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퇴사 후 귀촌 힐링라이프-162화 (162/163)

귀촌의 이유 (1)

-삐이익!!

날카로운 호루라기 소리가 울리자.

정 가운데 빨간색 끈을 단 밧줄이 팽팽하게 당겨졌다.

“하나 하면 당기는 거다! 하나!”

“당겨!”

아랫마을은 선두인 차 이장님의 구령에 맞추어 밧줄을 힘껏 당겼고,

“버텨! 일단 버텨!”

“누워! 밧줄에 몸무게를 실어!”

“땅에 발을 박아!”

산골 마을은 사전에 의논한 것처럼 온몸을 뒤로 젖히며 버티기에 들어갔다.

“좋다! 하나!”

“으쌰-!”

한마음으로 당기는 방법이 통했는지 중간선에 팽배하게 있던 빨간 끈이 아랫마을 쪽으로 슬금, 넘어갔다.

“어어- 넘어간다!”

“뭐꼬? 아직이가?”

발이 살짝 끌려간 걸 느낀 병팔, 그리고 창식 할아버지가 동시에 젖혔던 머리를 쭉 빼고 나를 보았다.

“네. 조금만 더요.”

그렇다.

이번 줄다리기의 전략을 짠 사람은 바로 나였다.

“장원, 아직 버틸 수 있지?”

“네엡!”

이 대리가 선두에 선 만큼, 이번 전략은 우리 마을을 승리로 이끌 게 틀림없었다.

나는 밧줄을 더 세게 잡고 말했다.

“오케이. 그럼 내가 신호 줄 때까지 버텨!”

“어이!”

“버티란다!”

“더 누워!”

그렇게 10초쯤 더 지났을까.

손아귀에 쥔 밧줄이 조금 느슨해지는 게 느껴졌다.

나는 지체없이 큰소리로 외쳤다.

“당겨!!”

이때만을 기다렸던 마을 사람들은 젖혔던 몸을 일으키기 위해 땅에 밖은 다리에 힘을 준 채 밧줄을 지지대 삼아 몸을 일으켜 올렸다.

“으라차차!”

“당겨!!!”

휘청.

“어? 어어어?”

버티기만 하던 산골 마을의 반격에 아랫마을 사람들의 무게중심이 순간 흔들렸다.

“지금입니다! 더 당기세요!”

줄다리기 시작 이후 묵묵히 줄을 잡던 이 대리가 몸에 반동을 주며 밧줄을 당겼다.

울림통이 큰 만큼 그의 목소리는 산골 마을 사람들 모두에게 전달되었다.

“그냥 당기는 거 아니고!”

“구령 맞춰라!”

“영차! 영차! 영차! 영···?”

‘영’에 힘을 세게 주고 ‘차’에 살짝 풀어 힘의 리듬을 맞추던 마을 사람들은 ‘영’과 ‘차’를 지키지 않아도 쭉쭉 당겨지는 느낌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반면 반대편, 아랫마을의 상황은 아까와 사뭇 달랐다.

“아악! 끌려간다!”

“안된다! 힘주라!”

“매니저 오빠!!”

승기를 잡던 초반과 달리, 그들의 얼굴에는 다급함이 숨기지 못한 채 그대로 나타났다.

“뭐 힘도 별로 안 줬는데 끌려오나?”

“맨 약골들만 모였네! 모였어!”

하하하!

호호호!

상황파악을 못 하던 산골 마을 사람들이 들려오는 아랫마을 사람들의 곡소리에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리고는 인자한 표정으로 외쳤다.

“자! 그럼 한 방에 끝내 볼까?”

으랏차차!

**

줄다리기가 끝나고.

“이거는 사기다! 다시 하자! 다시!”

팽팽했던, 아니. 초반만 팽팽했던 줄다리기는 버티기를 끝내고 힘을 쓰기 시작하는 산골 마을 사람들의 압도 적인 힘 차이에 종국에는 산골 마을 쪽으로 질질 끌려오는 아랫마을 탓에 싱겁게 끝나버렸다.

