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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55: 재기드 얼라이언스 (2)
Episode 55: 재기드 얼라이언스 (2)
휴스턴 지역에서 동부 연합과 공조하여 테러 활동을 벌이던 도밍고 알바레즈.
그의 부하 3명, 그리고 어제저녁에 급하게 내려진 퇴각 명령에 따라 멕시코 국경을 향해 남쪽으로 내려온 5명이 추이의 명령에 따라 휴스턴에 집결했다.
추이 이아고닉, 개리 헌팅턴, 그리고 이준기를 포함하면 모두 12명.
모인 길드원들의 평균 레벨은 40 정도. 나쁘지 않다.
거기에 더해서, 48레벨의 추이, 그리고 51레벨의 이준기가 있다.
“차원문 위치는 중앙 호수에서 약간 남쪽입니다. 예전에는 홍학이 있던 곳이죠.”
“동물들은 없겠지?”
“동물원 폐쇄 이후, 인근 동물원에 분산 수용되어 있습니다.”
“기자회견 시간은?”
“9시 15분에 10분간만 진행하는 걸로 되어 있습니다.”
“동부 연합 쪽 움직임은? 달라진 게 있나?”
“어젯밤에 동부 연합 수장, 스탠 파운즈 명의로 킬러포니아 길드원들에 대한 사냥 명령이 내려왔습니다만, ‘산타마리아’가 그 명령에 따를 것 같지는 않습니다.”
‘산타마리아’는 텍사스주에서 가장 큰 규모의 길드.
동부 연합에 가담하여 미국 내전에 참가 중이지만, 독립 세력 성격이 강하다.
캘리포니아에 이어 미국 전체에서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텍사스.
구원자 병력도 풍부하다.
내전 발발 당시 텍사스가 어느 쪽에 가담할지가 모두의 관심사였다.
캘리포니아가 서부 전선에 가담했기 때문에 텍사스가 동부 연합에 가담했다는 것이 정설.
동부 연합의 첫 공격 대상이 샌터바바라였던 이유도, 캘리포니아를 자극해서 텍사스를 아군으로 끌어들이려는 드레 럭러스터의 계략이었다고 한다.
상하이를 제외하면 광둥성에 국한해서 벌어졌던 중국 내전과는 달리, 미국 내전은 알래스카와 하와이를 제외한 미국 본토 전역에서 벌어졌다.
미국 지도의 서쪽에 가까운 텍사스가 동부 연합이냐고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미국 내전의 지도가 복잡한 이유는 이 전쟁의 본질이 길드 간 전쟁이기 때문이다.
일리노이주와 미네소타주는 경제권역으로 보면 동부에 포함되지만 서부 전선에 가담했고,
이들보다 서쪽에 위치한 캔자스와 콜로라도는 동부 연합에 가담했다.
길드가 여러 개 존재하는 주들도 많고, 여러 주에 걸쳐 활약하는 길드도 많기 때문에, 더 자세히 들어가 보면 지도는 훨씬 복잡해진다.
어쨌든, 텍사스주 최대 길드, ‘산타마리아’는 동부 연합의 핵심 길드 중 하나이지만, 전략적 선택으로 동부 연합에 가담한 것이다.
갑자기 내려온 연합 수뇌부의 멕시코인 구원자 사냥 명령을 곧이곧대로 수행할 이유가 없다.
몇 주 전부터 준비해온 서부 전선에 대한 기습이 오늘 밤이다.
어젯밤에 갑자기 내려온 명령을 따르기 위해 이 기회를 포기할 그들이 아니다.
“이아고닉 님, 다시 한번 확인하겠습니다. 오늘 작전은 서부 전선 놈들을 공격하는 것. 맞습니까?”
“그래.”
“하지만 우리는 이제 동부 연합의 용병이 아니지 않습니까. 왜 서부 전선 녀석들을 공격해야 하는 거죠?”
이준기가 나섰다.
“맞는 말이다. 서부 전선은 내가 맡도록 하겠다. 너희들은 숨어 있어.”
*****
8시 50분경부터 사람들이 나타났다.
동부 연합 게릴라들의 공격이 자주 있었는지, 몇몇 사람들은 시위 현장에서 경찰이 쓰는 방패를 들고 나타났다.
방패를 든 사람과 카메라를 든 사람이 한 조로 움직이는 걸 보면, 기자들이다.
옷매무새를 보니, 재킷 안쪽에 방탄조끼를 입은 게 분명해 보였다.
동부 연합 게릴라들의 공격 대상은 서부 전선 구원자들이 아니다.
기자회견을 취재하러 오는 기자들, 그리고 구경 또는 응원을 위해 모이는 일반인들이다.
9시 15분에 10분간 기자회견, 그리고 간략하게 출정식을 마치고 9시 30분에 차원문에 진입한다는 계획이다.
구원자들이 차원문 건너편으로 사라지고 나면, 동부 연합 게릴라들은 일반인들에 대한 공격을 개시할 것이다.
구원자들을 일부 남겨 게릴라들의 공격에 대비하면 되지 않느냐는 반문을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서부 전선으로서도 그런 여유는 없다.
