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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56: 근접 조우 (5)
Episode 56: 근접 조우 (5)
조슈아 테일러를 향해 다가오던 세 명 중 두 번째 사람이 땅바닥에 처박혔다.
기다렸다는 듯, 세 번째 사람이 공중으로 도약했다.
타격 2팀의 율라 패트릭이다.
그녀가 공중에서 팔을 내지르자, 오른손에 감겨 있던 쇠사슬이 조슈아를 향해 덤벼들었다.
거리를 잰 것처럼 정확하게, 조슈아의 얼굴을 향해 날아들었다.
파팡!
소닉붐을 연상시키는, 경쾌한 타공음이 울려 퍼졌다.
마치 진공 속으로 빨려드는 것처럼, 조슈아의 몸이 뒤쪽으로 당겨지듯 움직였다.
조슈아의 얼굴을 향해 달려들었던 쇠사슬이 팽팽하게 펴진 채로 공중에서 멈췄다.
“뭐, 뭐야? 왜 움직이지 않지?”
쇠사슬을 쥔 율라 패트릭이 당황해서 소리쳤다.
오른손에 왼손을 겹쳐 잡아당기려 했지만, 쇠사슬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겁에 질려, 율라 패트릭은 손에 감긴 쇠사슬을 놓으려고 했다.
그러나 쇠사슬은 단단히 손에 감긴 채,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
그 사이에, 거인의 손바닥에 맞은 것처럼 땅바닥에 처박혀 있던 둘이 일어나 다가왔다.
똑같이 양쪽 콧구멍에서 코피를 흘리는 모습은 보기에 우스웠지만, 험악하게 인상을 쓰는 그들의 표정은 조금도 우습지 않았다.
“우릴 가지고 놀았다는 거지?”
“무슨 일이야, 율라? 왜 그래?”
둘은 무시무시하게 생긴 날붙이를 하나씩 꺼내 들었다.
한 명은 쿠크리, 다른 한 명은 크리스 나이프다.
율라가 전방에 시선을 고정한 채 뒤에서 다가오는 동료들을 향해 외쳤다.
“쇠사슬이··· 움직이지 않아!”
둘은 율라의 무기를 쳐다보았다.
한쪽은 율라의 오른손에 단단히 감긴 채, 다른 한쪽은 강력한 자석에라도 이끌리는 듯 공중에서 사선으로 팽팽하게 잡아 당겨져 있었다.
“그··· 그게 뭐야?”
“이런, 미친!”
칼날을 앞으로 들고, 둘은 동시에 조슈아를 향해 돌격했다.
쿠크리와 크리스 나이프의 칼날이 동시에 앞으로 내질러지는 순간.
“어어?”
“뭐··· 뭐지?”
펑!
두 개의 단검과 쇠사슬 사이에 검은 구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구체를 향해 끌려가는 세 개의 쇠붙이.
“으아아! 안 돼!”
비명을 내지르며 눈을 감는 율라 패트릭.
그녀의 손에서 스르르 쇠사슬이 풀렸다.
쇠사슬과 단검 두 개가 구체 안으로 서서히 빨려 들어갔다.
“무슨 수작이냐?”
“불법 무기 소지입니다만.”
검은 구체가 잠시 빛을 발하더니 다시 어두워졌다.
툭.
검은 구체가 뱉어낸 쇳덩이가 땅에 떨어졌다.
웅그려지고 뭉쳐진 쇳덩이였다.
마구 구겨지기는 했지만, 원래 어떤 물건들이었는지 알 수 있는 모양이었다.
쿠크리와 크리스 나이프, 그리고 쇠사슬이 한 덩어리로 잘 욱여져 있었다.
“너··· 넌 뭐냐!”
놀라서 외치는 율라 패트릭.
조슈아는 수학 공식이라도 설명하는 것처럼 단조로운 어조로 대꾸했다.
“세 분, 너무 위험합니다. 여기에 가만히 계셔주세요.”
“무··· 무슨 개소리야!”
“어, 어엇!”