“사기는 무슨. 다 약골이라서 그렇구먼. 껄껄껄.”

‘몸으로 말해요’에서 처절한 패배를 당했던 창식 할아버지는 양재성 옆에 딱 붙어 열을 내며 항의하는 차 이장을 보며 소리 내 웃었다.

뒷짐 진 모양새가 마치 양반 같았다.

“이익! 뭐라카노! 우리가 몇 개를 더 이겼는데! 마지막에 점수를 이리 많이 주는 게 말이 된다 생각하나?”

내리깐 병팔 할아버지의 눈을 본 차 이장은 제자리에서 방방 뛰었다.

“맞아요! 맞아!”

두 주먹을 옴팡지게 쥔 채 옆에서 추임새를 넣던 아라도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그의 말을 지지했다.

우승 실패라니.

분명 우승하면 개별 승리하는 것보다 더 좋은 혜택을 약속했었다.

초반엔 차 이장님의 승리를 향한 그 열정이 부담스러웠지만, 나중에는 똑같이 승리를 열망하는 자신을 발견했던 만큼, 아라는 승복할 수 없었다.

“내 정기배송···. 읍!”

“어? 택배 온 거 달라고? 어. 알았어. 그거 차이 있으니까 같이 가자?”

하지만 아라는 곧 그녀의 이미지를 걱정한 매니저에 의해 끌려나갔다.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들이 대부분이지만, 몇몇 젊은 사람도 있기에 혹시나 모를 부분들을 예방해야 했다.

팬들도 여기 3명이나 있지 않나.

안티중 가장 무서운 안티는 팬에서 돌아선 안티라는 소리가 있는 만큼, 조심. 또 조심해 작은 문제라도 사전에 방지하는 게 매니저인 그의 속이 편했다.

“크흠.”

멧돼지 특집 예능 촬영 때 아라에게서 사인을 받아 손주들에게 준 전적이 있는 병팔은, 아라가 저 멀리 사라진 걸 확인한 후에야 헛기침을 하며 존재감을 나타냈다.

“자자. 보소.”

그리고는 아직도 홀로 양재성에서 억울함을 호소하는 차 이장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또 뭐꼬?”

당연히 그 모습에 차 이장은 이를 내보이며 으르렁거렸지만, 병팔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거, 심판 양반.”

“아···. 저는 심판은 아니고, MC···.”

대뜸 다가와 심판이라고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양재성이 작게 정정했다.

“아. 그래? 그럼 심판 MC 양반.”

심판이 아니라고 했더니 요상한 이름이 붙여졌다.

“...네. 말씀하십쇼.”

그래도 말을 들어준 게 어딘가.

지금부터 심판 MC가 된 양재성이 병팔 할아버지를 향해 싱긋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저 할배가 너무 괴롭히제? 내가 처리할 테니까 저짝에 가서 맛난 거 먹고 있어요.”

“네?”

병팔이 뻗은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옮기니, 한창 요리를 하는 중인지, 김이 폴폴 나고 있는 천막이 보였다.

흔들흔들.

문득 고개를 들다 양재성과 마주친 할머니 한 분이 인자한 미소와 함께 이리 오라며 손을 까닥였다.

아아. 저기가 천국인가 보다.

눈동자만 데구루루 굴려 힐끗 원래 제 앞에 있던 이, 차 이장을 확인한 양재성은 몸을 천국으로 틀며 말했다.

“네! 감사합니다!”

“감사는 무슨. 어여 가요. 그래.”

쌩.

어지간히도 지긋지긋했는지, 모래바람마저 일으키며 시야에서 사라졌다.

“저, 저저!”

차 이장은 대화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눈앞에서 사라져 산골 마을 천막 안으로 쏙 들어가는 양재성의 모습을 보며 뒷목을 잡았다.

