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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55: 재기드 얼라이언스 (6)
Episode 55: 재기드 얼라이언스 (6)
이준기가 굳은 표정을 풀고 자리에 앉자, 브리검은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브리검의 손을 붙잡아 악수를 하면서, 이준기가 말했다.
“좋습니다. 잘해봅시다.”
“잘 부탁하오.”
9시 30분.
손님들의 요청에 따라, 카페 측은 벽걸이 TV의 소리를 높였다.
CNN 속보. 중국 특파원이 긴장된 표정으로 카메라 앞에 서 있었다.
“CNN 제임스 워런입니다. 제 뒤쪽으로 보이는 곳이 선전입니다. 이제 30분이 지나면, 중국 정부군이 선전으로 진입합니다. 이곳 시간으로 3월 11일 0시가 공격 개시 시점입니다.”
“아직 30분이 남았다는 말씀이시죠?”
“네. 저항군이 앞으로 30분 내에 항복한다면, 중국 내전은 종료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예정대로 대대적인 소탕 작전이 개시됩니다.”
“아직까지 저항군 쪽의 움직임은 없습니까?”
“공식적인 입장 표명은 없습니다. 다만, 저항군 내부에서 격렬한 의견 충돌이 있다는 소문이 이곳 홍콩에는 파다하게 퍼져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중국 내전이 시작된 곳은 이곳 홍콩입니다. 홍콩과 상하이에서 시작되어 광둥성 전체로 번졌지만, 차례대로 진압되어 이곳 선전에 이르렀습니다. 현재 저항군에게 남은 최후의 보루가 제 뒤쪽으로 보이는 저곳, 선전입니다.”
“선전이라면, 첨단 산업 단지로 유명한 도시죠?”
“그렇습니다. 중국 내전으로 인해 세계 유수의 IT 기업들이 생산기지를 옮겨야 했습니다. 기반 시설도 많이 파괴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내전이 끝나더라도, 선전이 예전의 영광을 되찾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라는 것이 지배적인 의견입니다.”
“제임스 워런 기자, 위험한 곳에서 소식 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조금 후에 다시 연결하겠습니다.”
카페 안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뉴스 화면에서 거두어졌다.
그건 테이블에 둘러앉아 캘리포니아 공격을 모의하던 6명도 마찬가지였다.
마빈 브리검이 입을 열었다.
“중국 내전은 이제 끝나나 보군요.”
“어찌 될지는 두고 봐야겠죠. 중국 정부 입장은 오늘 끝내겠다는 것 같지만.”
“하긴. 우리도 내전이 이렇게 질질 끌지는 몰랐소.”
“이렇게 밀리게 될 줄도 몰랐겠죠?”
“비꼬는 거요?”
“아닙니다. 세상일이 다 계획대로 되는 건 아니라는 얘기일 뿐이죠.”
“그건··· 이런 대담한 제안을 가지고 온 스즈키 씨가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저는 언제나 계획대로 되지 않을 가능성을 생각하고 행동합니다.”
“그래요? 자신만만한 스타일로 봤는데.”
브리검의 얼굴에는 정말로 의외라는 표정이 드러났다.
이준기는 그 시선을 똑바로 바라보며 대꾸했다.
“물론, 이번 일은 반드시 성공시킵니다.”
*****
다음 날 아침, 휴스턴 모처.
마빈 브리검은 이준기를 보자마자 와락 껴안으려는 동작을 취했다.
“스즈키 선생! 설마··· 어젯밤 일과 관련이 있는 거요?”
“직접 관여한 것은 아니고, 정보를 가지고 있었죠.”
추이가 놀란 눈을 하며 이준기를 돌아보았다.
마빈 브리검이 말했다.
“이거이거··· 심복도 모르게 혼자만 알고 있던 정보란 말입니까?”
“부인하지 않겠습니다.”
“놓치면 다시 오지 않을 기회라고 생각하고 그대들과의 동맹에 합의한 거지만, 이건 정말 대박이군! 하늘이 내리는 기회라는 게 이런 거 아니겠소!”
24시간이 조금 안 되는 시간 동안, 세계 패권을 놓고 다투는 두 나라에서 대대적인 사건 두 개가 발생했다.
하나는, 중국 시간으로 3월 11일 0시에 개시된 저항군 소탕 작전.
선전으로 돌입한 기갑 부대는 선전에서 최후의 저항선을 펼친 저항군을 완전히 박살 내버렸다.
물론, 저항군을 결정적으로 패퇴시킨 것은 기갑 부대와 함께 돌입한 중국 공안 소속의 최고 레벨 구원자들이었다.
저항군 지휘부 3인방 중 한 명은 현장에서 체포되었고, 한 명은 사살되었다.
그러나 남은 한 명의 신병은 끝까지 확보하지 못했다.
스티브 챈.
나중에 조슈아 테일러의 심복 중 하나가 되는 바로 그 스티브 챈이다.