가느다란 철삿줄이 셋을 휘감기 시작했다.
“이건 뭐야!”
그들을 휘감는 철삿줄은 땅바닥에 떨어졌던 쇠붙이 덩어리에서 나오고 있었다.
마치 실이 뽑혀 나오는 것처럼, 쇠붙이 덩어리에서 가느다란 철삿줄이 나와 세 명을 한 덩어리로 묶고 있었다.
셋은 몸부림쳤지만, 벗어날 수 없었다.
실처럼 가느다란 철삿줄인데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튼튼했다.
오라에 꽁꽁 묶인 세 명을 바라보며, 조슈아가 말했다.
“아직까지는 이 정도가 한계입니다. 단분자 수준으로 가늘게 뽑을 수 있으면 더 폼 날 텐데, 아직 멀었어요.”
*****
이준기를 향해 덤벼들었던 여섯 명이 차례로 쓰러졌다.
아직까지 서 있는 것은 쌍절곤을 든 여자뿐.
저편에서 다가오는 목소리가 외쳤다.
“캐리!”
쌍절곤을 든 여자가 대답했다.
“보스! 키건!”
가로등 아래로 들어와 걸음을 멈춘 키건 하워즈가 주변의 부하들을 향해 외쳤다.
“다친 녀석들은 뒤로 빠져!”
허벅지와 발목을 붙잡고 신음하던 101 멤버들이 땅바닥을 기어 뒤로 물러났다.
키건 하워즈는 칼날이 좁고 긴 일본도를 앞으로 쳐들었다.
캐리 갠틀링(Carrie Gantling)도 쌍절곤을 들고 이준기를 향해 방어 자세로 섰다.
키건 하워즈가 말했다.
“넌, 누구냐? 조슈아와 대등하게 싸우다니.”
이준기가 대답했다.
“우린, 킬러포니아다.”
“킬러포니아? 겨우 용병 놈이었단 말이냐?”
“대가를 받지 않기로 했으니, 용병이 아니다.”
“그래? 용병이 아니라면 멕시코 갱단이 미국 땅에는 웬일이냐?”
“그건, 차차 알려주마.”
이준기가 공격 자세를 취하자, 키건과 캐리의 얼굴에 긴장감이 흘렀다.
“키건, 보통 놈이 아니에요.”
“나도 알아. 조슈아와 대등하게 싸우는 놈이라니.”
“동시에 덤비죠.”
“그래, 동시에 간다.”
“하앗!”
캐리의 기합과 함께, 둘은 무기를 쥔 손을 치켜올리고 이준기를 향해 달려들었다.
파팡!
폭죽이라도 터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이준기가 시야에서 사라졌다.
“귀··· 귀검?”
“그··· 그렇다면 나도!”
캐리 갠틀링이 기합을 내지르며 땅바닥에 발을 굴렀다.
그녀의 의식이 확장되면서, 시간이 다섯 배로 늘어졌다.
그녀의 눈에 이준기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의 손에는 이미 키건의 일본도가 들려 있었다.
“이런!”
캐리는 몸을 낮추면서 이준기의 공격을 막으려고 했지만, 이미 늦었다.
바닥에 붙어 움직이는 듯한 이준기.
그는 검 손잡이로 캐리의 발목을 타격하고 물 흐르듯 뒤쪽으로 사라져갔다.
균형을 잃고 넘어지는 캐리 갠틀링.
오른손에 쥔 쌍절곤으로 땅을 짚어 충격을 흡수하려고 하는 순간.
뒤를 돌아온 이준기가 그녀의 손에서 무기를 거칠게 낚아챘다.
“아!”
균형을 재차 잃고 쓰러지는 그녀의 몸.
상반신부터 바닥에 부딪히자 둔중한 충격이 그녀의 몸을 타고 흘렀다.
바닥을 몇 바퀴 구르고 일어나면서 그녀는 적의 동선을 눈으로 좇았다.
검은 하늘을 배경으로 이준기가 나는 듯이 도약하고 있었다.
“뭐, 뭐냐!”