“아이고! 속았네! 장 이장이랑 친하다고 할 때부터 내가 알아봤어야 했는데!”

아이고! 아이고!

천막에 들어간 양재성이 장 이장과 친밀한 듯 정겹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본 그는 뒷목을 붙잡다 못해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아이고는 무슨.”

극적인 포즈로 쓰러진 차 이장을 힐끗 내려다본 창식이 혀를 찼다.

그에 차 이장도 지지 않고 대꾸했다.

“우리가 더 많이 이겼는데! 마지막 한판으로 판정승이 말이 되나, 이 말이다!”

“말이 안 되긴 뭐가 안되노. 똑같이 이겼구먼.”

“똑같이는 뭘 똑같이 이기는데? 우리가 더 많이 이겼지! 풍선 터트리기도 우리가 이기고! 장애물 달리기도 우리가 이기고! 몸으로 말하기도 우리가 이기고!”

당당하게 아랫마을 팀이 이긴 경기를 말하는 차 이장의 모습을 가만히 보던 병팔이 입을 뗐다.

“총 경기가 몇 갠데?”

“몇 개기는! 6개지!”

“그라믄 니네는 몇 경기에서 이겼는데?”

“몇 경기기는! 니는 산수도 못 하나! 3경기 이겼다! 와?”

“...”

차 이장의 승리를 향한 꺾이지 않은 마음에 병팔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점마 저러는 것도 병이다.

슉슉.

고개를 살래살래 저은 병팔은 말없이 친구인 창식에게 손을 뻗어 수신호를 보냈다.

‘그만 가자. 아무래도 지금 머리가 안 돌아가는 것 같으니까.’

‘어. 알았다.’

아무래도 차 이장은 바라고 바라던 승리에서 패배하는 바람에 간단한 계산조차 되지 않는 것 같으니, 지금은 자리를 뜨는 게 나았다는 판단에서다.

“뭐꼬? 니들도 말하다 어디 가는데?”

큰소리를 쳤는데도 그저 고개만 흔들고 자리를 뜨려는 친구들을 향해 차 이장이 물었다.

끔뻑거리는 눈이 자신의 무고함을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뭔데? 내가 뭐 잘 못 말했나?”

큰소리를 치고, 가끔 꼼수를 부리긴 해도 자신의 잘못은 또 바로 인정하는 게 차 이장이었다.

“...”

정말 ‘아무것도 몰라요’의 눈빛을 뿌리는 자신의 친우에, 창식과 병팔은 동시에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불량한 자세로 차 이장 앞에 쭈그려 앉았다.

“야.”

“뭐, 뭐?”

“경기가 총 6개인데, 니가 3개를 이기고 우리가 2개를 이긴 상태였다. 여까진 알겠나?”

“그럼! 당연히 알제. 내를 지금 바보로 아나?”

응.

창식은 차 이장에게 ‘너는 바보 중에서도 상 바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늙었는지 한번 삐치면 지독히도 오래가는 그의 성격을 알기에 입을 꾹 다물었다.

그리고는 설명했다.

“자. 그럼 함 봐봐라. 마지막 경기 하나 남았는데, 우리가 이기면 너희랑 비기는 거제? 짝수라서 그런 거 아니가.”

왜 뒤 경기로 갈수록 취득 점수가 높아지고, 마지막 경기의 배점은 그중에서도 제일 배점이 높아야 했는지.

이렇게까지 설명했는데도 제 주장만 빡빡 우긴다면, 삐지든지 말든지. 그냥 두고 갈 생각이었다.

“어···. 어?”

잠시간의 로딩을 가진 차 이장은 그제서야 깨달은 듯, 희게 뜬 눈을 바로 했다.

“바보 돌 트이는 소리가 여까지 나네.”

“그러니까 말이다.”

쯧쯧.

