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탱커가 민첩을 끝까지 찍음-240화 (240/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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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55: 재기드 얼라이언스 (4)

Episode 55: 재기드 얼라이언스 (4)

인원 제한은 없지만, 이준기는 딱 10명만 데리고 던전에 들어왔다.

킬러포니아 팀은 네 명이다.

- 추이 이아고닉. 48레벨. 탱커.

- 개리 헌팅턴. 43레벨.

- 도밍고 알바레즈. 42레벨.

- 에르난 곤잘레스(Hernan Gonzalez). 42레벨.

추이 이아고닉에게는 아무런 경험치가 들어오지 않겠지만, 개리 헌팅턴 이하 세 명은 소소하게나마 킬에 따른 경험치를 먹을 것이다.

이들과 경쟁하게 될 텍사스의 길드, 산타마리아 팀은 다섯 명이다.

- 빅토리아 라슨. 46레벨.

- 존 러브크래프트(John Lovecraft). 45레벨. 힐러.

- 율라 패트릭(Eula Patrick). 45레벨.

- 글렌 리. 43레벨.

- 멜빈 개럿(Melvin Garrott). 41레벨.

다섯 명이고, 평균 레벨도 사실은 근소하게 더 높다.

그러나 48레벨인 추이 이아고닉의 존재를 생각하면, 빅토리아 라슨이 46레벨이나 되기는 해도 산타마리아 팀이 오히려 조금 부족하다고 보는 것이 맞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건 서로 죽이는 그런 싸움이 아니고 선의의 경쟁이다.

게다가, 던전 등급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공격대다.

추이나 빅토리아 혼자서도 충분히 공략 가능한 던전이지만, 한두 시간 만에 해결하고 나가기 위해 공격대를 과하게 편성한 것이다.

유리 동물원.

테네시 윌리엄스의 명작 희곡.

원작은 ‘유리’로 만들어진, 그래서 깨지기 쉬운 환상을 강조한 것이지만, 이 던전의 기획자는 외형을 강조한 듯싶다.

싸워야 할 대상이 유리로 만들어진 조각상들임은 물론, 싸움도 유리로 만들어진 건물 안에서 벌어진다.

덕분에 이준기는 바깥에 앉아서 편하게 감상할 수 있었다.

남쪽에서 들어간 킬러포니아 팀은 우선 입구에서 모여 전략회의를 시작했다.

그냥 닥돌해도 별 어려움 없이 진행할 수 있는 던전이지만, 신중한 성격의 추이가 리더를 맡았기 때문에 진행 속도가 느렸다.

반면, 동쪽 문으로 들어간 산타마리아 팀은 일단 공격부터 시작했다.

민간인에 대한 테러를 위해 조직된 팀이라서 탱커는 없고 힐러만 하나 있다.

레벨이 충분해서 그런 것이기도 하지만, 화끈한 화력을 보여주었다.

한 무리의 적을 잡고 나서는, 힐러인 존 러브크래프트도 공격에 가담했다.

내전 탓에 던전 몬스터와 싸우는 것은 오랜만인 모양이었지만, 레벨이 깡패인 만큼 그들은 곧 적응했다.

*****

“다친 사람 없지?”

추이가 주변을 돌아보며 물었다.

개리가 대답했다.

“없어, 대장. 빨리 다음 덩어리를 잡자고.”

“안전이 우선이야.”

“잘은 안 보이지만, 저쪽 팀 진행이 꽤 빠른 것 같아. 저따위 놈들한테 질 수는 없잖아?”

“보스는 져도 상관없다고 하셨다.”

“글쎄, 말은 그렇게 해도 우리가 지면 실망하지 않을까? 나중에 다른 말 하는 상사라면 지겹도록 봐 왔다고.”

추이는 대답 대신 왼손의 방패를 전방으로 던졌다.

네 마리의 수사슴을 표현한 유리 조각상을 정통으로 맞히고 방패는 추이에게 돌아왔다.

충격으로 깨어난 유리 수사슴들이 그들을 향해 다가왔다.

추이가 우레와 같이 고함을 질러 네 마리를 모두 자기에게 끌어당겼다.

그중 한 마리에게 도밍고와 에르난이 덤벼들었고, 개리는 다른 한 마리를 상대했다.