손에서 일본도를 놓친 키건 하워즈는 순간 뒤로 물러서며 건물 벽에 등을 기대고 섰다.
경계하는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보는 키건 하워즈.
그의 오른쪽, 가로등 위쪽으로 뭔가가 날아가는 게 보였다.
“저놈!”
가로등보다 더 높이 뛴 이준기의 모습이 가로등 불빛에 가려 키건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저쪽이라면···’
키건 하워즈는 적의 목표를 알아채고 소리를 질렀다.
“조슈아! 놈이 간다!”
*****
키건 하워즈의 외침에, 조슈아는 고개를 들어 그쪽을 보았다.
검은 하늘을 배경으로, 이준기가 그를 향해 덮쳐 내려오고 있었다.
양손으로 꽉 쥔 일본도가 그를 향해 강습 중이었다.
“이런!”
조슈아는 오른손을 앞으로 내질렀다.
펼쳐진 그의 손바닥 한가운데로, 일본도가 찔러 들어왔다.
“어엇?”
철삿줄에 묶인 채 그 광경을 바라보던 율라 패트릭이 놀라서 소리 질렀다.
조슈아의 손바닥에 닿은 일본도가, 다섯 갈래로 갈라져 사방으로 흩어지고 있었다.
바닥에 쏟아지는 물이 사방으로 흩어지듯, 일본도의 칼날은 다섯 갈래로 찢어져 길게 늘어졌다.
가늘고 긴 불가사리처럼.
파팟.
검날이 모두 찢어지고 나서, 이준기의 검 손잡이와 조슈아 테일러의 손바닥이 부딪혔다.
둘은 같은 극의 자석이 밀어내듯 서로를 밀어내고 거리를 벌려 섰다.
“조슈아!”
가로등 저편에서 키건 하워즈가 뛰어왔다.
그 뒤쪽으로 캐리 갠틀링이 한쪽 다리를 절뚝거리며 따라왔다.
“보스!”
반대편에서도 두 사람이 나타났다.
조슈아의 공격에 밤하늘을 가르고 날아갔던 추이가 마체테를 들고 다시 나타났다.
그 뒤로 도밍고 알바레즈가 커다란 단검을 들고 쫓아왔다.
*****
101 대 킬러포니아.
한쪽에는 조슈아 테일러, 키건 하워즈, 그리고 캐리 갠틀링.
다른 쪽에는 이준기, 추이 이아고닉, 그리고 도밍고 알바레즈가 섰다.
키건 하워즈가 입을 열었다.
“멕시코 갱들이지? 캘리포니아에는 왜 들어온 거냐?”
추이 이아고닉이 이준기를 쳐다보았다.
이준기가 고개를 끄덕이자, 추이가 키건을 향해 외쳤다.
“캘리포니아는 원래 우리 땅이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네놈들이 침략 전쟁을 벌여 빼앗은 거잖아? 그런 건 역사 시간에 가르치지도 않나 보지?”
“도대체 언제 이야기를 하는 거냐? 그런 식이라면, 멕시코나 미국이나 원래 다 아메리카 원주민들 땅이야.”
“우린 아메리카 원주민의 후예다.”
“희멀겋게 생긴 놈이 무슨 개소리냐?”
“난 메스티소다. 이 땅에 살던 사람들의 피를 이어받은, 정당한 계승자다!”
“하! 말이 안 통하는군!”
키건 하워즈가 바닥에서 경찰 방패를 집어 들어 추이를 향해 던졌다.
회전하며 날아오는 플라스틱 방패를 향해 추이가 마체테를 내질렀다.
경찰 방패가 산산이 부서지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날아오는 파편을 팔뚝으로 막으며, 양편은 한 걸음씩 뒤로 물러섰다.
조슈아 테일러가 이준기를 향해 물었다.
“당신은 누굽니까? 왜 나를 공격하는 거죠?”
이준기 대신 추이가 대답했다.
“이 사람은 킬러포니아의 보스다! 킬러포니아가 너희를 공격하는 건 당연하다!”
조슈아가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아니, 그건 내가 원하는 답이 아니에요.”