혀를 차는 친구들의 모습에 천천히 일어난 차 이장은 겸연쩍은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내가 잘못했네. 우짜냐.”

자신의 잘못을 깨달은 차 이장은 소리를 버럭버럭 질렀던 과거를 반성한 듯, 기가 팍 죽은 상태였다.

쯧쯧.

기죽은 차 이장의 모습에 창식과 병팔이 다시금 혀를 찼다.

“우짜기는. 사과해야지.”

“그래야겠제?”

“당연하지! 일나라. 가자!”

번갈아 가며 답을 알려준 둘은 몸을 돌려 이제는 자신들을 제외하고 모든 마을 사람들이 북적거리며 모인 천막으로 향했다.

“어어. 내 모래만 좀 털고······. 야! 같이 가자니까!”

물론 나이만 먹었지 아직 철은 덜 든 친구를 기다려주지는 않았다.

다시 말하지만, 그들은 친구였다.

**

모래바람이 휘날리며 긴장감이 돌던 운동장과 달리, 천막 안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웃음꽃을 피우고 있었다.

“뭐꼬? 이장 니 분 이제 다 풀었나?”

천막으로 다가온 차 이장을 발견한 아랫마을 주민 중 한 명이 의뭉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아는 체했다.

“어? 어···. 다들 고생 많았다. 그리고···.”

“...?”

분기탱천했던 조금 전과 달리 기가 팍 죽은 차 이장의 모습에 모두가 의문을 가질 무렵.

“거, 힘센 총각이랑 사회 본 총각. 내가 흥분해서 말을 좀 거칠게 했제? 미안하다.”

어색한 듯, 머리를 긁적이던 차 이장은 이 대리와 양재성을 차례차례 보고는 고개를 숙였다.

“어어어? 어르신! 그러지 마십시오! 괜찮습니다!”

“경기하다 보면 흥분하고 그럴 수 있는 거죠! 고개 숙이지 마세요! 으악!”

사견 없이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고, 용서를 구하는 차 이장의 행동에 당사자 둘은 고생했다며 마을 사람들이 집어주는 전을 먹다 말고 부리나케 튀어왔다.

“케헥!”

전을 한입에 꿀떡 삼킨 이 대리와 달리, 보통사람의 편도를 가진 양재성은 급하게 전을 삼키다 걸렸는지 콜록댔다.

“여기, 물! 물 마셔라.”

다행히 옆에서 건넨 물을 마시고, 양재성이 숨을 고를 때였다.

“친구야. 말로만 그라지 말고. 행동으로 보여봐라. 행동.”

턱을 하늘까지 들어 올린 장 이장님이 뒷짐을 친 채 양반걸음을 하며 차 이장님 앞에 섰다.

“에헴!”

소리와 함께 장 이장님의 콧대가 높이 올라갔다.

저러다 어디 다치시는 건 아닐지 걱정이 될 정도로.

“저러다 목 꺾이지.”

나만 그렇게 생각한 건 아닌지, 강 할머니의 혀 차는 소리가 지척에서 들렸다.

“흠흠,”

그 소리에 장 이장님의 턱이 천천히 내려왔다.

그런 그의 모습에 입을 한일(一)자로 다문 차 이장은 못 볼 꼴을 보았다는 듯 어깨를 털었다.

마치 어린아이와 같은 모습.

부디 자신의 행동이 생떼 쓰는 애처럼 보이지 않았기만을 기도했다.

의도치 않은 거울 치료로 자신의 잘못을 깨달은 차 이장은 갑작스러운 소란에 저를 주목하고 있는 이들의 눈을 하나하나 마주치며 남자답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내가 오늘 말을 험하게 해서 미안!”

“...”

데굴데굴.

몇 초가 지났을까.

사과했음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는 좌중에 차 이장은 고개를 숙인 채 눈만 데굴데굴 굴렸다.

사과에 문제가 있었나?

준비가 안 된 사람들 앞에서 너무 무작정 고개만 숙인 걸까?