수사슴들은 차례로 무색투명한 피를 쏟으며 쓰러졌다.

마지막 한 마리의 목을 베고 일어서던 개리 헌팅턴이 미끄러지며 바닥에 쓰러졌다.

“거 봐. 조심해야 해. 괜찮아?”

“괜찮아··· 생각보다 미끄럽군, 저놈들의 투명한 피.”

“그리고 차례대로 공격해. 너 혼자만 다른 녀석을 공격하니까 어그로가 분산되잖아.”

“내가 성격이 원래 그래서 그런 건데··· 조심하지, 뭐.”

같은 시각, 산타마리아 팀은 세 마리의 유리 불곰과 대결 중이었다.

건물의 중앙부에 다가가면서 몬스터들이 조금씩 세졌다.

힐러인 존 러브크래프트는 언젠가부터 공격을 멈추고 뒤로 빠져서 힐에 전념했다.

“좋아, 다음은 누구냐!”

마지막 몬스터를 쓰러뜨리고, 율라 패트릭이 의기양양해서 소리쳤다.

대답 대신, 팀장 빅토리아는 앞으로 달려 나갔다.

다섯 마리의 뱀이 서로 꼬여 있는 조각상.

사람은 없고 뱀들끼리 서로 영켜 있는 형상이었지만, 어쩐지 ‘라오콘’을 연상시켰다.

빅토리아의 검날이 유리 조각상을 찌르자, 조각상이 움찔거리며 반응했다.

다섯 개의 뱀으로 분리된 유리 조각은 산타마리아 팀의 다섯 명을 향해 각기 덤벼들었다.

자신을 향해 덤벼드는 뱀의 머리를 직격하고, 빅토리아는 곧바로 점프해서 힐러에게 덤벼든 뱀의 꼬리를 밟았다.

믿을 수 없는 반사 속도로 몸을 돌린 유리 뱀이 빅토리아를 향해 입을 벌리고 달려들었다.

“텔레키네시스!”

힐러에게 덤볐던 뱀을 향해 검을 휘두르면서, 빅토리아는 뒤쪽에서 덤벼드는 뱀에게 텔레키네시스를 시전했다.

뒤쪽의 뱀이 망치에라도 맞은 듯 뒤로 나자빠졌다.

“좋았어!”

힐러 존 러브크래프트가 뒤로 물러서면서 외쳤다.

“빅토리아의 텔레키네시스는 언제나 멋져!”

빅토리아는 침착하게 첫 번째 뱀을 반으로 가르고, 뒤로 돌았다.

텔레키네시스에 맞고 뒤로 나자빠졌던 뱀이 그녀를 향해 빠르게 다가왔다.

바닥을 기어 오는 뱀에게 맞춰 몸을 낮추고, 빅토리아는 뱀의 움직임에 맞추어 검을 바닥으로 찍었다.

“쿠웨에!”

뱀이 고개를 들고 괴성을 질렀다.

“마나 폭발!”

유리 뱀의 머리를 발로 차면서 거리를 좁히고, 빅토리아는 마나 폭발로 마무리했다.

긴 머리를 뒤로 쓸어넘기며 숨을 돌리는 빅토리아.

율라, 글렌, 그리고 멜빈도 각자 맡은 적을 해치웠다.

유리 동물원의 정중앙을 표시하는 둥근 원이 이제 5미터 내외로 다가왔다.

목표 지점과 그들 사이에는 두 개의 조각상이 등거리에 위치하고 있었다.

하나는 가위바위보를 하는 두 마리의 놀 경비병 조각상.

다른 하나는 대열을 이루고 뭉쳐 있는 열 마리 정도의 고블린 조각상.

지금까지 빠르게 진행하던 빅토리아가 두 개의 조각상을 물끄러미 보고 있자, 글렌이 다가와 물었다.

“빅토리아, 무슨 생각 해?”

“두 개의 조각상들··· 충분히 먼 거리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

“가운데로 돌파하자는 얘기야, 설마?”

“가능할 것 같지 않아?”

“글쎄··· 그럴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왜? 그냥 한쪽을 잡고 그쪽으로 돌아가면 되잖아?”

“저쪽을 봐.”