앞으로 한 걸음 내디디며, 이준기가 조슈아를 불렀다.
“조슈아 테일러.”
“네?”
이준기는 멈추지 않고 천천히 앞으로 다가갔다.
“너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다.”
“그게 뭡니까?”
조슈아는 웃으며 대답했다.
그리고 뒤로 물러서면서 덧붙였다.
“그리고, 더 다가오지 마세요.”
조슈아가 팔을 들어 올리자, 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경찰 장비들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잡동사니로 만들어진 장벽이 이준기의 걸음을 가로막았다.
이준기와 조슈아 테일러 사이의 거리는 아직도 7미터 정도.
이준기는 오른팔을 들어 잡동사니의 장벽 안으로 찔러 넣었다.
커튼을 젖히는 동작으로 그의 팔이 움직이자, 잡동사니들이 한쪽으로 찌그러지며 장벽 한가운데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이준기가 그 안으로 발을 내디뎠다.
“안 됩니다.”
조슈아의 말이 떨어지자, 한쪽으로 몰려 있던 잡동사니들이 다시 장벽의 빈틈을 메웠다.
이준기는 장벽 사이에 끼인 몰골이 되고 말았다.
“으하하하! 꼴 좋구나!”
“보··· 보스!”
키건 하워즈는 비웃었고, 추이는 걱정스러운 눈으로 보스를 불렀다.
이준기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정신 집중.
장벽을 만들었던 잡동사니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으··· 으악!”
“꺄악!”
키건 하워즈와 캐리 갠틀링이 날아오는 물건들에 맞고 바닥으로 쓰러졌다.
조슈아 테일러가 급히 역장(力場)을 펼쳤지만 날아오는 속도가 너무 빨랐다.
“제법이군요!”
수십 개의 물체가 공중에 뜬 채로 파르르 떨었다.
서로를 향해 물체들을 밀어내려는 이준기와 조슈아 테일러.
두 개의 역장에 갇힌 물체들은 미세한 떨림을 반복하며 공중에 떠 있었다.
조슈아가 억지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당신, 정말 뭡니까. 이런 컨트롤을 가진 구원자가 있다니.”
이준기도 억지웃음을 지어 보이며 대꾸했다.
“세상은 넓어.”
이준기가 조슈아 테일러를 향해 한 발짝 다가갔다.
그와 함께 그들 사이의 공간을 채운 물체들의 집합도 반걸음 정도, 조슈아 쪽으로 움직였다.
“안 된다고 말씀드렸을 텐데요?”
조슈아 테일러가 오른손에 이어 왼손을 들고 앞으로 밀어내는 듯한 동작을 했다.
물체들의 더미가 이준기를 향해 휘청거리며 움직였다.
이준기도 뭔가에 밀리는 것처럼 뒤로 물러섰다.
다시 원위치.
‘이르헬의 눈’을 발동할 사정 거리가 나오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이런 수준의 기 싸움을 하면서 정신 집중을 하는 것이 가능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멕시코와 텍사스까지 가서 원군을 데려온 것이 잘한 결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른손만으로 역장을 유지하던 이준기도 왼손을 들었다.
그리고 두 손으로 물체들의 덩어리를 조슈아 쪽으로 밀어냈다.
또다시 휘청, 공중에 뜬 물건더미는 조슈아 쪽으로 반걸음 정도 움직였다.
“추이! 공격해라!”
“네, 보스!”
추이가 마체테를 쥔 오른손의 그립을 바꾸며 하늘을 향해 뛰어올랐다.
“어딜!”
바닥에서 경찰봉을 주워든 키건이 추이를 향해 점프했다.
쌍절곤을 꼬나 잡은 캐리 갠틀링이 주위를 향해 외쳤다.
“101! 모두 공격해라!”
이에 질세라, 도밍고 알바레즈도 주변을 향해 목소리를 높여 외쳤다.
“킬러포니아! 산타마리아!”
수십 명의 고함 소리가 밤공기를 들어 올렸다.
“우와아!”
“공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