설마, 내 목소리가 너무 작았나?!

눈을 굴리며 순식간에 생각을 마친 차 이장은 결론을 내렸다.

그래!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될 때까지 기다리고, 듣지 못했다면 들을 수 있게 하자. 그리고 큰 소리로 다시 말하는 거다.

“내가, 잘못···.”

고개를 벌떡 들은 차 이장은 자신의 사과가 통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모두가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보고 있었다.

가만히 사람들의 미소를 보고 있자니, 불쑥, 퉁명스러운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하이고. 울겠다. 울겠어. 니 나이에 엉덩이에 뿔나면 힘들낀데.”

“하하하! 맞다. 맞아! 근데 쟈 웃었었나?”

“안 웃었었나? 그럼 웃게 만들어야제! 다들 돌격!”

“돌격!”

창식을 선두로 나이가 같은 창식과 병팔이 득달같이 차 이장에게로 덤벼들었다.

“무, 뭔데? 하지 마라! 하지 마! 하지... 으하, 으하하하!”

“야 웃어다! 다시 울리면 된다!”

낄낄낄.

간지럽히는 장난을 치며 땅을 데굴데굴 구르는 4명은 아이 같았다.

“어휴. 나이가 들어도 어째 변한 게 없노.”

그 모습에 한 사람은 못 말린다며 두 손을 들었고.

“먼지 날린다! 그만 안 하나? 퍼뜩 손 씻고 와서 전 무라!”

강 할머니는 손에든 국자를 휘두르며 위협했다.

“전? 전 좋제! 손 씻으러 가자!”

“누가 먼저 가는지 시합이다!”

“니들은 도가니도 안 아프나?”

“쫄리나? 쫄리면... 시작!”

준비도 없이 시작된 레이스.

그리고 그 뒤를 있는 힘껏 달리는 어르신들.

“참······. 뭐랄까. 신기한 경험이네요.”

느리지만, 있는 힘껏 달리며 서로를 향해 웃어대는 어르신들을 보며 이 대리가 말했다.

“그러게요. 어르신한테 사과도 받아보고···.”

양재성은 그 외에도 할 말이 많아 보였지만, 더 말을 잇지 않았다.

아마도 속에 있는 제 생각을 말로 표현하기 힘들어서 일 테다.

그들의 모습을 보며 나는 깨달았다.

아.

내가 이 모습을 보고도 이 대리와 여타 다른 외지 사람들처럼 이상한 표정을 짓지 않는 건, 나에게는 저 어르신들의 모습이 일상이었기 때문이라는 것.

잘못했으면, 상대방의 마음이 풀릴 때까지 사과하고.

사과하는 사람이 있다면, 심한 잘못이 아닐 경우 넓은 마음으로 받아주고.

그리고는 아무런 일이 없었다는 듯, 예전처럼 웃고 뛰며 서로를 위하라는.

그런 가르침들.

그래서 내가 여기로 온 거구나.

답답하고 각박한 마음을 온전히 내려놓고 치유하고 싶어서···.

“자자. 저 철없는 어른들은 내버려 두고 우리 먼저 먹자.”

언제든 너른 마음으로 나를 품어주는 곳이 있었기에.

“네. 잘 먹겠습니다.”

“그래. 많이 먹어라.”

얼굴만 낯익은 할머니가 내어준 전은 노릇노릇하게 구워져 향기로운 냄새를 풍겼다.

바삭.

얇은 테두리가 입안에서 맛있는 소리를 내며 부서졌다.

“맛있어요.”

“우와. 진짜 맛있어! 뭐지? 이게 바로 할머니의 손맛인가?”

“으아! 뜨거!”

“안 뺏을 테니까 좀 식혀서 먹어 아라야. 자. 여기, 물.”

해가 어스름하게 바뀌었지만, 사람들의 환한 미소가 가득한 천막 안은 낮보다 더 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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