다른 하나의 사건은, 이준기가 기억하는 대로 전개된 미국에 대한 공격.
베네수엘라와 쿠바의 구원자들이 주축이 되어, 그동안 라틴 아메리카를 사실상 식민지처럼 통치해온 미국에 저항한 것이다.
미국에 대한 공격이었지만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서부 전선에게만 강요되었다.
라틴 아메리카 연합 구원자들이 공격한 곳은 플로리다의 3대 도시, 즉 마이애미, 탬파, 그리고 올란도다.
플로리다는 동부 연합의 영역이었으나 서부 전선에게 완전히 넘어간 곳.
그럼에도 불구하고 핵심 전장으로 남아 있었다.
간헐적이기는 해도 꾸준하게, 동부 연합이 게릴라전을 펼쳐왔기 때문이다.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나치 독일이 대규모의 군대를 주둔시켜야 했던 유고슬라비아와 같은 상황이었다.
지도에는 분명히 정복한 지역으로 색이 칠해져 있지만, 끊임없이 병력을 투입해야 하는, 말하자면 끓어 넘치려는 냄비의 뚜껑을 꽉 붙들어야 하는 그런 곳.
그래서 서부 전선 구원자들이 대규모로 주둔하고 있었고, 그들은 그대로 라틴 아메리카 연합군의 공격 대상이 되었다.
동부 연합 구원자들은 숨죽인 채, 관전자의 지위를 유지했다.
점령자들에게 일격을 먹일 기회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외지에서 날아든 수많은 구원자들이 그들의 일을 대신해주고 있었다.
“하하하! 어제 죽은 서부 전선 놈들이 백 명도 넘는다고 하오! 들으셨겠지?”
“물론입니다. 뉴스에서 새벽부터 그 소식만 전하고 있으니까요.”
동부 연합의 아지트로 쓰이는 술집.
벽에 걸린 TV의 채널은 CNN 뉴스에 고정되어 있었다.
“CNN 속보입니다. 간밤에 플로리다에서 벌어진 기습 공격 소식, 계속해서 보내드리겠습니다. 매리앤 라이틀린 기자?”
“네, 매리앤 라이틀린입니다. 여기는 올란도입니다.”
“소식 전해주시죠. 지금 서 계신 곳은 시월드입니까?”
“네. 제 뒤쪽으로 시월드 놀이기구가 보이십니까? 이곳은 시월드를 바로 옆으로 지나가는 대로변입니다. 차원문 등장 이후에 도로의 절반이 통제되어 있던 곳입니다. 바로 어젯밤까지만 해도 이곳에는 경찰 병력이 바리케이드와 함께 진을 치고 있었지만, 이제는··· 차원문뿐입니다.”
“경찰도 바리케이드도 없다면 너무 위험한 것 아닙니까? 괜찮으십니까?”
“이곳은 지금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습니다. 위험하기도 하지만, 어젯밤 사건이 일어난 장소들 중에서도 가장 참혹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기자들이 속속 모여들었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었습니까?”
“간밤의 습격으로 차원문 봉쇄를 준비 중이던 서부 전선 소속 구원자 40여 명이 사망했습니다.”
“40여 명이라뇨? 공격대 규모가 40여 명 수준이었다는 말씀입니까?”
“아닙니다. 공격대는 15명이었지만, 지원 나온 구원자들까지 포함해서 약 40명 정도의 구원자가 간밤에 여기에 있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차원문 봉쇄를 방해하려는 동부 연합 구원자들이 게릴라 방식으로 기습을 해오는 일이 많아서, 많은 수의 구원자들이 어제도 현장에 함께 나와 있었습니다.”
“경찰도 바리케이드도 사라졌다고 하셨죠. 경찰 피해는 어떻습니까?”
“어젯밤 순번이었던 경찰 120명이 전원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공격자들은 부상당해 쓰러진 경찰들에게 확인 사살을 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소문이라면?”
“아시다시피 이 근방에는 호텔이 많이 있습니다. 투숙객들은 어젯밤 내내 총격음에 시달리며 잠을 설쳤다고 합니다. 일부 투숙객들이 망원경이나 쌍안경을 통해 부상자들의 처형을 목격했다고 합니다.”
“공격자들의 정체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있습니까?”
“오늘 아침, ‘아메리카 해방 전선’이라는 단체가 이번 공격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아메리카 해방 전선이라고요? 처음 듣는 이름인데요, 단체의 정체에 대해 알려진 것이 있습니까?”
“아직까지는 알려진 것이 거의 없습니다만, 곧 자세한 성명서를 발표하겠다고 예고했습니다. 특이한 것은, 오늘 아침 공격 주장을 한 사람이 체 게바라 티셔츠를 입고, 체 게바라의 아이템으로 유명한 빵모자를 쓰고 있었다는 겁니다.”