차원문을 정리하는 것도 동부 연합 게릴라들의 거점을 없애는 것이 주목적이다.
민심을 사는 효과도 분명히 있지만, 그것은 부차적인 목표일 뿐이다.
“추이, 너에게 뒤를 맡기겠다. 동부 연합 게릴라들이 나타나면, 차원문 근처로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아줘.”
“네, 보스. 맡겨주십시오. 절대로 보스에게 다가가지 못하도록 하겠습니다.”
9시가 다 되어 발걸음이 가벼운 사람들이 나타났다.
구원자들이다.
대학생 정도의 나이로 보이는 남자는 재킷도 없이 반소매 티셔츠 차림이다.
3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여자는 조깅이라도 하러 나온 듯한 차림이었다.
여자가 남자에게 물었다.
“안 추워?”
“전혀요. 저는 땀 나는 게 정말 싫거든요. 재킷 입으면 땀 날 것 같아요.”
“과연 불의 사나이, 채드 해리스(Chad Harris)답군.”
“오늘도 잘 부탁합니다. 힐러님.”
조금 뒤에 3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남자가 정장을 차려입고 나타났다.
옷차림이나 말 품새로 보아 공격대장인 듯하다.
“오, 이블린, 채드. 일찍 나왔군. 컨디션은 어때?”
“나쁘지 않아요.”
“빨랑 들어가요. 밖이 더 추운 것 같네.”
동물원 중앙에는 원형 식당 건물이 있고, 남동쪽으로 호수가 있다.
식당 건물에서 호수 건너편에 홍학들의 공간이 있고, 바로 그곳에 차원문이 있다.
사람들은 홍학 공간을 둘러친 바위 위에 걸터앉아 있었다.
그들 중 한 명에게 공격대장이 말했다.
“안녕하세요, 로스. 잘 지내세요? 얼마 만이죠, 이게?”
“한 3주쯤 됐나요? 오늘도 수트 빨 죽여주시네요.”
“하하, 감사합니다. 잘 좀 찍어주세요. 팬 카페에도 좀 올려주시고요.”
“알겠습니다. 죽지 않고 찍은 사진들 잘 들고 집에 들어갈 수 있게 기도나 해주세요.”
“농담을 뭐 그렇게 살벌하게 하세요.”
“농담 아닌 거 아시잖아요. 지난 한 달 동안 동부 연합 떨거지들 테러로 죽은 기자만 30명이 넘어요.”
“그렇게나 많았나요?”
“경찰은 자기들 죽은 것만 집계해서 발표하니까, 사람들은 경찰만 엄청나게 죽어 나가는 줄 알죠. 기자들도 엄청 많이 죽어요. 오늘도 여길 나와야 하나 회사를 그만둬야 하나 한참 고민하다가 나왔다고요.”
“고생이 많으시네요.”
“내전, 정말 언제 끝날 건지.”
“차원문 봉쇄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항복할 겁니다.”
“그게 서부 전선 전략이죠?”
“후방에서는 그게 전략이죠. 전방에서는 아직도 시가전이지만.”
“빨리 좀 끝내주세요. 지난 12월부터 끝난다는 얘기가 나오던 전쟁이 아직까지 계속되다니, 이것 참.”
여자 한 명이 그들을 향해 다가왔다.
서른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사무직 느낌의 여자.
특이하게도 안경을 썼다.
구원자가 시력에 문제가 있을 리 없으므로, 패션 아이템이다.
“새러, 이제 왔어?”
“안녕하세요, 피트. 아니, 공격대장님.”
공격대장 피트가 걸터앉아 있던 바위에서 일어나면서 기자, 로스에게 말했다.
“이제 다 모였네요. 조금 이르지만, 기자회견 후딱 해치우죠?”
“좋은 생각입니다.”
로스는 몸을 돌려, 카메라맨에게 말했다.
“홍학은 없지만, 호수를 배경으로 해서 촬영할까 하는데 어때? 멀리 원형 건물이 보이게 말야.”
“좋은 생각입니다.”
건성건성 대답하고, 카메라맨은 경찰 방패로 뒤를 막고 카메라 방향을 조절했다.
카메라 화면을 들여다보면서, 그는 여전히 열의 없는 말투로 말했다.
“세팅 완료됐어요. 어?”
카메라에서 눈을 떼고 호수 쪽을 바라보는 카메라맨.
다른 사람들도 이미 그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호수 건너편에서부터, 커다란 바위가 그들을 향해 천천히 이동하고 있었다.
*****
공중에 떠서 천천히 움직이는 바위.
바위의 바로 아래에서 한 사람이 이쪽으로 걷고 있다.
두꺼운 뿔테 안경에 마스크까지 쓰고 있어 얼굴은 잘 보이지 않지만, 동양인이다.
“저, 저게 뭐지?”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가운데, 기자 로스는 카메라맨에게 외쳤다.
“샘! 저··· 저거 빨리 찍어!”
“찍고 있어요.”
건성건성 하는 것 같아도 프로페셔널인지, 카메라맨 샘은 이미 카메라를 돌리고 있었다.
4명의 공격대원들, 즉 피트, 새러, 채드, 이블린도 다가오는 사람을 주시하고 있었다.