빅토리아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에 킬러포니아 팀이 있었다.

한 무리의 유리 조각상 오크들과 싸우는 중.

바로 앞에 정중앙의 원이 보였다.

“저쪽은 마지막 무리를 잡고 있다. 우리가 이기는 유일한 방법은 중앙 돌파뿐이야.”

“그··· 그렇게까지 이겨야 하는 거야?”

글렌의 물음에 대답은 없었다.

빅토리아는 전력 질주로 두 개의 조각상 사이를 등거리로 통과하려고 했다.

끼이익.

처음에는 놀 경비병이, 다음에는 고블린 폭파병이 차례로 기지개를 켜듯 움직이기 시작했다.

“제기랄.”

빅토리아는 실패했음을 깨닫고 달리던 발을 멈추고 뒤로 돌았다.

두 개의 조각상 무리가 양쪽에서 그녀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좋아, 상대해 주마!”

그녀는 바닥을 박차면서 외쳤다.

“화염 폭풍!”

유리 바닥에서 화염 폭풍 두 개가 솟아올랐다.

그녀를 따라 달려오던 글렌이 급하게 정지했다.

화염 폭풍을 바라보는가 싶던 그가 고개를 들어 빅토리아의 뒤쪽을 쳐다보았다.

푸르르르.

중앙의 원 안에서 말 울음 소리가 났다.

완전히 투명해 보이던 공기 사이에서, 어느새 투명한 유니콘 조각상이 모습을 드러냈다.

*****

이준기의 관전 위치는 유리 동물원의 남동쪽 바깥이었다.

대각선 방향으로 자리를 잡고 앉아서 보면, 현재 어느 팀이 중앙 목표 지점에 더 가까이 접근했는지 쉽게 볼 수 있었다.

처음부터 닥돌 작전을 쓴 산타마리아 팀이 앞서 나갔으나, 1시간 정도가 지나고 목표 지점에 80% 정도 접근하는 시점에 역전당했다.

킬러포니아 길드는 현재 이준기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고 있고,

산타마리아 길드는 서부 전선의 적이므로 이용할 수 있다.

같은 편에서 싸우게 될지도 모르는 자들이다.

개개인의 역량과 팀의 조직력을 파악해 볼 좋은 기회다.

추이 이아고닉은 신중한 성격의 탱커로서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개리 헌팅턴은 이따금 돌발 행동을 하기는 했지만 기본기는 준수했다.

도밍고 알바레즈와 에르난 곤잘레스는 평범한 수준,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한국 구원자들의 평균 컨트롤에 비해 조금 떨어진다.

그러나 명령대로 맡은 역할을 수행하는 점은 훌륭했다.

범죄 조직에 속한 구원자의 특징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산타마리아 팀에서는 리더 빅토리아 라슨과 딜러 글렌 리가 좋은 움직임을 보였다.

더 돋보이는 것은 팀워크.

일반인들을 상대로 테러 활동을 하던 팀이다.

별 위협이 되지 않는 저레벨 몬스터들을 상대로 최적화된 모습이다.

그러나 위기 대응 능력은 어떨까?

바로 그 문제에 대답하기 위한 것인지, 빅토리아 라슨은 두 무리의 유리 조각상 사이로 대시를 감행해서 위기를 자초했다.

던전에 비해서 레벨이 매우 높은 공격대이기는 하지만, 고작 다섯 명에 탱커도 없다.

두 무리의 몬스터에 휩싸이는 것만으로 위기 상황이다.

그런데 거기에 던전 보스가 함께 덤비게 되었다.

*****

차원문 소멸 조건은 유니콘의 뿔을 부러뜨리는 것.

그걸 상기해낸 글렌 리가 외쳤다.

“빅토리아! 유니콘의 뿔을 부러뜨려! 텔레키네시스로!”

산타마리아 팀에서 텔레키네시스를 보유한 것은 빅토리아뿐.

차원문 소멸 조건을 떠올리고 그녀에게 그런 주문을 하는 건 당연하다.

바로 앞으로 진격한 놀의 장창을 맞받아 쳐낸 다음, 빅토리아 라슨은 고개를 돌려 뒤쪽의 괴수를 쳐다보았다.