“체 게바라라면, 쿠바 혁명가로 유명한 그 아르헨티나 사람 말씀하시는 거죠?”
“네. 그래서 이번 공격의 배후가 쿠바 아닌가 하는 소문이 파다합니다. 하지만, 정체를 숨기기 위한 위장일 수도 있는 만큼, 섣부른 판단은 위험합니다. 펜타곤도 이번 공격을 쿠바의 소행으로 볼 증거가 아직 없다면서,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대변인을 통해 밝혔습니다.”
“아무튼 충격적인 사건입니다. 매리앤 라이틀린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몸조심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다음으로는 탬파 쪽 현장을 연결해 보겠습니다.”
길마 마빈 브리검의 시선을 따라 TV에 집중하던 산타마리아 길드원들이 화면으로부터 얼굴을 돌렸다.
이준기를 비롯한 킬러포니아 길드원들도 마찬가지로 고개를 돌렸다.
마빈 브리검이 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정말 신나는 아침이야! 하지만 뉴스만 보고 있을 수는 없지. 당장, 계획대로 진행합시다!”
이준기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호응했다.
“좋은 생각입니다. 서둘러 가시죠.”
*****
20시간을 달려 휴스턴에 온 지 아직 이틀도 채 되지 않았다.
이제 그 길을 거꾸로 달려 샌디에이고로 가야 한다.
바뀐 점이 있다면, 차량의 행렬이 길어졌다는 점.
올 때는 기사 포함 총 네 명이 왔지만, 가는 길은 차량 네 대에 나눠 탄 19명이다.
멕시코 시티와 후아레스를 출발한 킬러포니아 길드원 14명은 별도로 도착한다.
총 33명의 상위급 구원자들. 충분한 병력이다.
산타마리아 길드에 대해서도, 길마 마빈 브리검에 대해서도 이준기는 정보를 거의 가지고 있지 않았다.
마빈 브리검. 텍사스 의회 의원 출신으로 연방 상원 의원 자리를 노리던 인물.
구원자 각성 이후 상원 진출 야심은 던져버렸다.
더 큰 권력을 더 빠른 경로로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길드 확장에 힘을 기울였다.
그렇게 텍사스를 장악했으나, 전국 수준에서는 101이라는 막강한 라이벌을 만났다.
라이벌 제압이나 세력 확장을 위해 목숨을 거는 마빈 브리검의 동기를 이준기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마빈 브리검의 권력욕 덕분에 일이 쉬워진 것이니, 감사해야 할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자는 자신이 누굴 상대하는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있다.’
이준기는 마빈 브리검, 베라 로페즈, 그리고 추이 이아고닉과 함께 말하자면 ‘1호 차’로 이동 중이다.
1호 차에 누가 타야 하는지, 베라 로페즈와 추이 이아고닉은 논쟁을 벌였다.
“우리 보스를 수행원도 없이 그 차에 태울 수는 없소.”
“그래서 어떻게 하자는 거죠? 그쪽이 그쪽 보스와 함께 타려면 제가 빠져야 하는데, 그러면 우리 쪽 보스가 수행원 없이 타는 건 괜찮다는 겁니까?”
“베라 당신은 앞자리에 탈 것 아니오?”
“그래야죠. 보스들끼리 뒷자리에서 의논할 것도 있다고 하니까요.”
“그럼 나도 앞자리에 타겠소.”
“네, 뭐라고요? 멕시코 차는 앞자리에 세 명이 탈 수 있나 보죠?”
“운전석에 내가 앉겠다는 거요.”
마빈 브리검은 추이의 충성심을 칭찬했다.
“당신 부하는 정말 충성스럽군. 바로 며칠 전에 보스가 되었다는 것 아니었소? 그런데도 저렇게 보스를 챙기다니, 정말 대단하오.”
이준기로서도 추이 이아고닉의 과도한 충성심은 예상 밖이다.
조직의 2인자가 자발적으로 바치는 충성심으로 일이 순조롭게 돌아가니 다행인 것이고, 그래서 이준기는 추이가 왜 그런 충성을 보이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쿠사나기 린이 보여주었던, 강자에 대한 맹목적 동경과 비슷한 것이라고 막연히 추측할 뿐이다.
자동차가 휴스턴시 외곽을 빠져나오고 있었다.
빌딩 숲은 예전에 시야에서 사라졌고, 이제는 고속도로 양쪽으로 시위하던 나무들도 사라졌다.
심심한 지평선이 시야를 가득 메웠다.
이준기는 상태창을 켜고 역사 메모를 확인했다.
- 3월 5일. 조슈아, 멕시코 구원자 격퇴 사건.
- 3월 8일. ‘남부의 힘’ 길드 숙청 사건. (언론 보도는 4월 9일)
- 3월 10일. ‘플로리다 프로젝트’.
- 3월 12일. 14시 30분. ‘국경 차원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