”

“거짓말이 아니에요. 내가 왜 당신에게 거짓말을 하죠?”

“다··· 닥쳐! 너도 이준기도 믿을 수 없다. 여··· 역시··· 이준기 네놈은 날 죽일 생각밖에 없는 거야! 하긴 원한이 클 테지. 아무리 그래도··· 이런 더러운 수작을 쓰다니··· 꼼짝하지 마라!”

마츠야마는 재빠른 동작으로 품속에서 군용 나이프를 꺼내 쥐었다.

목줄을 당겨 예브게니를 자기 앞으로 바짝 붙이고, 그는 예브게니의 목에 나이프를 가져다 댔다.

“이준기··· 네놈이 이곳에 온 이유는 아마 이 영감탱이 때문이겠지. 극동 마피아의 모든 정보를 머릿속에 가지고 있는 자다. 한 발자국이라도 움직이면, 이 영감은 그냥 시체가 되는 거야.”

이준기가 짧게 헛웃음을 내뱉었다.

“훗. 그래야 너답지, 이상덕.”

“꼼짝하지 마라!”

그렇게 외치며, 마츠야마는 예브게니의 목에 나이프를 한층 더 바짝 가져다 댔다.

“도대체 왜, 너는 배우는 게 없지?”

이준기는 손에 들고 있던 레플리카 총검과 마츠야마의 일본도를 땅바닥으로 내던졌다.

석제 바닥에 부딪힌 날붙이들이 챙그랑 소리를 내자, 마츠야마가 잠깐 흠칫했다.

이준기는 차분하고 냉랭한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어··· 어어?”

마츠야마의 손이 나이프에 가해지는 힘에 밀리며 예브게니의 목에서 멀어졌다.

다음으로는 예브게니 영감이 마츠야마에게서 멀어졌다.

뭔가에 밀리는 것처럼 그는 뒤뚱거리며 벽 쪽으로 걸었다.

동시에 마츠야마의 왼손에서 힘이 빠지면서 목줄이 그의 손아귀를 벗어났다.

그리고 그다음.

엄청난 힘이, 마츠야마의 오른손을 휘어잡고 나이프를 안쪽으로 향하게 돌렸다.

“으··· 으아아··· 아··· 안돼!”

마츠야마의 오른손이 나이프를 움켜쥐고 그의 오른쪽 허벅지를 향해 날아들었다.

“끄아아악!”

오른쪽 다리를 굽히며 주저앉는 마츠야마 아키히로, 아니, 이상덕.

그의 오른손은 조금도 망설임 없이 나이프를 뽑아 왼쪽 허벅지를 찔렀다.

“크아아!”

이상덕의 오른손은 주인의 몸을 무참하게 난도질했다.

허벅지에 이어, 무릎, 종아리, 그리고 발목···

하체가 완전히 무너진 이상덕은 피 웅덩이 안에 주저 앉았다.

여전히 나이프를 꽉 쥔 채, 그의 오른손이 심장을 향해 날아왔다.

“씨··· 씨팔!”

숨이 끊어지기 직전, 이상덕이 마지막으로 내뱉은 욕설은 한국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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