채드가 침을 꿀꺽 삼키며 말했다.
“구···원자인 거죠?”
“당연히 그렇겠지.”
“그렇다면 저건··· 텔레키네시스?”
“그렇다고 봐야겠지.”
“설마··· 동부 연합은 아니겠죠?”
마지막 질문에는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공격대장 피트의 얼굴을 쳐다보는 채드.
서늘한 밤에 땀을 흘리고 있었다.
10미터 전방까지 다가온 상대방은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그들을 향해 외쳤다.
“공격하지 말아 주세요. 저는 적이 아닙니다. 적어도 아직까지는요.”
아무도 대꾸하지 않자, 그는 한 마디를 더했다.
“서부 전선 여러분들, 안녕하십니까.”
공격대장 피트가 대꾸했다.
“누구십니까?”
“저는 중립 입장의 구원자입니다. 이름까지는 굳이 아실 필요 없고요.”
“무슨··· 용건입니까?”
“구원자님들··· 오늘 밤에도 동부 연합은 여기를 기습할 겁니다. 예상은 하시고 계시겠죠?”
“그··· 그렇겠죠?”
“게릴라전도 전쟁의 한 방법이기는 합니다만, 민간인에 대한 테러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만. 어떻게 생각하세요?”
“다··· 당연히 민간인에 대한 테러는 범죄입니다! 동부 연합이 뻔뻔한 범죄 집단인 이유가 그거죠!”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전쟁이라면, 정정당당한 방법으로, 단기간에 끝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도··· 동감입니다.”
“의견이 맞아서 다행이군요. 그렇다면 서부 전선 구원자님들, 여기 모여 계신 일반인분들을 호위해서 귀가해 주시겠습니까?”
피트는 빠르게 계산했다.
새러, 이블린, 채드의 레벨은 각각 36, 35, 37이다.
피트 자신은 40레벨.
C급 차원문 정리, 그리고 소소한 레벨업을 위해 모인 멤버들.
저런 괴물을 상대하려고 모인 게 아니다.
그러나 아무 말도 못 하고 물러난다면 길드에서 무슨 말을 들을지 모른다.
“그 제안에 따르지 않는다면··· 어떻게 하려는 겁니까?”
“지금 그 질문이 필요할까요?”
“차원문은 없애야 합니다! 이유도 듣지 않고 공격대를 해산할 수는 없소.”
“차원문을 없애려는 이유는요?”
동부 연합 게릴라들의 거점을 없애려는 것이 주목적이지만, 피트는 부차적인 목적을 입에 올렸다.
“사···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한 거죠! 당연한 것 아닙니까. 차원문을 방치하면··· 몬스터들이 뛰쳐나오니까!”
“그런 위험한 차원문을··· 이렇게 방치하고 있는 이유는 뭡니까?”
“그건 내 소관이 아니오! 텍사스주에서 차원문은 경찰의 소관이란 말입니다.”
“지금 구원자님들이 차원문 안으로 사라지고 나면, 동부 연합 게릴라들이 이곳에 나타날지도 모릅니다. 저기 기자님들과 다른 분들을 학살하러 오는 거죠.”
“미··· 민심을 동요시켜서 자기들에게 전황을 유리하게 하려는··· 더러운 술책입니다. 동부 연합이 노리는 게 그런 거죠.”
“차원문 봉쇄는 사람들의 목숨을 구하기 위한 겁니다. 차원문을 봉쇄하기 위한 공격대가 민간인 피해를 방조한다면, 그건 주객전도가 아닙니까?”
“그··· 그건···”
“아닌가요?”
“어··· 어쩔 수 없는 거요! 전쟁이라면 부수적인 피해는··· 컬래트럴 대미지는 절대 피할 수 없는 거란 말이오. 차원문을 방치하면 더 큰 희생이 따를 테니까!”
“이 차원문은 제가 닫아드리겠습니다. 그렇게 하면, 공격대를 해산하는 데 충분히 명분이 생기겠죠?”
“그러고 나서 뭘 하려는 거요?”
“조금 후에 동부 연합 게릴라들이 나타날 겁니다. 저는 그들에게도 아까 당신들에게 드린 그 제안을 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까의 제안이라면?”
“전투원들만 참여하는, 대회전(大會戰)을 제안하려고 합니다.”
“그··· 그게 먹힐 것 같습니까?”
“제안을 해봐야 알겠죠.”
“그래서··· 다시 묻겠소. 만약 내가 그 제안을 거절한다면?”
“그렇게 되면 저도 험한 길을 가야겠죠.”
“그··· 그게 뭔지 말해달라는 거요.”
“부수적인 피해를 각오하고서라도, 상대방을 납득시켜야겠죠.”
“혀··· 협박하는 겁니까?”
“옛말이 틀린 게 하나도 없어요. 보는 게 믿는 거라고들 하잖습니까?”
이준기는 그렇게 말하고, 머리 위의 바위를 향해 손가락을 쳐들었다.
필요 없는 동작이지만, 지금 하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주기 위해 시선을 끄는 것이다.
쩌걱!
커다란 바위가 두 쪽으로 갈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