지상에서 5미터 높이에서 유니콘의 눈이 그녀를 쏘아보았다.

거대한 유리 유니콘에 비하면 3미터 크기의 놀 조각상은 장난감 같아 보였다.

“아··· 안 돼! 못 해!”

“지금 방법은 그것밖에 없어! 텔레키네시스를 써!”

“뭔가를 부러뜨리는 컨트롤은 해본 적도 없어!”

달려드는 고블린 떼를 향해 검을 휘두르며, 율라 패트릭이 울부짖었다.

“우··· 우리 임무는 여기까지 오는 것뿐이잖아!”

팀원들이 호응했다.

“마··· 맞아! 유니콘 뿔은 그 멕시코 보스가 처리하겠다고 했잖아?”

“왜··· 왜 안 하는 거야!”

“우릴··· 죽이려는 건가!”

유니콘의 돌진을 가까스로 피한 빅토리아가 외쳤다.

“놀과 고블린에 집중해! 아직 그놈들을 해치우지 못했잖아!”

“그래서··· 유니콘을 그냥 놔두는 거란 말야?”

고블린 몇 마리가 힐러인 존 러브크래프트 쪽으로 다가갔다.

고함을 치며 달려간 빅토리아가 고블린 두 마리를 양옆으로 쳐냈지만, 세 번째 고블린이 그녀의 허벅지를 도끼로 찍었다.

“헉!”

넘어지면서, 그녀는 도끼를 휘두른 고블린을 검으로 쳐냈다.

고블린이 가로막고 있던 시야에 유니콘이 나타났다.

그녀를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이··· 이건 피할 수 없어!’

빅토리아는 눈을 질끈 감았다.

퍽!

“뭐 하는 거야! 일어서!”

눈을 뜨자, 유니콘의 뿔을 방패로 막은 채 버티는 추이의 모습이 나타났다.

추이의 뒤쪽으로, 킬러포니아의 다른 팀원들이 오크 주술사 모양의 유리 조각상을 공격하는 게 보였다.

추이의 빛의 방패가 힘을 다하고 사라지자, 유니콘의 눈이 루비처럼 붉게 빛났다.

앞발을 들어 그들을 향해 내리찍으려는 유니콘.

푸르르르!

‘제기랄. 이놈들은 피가 없어서 방패가 힘을 못 쓰는데.’

추이 이아고닉의 전설 등급 방패, 틀랄록의 원반.

발동 효과가 흡혈이다.

단순히 적의 생명력을 깎아 착용자에게 이전해 주는 수준이 아니다.

흡혈의 대상은 높은 확률로 다양한 디버프 효과를 받는다.

그런데 그게 전혀 작동하지 않는다.

유리 조각상이 흘리는 무색투명한 피는 흡혈의 대상이 아닌 모양이다.

앞발을 들어 올린 유니콘은 머리가 천장에 닿으려는 듯했다.

한두 걸음 옆으로 피한다고 해서 유니콘의 공격 범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추이는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틀랄록의 원반을 높이 쳐들었다.

순간, 유니콘의 모습이 빛에 휩싸여 사라졌다.

거대한 조각상이 사라지자, 동물원의 유리 천장 위로 갑자기 별빛이 쏟아져 내리는 것 같았다.

중앙의 원 안에, 유리 유니콘의 투명한 뿔이 가만히 놓여 있었다.

도밍고 알바레즈가 추이가 선 곳으로 달려왔다.

“끄··· 끝났군요!”

“오크 주술사는 해치웠나?”

“네! 오크 주술사가 쓰러지자마자, 유니콘의 뿔이 부러졌습니다.”

뒤를 따라온 개리 헌팅턴이 보탰다.

“그리고 동시에, 저 뒤쪽의 놀과 고블린들도 멈춰 섰습니다.”

추이는 뒤를 돌아보았다.

조금 전까지 산타마리아 팀을 공격하던 놀과 고블린 조각상들이 뿌연 상아색으로 변해 있었다.

상태창에 메시지가 쏟아졌다.

- 던전을 클리어했습니다.

- 1시간 내에 차원문이 소멸합니다.

- 보물 상자가 생성되었습니다.

- 최소 레어 등급 아이템 1개가 보장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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